최근의 미국·유럽 은행 불안 사태가 달러화 자금흐름에 미친 영향 및 평가
담당부서국제국 국제총괄팀 과장 권나은등록일2023.04.27 조회수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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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고객들의 급격한 예금인출(bank run) 등으로 갑작스럽게 파산한 데 이어 글로벌 대형은행 가운데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이 스위스 정부 주도로 UBS에 합병되면서 글로벌 은행시스템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은행 불안은 미 달러화 자금의 국경간 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은행들이 미 달러화 자금을 중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이 이들 글로벌은행들로부터 외화를 차입하거나, 글로벌은행들이 직접 국내 증권투자를 위해 외화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달러화 자금이 유입된다.
다행히 이번 사태의 경우 우리나라 외환부문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만큼 주의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본 blog에서는 최근의 미국·유럽 은행불안 사태(이하 ‘SVB 사태’) 이후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 사정과 자금흐름을 살펴보고, 국내 외화자금 유출입 상황을 점검하였다.
그림 1. 은행부문을 통한 글로벌 미 달러화 자금흐름
달러화 유동성 사정은 일시적으로 악화되었다가 점차 회복
SVB 사태 직후 미 달러화 유동성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었다. 달러화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및 신용리스크를 반영하는 TED 스프레드와 Libor-OIS 스프레드가 급등하였다. 또한 유로화 및 엔화를 담보로 미 달러화를 조달하는 비용인 EUR/USD 및 JPY/USD 스왑베이시스도 마이너스 폭이 크게 확대되었는데, 이는 여타 통화를 통해 달러화를 조달하는 데에 지불하는 프리미엄이 상승하였음을 의미한다. 다만 주요국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불안이 잦아들면서 달러화 유동성 사정이 점차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2. 글로벌 미 달러화 유동성 상황
<TED, Libor-OIS 스프레드1)>
주: 1) 3개월물 기준
자료: Bloomberg
<유로·엔 스왑베이시스1)>
주: 1) 3개월물 기준
자료: Bloomberg
미국내 단기자금이 은행에서 MMF로 이동하고,
연준의 유동성 공급 규모는 크게 늘었다가 점차 줄어들어
SVB 사태 직후 미국의 가계와 기업들은 중소형은행에서 예금을 대거 인출하여 대형은행 또는 MMF로 자금을 이전시켰다. 특히 SVB 사태가 발생한 주(3.9~15일)에만 중소형은행의 예금 잔액이 1,963억달러 감소한 반면 대형은행은 671억달러 증가하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SVB 은행, First Republic 은행도 대형은행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자금중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초대형은행의 예금잔액은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예금에서 인출된 자금 중 상당부분은 MMF로 이동하였다. 같은 기간 MMF 규모가 1,209억달러 증가하였는데, 대부분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국공채 투자형 MMF(Government MMF)에 집중되었다.
또한 미국 은행들은 미국내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해외에 제공했던 미 달러화 자금을 회수하였다. 미국계 대형은행들은 해외에 제공한 달러화 신용을 일시적으로 줄였으며, 해외은행 미국지점들은 미국내 예금인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본지점에 제공한 미 달러화 대출을 회수하거나 본지점으로부터의 차입을 늘렸다. 3.9~15일중 미국 대형은행은 해외점포 앞 신용을 120억달러 줄였으며, 해외은행의 미국지점은 본지점차입(순액 기준)을 637억달러 늘렸다. 다만 이러한 역외에서 미국으로의 자금이동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초기 등 과거 위기시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한편 SVB 파산 직후 미 연준이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은행시스템에 단기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였다. 신규 대출제도인 BTFP[1](Bank Term Funding Program),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설립한 가교은행에 대한 대출[2], 기존 대출제도인 재할인 창구 대출 등이 모두 증가하였다. 다만 3월 하순 이후에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은행의 유동성 스트레스가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3. 미국 내 자금 흐름
<은행 규모별 예금 및 MMF 증감1)>
주: 1) 전주대비 증감
자료: 미 연준, Investment Company Institute
<미 연준의 대출자산>
자료: 미 연준
국내에서는 외화자금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었으나,
은행부문을 통한 외화자금 유출입은 안정적
SVB 사태 직후 국내 외화자금시장에서도 일부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주요 통화의 스왑베이시스가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원화의 스왑베이시스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등락을 나타내었다. 3.13일에 원-달러 스왑베이시스(3개월물)는 100bp까지 확대되어 최근 10년간 평균인 35bp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SVB 사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비거주자의 NDF 매도[3], 국고채 대규모 상환에 따른 원화자금 여유, 분기말 외화자금 수요 등 국내요인도 일부 가세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부문을 통한 외화자금 유출입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3월중 은행(국내은행 및 외은지점)의 단기차입이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등 은행차입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또한 차익거래유인 확대 등을 겨냥한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가 해외상업은행을 중심으로 늘면서 국내에 외화자금 공급이 증가하였다[4].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은행의 자금회수(deleveraging)로 국내 외화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그림 4. 국내 외화자금시장의 흐름
<3개월물 스왑베이시스1)>
주: 1) 對 미 달러화 기준
자료: Bloomberg
<외국인 채권투자자자금 유출입1)>
주: 1) 결제일 기준
자료: 코스콤
이처럼 국내 외화자금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연구(Bruno and Shin(2015), Avdjiev et al.(2020)) 등에서 글로벌 자금공급 위축 요인으로 분석되는 신흥국 통화절하, 주가변동성 확대 등이 이번 사태 이후에는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SVB 사태로 미 연준의 긴축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각되면서 과거 위기시와는 달리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미국 주가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5. 주요 신흥국의 환율 및 주가
<주요 신흥국 통화 절상·절하율1)>
주: 1) 3.10~31일중 미 달러화 대비 변동률
[강세(+)·약세(-)]
자료: Bloomberg
<미 주가 및 변동성>
자료: Bloomberg
SVB 사태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글로벌 은행불안 확산 가능성에 유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SVB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스왑베이시스 등 일부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은행부문의 자금유출입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였다. 글로벌 자금 공급의 채널로 작용하는 초대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 기대에 따른 미 달러화의 약세 등이 우리나라에 파급되는 충격을 제한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국내 외환부문의 양호한 대외건전성, 우리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높은 대외신인도도 안정적인 자금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는 고금리 환경에서 은행 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저하되어 글로벌 금융시스템 불안 지속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1] 모든 예금수취기관에 대해 담보증권을 액면가로 평가하여 담보 이내의 금액을 최대 1년 만기로 대출한다.
[2] FDIC는 SVB의 자산 및 부채를 인수하기 위한 가교은행(Deposit Insurance National Bank of Santa Clara)을 설립하고, 미 연준은 이 가교은행에 대한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한다.
[3] NDF(차액결제선물환)를 매입한 은행은 ‘Buy&Sell FX스왑과 현물환 매도‘를 통해 종합포지션을 중립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스왑레이트가 하락(차익거래유인 또는 스왑베이시스 확대) 압력을 받게 된다.
[4] 단기차입으로 조달한 외화를 Sell&Buy FX 스왑을 통해 원화로 바꾼 후 이를 단기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