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약
보약이 필요한 시대! 기를 살리고 혈을 뚫어 동력을 만들고, 힘을 비축할 때입니다.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순환시켜야겠지요. 작약과 황기, 당귀, 천궁, 감초, 계피, 생강, 대추, 잣, 호두를 달여 만든 쌍화탕이 제격입니다. 작약은 쌍화탕의 주요 재료입니다. 혹한의 날씨가 이어져 몸이 위축될 때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 회복을 돕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약재! 굳이 의술의 신 파에온(paeon)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지치고 야윈 심신을 치유할 신비의 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옛날식 다방에 앉아 마시는 계란노른자 동동 띄운 그 맛으로.
여러해살이 약초인 작약은 혈액순환을 도와 어혈을 없애고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복통, 생리통, 근육통을 진정시키며 간, 위장 질환 치료에 좋습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력 회복을 돕지요. 갱년기 증상, 두통, 가슴 두근거림, 신경쇠약 등 부인병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널리 쓰입니다. 향이 좋아 부케로 애용되며 향수의 재료로 인기가 높습니다.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 꽃은 붉은색과 흰색 두 종류로 나뉘며 더러 분홍색을 띱니다. 꽃 색에 따라 약성이 조금씩 다르나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통과 상처로 점철된 임인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가 세상살이를 옥죄고 너와 나, 이웃과의 왕래를 가로막습니다. 한파는 날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경제 한파가 서민들의 삶을 짓누릅니다. 안과 밖을 가로막은 벽은 더 두텁고 단단해집니다. 차갑게 식은 온기는 집단 갱년기 증상으로 표출되지요. 공동체에 힘이 빠지며 열패감이 확산되는 순간, 사회적 병리현상은 통제 불능이 됩니다. 작약 꽃 같은 화사함은 아니더라도 그 온기만큼은 지켜야겠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가 꽉 막혀버린 듯 움직임이 더디고, 곳곳에서 역류 현상이 심화됩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지성과 반지성이 모호해진 집단 급체! 이대로 두면 곧 숨이 멎거나 강력한 고통이 엄습하겠지요. 긴급 처방이 필요해 보입니다. 굳은 근육은 풀고 멈춘 심장은 다시 뛰게 해야 합니다. 멈추고 굳지 않도록 공동체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때, “껍데기는 가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강병로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