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도는 갈기를 날리며>
우리집엔 쌀보다 꿈이 더 많아
우리집엔 물보다 바퀴가 더 많아
우리집엔 석유보다 번개가 더 많아
더 많아, 우리집엔
끊임없이 낚싯대를 던지는 아이와
끊임없이 낚은 대어를 놓아보내는
아이와
발에 바퀴를 달고
가슴에 번개를 품은
아이와,
나는 먼산에서 안개를 걷어다
보리밭을 덮는다.
쌀보다 꿈이 더 많은 우리집은
청보리 밭이야
안개너울 아래 자라는 청보리
밭이야
종다리는 울다 웃다 우짓다
비를 뿌리고
흙속 깊이 비를 뿌리고
보리누룩처럼 괴어오르는 구름
밥알처럼 삭는 하늘
파도는 갈기를 날리며 달린다.
쌀보다 꿈이 더 많은 우리집을
<2.민들레울 국화차>
광주군 직동 민들레울에서
긴 수염 웃자란 30대 청년 청산이
권하는
국화차
먼 시골 오지의 스님이
도 닦는 정성으로 만들어 정으로
곱게 싸서 보냈다는
국화차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흐를수록
마른 꽃잎이 점점 향기를 뿜는
노오란 국화꽃잎으로 생생이
살아나
찻 잔 가득 연못의 수련꽃으로
피어오르는
신비 심향의 국화차
민들레울 주인 청산이 정을 풀어
권하는
국화차 한 잔에
앞산 죽엽산에 걸린 초승달이
말갛게 달빛에 씻은 댓잎 위에
둥그런 달도 환히 떠오른다.
스님의 손톱 밑에서 피어 오르는
그윽한 향기가
노오란 들국화 만발한
내 마음의 죽엽산을 자욱하게
휩싸 안는다
(작가 소개)김여정1933 경남 진주
출생.1968년<현대문학>에 시 '화음'데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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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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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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