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의 동메달'
우리나라 봅슬레이 대표팀이 세계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의 기적을 연출했다. 영화 '쿨러닝'의 감동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셈. 봅슬레이는 강철 썰매로 1500m의 내리막 회전 주로를 달린 소요 시간으로 순위를 매기는 경기.

강광배(강원도청)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봅슬레이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유타 솔트레이크시티 파크시티 경기장에서 치러진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 4인승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 39초 23의 기록으로 캐나다(1분37초22)와 미국(1분38초43)에 이어 3위를 차지,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상 첫 국제 대회 메달이자, 봅슬레이 불모지에서 일으킨 기적.
이로써 우리나라는 올 시즌 국가별 랭킹 포인트 18위에 오른 전날 2인승에 이어 4인승에서도 2008-2009시즌 국제봅슬레이연맹이 주최하는 월드컵 시리즈 출전권과 다음 달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설 수 있는 자격도 함께 갖게 됐다.
 <출처-대한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출처-대한체육회>
우리나라 봅슬레이 대표팀의 동메달을 얻기 위한 노력은 영화 '쿨러닝'을 뛰어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강광배 감독은 감독 겸 선수로 2인승과 마찬가지로 4인승 경기에 올랐고, 브레이크맨 이진희(강릉대학교), 푸셔로 나선 조인호와 김성수(강원도청)과 팀을 이뤘다. 선수가 없어 2인승 경기에 출전했던 조인호와 김정수를 동원한 것.
선수 구성도 힘들었지만, 경기 출전은 더욱 열악한 지경이었다. 2인승 경기와 마찬가지로 4인승 경기에서도 주최 측에 500달러를 내고 봅슬레이 썰매를 빌려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그나마 빌린 봅슬레이 썰매엔 엉뚱하게도 '솔트레이크 2002'란 글자가 새겨져 선수들의 헬맷에 부착된 태극기가 아니면 우리나라 선수들인지 분간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 팀은 전무하고, 강광배 감독 겸 선수가 몸 담고 있는 강원도청이 국내 유일의 실업팀인 현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봅슬레이 대표팀은 1차 대회에서 5위를 차지, 2차 대회에 진출해 동메달의 쾌거를 따냈다. 국내에 싸늘한 관심 속에서도 장비 하나 없이, 썰매를 빌려타는 수모를 겪으며 이룬 값진 성과.
 <출처-포털사이트 네이버>
14일 오전 우리나라 봅슬레이 대표팀의 동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열광 그 자체였다. 네티즌들은 '정말 대단하다', '눈물이 난다'며 격려를 보냈고, '썰매를 빌릴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 '국제 대회에 나간 선수들을 이렇게 대접할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전세기 띄워주고, 봅슬레이 대표팀은 썰매를 빌리게 하는가', '김연아도 대단하지만 동계스포츠를 개척하는 봅슬레이 대표팀도 성원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우리나라 봅슬레이 대표팀은 다음 달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봅슬레이를 빌려타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기적을 그들은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