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 커다란 원형 테이블. 온통 흰색으로 칠해져있는 방의 한가운데에는 돌로 만든 흰 검은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 주위로는 6명의 사람들이 서있다. 각각 다른 나이대와 다른 성별,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들은 ‘뭔가’에 대해서 열심히 토의하고 있었다. “대신관님. 의식은 성공했습니다만 ‘그분의 다른 핏줄‘께서 불확정한 좌표로 소환돼셨습니다.” 온몸에 피가칠해져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붉은 옷을 입은 20대 초반의 여성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있네, 붉은 천사의 수녀여, 이 정도의 고난은 ‘그분의 다른 핏줄’님을 이곳으로 불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예상했었네. 그리고 그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핏빛여인의 불안스런 말에 바로 옆의 흰색 성의를 걸치고 있는 30대의 중년이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대처방법이 무엇입니까?” 가벼운 경장차림에 옆구리에는 큼지막한 대도를 차고있는 20대 청년이 자신의 금발머리를 가볍게 쓸어올리며 중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분의 소재는 파악했네. 지금 영국의 브리티쉬산에 계시지. 그리고 지금... 시하일라의 딸과 같이 있다네.” 일순 중년을 제외한 테이블 주위에 서있던 5명의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분노의 기색이 스쳤다. “알고있네, 그대들이 얼마나 그녀를 증오하는지는. 그리고 그딸에게도 그분노는 식지않을테지... 그리고 그분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네.” 중년은 다른 5인과는 달리 씁쓸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그분의 능력은 어느정도인지?” 이번에는 검은 로브를 몸에 걸친 50대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오크와 싸우면서 어깨에 상처를 입으셨다네.” “...!!” 5인의 얼굴에 실망과 허탈의 빛이 일렁거렸다. “너무 실망하지는 말게나. 그분게서는 다른 세계에서 이곳에 오시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해. 가령 마법이 없는 곳에서 오셨다던가 말일세.” “후-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겁니까? 이대로 다른 그릇을 찾는건가요? 아니면 한번더 소환을 할껍니까?” 경장차림의 청년이 중년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를 가르치지로 했네. 그분의 핏줄이라면 그도 그분과 같은 성취에 이를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그의 옆에는 그녀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저주스러운 여자 시하일라의 딸이 말입니다. 그리고 마국(魔國)의 방해 공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봅니다만은.” “알고있네. 그래서 여기 6인중에서 한명이 그에게 접근 하도록 할것이야. 그리고 그 임무는 라이에넬이 맡도록 하지. 검과 마법의 분야 둘다 최상급 수준에 이른건 그대뿐일테니. 그녀의 딸에 대한 일을 조금 참아주길 바라네... 우리의 과업이 그대의 사적감정보다 더 중요하다는건 알고있겠지, 그리고 그녀에게 정체를 들키지 말아야 하네. 특히 그녀의 능력은 그녀의 어머니조차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에 와 있다네.” 모두의 시선이 붉은 숏 커트머리에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17세 가량의 소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런데 아까전만 해도 어떻게 말로 표현할수도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중년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상이 찡그려져 있어서 그 아름다움에 가벼운 흡집을 내고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매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마지못한다는 듯이 중년의 제의를 수락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해산이다.” 중년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한줄기 바람이 창문도 있지않은 방에 포연히 불어왔고 방에는 검은 테이블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시하와 함게 지낸지 일주일 하고도 3일이 지났다. 그리고 시하가 본성을 드래낸것도 2일전부터였다. 3일전만 해도 그렇게 힘들지 않던 육체노동의 일이 하루 사이에 5배 가량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엔 나도 못하겠다고 악을 쓰고 반항해보기도 했지만 난 이곳 지리도 모르고 돈도 없고 살 집도 없고 직업도 여자도... 아니 이건 아닌가, 어쨌든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하의 협박성 짙은 권유에 밀려 인간이 하기에는 너무 비인도적인 노동을 하게 된 것이다. 아아... 처음부터 이곳에서 도망쳤어야 됐어... 그렇게 시하의 무지막지한 권력에 휩쓸려다니던 나는 오늘도 실험에 쓸 나무장작을 채집하기 위해서 주변 산속을 다니고 있었다. “꺄악~~~” 20분 정도를 나무채집에 몰두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여자의 비명소리가 왼쪽으로부터 들려왔다. 소리의 강도를 봤을때 꽤 가까운거리인 것 같았다. 아니다 다를까 비명소리가 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가 들려왔던 쪽에서 한 여자가 무성히 자라있던 풀을 헤치며 나타났다. 키가 4미터도 더 되 보이는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를 대동하고... “살려주세요! 제발, 아저씨, 저좀 살려주세요!” 풀속에서 갑자기 무서운 아저씨들을 이끌고 등장한 여자는 붉은 머리를 깔끔하게 숏커트한 어려보이는 소녀였다. 거기다가 이 산속 배경과는 많이 어울리지 않는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그런데 나보고 아저씨라니... 도와주고 싶어도 아저씨라는 그 한마디의 분노 때문에 도와주고픈 마음이 싸악~ 생긴건 이쁘게 생기긴 했지만 난 별로 여자에게 혹하는 성격도 아니고... 대충 상황을 보니 이 여자는 산속을 돌아다니다가(왠지는모르지만) 저 뒤의 무써운 아저씨들을 우연히 만나버린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 같았다. 아, 그건 나도 이제 마찬가지구나. 나는 이몸을 아저씨라는 혐오감을 주는 단어로 부른 저 소녀를 뒤에 대기하고 있는 저 무서운 아저씨들에게 던져주고 도망갈까하고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난 그렇게 사악한 놈은 못된다. 나는 갑자기 나타난 나를 의식해서 잠시 대기하고 있던 아저씨들의 틈을 타서 소녀의 손을 잡고 시하의 집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소녀를 이끌고 시하의 집으로 도망치자 그 소녀를 노리고 있던 아저씨들이 화가 났는지 우워우어워 하는 괴성을 지르며 나를 쫓아왔다. 크~ 처음에 싸웠던 오크는 그나마 인간틱(?)하고 검도 가지고 있어서 싸울 용기라도 났지만 소녀를 노리고 죽자 사자 쫓아 오는 저 무서운 아저씨들은 감히 덤빌수도 없게 만드는 크기의 위압감이 있었다. 하긴.. 오크는 나와 비슷한 키였고 저 아저씨들은 그 2.5배 정도? 가히 몬스터라 불리울만한 크기다. 얼마나 달렸는지 내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맻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붉은 머리칼의 소녀는 전혀 지치지도 않는지 땀 한방울도 나지 않았다. 나무를 채집하는 곳이 시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나는 시하 집 근처에 이르자 마자 목이 터져라 시하를 외쳤다. “으응? 뭐야? 뭐야?” 오~ 구세주여~ 나와 일주일 하고도 3일을 동거동락한 사이인 시하는 내가 몇 번 고함을 지르자 마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주었다. 안에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옷이 온통 재투성이었지만 그렇게 반가울수 없는게 내 뒤에 쫓아오는 아저씨들을 처리할수 있는 존재가 바로 시하였기 때문이다. “시하! 시하! 내....헉헉... 내 뒤에 쫓아오는... 헉... 아저씨들좀~~” 숨이 차올라서 겨우겨우 시하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알렸다. 뭐, 누구나 뒤에 이상한 괴물이 쫓아 온다면 상황 이해는 하겠지만... 나는 빨간 머리 소녀와 함께 시하의 뒤로 숨었다. 남자가 이렇게 추한 꼴을 보인다는게 좀 껄끄럼긴 했지만 나에겐 아무 힘도 없는 처지라 나설수도 없기 때문에 잠자코 시하의 뒤에 짱박혀있었다. 그런데 시하와 만나고 나서부터 빨간 머리 소녀가 손을 잡는 힘이 조금 강해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음... 저건 트롤이잖아? 이 부근에서는 살지 않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네... 그리고 그 계집앤 뭐야?” “으... 몰라, 얘는 좀 있다가 말해줄테니깐 니앞에 있는 그 트롤인가 뭔가좀 없애줘~” “알았어 알았다구,” 시하는 내가 울것처럼 애원하자 한심하다는 듯이 한번 살짝 쳐다봐주며 양손에 둥근 화염구를 두개 만들어 이때까지 나를, 아니 빨간머리 소녀를 쫓아오던 트롤들에게 가볍게 날렸다. 퍼엉 엄청난 폭팔음이 내 귀를 강타했다. 시하도 폭팔소리가 조금 컸던지 살짝 자신의 귀를 감쌌다. 그리고 시하가 날린 화염구를 정통으로 맞은 트롤 아저씨들은... 으... 말하기도 뭐할 정도로 처참하게 타버렸다. 난 끔직한 트롤들의 시체에서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보다간 내 눈이 썩겠어~ “
첫댓글 보기 쉽게 고치는게 우선일듯 하네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