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자란다
원제 : A Tree Grows in Brooklyn
DVD 출시제 : 브룩클린의 나무성장
1945년 미국영화
감독 : 엘리아 카잔
출연: 도로시 맥과이어, 제인 브론델, 페기 앤 가너
제임스 던, 로이드 놀란, 제임스 글리슨
테드 도날드슨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제임스 던)
미국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는 맨하탄과 브루클린이 있습니다. 아마도 100여년전 20세기
초기의 뉴욕은 번화한 맨하탄과 주택가 서민들이 사는 브루클린이 존재했을 것입니다.
'나무는 자란다'는 브루클린에 사는 가난한 한 가정의 힘겨운 삶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의 브루클린의 상황을 잘 안다면 좀 더 공감이 가는 영화겠지요)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 영화들을 보면 빽빽이 모여사는 계단식 공동주택(우리나라
빌리 같은 구조)이 배경으로 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창문너머 높게 달려있는
빨래줄과 여러 사연이 전해지는 창문, 옥상의 모습 등. 이 영화도 그런 거리가 배경
입니다.
자니 놀란(제임스 던)과 케이티 놀란(도로시 맥과이어) 부부, 아이 둘을 키우는 가난한
부부입니다. 웨이터이자 무명 가수인 자니는 돈은 못 벌지만 아이같은 동심과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 남편과 살면서 청소 같은
잡일을 하여 겨우 먹고사는 케이티가 사실상 생계와 살림 모두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딸인 프랜시(페기 앤 가너)는 학구열이 높고 똘똘한 소녀이고 남동생 닐리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공부하는 건 싫어하는 소년입니다. 두 남매는 고물을 주워다 팔아서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케이티에게는 언니 시시가 있는데 시시는 얼마전 남편과 헤어지고
또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 시시, 하지만 시시는 아이를
가진 케이티를 부러워합니다.
가난하지만 꿋꿋히 살아가는 1남 1녀를 둔 한 가정의 이야기
"오늘은 특별히 고물값이 더 쳐주마"
가질 수 없는 상점의 여러 물건들
아이쇼핑을 하는 것만을 위안을 삼는 프랜시
이렇게 소박하고 가난한 집안 이야기입니다. 딱 어렵던 시절 우리나라 영화같은
느낌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겐 쾌활하고 친절하지만 가정적으로 볼때는 돈벌이가
시원찮은 무능한 남편, 그런 남편과 살면서 온갖 고생을 다하는 아내, 남편은
몽상가처럼 늘상 꿈만 꾸는 것 같고 현실적인 아내는 아이들 키울 걱정에 늘
스트레스를 받고, 그런데 덜컥 세째아이 임신까지 했는데 축복을 받아야 할 상황에
걱정이 앞섭니다. 아이때문에 일을 그만두면 당장 먹고살게 걱정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프랜시의 학교를 그만두게 해야 할 상황이고......
큰 딸 프랜시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프랜시 역시 꿈이 많은 소녀인데
가난한 아빠를 무척 따릅니다. 아빠가 돈벌이를 못하고 맨날 장미빛 미래만
이야기하는 비현실적 인물이지만 그런 아빠의 동화같은 순수함을 잘 이해하고
따릅니다. 영화를 보면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인데, 엄마 혼자 툴툴거리고
심술을 부리는 집안 같지요. 하지만 가난속에서 동화같은 생각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법, 아마 우리나라 여자들이 본다면 누구보다 케이티를
더 잘 이해할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현실이 뭔지 너무 잘 아는 케이티는
아직도 동화속 사람같이 꿈속에서 살고 있는 자니가 못마땅하며 정신 차리라고
다그치기도 합니다.
20세기초 뉴욕 브루클린의 서민들의 모습디
잘 담긴 공동주택의 모습은 40년대 헐리웃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남편에게 많이 실망했고 지쳤어"
"그는 달라진게 없이 그대로야.
변한건 너야"
꿋꿋이 살아가는 두 남매
누구보다도 서로를 사랑하는 아빠와 딸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이 많이 등장합니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 팔다 버리는 트리를 받기 위해서 자정까지 기다리는
남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정성을 담아 만든 소박한 선물, 가난에 쫓겨 맨 위층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지만 아이들은 옥상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고, 전주인이 잠시 놓고 간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자니와 그 모습을 감동스럽게
바라보는 아이와 아내...
학교다니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프랜시, 그래서 멀리 있는 좋은 학교로 전학하고
싶어하고, 자니는 그런 딸을 보고 그동안 해준게 너무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거짓서류를 꾸며서 전학을 시키고, 좋은 학교를 다니면서 너무 기뻐하는 프랜시,
하지만 세째가 태어나면 학비를 댈 형편이 안되어 결국 프랜시에게 학교를 그만두게
해야 하는 상황, 케이티는 자니에게 임신사실을 알리면서 프랜시의 자퇴를 의논하고,
자니는 크리스마스날 잠자리에 든 프랜시가 꿈꾸는 작가의 꿈과 학업에 대한 의지를
보고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속에서 자니는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
뛰쳐 나가는데 결국 비극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워터프론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신사협정' '초원의 빛' '혁명아 사파타' 등
숱한 명작 고전으로 잘 알려진 엘리가 카잔의 장편 영화 데뷔작입니다. 브루클린의
주택가 동네를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꿈많은 소녀 프랜시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룬 가족영화입니다. 가난과 아픔, 그런 과정을 겪지만 꿋꿋이 견뎌내면서 철이
들고, 성숙해지고, 극복해가는 과정입니다. 보는 내내 따뜻함과 아픔이 밀려오는
이야기이면서 주인공 소녀 프랜시에게 너무 가혹한 시련을 주는 느낌도 듭니다.
우리나라 60년대의 궁상스러운 가족영화들이 연상되기도 하지요. 차이점이라면
신파적인 장면이 훨씬 적다는 점.
"저 이 학교로 전학오고 싶어요"
"음 어떻게 해보마"
트리장사가 팔다가 남아서 버린 나무를 주워서
단란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가족들
"세째 아이를 임신했어요. 이제 프랜시를 더 이상 학교에 못 보내요"
프랜시의 가족의 힘겹고 슬픈 이야기가 펼쳐지고, 너무 가혹한 시련까지 닥치지만
결국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에 힘입어 행복을 찾아가는 결말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살아있을때는 하찮고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고 죽은 뒤에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현실에서도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사후에
그 진가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외적인 상황만 단순히 보고 어떤 사람을
쉽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가진것이 없고 남에게 줄 수 있는 것 몸뚱아리
하나 뿐일지언정 아낌없이 베풀고 주는 사람이 있고, 많이 가졌지만 더불어 살지 못하고
자기만 챙겨서 주변에서 호감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가치를 남기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려움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고 극복하는 이야기인데, 영화라서 그렇고 현실은 훨씬
냉혹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인간이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은 생각보다
꽤 무한합니다. 현실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고, 좌절에
빠졌다가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이
괜히 생긴것이 아니지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용은 비현실적인 판타지도 아니고
힘든 상황이라서 현실에서 극복 가능한 정도로 훈훈하게 전개되는 내용이라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30년대 경제 대공항을
극복하고 40년대 다시 호황기를 맞게 된 시기에 맞추어 나온 영화이기도 합니다.
소녀의 기도
어려움을 딛고 졸업을 하게 된 프랜시
"우리 고물을 주워 팔던 그때가 재밌었지?"
물질 만능주의로 흘러가는 요즘 시대에 보면 꽤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소박한 사람들의 훈훈한 정이 감동스럽게 느껴지는 좋은 영화입니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한 영화로 영화계에 데뷔를 했던 것입니다. 가족영화이자
성장영화로 볼만한 수준높은 고전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 겪는 아픔과 좌절은 비슷하고 그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나무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훈훈한 인간미가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세찬 한파와
모진 비바람에서, 가지가 꺾여도, 잎새가 떨어져도 계속 자라나는 나무의 생명력과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나무의 생명력과 비교한 제목이기도 합니다.
40년대에 개봉한 영화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수작 고전입니다. 흙속의
진주같은 영화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확실히 미국 영화보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이 훨씬 궁상스럽고 힘겹운 내용입니다.
ps2 : 프랜시를 연기한 아역배우 페기 앤 가너는 '제인 에어'에서 어린시절의 제인 에어를
연기한 배우인데 그 영화 이후 2년뒤에 출연한 작품입니다. 좀 더 컸더군요.
ps3 : 엄마역의 도로시 맥과이어는 '애천' '피서지에서 생긴 일' '우정있는 설복' 등
감동을 주는 훈훈한 영화에 많이 나온 배우지요.
ps4 :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ps 5 : '나무는 자란다'라는 의역제목이 마음에 드는데, 개봉당시 뉴욕의 브루클린에
대해서 그 상징을 알 수 없기에 우리나라 제목에 굳이 브루클린이라는 도시를
넣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DVD출시제인 '브루클린의 나무 성장'이라는 제목이
오히려 영화의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나무는 자란다(A Tree Grows in Brooklyn 45년) 엘리아 카잔 데뷔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