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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와 피어스와의 비교까지는 뭐 딱히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이기에 그냥 방관하고 있었습니다만, 코비 대신 피어스가 있었다면 삼연패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는 비교의 근거로 적절치 않아보입니다.
코비 대신 그 당시 잘 나가던 카터나 티맥이 있었어도 삼연패를 이뤘을 수도 있겠지요.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 당시 코비는 득점을 퍼붓던 막무가내 공격수였고, 그 당시 절정의 기량에 다다른 티맥, 카터도, 그리고 이 이야기에 등장한 피어스도 우승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자체만큼은 그 당시 카터와 티맥 등의 경기력을 확인하신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허나 샤킬의 sidekick은 카터도 티맥도 피어스도 아닌 Kobe Bryant였습니다. 우승을 네 번 한 오닐에게 유일한 연속 우승을 안겨준 선수는 이 세상에 코비 브라이언트 하나 뿐입니다.
매직 옆에 압둘자바 대신 모제스 말론이 있었다면요? 말론도 매직과 함께 손발맞추며 다섯 번이나 우승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말론은 레이커스에서 뛰지 않았습니다. 매직 옆에는 말론이 아닌 카림이 있었구요. 그리고 그들은 다섯 번 우승했습니다.
코비와 피어스 비교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가만히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비교평가의 기준이, 즉 논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커리어를 기준으로, 어떤 이는 일대일 맞대결을 기준으로, 어떤 이는 작년 파이널만의 대결을 기준으로 비교를 하고 계시는 듯 합니다. 커리어를 기준으로 놓고 가늠해보면, 세 차례의 우승과 데뷔 후 지금까지 10여년동안 2005년 단 한번을 제외하면 플레이오프에 매년 진출하며 그때마다 세기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10년동안 무려 5번의 파이널 진출, 그리고 그 중 세 번의 우승을 이루어낸 주역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전설적인 플레이오프 카리스마는 샤킬과 던컨을 제외하면 조던 이후 근 11년을 통틀어 이미 따라갈 선수가 리그에 전무합니다. 피어스도 플레이오프 경험이 나름 있지만 코비의 오프시즌 관록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경험 마일리지에서 크나큰 차이로 코비가 저만큼 앞서 있습니다.
피어스가 과연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역대 몇위에 랭크될 수 있을까요? 래리 버드, 줄리어스 어빙, 알렉스 잉글리쉬, 릭 베리, 존 하블리첵은 접어둡시다. 피어스가 은퇴할 무렵 제임스 워디보다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스카티 피펜은요? 데이브 코웬스는 어떻습니까? 피어스의 그것보다 이상이거나 뒤떨어지지 않는 쟁쟁한 스몰포워드들이 기라성같이 즐비합니다. 피어스는 이 중 몇 번째에 서있을까요. 그리고 훗날 몇번째에 서게 될까요. (참조- Sportscouch의 올타임 스몰포워드 투표: http://sportscouch.wordpress.com/2008/02/28/the-greatest-small-forwards-of-all-time/)
살펴본 바와 같이 피어스는 커리어와 평가로 코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앞으로 은퇴할때까지 파이널에서 레이커스와 셀틱스가 줄곧 만나서 매번 피어스가 코비를 고꾸라뜨리며 우승을 쟁취하지 않는 한은 지금이나 은퇴할 즈음이나 이 평가의 순위는 바뀌지 않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피어스가 코비보다 한 수 아래인 선수일까요.
한 단계 아래의 클래스, 한 단계 아래의 가치의 선수일까요. 한 단계 아래의 기량을 가진 선수일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커리어와 업적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엄청나게 좌우합니다. Ervin Johnson이 카림 압둘자바가 있는 레이커스 대신 Kansas city Kings에 드래프트되었다면 은퇴할때까지도 과연 그가 Magic Johnson으로 불렸을까요. 데이빗 로빈슨이 97 시즌 건강하게 뛰었다면 스퍼스가 그 이후 우승을 네 번이나 하는 팀이 될 수 있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피어스는 셀틱스에 드래프트되어 지금까지 10년동안 셀틱스에서만 뛰었습니다. 그리고 그 10년동안 다섯 번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고 두 번 1라운드에서 떨어졌습니다. nba 역사상 wisest deal 투표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인 '레이커스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 의 최전성기에 정확히 맞물려 레이커스로 들어간 코비 브라이언트는 운이 대단히 좋은 것이고, 오닐 대신 워커를 팀메이트로 둔 셀틱스에게 뽑힌 피어스는 코비보다 운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은 주어진 운에 순응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고 지금의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제가 보기에 피어스는 전체적인 개인 기량으로 코비 브라이언트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선수입니다. 코비가 피어스보다 뛰어난 면이라면 풀업점퍼의 타점과 연이은 연속동작의 세련됨, 유연함, 슈팅 레인지겠지요. 반면 피어스는 파워와 체구에서 코비를 압도하며, 그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스킬에 있어서도 코비보다 몇 단계는 이점을 점해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육중한 체구에서 대단히 부드럽고 섬세한 풋웍과 드리블이 나오죠. 작년에 플레이오프에서 쇼다운을 벌였던 르브론은 시리즈 패한 후 피어스의 경기력을 극찬해 마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가 코비를 곧잘 칭찬하듯이요. 코비와 피어스 둘 모두에게 강한 경쟁심을 느낀다는 르브론이 말입니다.
피어스와 코비의 대결에서는 피어스가 도리어 현역 최고의 테크니션, the sole best on earth라 불리우는 코비에게 도리어 강한 면을 보여왔습니다. 작년 파이널뿐만이 아니라 피어스의 루키 시즌부터 거의 항상 그래왔습니다. 신체적인 조건에서 앞서기에 공격시 완력과 무게로 들이밀면 코비가 당해내질 못했습니다. 지지난 시즌, 그리고 그 전 해 시즌 경기 하이라이트 기억하시나요? 피어스가 코비 제치고 슬램덩크 터뜨리는 플레이가 나온 그 경기도 기억하시나요? 반면 그 physical advantage를 피어스는 코비 수비에도 적극 활용하여 대단히 잘 막아내는 선수입니다.
이번에는 둘의 맞대결 전적을 스탯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스탯에서도 보시다시피 거의 차이가 없고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했습니다. 누가 낫다를 쉽게 말할 수 없지 않을까요. 도리어 피어스가 코비보다 월등히 높은 득점을 기록한 경기도 여럿 보이네요.
피어스는 제가 판단하기에 상당부분 코비에게 상성상 이점을 가지는 선수입니다.
이 상성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것이, a가 b보다 강하고, b가 c보다 강하다면, 응당 a가 c보다 강해야 논리로는 맞는데, c가 a보다 거꾸로 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성으로 서열을 매기다보면 그 서열 전체가 뒤죽박죽이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른 선수들과의 복합적인 상성관계가 어쨌든, 만일 a가 b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a가 b보다 밑 서열에 있지는 않겠죠?
코비가 독보적인 존재인 클러치 타임의 결정력에 있어서도 피어스가 딱히 코비보다 떨어지는 클러치 플레이어라는 생각은 코비의 클러치 퍼포먼스를 그가 루키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보아온 사람의 한명으로서도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피어스는 동부의 코비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많은 이들이 입을 모으는 best game closer입니다. 4쿼터 화력이 어마어마하게 막강하고 몰아넣기 득점에도 대단히 능하죠. 4쿼터의 사나이, 해결사, 'the truth', 왜 해결사이고 진실인가는 그가 커리어 내내 온몸으로 보여왔습니다. 코비만큼의 플레이오프 경험이 있다면 응당 코비만큼의 클러치 퍼포먼스를 보여왔을 선수입니다. 피어스가 파이널까지 진출한 것은 10년동안 작년 단 한번이었고, 그 breathtaking moment의 아찔한 줄타기의 그 순간 순간을 막힌 변기 뚫듯 시원하게 뚫어낸 것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어김없이 셀틱스의 34번 선수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코비와 피어스의 비교는 던컨과 가넷의 비교와 상당부분 닮아있습니다. 한 쪽은 만년 플레이오프 컨텐더인 강팀에게 드래프트되어 수많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다수의 우승을 이루었고, 한 쪽은 약팀에게 드래프트되어 플레이오프에 좀처럼 나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커리어를 고배를 마시며 보내왔다는 점이 그러하고, 그 때문에 후자가 언제나 불리한 조건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후자는 마침내 전자처럼 좋은 팀원을 두게 되고 과거를 설욕하듯 특출난 활약을 펼치며 마침내 우승을 쟁취했다는 점 또한 그러합니다.
전자보다 후자가 운이 없고 그만큼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전자만큼의 기량이 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후자는 기회가 주어지자마자 그 기회를 덥썩 물고 끝까지 놓지 않고 성공으로 이었다는 사실이 증명해줍니다.
코비가 현역 최고의 선수라는 말에 피어스는 '세계 최고의 선수는 코비가 아닌 나라고 생각한다. 자아도취와 자신감에는 선이 있다. 난 그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성적으로 내 생각을 말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코비와 피어스는 둘다 내가 그쪽보다 낫다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최상 중의 최상의 클래스의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고 짧은 것을 대보기에는 두 막대는 너무 깁니다.
가을새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코비와 피어스의 실력을 동등하거나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 원맨팀 시절 코비가 가장 저조했고 어두웠던 05~07시즌에도 코비는 최고의 스윙맨 자리에서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고, 피어스는 비교대상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도 않은 말이라..의도는 알겠습니다만...제가 충분히 오해할만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윗 글엔 분명히 '실력'이란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론이나 선수로서 인지도에 따른 기량 비교에서 피어스가 이슈메이커로서의 비교대상이 된적은 별로 없다는 것은 저도 동의합니다.
Best On Planet, 조던황제// 코비가 누가 뭐래도 한수위인 선수라고 생각하신다면 제 글에 반박할 이유가 전혀 없으신 겁니다. 저는 그 등급이란 것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것에 대해선 일언도 하지 않았으니 그것을 가지고 저에게 반론을 펴시면 해드릴 말이 없네요. 상성에 대해선 제 입장을 이미 밝혔습니다.
"코비와 피어스의 실력을 동등하거나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 " 이것은 마니아 님의 글에서 온 것을 되씹은 것 입니다. 당시의 여론을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건데 그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 코비팬이지만 코비가 피어스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구요. 근데 그 둘 사이에 소름끼칠정도의 갭이 있다는게 아니라고 본다는거죠. 다만 수상경력이나 그간 쌓아온 업적등의 차이는 작은 차이이나마 운의 차이가 아니라 둘간의 차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은겁니다 ㅎ
속시원하게 코비가 낫다구 해주시지.. 피어스가 더 좋지만 지금으로썬 그편이 맘편한..
그나저나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이 글은 '객관적'인 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 중 한 선수의 소속팸 회원분이 쓰셨는데 상대팀 팬분의 '논리적' 반대의견이 많으니 객관성이 높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뉴저지 팬-
코비vs피어스를 던컨vs가넷에 비교하셨는데요. 글쎄요. 코비는 던컨과 어울리는 대칭이 되지만 피어스는 가넷과 같은 위치에 놓아지지 않네요. 머릿속으로 그려보아도 제가 농구를 잘 못보는 것인지 코비가 피어스보다는 농구를 더 잘합니다. 적어도 스윙맨이라는 평가의 견지에서는요. 피어스도 훌륭한 선수가 뛰어난 선수라는건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것이지만, 비교대상이 코비가 되어 대등하다는 주장은 수많은 이견이 생길수 밖에 없네요.
동감...던컨vs가넷은 실력차이가 거의 없는데....코비랑 피어스는 그정도는 아닌거 같아요.
논란은 모두가 코비가 최고라고 인정하게 전까진 끝나지 않을꺼 같네요
동감하는바입니다. 전 충분히 좋은글이라고 봤는데...
서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다른데 ㅡㅡ;;;
좋은 글이네요.
가넷에게 조금아쉬움은 미네소타에서 우승을 했다면, 정말 더 위대해졌겠죠..조던이 시카고왕조를 이룩했듯이..
역대슈팅가드평가라고 링크된 것 들어가보니 조던에 대한 평가가 참 멋지네요. "모든 다른 선수들을 평가하는 기준" 이라고 첫문장에 나와있네요. 진짜 멋집니다.
그러니까요. 조던은 조던 자체가 객관적 지표가 되어버렸어요.
그러니까 그는 이런 논쟁(커리어,통계,수상,기록)에 안 휘말려도 되요. 왜냐하면 그는 이런 것들에 절대적 기준이 되어벼렸으니까요.
또 나름대로 이분 팬이라 리플을 안남기고 가기는 그렇고... '이번 글도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저기... 글 읽는 분들중에 nycmania 님이 무슨 전문작가나 스포츠기자 정도는 되는줄 알고 읽으시는분이 일부 계신거 같은데;; 이분도 외국에서 공부중인 학생이신걸로 압니다. 앞 글과 뒷글의 논조나 주장이 조금 어긋날 수도 있고, 글 속에 빈틈도 있을 수 있는겁니다. 그럼에도 보세요... 얼마나 노력하고 공 들여 쓴 글인지... 제가 이런글 한번 쓰려면 며칠을 고민해야 될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짧은 한줄 리플도 그만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코비가 비교우위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까페 팬분들 대부분이 그리 생각하실거구요.. 심지어 감독 입장에서 피어스와 코비를 픽할 기회가 생긴다면?이라는 질문을 해본다면... 피어스 팬분들조차도 코비를 택할 확률 또한 높다구 생각할 정도로.. 비교 우위자체는 확실하다구 생각합니다... 다만 그 차이는 확연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는것입니다.. 결국 말의 뉘앙스 문제인데.. 이것에 울컥해서 오버하신 코비 팬분들이 너무 많이 보이시네요.. 하아;;
nycmania님 글 답게 품격이 느껴지네요. 게시판이 난리이긴 하지만 이런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