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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와 큐피드-
“으아…. 엄청 내리는 구만….”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면서 해피가 먼저 들어왔다.
딱 일주일만에 해피가 별관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해피를 뒤이어 닥터 데이빗과 한 젊은 여성이 따라 들어왔고, 그 뒤를 말라뮤트 한 마리가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말라뮤트의 머리 위에는 줄무늬 다람쥐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마침 주방에 모여 있던 아이들은 해피 일행들과 마주하게 되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블라드를 포함한 모두가 말라뮤트를 보았다.
말라뮤트는 블라드의 로보컴이었던 큐피드였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느낌이었다.
체구는 더 커졌고, 털도 더 길어지고 풍성해졌으며, 두 앞발의 발목에 각각 금색 팔찌(Bracelet)한 쌍을 차고, 왼쪽 눈가에는 철제마스크 같은 것이 덧대어져 있었다.
“큐피드?” 블라드가 말라뮤트를 보며 말했다.
“하하 그래, 블라드. 큐피드란다.
완전히 새로 태어났지만 말이야.”
“아, 뭔가 커지고… 뭐랄까... 더 멋있어 졌어요.”
블라드가 말했다.
“하하, 그래. 하지만 겉만 더 멋있어진게 아니란다.
네 BCD에 남아 있는 큐피드의 설계도를 보고 거의 외형만 빼고 모든걸 새로 다 설계했으니까.. 하하..”
“예?!
아, 대단히 감사합니다.”
“글쎄, 고마운건 이쪽 닥터 수미라에게 해야겠지. 닥터 수미라는 내 조수이자, 큐피트의 테크니컬 디자이너 이기도 해.”
“아, 안녕하세요, 닥터 수미라에요.” 수미라가 수줍게 인사했다.
“수미라는 내가 설계한 큐피트의 새로운 매카닉에 대한 새 외형적 디자인을 해냈지. 그 과정에서 크기도 조금 더 커지고 말이야.
여하튼 그녀의 디자인으로 큐피트의 효율성은 200%이상 향상되어 있을거야.”
“아, 그런… 정말 감사합니다.”
블라드는 무척이나 기뻤다.
하지만 새로운 큐피트는 블라드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보다 우주를 좀 불러주겠나?”
해피가 말했다.
“아, 네.. 제가 갈께요”
앤이 일어나 우주를 데리러 갔다.
앤은 지난 일주일간 우주를 보살피면서 현재, 가장 우주와 가까운 인물이었다.
“흠...놈들이 언제 쳐들어 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야”, 해피가 닥터 데이빗을 보며 말했다.
닥터 데이빗은 ‘누가 물어봤냐?’는 듯이 그저 엉뚱한 표정을 한번 지었을 뿐이었다.
우주가 방에서 나왔다. 우주는 여전히 해피에 대한 적대감이 남아 있었다.
모두는 거실로 나갔다.
“자, 그럼 지금부터 블라드가 새로운 BCD와 함께 도킹을 할거야.”
닥터 데이빗이 말하자, 수미라가 고급스런 관 모양의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닥터 데이빗에게 건냈다.
닥터 데이빗이 그 작은 관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손목시계 하나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꺼내 블라드에게 건냈다.
우선 먼저 눈이 가는 것은 그 시계의 외관상 디자인이었다.
케이스의 화려한 무늬와는 달리 시계는 매우 심플한 모던 디자인 이었다.
동그란 시계의 바디는 티타늄 화이트 바탕, 그리고 검정색 시계줄은 중앙에 얇은 흰색 두 줄이 나있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던했고,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뛰는 디자인이었다..
광적으로 금색을 좋아하는 닥터 데이빗이었지만, 수미라와의 의견을 조합한 후 전체적 디자인을 위해 시계의 바디를 로디움(Rhodium:은색)으로 했다.
“아, 시계 디자인을 좀 바꿨어..
그리고 브렌드명도 바꼈고 말이야
하하...”
닥터 데이빗이 말했다.
사실 블라드에게 있어서 그동안 D & J사의 제품의 브렌드네임이 은근한 자랑이었는데, 그것이 사라진 것은 내심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대신 하얀 시계의 중앙 부분에 검정색으로 적힌 이름.
-David de Valois-
하늘 아래에 이런 명품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덕수름한 수염과 그 보기와는 다르게 닥터 데이빗은 센스가 넘치는 아저씨였다.
“맘에 들어?”
데이빗이 물었다.
“완전히요~! 감사합니다.”,
블라드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
“그녀석의 이름은, 드라큘라 v.01이야.”
“아, 드라큘라라면…”
“그래, 백작 블라드 3세, 즉 드라큘라 백작이 그 모티브지. 네 이름과도 연관이 있고 말이야.
어때 괜찮아?”
“아아, 그럼요. 멋있어(cool)보여요. “
보급형이나 한정판 BCD는 제품의 모델명이 곧 이름이었다. 그럴 경우. 필요에 따라 사용자가 별칭을 따로 붙일 뿐이다.
하지만 오리지널은 생산자가 대게 BCD에 이름을 붙여준다. 자신이 만들었기에 누구보다 그 특징을 잘 알고, 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거 공짜로 주시는 건가요?”
블라드가 시계를 차면서 조심히 물었다.
“어, 세금만 내면 돼. 한 1~2천만 골드정도 할거야.”
“예?! 세금만 1~2천만 골드요?!!”
블라드가 깜짝 놀라 차던 시계를 두고 멈춰섰다.
“하하, 닥터 데이빗이 장난 치시는 거에요.”,
수미라가 블라드에게 다가와 새로운 3D 고글을 주면서 말했다.
“지난번 사건 때, 우리 신변을 보호하려다 도킹 로봇을 잃었잖아.
매튜 녀석이 돌아갈 때 단단히 부탁하고 갔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받어. 넌 자격이 있어.”
해피가 나서며 블라드에게 말했다.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블라드는 그저 감격스러웠다.
“좋아 그럼, 긴 설명 없이 도킹에 들어가자구.”
닥터 데이빗이 다시 블라드에게 말했다.
“예.”
블라드가 시계와 3D고글을 착용했다.
수미라는 말라뮤트 로봇을 이끌고 블라드의 앞에 놓았다
.
“뤼셑-(Re-set)”
블라드가 말을 하자, 새로운 큐피트는 가만히 그자리에 내려 앉아 엎드리고는 눈을 감았다.
큐피드의 머리 위에 있던 다람쥐가 어느새 쇼파 위로 가 적당한 곳에 위치를 잡았다.
그 다람쥐는 수미라의 도킹로봇인 “포로리(Porory)”였다.
모두가 앉아 있던 둥근 원형의 쇼파를 중심으로 두고, 하얀 스크린 하나가 천장에서 내려왔다.
“건물이 오래 되서 좀 구식이에요. 다들 이해해요 .”
수미라가 말했다.
포로리의 두 눈에서 여러갈래의 빔들이 나왔고, 그 빔들은 흰 스크린에 영상을 비추었다. 포로리의 그것은 앤의 귀고리인 루-팡의 그것과 닮아보였다.
스크린에는, 바로 블라드의 도킹 상황과 정보들이 보여졌다.
우주와 앤, 론은 그저 말없이 모든 것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닥터 데이빗의 말에 블라드는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였다.
“쎄팅(Setting)”
블라드가 자신의 3D 고글을 끼고는 말했다.
포로리는 블라드가 3D고글로 보는 모든 영상을 스크린에 보여주었다.
3D고글 안경이 없는 우주를 위해서였다.
포로리는 앙증맞은 두 손을 포개고 서서 번뜩거리는 눈으로 빔을 쏘아냈다.
이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더이상 대형 전자스크린이 사용되지 않았다. 바로 3D 안경의 등장 때문이었다.
3D고글은 ‘영상에 있어 중요한 것은 화면의 크기가 아니라 질(화소)이라는 것’을 세상에 명확히 입증시켰다.
3D고글은 과거에나 존재했던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보다 더 크고 선명한 영상을 어디에서나 손쉽게 재공했다. 세상은 더이상 불필요하게 크고, 무겁고, 전력소모가 크며, 이동할 수도 없는 대형 전자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과거의 전자 스크린은 3D 고글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더 작아졌고, 더 많은 기능들과 결합하게 되었다.
비록 3D고글의 시작은 21세기 초(*구글 안경, 스마트폰 고글 등)였으나, 그것이 현재의 기술력으로 거듭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해피의 썬글라스, 닥터 수미라와 론의 안경, 그리고 앤과 닥터 데이빗의 3D 콘텍츠렌즈까지, 이시대의 사람들은 누구나 3D 고글을 사용했다.
“예스, 예스, 나 자신, 블라디미르 페츠로프(Vladimir Petrov)”
스크린에는 블라드의 도킹과 관련된 화면들이 나왔고, 시스템 재부팅, 그리고 몇가지 답과 음성 인식 등의 과정들이 빠른 속도로 처리되고 있었다.
“블라드는 지금 새로운 로보컴과 도킹 중이야..
도킹은 일종의 사용자와 로보컴간의 세팅작업이어서 로봇의 성능이나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걸리는 시간이 저마다 달라.”
앤이 우주에게 귀뜸으로 말했다.
“음… 난 도킹은… 우주선이나 배끼리 결합하는 걸로 배웠는데...”
우주가 알고 있는 도킹이란 단어는 이곳에서 또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음… 보자,.. 21세기 초라면..
바게트, 도킹을 21세기 초의 인간에게 설명하는 가장 쉬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앤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왼쪽귀의 팡(Pain)에 대고 바게트에게 물어보자, 바게트는 즉각적인 정보를 앤의 3D 콘텍츠 랜즈로 전송해 주었다.
“아, 스마트폰이랑 비슷해.”
“스마트폰?”
“그래, 스마트폰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왜 처음에 사용자 설정(세팅)하는 것 있잖아, 그것과 비슷해. 다른 사람들은 사용하면 안되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너네 세상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
앤은 우주가 온 세상의 역사에 스마트폰이 있는지 확인차 물었다.
“응…”
“로보컴은 그 스마트폰의 진화된 형태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 그리고 로보컴과의 도킹은 스마트폰으로 처음 사용자 세팅하는 것과 비슷하구 말이야.”
우주는 여전히 시원하게 모든것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은 알것 같았다.
“음, 그 스마트폰은 현대의 로보컴들의 시조라고 보면 될것 같아. 장치들도 진화를 하니까.
왜 휴대전화기(Cellular phone)란게 나왔을 때만해도 처음엔 그저 통화기능 뿐이었지. 화면도 없었고 크기도 컸고 말이야.
그러던 것이, 카메라나 라디오 등의 기능을 흡수했고, 나중엔 *유니넷(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인터넷)과 다양한 앱들을 사용하면서 전화기의 기능 외에 계산기, TV, 게임기, 컴퓨터, 노트 등 여러 수많은 기능들이 작은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갔지.
그것들이 21세기 중엽에 발달한 로봇공학 기술과 만나서 오늘날의 개인 로봇-컴퓨터(PCR:Personal Computer Robot)들이 나온거야.
.
그리고, BCD들은 그 로봇컴(Robocom)들을 다루는 일종의 리모컨같은 거야.
일종의 스마트워치가 진화한 형태랄까?
좀 이해가 되니?”
앤이 계속해서 바게트가 전달해주는 정보들을 읽으면서 우주에게 설명해 주었다.
“응…조금 이해할 것 같아..”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우주가 말했다.
“아~, 당연한 걸 설명하는게 제일 어렵다니까…
그래도 넌 스마트폰이라도 써봤으니까 이해가 빠르구나..
론은 거의 1년 동안 컴퓨터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이해도 못했으니까.. 하하”
20세기 초반의 세상으로부터 온 론은 컴퓨터란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도킹 시작으로부터 3분 8초 후,
“올- 셑업. 던.”
블라드가 눈을 떳다.
“와~우, 3분 8초만에 도킹이 끝났어.”
블라드의 말과 함께 큐피드가 다시 눈을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도킹이 빨리 끝나자 블라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도킹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로봇컴의 성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큐피드 말이 없었다.
“어…., 큐피트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블라드가 이상하다는 듯이 닥터 데이빗을 보며 말했다.
“우선… 싱크로율 한번 체크 해보세요~”
수미라가 조심스럽게 블라드에게 말했다.
“뭐?! 싱크로율이….
뭐, 8.1%?!!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블라드가 놀라서 소리쳤다.
앞전에 블라드와 큐피드의 싱크로율은 87.7%였다.
-싱크로(Synchro:v. 동조 하다, 함께 반응하다)-
“어…, 말했잖아. 새로 다시 다 만들었다구..
파워 업을 했으니까,
지금의 네 더블유피(WP :Wonder Power)수준으로 새 큐피드를 예전처럼 다루긴 어려울거야.”
“아아…, 그래도 그렇지...8%대라면….”
블라드는 론을 한번 쳐다보았다.
론은 블라드를 보고 그저 빙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블라드의 싱크로율은 론과 같은 10%미만이 되었다.
“그래도, 네 예전 BCD의 기록을 보고서 놀랐다구.
보급형 로보컴의 특징과 능력을 잘 이끌어내고, 영리하게 시스템까지 숙달 시켜 놓았던데
그건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다는 증거지… 하하.
그걸 바탕으로 조~~~금 레벨업 시켰으니까, 처음엔 어려워도 차차 적응 될거야.”
“아, 예.. 감사합니다.“
파워업으로 이정도로나 싱크로율이 낮아졌다면, 새 큐피의 파워는 어느정도일지 블라드는 가슴이 뛰었다.
블라드는 너무나 기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여러 사람들 앞이라 대신 활짝 핀 얼굴로 자신의 기쁨을 표출 했다.
“와~ 블라드. 축하해, 파워업이라니 좋겠다~.”
앤이 기뻐하며 말했다.
“어, 어…고마워”
블라드의 활짝 벌어진 큰입이 쉽사리 다물어지지 않았다.
“론.”
해피가 론을 불렀다.
“예?”
론이 해피를 바라 보았다.
“매튜가 멘하탄으로 돌아가면서 부탁 하나를 하더군.
네가 아직 너와 망고의 잠재능력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대신 좀 알려 달라고 말이야.”
“예?”
“지난 3년간, 아무리 노력해도 망고와 싱크로율이 높아지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말이야.”
“아, 네….”
“블라드, 네 드라큘라를 잠시 론에게 잠시 빌려 줄 수 있겠어?”
해피가 블라드에게 말했다.
“아, 예.”
블라드는 영문을 몰랐지만, 그렇게 했다.
블라드가 자신의 BCD를 끄자 큐피드는 다시 잠이 들었다.
해피는 블라드에게서 손목시계 BCD를 받았고, 그것을 론에게 건냈다.
“그걸 착용하고 큐피드와 도킹하도록 해봐.”
해피의 말에 론은 망고를 옆에 내려놓고서 자신의 검은색 반지를 벗었다.
그러나 망고는 잠들거나 하지 않았다.
론은 블라드의 손목시계를 착용했다.
“세팅!”
론이 말했고, 도킹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거야?”
우주가 앤에게 물었다.
앤은 우주가 너무 당연한 것을 물어 오자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생각으로 컴퓨터나 로봇을 조종하는 것이 당연한 그들에게, 어떻게 그것을 하냐고 물었으니 말이다.
“음… 아마, 20세기 초반의 사람들이 너에게 ‘어떻게 설명서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아느냐’고 물어본다면..., 너도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줄 이해하게 될거야.. 하하..
어디보자…., 뇌파를 전자파 신호로 바꾸는 기술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연구되기 시작했다는군.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말이야.
너 근데 2차 세계 대전이 뭔줄 알어? 히스터(Hister;이들의 역사속의 히틀러)에 대해서 들은적 있어?”
앤이 물어보자 우주는 그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우주는 아직 별다른 역사관이 형성되지 있지 않았다.
“음… 여하튼…., 이론은 의외로 간단해.
인간이 생각을 할 때 발생하는 뇌파(brainwave)를 전자파신호로 바꾸는게 핵심이니까.”
앤은 다시 바게트가 제공해주는 정보를 읽으면서 말했다.
“그럼 그런걸 어떻게 만드는 거야?”
“어? 하하, 당연히 3D 프린터로 제작하지.”
“3D 프린터?”
“3D 프린터도 몰라?”
앤이 놀라서 묻자 우주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우주는 자신의 세상에 막 나오기 시작한 3D 프린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와, BCD를 본적이 없는 세상이라… 대단하군.”
어느새 블라드가 다가와 말했다.
“어, 그 21세기 초에 나온 스마트폰이라는 장치가 오늘 날의 로보컴들의 시조라고해.”
앤이 자신의 정보를 블라드의 3D 고글장치로 보내줬다.
“아… 세상에 이런걸 들고다니면서 썼구나.. 하나 같이 다 네모난게.. 똑같은 디자인이네?”
블라드가 말했다.
“우리의 관점에서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저 안에서도 다양한 디자인이 있었다나봐.”
“그래도, 이건 놀라운데? 원시장비치고는 나름대로 말도하고, 이런저런 많은 기능들이 있었잖아.”
앤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블라드는 스마트폰의 이미지를 자신의 손안에서 확대하거나 축소하고 돌려볼 수 있었다. 3D고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라드가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들을 보고있었지만 3D 고글이 없는 우주는 그것들을 볼 수가 없었다.
“와 이런걸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면 엄청 불편했을 것 같은데…”
스마트폰의 이미지들을 보면서 블라드가 말했다.
“그 뿐만이 아니야. 사용자가 주기적으로 에너지를 채워줘야 했고, 에너지가 하루도 채 못가서 종종 그들 사이에서 충전기를 빌려쓰기도 했다는데.. 딱 봐도 여간 불편했던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헤헤.”
앤이 블라드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도킹 완료.”
론이 말했다.
“뭐?!! 벌써 도킹완료?!”
블라드가 돌아서보니 큐피드가 자리에 서서 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론은 큐피드와의 도킹을 2분 1초에 끝냈다. 블라드보다 약 35%나 빨랐다.
“자, 그 큐피드를 달려볼 수 있겠니? 과연 너와 큐피트가 얼마나 빠르게 달릴수 있는지 말이야.”
해피가 론에게 말했다.
“여기 거실 안에서 말이에요?”
거실은 약 15평(500sq ft)정도로 큐피드가 달리기에는 좁았다.
“응, 큐피트의 사물인지력과 계산능력이라면 문제없어. 할 수 있겠어?”
닥터 데이빗이 말했다.
“예…”
론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론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오른 손을 왼팔의 시계 위에 올렸다.
그러자 곧 새 큐피드가 일어나 거실을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한바퀴는 그저 조금 빨리 걷는 정도였고, 두번째 바퀴부터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말없이 그저 그 관경을 지켜만 보았다.
“와~!”
눈을 감고 있는 론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블라드의 때와 마찮가지로 포로리는 화면에 론이 보고 있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큐피드는 단지 거실을 달리는 것만이 아닌, 주변의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계산하며 보다 효율적인 달리기 요령을 스스로 터득, 채택하고 있었다.
고작 거실을 2바퀴 반을 도는 사이, 큐피드는 달리기 패턴을 만들었고, 그 패턴으로 말미암아 속도를 약 8 % 더 상승시켰다. 큐피트는 자신이 발을 디딘 곳에, 정확히 다시 발을 디디며 방을 돌고 있었다.
론은 물론이거니와 그자리에 있던 그 어떤 아이도 로봇의 성능이 이정도로 우수한 것을 본적이 없었다.
큐피드는 점점 더 빨리 달렸다. 가속이 붙으면서 달리기의 패턴은 자동으로 계산되어 변화했고, 그 과정과 계산이 포로리의 화면에 고스란히 보여 졌다.
“와… 와…” 블라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완벽은 없는 법.
너무 빠르게 달리다보니 결국, 아주 작은 변수에 의해서도 계산이 틀어질 수 있었다. 결국 큐피드가 탁자를 건드려 꽃병이 넘어졌다.
“신경쓰지 않아도 돼! 최고 속도에만 집중해.”
해피가 말했다.
론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시계에만 집중했다.
큐피드는 심지어 더 빠르게 달렸다.
결국, 마지막에 큐피드는 벽을 타면서 달려 최고 시속 92km까지 내고는 자리에 내려 섰다. 큐피드의 발에서는 하얀 냉기가 피어올랐다.
“호프의 아이스 워킹?!”심지어는 해피마저 놀라서 데이빗을 바라보며 말했다.
큐피드가 발을 디딘 벽면과 책장이나 가구들은 깨지고 찢어지고 했지만, 곳곳에 개의 발자욱 모양이 남은 얼음들이 붙어 있었다.
“원리만 안다면 말이야~, 아직 미흡하지만..”
닥터 데이빗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걸 벌써 카피했단 말이야?”
해피가 말했다.
“당근이지.”
“아, 아, 난 네가 우리 편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데이빗.”
아이스워킹은 빠른 속도로 벽이나 천정을 달리는 기술로, 냉기를 다루는 호프의 기술이었다.
달릴 때 발바닥의 수분을 냉기로 얼려가며 그 흡착력으로 벽이나 천정을 달리는 기술이기 때문에 물을 소모하게 되고, 지나간 자리엔 얼음들이 남게 되는 것이었다.
물건들이 넘어지고 날렸지만, 누구 하나 그런 것들에 신경쓰는 이가 없었다.
닥터 데이빗과 수미라를 제외한 모두가 그저 놀라서 말을 잊었다.
가장 놀란 것은 큐피드를 조종한 론이었다.
“방금 이거.. 제가 한 거에요?”
론이 물었다.
“그래, 방금 너와 큐피드의 최고 싱크로율은 27%를 넘었어.
거기다 처음보는 아이스 워킹까지 시전했지.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해피가 론에게 물었다.
“아니요 잘…”
“그동안 너의 더블유피(WP)와 컨트롤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 되었다는 거야.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야.”
“예?”
“론. 싱크로율이 낮다는 것은 두가지 의미야.
첫째, 사용자의 생각의 힘(WP)이 너무 낮은 경우. 둘째, 로봇의 성능이 너무 뛰어난 경우.
너의 경우는 두번째 경우야.
섬세한 컨트롤에 강한 블라드도, 새 큐피트와 싱크로율이 10%도 되지 못했지만, 넌 27%까지 올린거야.
그동안 네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
둘 다 싱크로율이 30%도 넘기지 못했지만, 그건 달리 말해서 새 큐피드의 성능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의미지 너희들이 부족한게 아니야.”
블라드는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론보다는 늘 우위라고 생각해왔는데, 한 순간에 그가 자신을 월등히 앞서버렸으니 말이었다.
‘“그나저나... 그렇게나 달렸는데도 싱크로율이 고작 27%? 그럼 50%면 어떻게 되는거지?”,
갑자기 앤이 질문했다.
그랬다. 싱크로율이 30%도 안되는데 그정도의 성능을 보였다는 것은 큐피드의 성능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였다.
닥터데이빗은 그저 미소만 짖고 있을 뿐 이었다.
“망고와의 싱크로율이 낮다는 건, 다들 말로는 망고의 능력이 높다는 것이기도 하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난번 사건 때 망고덕에 목숨을 건졌었고 말이야.”
해피가 말했다.
론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탓해온 블랙지니가 잘못 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닳았으니 말이다.
“그럼 왜 블랙지니는 제게 망고처럼 컨트롤하기 어려운 로보컴을 설계해 준걸까요?”
론이 해피에게 물었다,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르겠지 아마. 하지만, 매튜의 말처럼 너의 블렉지니를 믿어봐.
분명, 그 이유들이 있을거야.”
론은 그제서야 자신이 그동안 노력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론의 그동안의 답답했던 심정들이 말끔히 씻겨져 사라졌다.
론은 자신을 보고 있던 망고에게 손을 내 밀었다.
그러자 망고는 스스로 옆에 놓인 블렉지니를 물어서 론에게 날아가 그의 손 위에 내려 앉았다.
론은 블라드의 시계를 풀어서 해피에게 다시 건네어 주었고, 자신은 블렉지니를 오른손 검지에 끼웠다.
해피는 블라드에게 다시 시계를 돌려 주었고, 블라드는 다시금 큐피드와 도킹할 수 있었다.
블라드는 내심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은 고작 8%였던 큐피드와의 싱크로율을 론은 27%까지 올렸기 때문이었다.
블라드의 도킹시간이 4,72초 빨라졌다. 잠들었던 큐피드가 다시 눈을 떠 움직였다.
“그런데, 왜 론은 망고와 도킹을 하지 않아?”
가만히 지켜보던 우주가 앤에게 물었다.
“도킹을 안하는게 아니야. 도킹이 너무 빨라서 안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 뿐이야.
아틸란티들은 좀 다른 종류의 로봇들이어서 말이야..
너도 곧 알게 될거야. 헤헤”
앤이 우주에게 말하며 생글 웃었다.
큐피드와 다시 도킹을 마친 블라드는 3D 고글로 새 큐피드의 기능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 이런 기능들이 있었구나… 아이스 워킹이라…” 블라드가 큐피드의 내부 기능들에 대해 살피고 있었다.
“이런, 이런.. 론 덕분에 레벨 1단계가 그냥 열려 버렸군.” 닥터 데이빗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1단계라니요?”
블라드가 닥터 데이빗에게 물었다.
“드라큘라와 큐피드는 내가 만든거야. 즉, 허투로 만들지 않았다는 거지. 하하..
큐피드에게는 총 7단계의 레벨이 있고, 각 단계별로 요구되는 싱크로율이 있단다.
방금 론이 사용한 아이스 워킹은 싱크로율 25% 넘어야 하는 2단계의 기술이었다구. 원래대로라면 넌 아직 볼수도 없는 기술이야.”
새로운 큐피드의 시스템은 7단계로 각 레벨마다 장금이 걸려있었고, 각각의 레벨에 요구되어지는 싱크로율이 있었다.
싱크율이 올라감에따라 새로운 기술이나 성능들을 볼 수 있게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아…. 그럼….”
블라드는 닥터 데이빗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싫던 좋던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숨겨진 힘과 기술들을 보고 싶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라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닥터 데이빗이 어느정도 깊이의 천재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어가 블라드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올 수가 없었다.
닥터 데이빗은 블라드를 보며 한번 웃어보일 뿐이었다.
“뭐, 이정도로 놀라고 그러지 말자구. 앞으로 놀랄일이 더 많을 테니까...
열심히 연습해봐. 결국엔 넌 드라큘라의 모든 장금들을 풀 수 있을거야.”
닥터 데이빗이 웃으며 말했다.
데이빗의 말에 블라드는 당장이라도 나가서 연습하고 싶은 충동이 끓어 올랐다.
첫번째 장금이 풀린 큐피드는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 대체, 일곱 번째 장금을 풀면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앤처럼 타고난 천재도 아니었고, 우주나 론처럼 선택받은 아이도 아닌 아이는,
지고 싶지 않았다.
아이는 하루라도 빨리 모든 장금을 풀고 싶었다.
그렇게나 블라드는 갈망했다.
승리욕,
블라드는 아직 그것이 드라큘라와 큐피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닥터 데이빗은, 그렇게 소년의 가슴에 자그마한 불씨를 심어넣었다.
첫댓글 오늘도 상상력의 미래를 엿보고 갑니다^^
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