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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정보원
 
 
카페 게시글
농촌사회사업 스크랩 <10.25>자전거타고 동네 한 바퀴(종미리-수동-연주리)
이주상 추천 0 조회 88 09.10.27 18:3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일요일, 도서관은 쉬는 날입니다.

 

평소 동네를 다니지 않아

지리도 잘 모르거니와

 

마을에 새로 와서 일한다는 사람이

안남 어른들께 인사를 더 잘 하고 싶습니다.

 

해가 내리앉을 무렵,

더 노오랗고 포근해진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출발하기 전,

도서관서부터 금강 옆길로 가는 길을 미리 검색하고 출력해두었습니다.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 자동차로 가는길 보기

 

페달 밟고 가기 시작하니

늘 바라만 보았던 도랑 건너 마을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며칠 전만 해도 노오랗게 익었던,

논의 나락들은 짚을 무성히 남기고 있습니다.

 

밭을 갈아엎은 자리에

밀씨, 보리씨를 뿌리는 손길이 오갑니다.

 

 

"빵~"

뒤돌아보니 하영, 다영이 아버지십니다.

하영이 데리러 올 때도 쓰셨던,

멋진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영화 주인공처럼 나타났습니다.

 

"어쩐 일이여?"

"동네 지리도 좀 알고 싶고, 마을 어른들 인사도 드리려고요."

"어~ 잘 했네."

 

 종미리 가는 길을 여쭈었습니다.

 

 

 

 

가는 길 곳곳에 평화롭고 넉넉한 시골 풍경이 가득합니다.

 

일요일을 맞아

모처럼 여유롭게 돌아다니긴 하나,

바쁜 철에 혼자 여유부리는 듯 하여 미안하기도 합니다.

 

종미리 들어가는 어귀에서

한솔이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를 만납니다.

 

한솔이 아버지께서 도서관 선생이라 소개시켜주셔서

인사드렸습니다.

 

대대로 땅에 뿌리를 둔 농민의 삶을 사는

한솔이네 가족에게 절로 고개숙여집니다.

 

종미리 들어가니 한솔이 어머니, 한솔이가

대문 앞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 한솔아~!"

 

 

한솔이네 지나자 갈림길이 나옵니다.

반대편에서 오시는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길을 여쭙니다.

인사드리고 보니,

얼마 전 도서관에 잠깐 들렸다 가신 마을 어른입니다.

 

댁은 윗종배인데 미산 가는 길이시라면서,

길을 잘 알려주십니다.

 

알려주신 길을 따라 자전거를 몰고 가니

눈 돌리는 곳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종미리 들어가는 길목에, 경율당이 나타납니다.

 

 

경율당은 조선 영조 12년(1736)에 용궁 전씨의 시조인 전섭의 47대손인 전후회가 세웠다.

율곡 선생의 학덕을 흠모하여 자신의 호를 경율이라 하고, 서당 이름도 경율당이라 했다.

후손들의 학문 연수와 인격 수양의 장소로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됐다.

금방이라도 선비들 낭랑하게 시 한 수 주고받고

글 짓는 소리가 들릴 듯 합니다.

 

율곡 이이의 학덕을 흠모하고, 자신의 호도 그리 지은 전후회.

그리고 그 학덕을 본받고자 학문연수와 인격수양의 터로 삼은 곳,

 

이제는 문화재로 남았으나

사당 건물에서 남다른 품위와 격이 느껴지는 까닭이 이해갑니다.

 

이런 역사와 뜻이 살아있는 땅에서

아이들이 인생(삶) 공부 깨치는 일과

사람 사이 인격이 성장토록 돕고 싶습니다.

 

종미리를 뒤로 한 채

금강 길을 쫓아갑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길이 앞에 나타납니다.

 

금강을 따라가는 이 길을 가다보면

비포장 길도 나온다고 하는군요.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가

은애, 진성, 진희 아버지신 김진규 아버님을 만났습니다.

일하시는 깻잎 하우스가 여기랍니다. 

 

 

은애가 동생 진성, 진희를 어른스레 챙기면서 자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얘기 도중 온 전화,

이웃 식당에서 막순(일정 크기 이상 커져버린 깻잎) 좀 달라는 전화입니다.

 

"내가 딸한테 전화해놓을게."

 

은애가 Kg만큼 달아서

박스에 담아놓을거랍니다.

 

4살부 때부터 동생들 돌보고

평소 진성, 진희 목욕도 시키며

아버지 일도 척척 돕는 은애.

 

새벽에 하우스 일하러 가는 엄마에게

"그렇게 일이 좋아?" 했대요.

 

부모님 일을 잘 알고 잘 돕고,

부모님 일의 의미도 차차 이해하며 자라는 은애가 귀합니다.

 

수동 마을 길에서

여러 번 안면있는 어머님을 만납니다.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돌아다니는 이유를 말씀드리니

"밥 먹고 가라고 하면,

 그건 헛말이고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가~" 하십니다.

 

해가 떨어지며 바람이 선득해지는데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니

온 몸에 온기가 돕니다.

 

"바람 차워질 적에 커피 한 잔 마시니 몸이 따숩네요."

 

감사하단 말에 어머님 얼굴에 함박미소가 퍼집니다.

그걸 보는 제 마음은 또 어떤지요.

 

이런저런 사는 사정 궁금해하시다가

"혼자 지내는 건 좀 괜찮고?"하시기에

"동네 인심이 좋아 살기 좋습니다, 어머님."하니

"하긴, 인심 좋~고 경치~ 좋은 안남에서 살아요 하는 노래도 있지."하십니다.

 

동네에서 마주치면 커피 한 잔 얻어먹는 인심이니

어머님 노래 구절이 와닿습니다.

 

 

 

마을 곳곳 다니며,

이미 면소재지에서 몇 번 ?던 어른들 인사드리고 길도 여쭙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부모님도 자연스레 만납니다.

 

동네 지리도 조금씩 눈을 뜨니

마을을 이해하기도 한결 수월합니다.

지역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 사는 마을 사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진정으로 지역사회 다니며 하고픈 일중 하나였던,

자전거타고 면단위 안에서 인사다니기.

 

발바닥으로 하는 사회사업,

그 묘미를 알 듯합니다.

 

아름답게 가을 빛 물드는 안남에 사는 복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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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0.27 23:53

    첫댓글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 09.10.28 07:36

    가을의 한 자락이 안남에도 머물었네요? 울긋불긋 예쁜 단풍진 산과 고요히 흐르는 금강이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마을 인사. 마을 탐방 ^^ 주상오빠가 마을 사람으로 차츰 자연스럽게 그분들과 이야기 하는 모습이 일상으로 느껴집니다.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 09.10.28 19:06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안남에 총각선생님

  • 09.10.29 00:21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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