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서야 일요일 에이스의 용봉산행에 신청하였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덕숭산 아래 수덕사도 오랜만에 들러보고 싶어서다.
염주동 뼈해장국집 앞에서 쇄락이 오르며, 참가자에 보이지 않던데 왔다며 반가워 한다.
문예회관 앞에서 마지막으로 모두를 태우고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거의 두 자리를 혼자 차지하게 참여자는 많지 않다.
고창고인돌휴게소에 내려 아침을 준다.
따끈한 찰밥에 열무김치와 조미김을 준다.
된장국이 없어도 부드럽게 잘 넘어 간다.
차창 밖으로 호남평야의 아침이 한폭의 수묵화처럼 보기 좋다.
안개 피어오른 산야에 날씬한 소나무들이 한 또는 여럿이 서 있는 작은 능선을 잘 찍어보고 싶은데
달리는 차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고속도로 아닌 내 차를 끌고 새벽이나 저녁에 이런 길을 달리던지
걷던지 해 볼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중간에 어느 휴게소에서 한번 쉬는데 난 잠자느라 내리지 않는다.
9시 40분을 지나 홍성과 광천을 지나 용봉초등학교 옆에 내려준다.
정자엔 한 사나이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텐트를 말리고 있다.
입구를 지나는데 용봉휴양림 입장료가 1,000원이 있다.
오르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총무님이 계산을 하신다.
소나무가 늘어선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을 오른다.
오르막 끝에 미륵암이 있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규목 아래 만물 바위가 있고
대웅전 옆에 커다란 미륵불이 서 있다.
자연석 하얀 화강암이 뒤를 감싸고 있다.
상고머리를 한 불상은 무슨 수인을 한지 모르게 기다란 손가락이 배 위에 있다.
다시 마당을 나와 일행이 들어서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10시가 지난다.
10분 가량 오르자 전망 정자가 보이는데 지나친다. 한 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오르는지
처사님을 부르며 물을 마신다. 아이를 부축해 오르는 가족도 보인다.
나보다 나이가 적지만 관절염 초기 증상에 걸음이 느려 먼저 나선 쇄락이 바위를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그와 함께 가다가 첫 최고봉이라는 곳 앞에 그가 물을 마시는데 난 기다리지 않고 앞지른다.
맨 선두에 선 나이드신 남녀 두 분과 그들을 따라 간 청죽우 대장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영지주를 따뤄 주던 청죽우가 막걸리도 있다해 그를 따라붙으면 막걸리 마시며
쉴까 하는데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부지런히 서둘러도 보이지 않는다.
용봉산 정상석도 지나고 물개바위 삽살개바위 지나도 우리 일행은 아무도 없다.
혼자서 건너의 하얀 바위 능선과 내 앞에서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찍으며 여유를 부린다.
악귀봉을 넘어 병풍바위를 건너다 보며 바위에 자리를 잡고 쉰다. 11시다.
물을 마시며 홍성중학생 애들이 지도강사(여) 팻말을 맨 이들과 집게와 비닐 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힘겹게 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 청죽우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거니 최영장군 활터를 다녀와
물개바위를 넘어 내려오고 있다며 막걸리 마시게 기다리라 한다.
잠시 후 청죽우가 와 그가 어젯밤 삶았다는 삼겹살 백숙에 묵은 김치를 곁들여 막걸리를 마신다.
쇄락이 곧 도착해 같이 나눠 마시고 일어나려는 차에 총무님 등이 도착한다.
같이 걷다가 뒷쪽에서 오는 이와 통화한 청죽우 대장이 점심을 먹자고 한다.
6명이서 길 가에 이른 점심을 편다.
막걸리를 마시고 아침에 남은 영지술을 마시느라 내가 준비한 소주와 맥주는
다시 배낭에 넣는다.
한 봉우리를 올라 홍성 내포신도시(새로운 충남 도청??)를 내려다 보다가 고개를 내려간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은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간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가루실고개다.
마을 앞 회관을 지나 찻길을 걷다가 저수지 쪽으로 방향을 틀어 아스팔트를 걷는다.
수덕사 이정표가 있는 둔리2리 마을표지석이 있는 삼거리에서 덕숭산을 오르려는데
앞에 파란 철망이 막아선다. 에이스 산악회 리본을 따라 청죽우님과 가는데,
따라오는 일행은 산 하나 넘고 아스팔트 낮으막한 오르막에 지쳤는지 따라오지 않는다.
청죽우와 둘이서 덕숭산을 오른다.
한번 전망이 열려 정상쪽으로 보고 숨차게 청죽우의 걸음을 따른다. 힘들다.
40여분 올랐을까, 수덕사 3거리에서 바위에 올랏다가 잠깐 걸으니 정상이다.
청죽우님을 찍는데 나도 찍어준다고 서란다. 사양하다가 어색한 폼을 잡는다.
올라오던 길과 다른 쪽으로 가까운 길을 택해 내려간다. 채마밭이 보인다.
관광객들이 더러 올라오고 있다. 전각을 여럿 거느린 사찰이 나타나는데
한 남자가 여기가 정혜사냐고 한다.
모르겠다고 하며 들어가 보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동그란 돌이 얹힌 만공탑을 지나 건너에 암자가 보이는데 산객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머리에 관을 쓴 불상이 크게 서 있는데 왼손을 받치고 오른손을 세워 손가락이 둥그런 꽃잎처럼 보인다.
소나무 사이 사람들이 많은 등로를 내려와 수덕사로 들어간다.
바위에 동전을 붙이고 있는 사이를 들어가니 지붕 부재들이 밖으로 들어난
수덕사 대웅전이 보기 좋다.
대웅전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서 대웅전을 본다.
청죽우가 절을 하고 나오자 관광객 사이를 돌아 내려오다가
수덕여관으로 들어간다. 암각화를 보고 예전에 비해 잘 정비된 여관을 보고 나온다.
고암전시관을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쉽다.
사람 많은 상가를 지나 코리아나 관광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으로 오니 뒷쪽에
술판이 벌어져 있다.
쇄락 등이 술을 따뤄 주시고 선랑 선녀님이 잡고 요리해 주신 문저리 초무침을 먹는다.
수덕사 구경하러 온 이를 기다려 3시가 지나 출발한다.
광천사우나에 목욕시간 한 시간을 주는데 모두 일찍 나와 광천시장을 구경한다.
젓갈이 중심이 시장을 거쳐가니 축제의 메인 무대가 나타나고 막 노래자랑이 시작되고 있다.
다시 시장을 거쳐 목욕탕 앞으로 오는데 관광객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권한다. 계산이 어쩌는지 몰라 망설이는데 난 두 번 받아 마신다.
여성들은 안에서 젓갈을 사고? 남자들에게는 주인이 내 주는 막걸리를 마시며
시식을 한다고 한다.
5시에 광천을 출발해 한 시간 반쯤 달려 선운산IC를 빠져나와 흥덕기사식당에서
돌솥밥을 먹는다. 청죽우가 옆에 앉아 소주를 권해 참지 못하고 각 1병 정도 마신다.
선랑님이 초무침 안주를 또 주신다.
7시 반쯤에 염주체육관 앞에 도착해 쇄락이 태워주는 승용차를 타고
풍암저수지 지나 큰 길 가에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