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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강동구 길동 '한국 국보문학'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
임 회장님은 출타 중이고, 여직원 혼자서 사무 보고 있었다.
귀가하다가 잠실역 8번 출구 인근에 있는 중고서점에 들러서 여러 종류의 책을 조금씩 살폈다.
여행, 사라지는 옛 문화에 대한 산문과 사진이 든 책, 국사, 한국어 사전류, 글쓰기, 자연과학, 원예 등이 내 관심사.
아동용 책 수준이 엄청나게 높다.
어린아이라도 역사(국사, 세계사) 지식이 무척이나 높다고 보았다.
석촌호수에 벚꽃 구경꾼이 엄청나게 많았다.
외국인도 상당하다.
석촌호수 서호 쉼터에서 노인들이 두는 장기판을 내려다 보았다.
꽃잎이 꽃바람이 되어 날리며, 산책로에 떨어져서 발길에 밟힌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렸을 적에야 사진에 찍히지만 길 위에 떨어진 뒤에는 아무렇게나 밟혀서 으깨어진다.
바람에 날리면 꽃비일까? 꽃눈일까?
꽃 + 비(雨) = 꽃비
꽃 + 눈(雪) = 꽃눈
'꽃눈'은 따로 있다.
나무가지 곁순에 꽃이 될 싹은 '꽃눈', 잎이 될 싹은 '잎눈'이다.
꽃이 활짝 피었다가 지는 모습을 '꽃비', '꽃눈'이라도 한다. 눈송이처럼 탐스러우니까.
잎사귀가 제법 많이 돋으면서 꽃잎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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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詩를 보았다.
'部落單位 품맛이와 鄕約두래라'
한자 투성이의 글에서 우리 말인 '품맛이, 두래'가 어색하다.
품맛이 → 품앗이 :
- 마을 공동체에서 힘든 일을 서로 거둘어 주면서 서로 간에 품을 지고, 나중에 갚았다.
두래 → 두레
- 마을 단위 품앗이나 농사 일을 공동으로 하려고 마을 단위로 둔 조직
한자(漢字)보다 우리말, 우리글(한글)로 글 썼으면 더욱 좋았을 터.
예전 교통이 불편하고 친인척이 몰려 살던 농경사회에서는 협동 협조하면서 살았다.
그런 이상향적인 농경사회는 무너졌고, 심지어는 사라진 지도 오래 되었다.
지금은 대단위 아파트에서 살기에 이웃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르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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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詩를 보았다.
'농자'
한자어가 귀에 거슬린다.
뜻을 몰라서 국어사전을 펼치니 '농자(聾字) : 귀머거리. deaf'로 나온다.
느낌도 안 좋고, 나한테는 어려운 낱말이다.
서해안에 있는 고향집에 다녀와야 하는데도 서울에서 자꾸만 머뭇거린다.
농사철이 많이 지나갔는데도 요즘 산골마을로 내려가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와 구실로 서울에서 이렇게 빈둥거리니까 나는 성실한 농사꾼, 농부, 농민은 아니다.
나는 게으른 농사꾼, 엉터리 농사꾼이라서 그럴까?
서울 아파트 안에서만 있자니 요즘 몸이 무겁고, 늘어지고, 기운이 사그라지고 있어서 더욱 내려가지 못했다,
마음만큼은 벌써 시골로 내려가 텃밭에서 농사 짓고 싶다.
큰딸이 미국에서 귀가하는 것을 본 뒤에 다음 주중에는 시해안 산골마을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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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詩를 보았다.
'백의 숙제 청빈 생활'
무엇인가 어색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도 어떤 댓글은 '고운 시향에 젖습니다'라면서 칭찬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백의 숙제'가 아닌 '백이 숙제(伯夷叔齊)'가 뜬다.
중국 은나라 말의 고사이다.
사기열전에 나오는데 BC11세기이니까 지금부터 3,100년 전의 옛날 이야기다.
백이 : 첫째 아들 . 이름은 성은 묵(墨)이고, 이름은 윤(允)이다. 백(伯)은 맏이, 兄의 뜻이고. 이(夷)는 시호이다.
숙제 : 둘째 아들. 이름은 지(智)이고, 숙(叔)은 아재, 동생의 뜻이고, 제(齊)는 시호이다.
고죽군(孤竹君)이 똑똑한 둘째아들한테 왕위를 넘기려 했으나 둘째는 '형이 왕위를 이어받아야 한다'며 거절해서 산으로 들어갔고, 형도 이를 거절해서 또 산으로 들어갔다.
셋째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셋째가 나라를 다스렸다. 주왕 때 주의 무왕한테 나라를 빼앗겼다.
첫째와 둘째가 산으로 들어간 뒤 이들은 빼앗긴 나라의 땅에서 나오는 산나물이나 뜯어먹으면서 살았다.
3,100년 전의 중국 은나라, 주나라 때의 고사이다.
서기 2019년인 지금도 남의 나라인 중국 故史를 인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계 210여 국가가 있다.
왕, 수상, 대통령 직위를 '형 먼저, 아우 먼저' 하는 식으로 양보하지 않는다.
하나의 예다.
2019년인 대한민국(남한)의 정치현상에 비춰보면 위 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장기집권하려고 이승만은 1960년 3월 정.부통령 부정선거를 일으켰다.
박정희의 1961년 5.16. 군사구테타
1972년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 획책
전두환의 1979. 12. 12 군사구테타
1980년 5.18 광주사태 등
국민들은 위 비정상적인 정치의 이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요즘에는 형제 자매간의 재산 다툼으로 서로 재판 걸고, 심하면 가족 살해도 서슴치 않는 뉴스가 숱하게 뜬다.
위 '백이 숙제'의 이야기는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겠다.
이게 우리의 현실적인 삶에 무슨 영향과 가치가 있을까?
우리나라 과거의 사례는 없는가?
대국(大國)이라며 떠받들었던 중화사상에 아직도 길들여졌는가?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 즉 문자 지식인들이 무척이나 그렇다.
1.
오늘은 '한국 국보문학' 월간문학지 2019년 5월호에 올린 글 하나를 전송했다.
예전에 써 둔 일기라서 두서없이 빠르게 썼거니와 지금도 오탈자는 많다.
초안 상태의 위 글을 요즘에서야 수십 번도 넘게 다듬는데도 어색한 곳이 여전히 들어난다.
띄어쓰기, 맞춤법, 문장부호 등에 틀렸고, 또 어려운 한자말이 이따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날의 일기에는 한자어가 많이 들어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아내와 함께 서해안 고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둘러본 현장의 역사 등이라서 한자어가 많았다.
한자어를 줄이려고 글 다듬다 보면 엉뚱하게 자판기 키를 눌러서 잘못된 문구로 변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자, 한자말을 더 줄여서 보다 우리말로 된 글로 바꾸고 있다.
나는 나이 많아졌기에 이제는 자꾸만 눈 어둡고 귀 어둡다.
어제도 중고서점에 들러서 안경을 벗고는 책을 뽑아서 살펴보는데 화가 났다.
백내장 수술을 받는 지 오래된 탓일까, 눈이 자꾸만 흐려져서 잔글씨가 어른거렸고, 또 귀조차도 어둬지고 있다.
귀머거리를 뜻하는 '농자'라는 한자어에 오늘 아침에는 공연히 화가 난다.
아파트 베란다 위에 올려놓은 60여 개의 화분.
어제 늦은 밤에는 민달팽이 37마리, 오늘밤에는 29마리나 잡았다.
아파트 안에서 화분농사, 숟가락농사를 짓는 나는 건달농사꾼이다.
어제 오후에 바깥으로 나가서 어떤 모임에 참가한 뒤라서 조금은 피곤한데도 베란다에 올려놓은 화분에서 농사를 지었다.
화초농사(화분농사)이지만서도 이렇게라도 농사 짓는 체했다.
농사 짓는 사람을 일컫는 우리 말은 없을까?
'농사 + 꾼' = 농사꾼.
국어사전에는 농민(농민), 농부(농부)가 나온다. 영어로는 farmer.
전민(田民), 전부(田夫, 田婦), 전부(佃夫) : 밭 가는 사내, 농군(農軍) 등도 나온다.
요즘에는 '농업경영인'이란 낱말도 생겼다.
나는 건달 농사꾼이지만 지방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전문 영농교육을 조금이나마 받았고, 일정한 땅이 있기에 오래 전에 농업경영인으로 등록했다. '농업경영인'이란 낱말에 어떤 긍지도 느낀다.
하지만 '농자(農者)' 이런 말은 안 썼으면 싶다. 어감이 이상하게 들린다.
한자(漢字)에 찌든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2주일이 넘도록 붉게 피었던 군자란이 오늘서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꽃이 크고, 화려하고, 피어 있는 모습이나 떨어지는 자태가 무척이나 우아하다.
뒤끝이 깔끔하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서 작은 화분 위에 올려놨더니만 작은 화분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2019. 4. 11.
첫댓글 최 선생님!
'보령 한 바퀴'에 제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농투성이(농부를 얕잡아 이르는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박 선생님.
정말로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못되고 틀리고 어색한 부분을 다듬었습니다.
책에 오르는 글을 여러 사람이 지적/가리켜 주었으면 합니다.
제 글 더 다듬어야겠습니다.
농투성이 : 이런 말도 있습니다. 과거 100여 년 전의 세상에서야 어디 사농공상의 시대였고, 양반, 백성, 천민의 시대였으니 언어(말, 글)이 얼마나 달랐을까요?
저는 과거시대의 문화를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언어에서 경어법이 너무나 발달한 이유는...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고.. 언어의 민주화를 발전시켜야겠지요.
'한바퀴' '한 바퀴'는 제가 숱하게 고민했지요.
저는 특별한 의미로 여겼기에...'한바퀴'로 원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