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학살로 치닫는 '침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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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헬기의 공격으로 일가족 15명을 잃은 라제크 알 카젬 알 카파지가 자녀 3명의 시신이 든 관 옆에서
울부짖고 있다.
출처 www.jordantime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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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으로 공격하는
등 이라크 침략전이, 노골적인 학살로 치닫고 있다.
바그다드 남쪽 80㎞ 지점에 있는 소도시 힐라에서 지난 1일, B-52 폭격기를 동원한 공습으로 민간인이 최소한 33명이 숨지고 3백10명이
부상하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 사망자 중 최소 9명이 어린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에도 오전 연합군의 공습으로 바그다드 ‘붉은 초승달’(이슬람권
구호단체)병원이 폭격당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사고로 수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25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힐라에서 미군 헬기의 공격으로 트럭에 타고 있던 일가족
15명이 몰살되기도 했다. 라제크 알 카젬 알 카파지라는 남성은 격전
중인 나시리야에서 일가족과 함께 탈출하다 힐라 부근 하이다리야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의 공격을 받아 부모와 아내, 여섯 자녀와 동생 부부 등 가족 15명을 모두 잃었다.
지난달 31일에는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인근 9번 고속도로를 경비하던 미 3사단 소속 군인들이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이라크 일가족 10명을
‘조준’ 사격해 몰살시키는 사태도 발생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1일 힐라에서 민간인 대량 살상이 빚어진 것은, 미군이 공습에서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cluster bomb)’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힐라에 대한 공습이 있은 후 모하메드 알-사하프 공보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미·영 침략군이 금지된 무기(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AFP통신은 지난 2일 "미군이 공중에서 ‘자(子)폭탄’으로 분리되며
넓은 지역에 대량 인명 살상을 유발하는 집속탄을 쓴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인권감시협회(HRW)도 "종군기자들의 증언과
방송화면 분석으로 볼 때 수많은 집속탄이 사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미군은 2일 집속탄 사용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일 성명을 내고 B52 폭격기가 이날 새벽 이라크
중부지역에서 연합군을 향해 남하중인 이라크군에 '전투 역사상 처음으로' 신형 'CBU 105' 집속탄 6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민간 거주지역에 대한 집속탄 폭격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는 연합군이 민간 거주지역인 힐라에서도 집속탄을 사용했으며, 모델명은
‘CBU 87’로 “BLU 97’이란 이름의 자폭탄 202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혔다.
"하늘에서 자몽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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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속탄(CBU-87형). 출처 www.fas.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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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라크인 일가족에 대한 조준사격에 이은 집속탄 공세는, 연합군이 민간인 학살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속탄은 '대량살상무기'인 것이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수백 여 개의 ‘자(子)폭탄’으로 분리되면서 축구장보다 넓은 면적을 타격하는 가공할 살상력을 가진 무기이다.
집속탄은 비유도(非誘導) 폭탄이어서 '조준'이 불가능하다. 집속탄이
'덤(dumb:멍청이)'이라는 별칭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속성은 곧 군사시설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집속탄의 가장 큰 위력은, 수많은 산탄(散彈)들이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는 데 있다.
힐라 지역에서 떨어진 집속탄의 종류는 ‘CBU 87’형이며, 자폭탄은
“BLU 97’형으로 알려졌는데, 모탄인 집속탄은 자폭탄 202개로 구성돼 있다. 또 자폭탄 1개마다 각각 300개의 산탄(散彈)이 모여있다.
집속탄을 공중에서 투하한 후, 일정한 시간이 되면 202개의 자폭탄들이 분리되며, 자폭탄 속의 산탄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지며 날아간다. 집속탄 1개를 투하할 때마다 무려 6만개가 넘는 산탄이 발사되는 셈이다. 이 산탄들이 흩어지는 범위는 축구 경기장보다 더 넓다.
더욱이 각각의 산탄들은 두꺼운 철갑을 뚫는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다.
"처음 하늘을 바라봤을 때 마치 자몽같은 노란 과일들이 비오듯 쏟아지는 것 같았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등지의 집속탄 피해자들은 곧잘 이같은
증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후면 '노란 과일'들은 무자비한 살상
무기임을 깨닫게 된다.
집속탄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민간인'들을 살상한다. 집속탄의 ‘자(子)폭탄’ 중 약 10%가 불발하며, 이것들이 지상에서 강력한 지뢰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폭탄의 상당수가 밝은 노란 색깔에 음료수
캔만한 크기여서 어린이들이 손을 대다 참변을 당할 위험이 크다.
토막,토막…끔찍한 광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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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군이 이라크에서 나눠주고 있는 배급식량과 집속탄의 자폭탄이 똑같이 노란색으로 포장돼 있어 어린이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다.
출처 www.cursor.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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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라크에서 발생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연합군이 뿌리고
있는 배급식량과 집속탄의 자폭탄이 똑같이 노란색이으로 포장돼 있어 혼동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한 사고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이후 집중된 민간인 살상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미국과 연합군측은 이라크군의 ‘인간방패
이용’, ‘자살폭탄 공격 우려’ 등을 내세우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모든 민간인 희생의 책임은 후세인에게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빈센트 브룩스 미 중부사령부 준장도 "민간인 희생이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라크 정권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동원하기 때문에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연합군측의 태도에 비추어 바그다드 등지에서 시가전이 본격화하면 ‘집속탄’ 남발 등으로 인한 민간인의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으로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수를 집계하고 있는, 국제반전단체인 ‘이라크 보디카운트’(www.iraqbodycount.net)는 3일 현재 이라크 민간인 최소 569~최대 725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의 이라크 특파원 로버트 피스크(Robert
Fisk)는 2일 힐라의 병원 풍경에 대해 “정육점처럼 토막난 시체들이
즐비”했다며, 집속탄 공격에 의한 참상을 전했다.
로버트 피스크 기자는 “로이터와 AP 통신 특파원들이 이라크 당국의
허가를 받고 힐라 지역 희생자들의 모습을 21분짜리 비디오 테이프에
담았으나, 너무 끔찍한 장면들이어서 불과 몇분 짜리 분량으로 편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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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의 공습으로 오른쪽 눈을 다친 이라크 어린이. 힐라 병원. ⓒ
Aljazee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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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름에는 신체가 토막토막 절단된 어린이들의 모습이 상당부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힐라에 집속탄 폭격이 있은 다음날인 2일에는 다섯살배기 나데르는
떨어져 있는 집속탄의 자(子)폭탄을 만지던 중 자폭탄이 폭발하는 바람에, 오른쪽 눈을 크게 다치기도 했다. 요르단 영자지 <요르단 타임스> 4월 2일자는, 수술을 앞둔 나데르는 실명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미군이 이번 이라크전에서 집속탄 외에도
무게 1t에 이르는 초대형 모압(MOAB)폭탄과 네이팜탄, 열화우라늄탄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침공 전부터 "가장 정교한 무기를 사용해 민간인 피해가 없는, 역사가
경험하지 못한 전쟁이 될 것" 이라고 공언하던 연합군은 지금 이라크
어린이들의 가냘픈 육체와 맑은 눈동자를 향해 ‘대량살상무기’를
퍼붓고 있다.
* 다음은 집속탄 공격을 받은 힐라 지역 희생자들의 참상을 전한 로버트 피스크와 저스틴 허글러 기자의 <인디펜던트> 4월 2일자 기사 ‘마을 폭격으로 어린이들이 죽고, 불구가 되다(Children killed and
maimed in bomb attack on town)’ 중 주요 내용이다.
힐라 병원… "유일하게 생존했지만, 발 한쪽을… "
4월 1일 이라크 중부에 위치한 힐라에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하여 최소한 민간인 11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이 폭격으로 희생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자 중 9명이 어린이였고, 1명은 아기였다. 병원 직원들은
민간인 사망자가 모두 33명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와 AP통신 특파원들이 이라크 당국의 허가를 받고서 카메라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간 뒤 폭격으로 희생당한 여성과 어린이들의 끔찍한 장면이 담긴 비디오 필름이 등장했다.
서방 통신사로서는 처음으로 이라크 희생자들을 공개한 이 필름은 몸이 두 토막 난 아이와 신체가 절단된 어린이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포격과 집속탄에 희생당한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에 있는 통신사 편집자들은 21분짜리 비디오 테이프 중 상당
부분이 텔레비전으로 방영하기에는 너무 끔찍해서 불과 몇분 분량만을 본사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는 잘려나간 아이의 시신을 안고서 카메라를 보며 “이 비겁한 놈들아, 이 비겁한 놈들아”하고 절규하는 아버지와, 힐라 병원 바깥에 주검으로 가득한 트럭 두 대 속에 꽃무늬 옷을 입은 여성이 누워있는 모습이 들어있다.
영국 애딘버러에서 의사 교육과정을 받은 나젬 엘-아달리 박사는 환자들 거의 모두 힐라와 그 인근 마을인 마자라크에 떨어진 집속탄에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당한 채 누워 있는 알리아 무크타프라는 여성은 폭격으로 아이들
여섯과 남편이 사망했다. 한 남성은 팔 하나를 잃었고, 아내와 아이들
둘이 사망한 마제드 드옐일이라는 남성은 아이 곁에 앉아 있다. 이 아이는 마제드의 아이들 중 유일하게 생존했지만 발 하나를 잃었다. 정육점처럼 토막 난 시체들이 즐비한 병원 영안실도 잠깐 비추어졌다.
이 지역에서 미군이 민간인들에게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이라크 관리들이 지난 48시간 동안 주장했지만, 서방 통신사에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상자들 대부분이 미군이 떨어뜨린 폭탄에 맞았다고 말했으며, 한
남성은 미군 전투기가 자기 집에 포탄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은 성조기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에 있는 편집자 중 한명에게 왜 런던에 테이프의 일부만을
보냈느냐고 묻자, 그는 필름을 감아서 절단된 아이의 시신 두 구의 부분을 보여주면서 “이걸 어떻게 보내느냐”고 말했다.
(Robert Fisk in Baghdad and Justin Huggler)
-집속탄의 작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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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기가 약 4천 피트 상공에서 모폭탄을 투하한다. 모폭탄은 약 9마일 거리까지의 목표물로 향한다.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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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폭탄이 열리면서, 202개의 자폭탄이
흩어진다.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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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개의 자폭탄은 노란색의 음료수 캔
모양이다. 높이 20cm, 지름 6cm의 원통형
자폭탄의 꼬리부분이 부풀면서 지상으로
내려온다.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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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97/B' 형의 자폭탄들은 각각 300개의 산탄으로 구성돼 있다. 자폭탄은 발화성 지르코늄이 울리면서 폭발한다.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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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폭탄은 일반적으로 가로, 세로 각각
200m, 400m 길이의 면적으로 퍼진다.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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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폭탄이 터지면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한다. 폭발위력은 17cm 두께의 철갑을
뚫을 정도이며, 폭발 범위는 반경 76m의
지역에 이른다.
출처 www. bbc.co.uk ⓒ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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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의 전형' - 집속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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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cluster bomb)은 ‘모(母)폭탄’ 속에 최소한 소형 폭탄
147개 이상이 들어 있는 일종의 산탄형 무기이다. 시한 장치에 의해 모폭탄을 목표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200여개의 자폭탄이 산개하면서 각각 수백개의 쇳조각을 분출한다.
이번에 이라크 힐라 지역에서 떨어진 집속탄의 종류는 ‘CBU 87’이며, “BLU 97’이란 이름의 자폭탄 202개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자폭탄 1개마다 각각 300개의 산탄(散彈)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집속탄 1개를 투하하게 되면, 무려 6만600개의 금속조각 즉 산탄들이 발사되는 셈이다. 그 속도 역시 탄도탄과 맞먹을
만큼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전형인 것이다.
집속탄은 장갑차, 군사시설 파괴, 그리고 대인 살상이라는 3개의
기능을 하는 무기이다. 모폭탄 1개가 축구장보다 넓은 면적(BLU-97의 경우 가로 세로 각각 200m, 400m 길이의 직사각형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물 파괴나 적의 도주로 차단 등에 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비유도(非誘導) 폭탄이어서 자동 조준이 불가능한 데다,
자폭탄 10개 중 1개가 불발한 후 지상에서 강력한 지뢰 기능을 하기 때문에 민간인을 대량 살상할 우려가 큰 가공할 무기이다.
특히 자폭탄의 상당수가 밝은 노란 색깔에 음료수 캔만한 크기(높이 20cm, 지름 6cm)여서 어린이들이 손을 대다 참변을 당할
위험이 크다. 금속으로 된 이 자폭탄에는 수백 개의 산탄이 들어있어 치명적이다.
또한 연합군이 이라크에서 나눠주고 있는 배급식량과 집속탄의
자폭탄이 똑같이 노란색으로 포장돼 있어 어린이들이 혼동하기
십상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미국이
2001년 10월부터 2002년 3월 사이에 아프가니스탄에 집속탄
1,228개를 사용했으며 이것은 248,056개의 소형폭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전쟁 이후 집속탄의 자폭탄이 돌멩이처럼 굴러다닌다는 아프가니스탄의 서부도시 헤라트에서는 12살짜리 어린이가 가지고 놀던 자폭탄이 폭발하는 바람에 두 팔을 잃기도 했다.
2000년 9월까지 미국과 영국이 코소보에 투하한 집속탄 3만발이
전쟁 1년 후에도 남아 150명의 사상자를 냈다.
쿠웨이트에서는 걸프전 이후 불발탄과 지뢰로 인해 1,4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중 집속탄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다.
이 같은 민간인 피해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국제 인권단체는 집속탄 사용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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