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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의 예언-
굵은 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내렸다. 약 열흘간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겨울장마(The snows)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해피가 우주와 앤이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우선, 이게 너의 학생증이야.”
해피는 우주에게 학생증을 건냈다.
“그게 우선은 이 세상으로부터 너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신분증이야. 잘 보관해두도록 해. 그게 없으면 넌 감옥에 갈지도 몰라.”
해피가 겁을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네 신분과 관련된 다른 서류들은 지금 내가 처리하고 있고, 보관하고 있어.”
해피가 우주에게 말했다.
거의 대부분의 모든 것들이 전자화 되어 있었지만, 신분이나 중요한 서류는 여전히 예전의 아날로그 방식을 병행해서 썼다. 기계나 전기가 없어도 증명 할 수 있어야 하는 정보들이 그 주류들이었다.
“아, 너도 예일의 학생이 되었구나. 축하해, 우주야.”
앤이 우주를 보며 말했다.
우주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자, 이걸 받도록 해.”
해피는 우주에게 고급스러운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주며 말했다. BCD상자임이 틀림 없었다.
블라드의 BCD인 드라큘라의 상자가 고급스러운 나무재질의 관 문양이었다면, 해피가 우주에게 준 상자는 그보다 얇고 작은 검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상자였다..
우주가 상자를 건네 받자 옆에서 지켜보던 강아지 호프가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안에는 황금색 만연필 하나가 있었다. 바로 하데스였다.
“그게 너의 아틀란티인 하데스야.”
해피가 우주에게 말했다.
우주는 그저 고개만 한번 끄덕여 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받아버린 것만은 분명했다.
“아틀란티즈는 따로 도킹하지 않아.
내가 준비가 되면, 저절로 연결이 될거야. 그러니 그걸 늘 지니고 다녀. 언제라도 연결될 수 있도록.
또 그걸 지니는 한 호프가 널 보호할거고, 내가 호프의 주인이 되는거야.”
해피가 우주에게 말했다. 조금은 틀린 말이었지만, 우주에게는 그편이 더 먹혔다.
우주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한번 잡아 보겠어?”
해피가 진지하게 우주에게 말했다.
우주는 조심히 금색 만년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이이이이이잉-
우주가 무심결에 하데스를 잡았을 때였다.
우주는 짧았지만 이명과 함께 어떤 비전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고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는 자신도 너무도 잘 아는 곳,
바로 뉴욕시였다.
우주가 놀라서 만연필 하데스를 손에서 놓쳤지만, 호프가 번개처럼 달려와 하데스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것을 입으로 물었다.
“우주, 너 괜찮아?”
해피가 긴장한 얼굴로 우주를 살피며 물었다.
“전 괜찮은것 같아요. 단지… 제가 어떤 사고 현장을 본 것 같아요.”
“뭐?! 사고 현장?”
“네…그게 뭐였는지..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뉴욕시...였어요….”
“뉴욕시(New York City?)”
앤이 갸우뚱 하면서 물었다.
“뉴시티(New City)를 말하는거야. 우주의 세상에서는 뉴욕시라고 불려.”
해피가 설명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빌딩들이 무너져 내리고...”
“이건... 설마, 벌써 하데스의 예언이야?!”
닥터 데이빗이 해피를 향해 소리치며 물었다.
해피는 썬글라스를 벗고 가만히 천장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해피가 우려해오던 것이 현실화 되고 말았다.
그것도 마치, 기다릴 수도 없었다는 듯이 우주가 하데스에 손을 대자마자 시작된 일이었다.
해피는 앞으로 다가오게 될 일들이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황금 만년필 하데스는 깨어날 때마다 많은 죽음을 예견해왔다.
하데스는 아틀란티들 중에서도 또한 매우 유니크한 능력을 지녔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을 예견하는 것이었다.
하데스의 공식적 초대 사용자(User)는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로써 그는 하데스로 남긴 예언서에 세계 1, 2차 대전 등을 알렸으며, 차대 사용자인 막달레이나 수녀 또한 세계 3, 4차 대전을 예언한 바가 있었다. 비록 시대가 맞지 않아서 그들이 전장을 실제 격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예언가로써 명성을 떨쳤다.
단, 그들의 예언들은 하나같이 다들 죽음과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 3대 주인인 우주가, 펜을 잡자마자 대형 참사를 예견한 것이었다.
해피의 마음은 더 이상을 겪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우주야, 너 그게 언제인지 알수 있어?”
닥터 데이빗이 우주에게 물었지만, 우주는 더이상 아는 것이 없었다.
해피는 천장만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닥터 데이빗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당분간의 행동지침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론과, 앤, 블라드, 우주의 거처는 당분간 이곳 별관으로 정해졌으며, 우주는 학원장의 권한으로 팀 울트라 페트론의 일원이 된다.
두 아틀란티의 아이들을 같은 팀안에 두고 서로 협력과 경쟁을 하며 성장을 유도하고,
신변보호상의 이유로 함께 있는 편이 나았다.
거기다, 마침 천재소녀 앙샬롯과 관찰력이 좋은 블라드가 함께 있으니 결코 나쁘지 않은 조화라고 해피는 판단했다. 마침 두명이나 공석인 팀 울트라패트론이었다.
학원 내에는 기본적으로 총 세 개의 등급이 있는데, 그것들은 비기너, 인터미디엣, 그리고 어드벤스트였다. 졸업을 하게 되면 프로-어드벤스트, 그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는 프로페셔널과 마스터 등급이 있었다.
등급이 오르고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원내 이수 점수가 필요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팀 점수였다. 때문에 팀 등수가 낮은 팀일수록 지원 인원이 적어서 팀원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었지만, 각자들은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우주의 팀 편입에 찬성했다.
그리고 닥터 수미라가 우주의 전담 가정교사와 팀 페트론의 전담 코치를 봐주기로 했다.
“와, 개별 팀코치라니!”
블라드가 가장 먼저 기뻐했다.
팀코치는 일종의 팀을 이끌어나가는 감독겸 교사와 같은 존재로, 팀코치의 능력에 따라 팀의 역량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안팎의 대략적인 상황도 대략 정리가 되었고, 학원도 정상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 등을 전했다.
우주는 닥터 데이빗과 해피에게 자신이 본 짧은 영상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야 했고,
다른 아이들은 수미라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하데스의 예언일까?”
닥터데이빗이 서제에서 해피와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르지… 우주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말이야.
때문에 하데스의 등장은 가장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구.
지금은 어떻게든 아이들이 최대한 강해지는 것만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하데스가 깨어 났으니 말이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
“음…...”
닥터 데이빗도 말을 잊지 못하고 턱을 괸채 생각에 잠겼다..
비록 창문 때문에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밖은 거친 눈보라가 불어치고 있었다.
-BCD-
수미라는 이른 아침부터 학원 별관에 도착했다.
밖은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고 있었고, 재설 드론들이 쌓인 눈을 치워내고 있었다.
아직 방학기간이어서 정상 수업은 없었지만, 팀 울패(Ultra patron)의 코치이자 우주의 개인교사인 수미라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우선은 우주에게 알려줘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과거의 학교(School)나 대학(University)과 같은 특정 지식을 암기하거나 기술을 연습하는 목적의 교육기관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기술력과 그로인해 등장한 초정밀 로봇들은 인간들이 할 수 있는 훨씬 이상의 일들을 대신했다.
그런 현대 인류의 기초 생산에 대한 기계 의존율은 94%를 넘었섰으며, 기계에 대한 생활 의존률 역시 77%을 웃돌았다. 즉, 더이상 인간이 일을 하기위해 특정한 정보를 암기하고 연습하는 해야 할 이유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우선 외국어와 같은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쳐야 할 이유들이 사라졌다.
눈감고 생각으로 검색 한 번이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인간이 기억을 되새기는 속도보다 빠르게 찾아내고 번역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이유가 제일 컸다.
이들은 이미 정보화시대를 넘어온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20세기 말에 등장한 유니넷은 인간과 인간들을 연결시켜주는 도구가 되었고, 정보는 공유화되어 나갔다. 과거에 돈주고 사야만 했던 많은 정보는 디지털화되면서 복사와 공유가 쉬워졌다. 정보는 빠른 속도로 무료화 되어갔고, 오직 새로운 정보만이 가치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정보의 복사와 공유는 그 대상의 자본적 가치를 빠르게 잠식해나갔고, 그것은 20세기적 자본주의를 쇠퇴로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또한 기술력의 발달로 인력의 필요성이 급격히 감소했다. 인간의 기계 의존율이 94%라는 것은, 달리 말해서, 세상에는 약 6%의 생산 인력만이 요구 되는 것을 의미했다.
세계 경제의 붕괴, 자연 파괴와 재해, 전쟁과 질병 등으로 한때 70억까지 올랐던 세계인구는 현재 약 8억이 되어 있었다.
“저기, 닥터 수미라.
대부분의 지식을 더이상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되고, 인력이 요구되는 일들이 줄어든건 알겠어요. 로봇들이 대신 일을 해주니 과거보다 인간이 일을 할 필요도 없어졌고, 암기를 해야할 이유도 없어졌으니 과목들(Subjects)이 사라진 것도 이해하겠어요. 정보의 공유화로 지식을 돈주고 사지 않아도 되는 것도요.
그럼 어째서 학원(Academy)형태의 교육기관들은 살아 남은거죠?”
블라드가 손을 들어 수미라에게 물었다.
아이들과 수미라는 거실의 둥그런 쇼파위에 모여 앉아서 이들의 역사에 관해서 토론 중이었다.
특히나 20세기 초의 세상으로부터 온 론은 이들의 역사에 흥미가 많았다.
“학원의 시작은 고대의 그리스 시대라고들 이야기 한단다. 보통 이름있는 학원은 이름있는 사람들의 작업장이나 집에서 시작됐지. 과목은 보통 하나였어. ‘주인장이 잘 하는 것’이지. 그걸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 학원(Academy)이였어.”
“마찮가지로 로봇과 기계들로 움직이는 지금의 세상은 기본적으로 그것들을 잘 움직이게 하는 그 ‘리모컨’만 잘 다루면 되는 거야.”
앤이 말했다.
“아, 그래서 그 로봇들을 다루는 리모컨인 BCD 학원들만 남게 된 거구나. BCD로 기계와 로봇을 다루는 시대이니까...”
블라드가 말했다.
“당 시대의 교육은, 반드시 그 시대나 집단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야. 다른 말로는, 그 시대나 집단에게서 필요가 없는 과목이나 것들은 교육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
앤이 말했다.
로봇과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이 둘은 자연스레 하나가 되었고, 그것을 로보컴(Robocom)이라고 불렀다. ‘말하고 걸어다니는 컴퓨터’인 이 로보컴들은 인간이 필요한 대부분의 기초 생산활동을 해 주었기 때문에 물건을 나르거나, 건물을 짓거나 수리하는 등의 기초 인력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의사나, 미용사, 요리사, 디자이너 등과 같은 영감과 직관이 요구되는 일은 여전히 로봇보다는 실제 인력을 선호되었다.
하지만 역시, 미술이나 요리, 미용 등을 따로 돈을 받고 가르치는 교육기관들은 대체로 사라졌다. 3D고글과 로봇콤의 기본적 성능만 있어도 얼마든지, 필요한 지식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개인의 적성과 재능, 노력에 달린 부분이었다.
정보화 사회 이 전 사회의 사람들은 해당 과목의 일자리의 필요도와 자신의 성적등급 수준에 맞추어서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분야를 선택했다. 학비가 비쌌기 때문에 가정형편도 사람의 전공을 선택하는 일에 크게 작용했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의 시대이기도 했다. 때문에 개개인의 재능과 자신의 적성은 종종 무시되었다.
하지만 정보화사회 이후의 사회는 교육의 필요성과 범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학업이 얼마든지 개인의 순수한 선택으로 이어졌다. 돈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좋아서 찾아서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에 파격적으로 작용 되었다.
‘즐기는 놈’ 못따라간다는 말이 있 듯, 적성에도 안맞는 전공을 선택해서 적성에도 안맞는 일을 억지러 하는 사람보다,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알아보고 공부해서 즐기는 사람을 못이기는 법이었다.
나는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억지로 하는데, 그놈은 재밌다고 잠도 안자고 하니 어찌 그놈을 따라가겠느냐 말이다.
학교라는 기관들이 사라짐과 맞추어 여기저기에서 속칭 ‘날고 기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절반은 전문 학교라고는 가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비싼 돈내고 동네의 재빵학원에 가서 낡은 레시피를 배우는 것보다, 유니넷에서 스타 쉐프가 알려주는 최신 공짜 레시피가 더 효과적인데, 뭣보다 중요한 것은 로봇들이 사람만큼이나 빵을 잘 만들어 주기 때문에, 그마저도 직업을 위해서 공부할 필요는 없어진 것이었다.
발달한 세상, 인간이 일을 적게 하는 세상은 오히려 인간의 본연의 재능을 탐닉했다.
정보의 공유화로 미술적인 아이들은 더욱 미술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더욱 음악을 해부 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엔 비싸서 구경도 못했던 수업들이 유니넷에서 쉽게, 그것도 무료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적성과 재능이 맞으니 여기저기에서 재능들이 발현되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원동력으로 사회와 세상은 다시 한번 새롭고 빠르게 도약 할 수 있었다. 제 2의 르네상스는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반면에, 인간은 더욱 게을러지고, 더욱 성미가 급해졌으며, 만족도가 떨어졌으며, 더욱 개인적으로 변해가는 등의 부정적인 변화도 많았다.
또한, 모든 과목들의 교육기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법이나, 정치, 연구 개발 등 여전히 꼭 인간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들은 그에 해당하는 특별 교육기관들이나 전공분야가 따로 존재했다.
UN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연합국들은 ‘비기너 레벨’ 까지는 정부의 보조아래 의무화 교육이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교육기관은 지식만을 습득 하는 곳이 아닌, 여러 다른 사람들과 생활하는 연습을 통해서 사회성을 기르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라와 정부는 ‘사회성이 우수한 사람들’을 선호 했다.
“아, 그래서 비기너레벨은 학비가 들지 않는거구나.”
“응, 정부에서 지원이 나오니까.
근데, 우주야 너 잘 따라오고 있니?”
수미라의 질문에 우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 우주는 너무나 어렸다.
“너, BCD가 뭔줄 아니?”
앤이 우주에게 물었다. 하지만 우주는 자신없이 고개만 저었다.
“그래, 앤. 그럼 우주에게 BCD에 대해서 좀 설명 해주겠어?” 수미라가 말했다.
“네, 물론이죠.”
엔이 BCD에 관한 영상을 중앙의 화면에 띄우면서 앞으로 나섰다.
BCD란 Brain Cooperating Device의 약자로 ‘두뇌 협력 장치’라고 불리는 장치였다. 그자체로도 컴퓨터 시스템을 가지고는 있지만, 메인 컴퓨터는 보통 로보컴(Robocom;로봇과 컴퓨터가 만난 형태)이며 BCD는 그 로보컴과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장치였다.
앤은 BCD를 21세기 초에 등장한 스마트워치의 진화된 형태라고 우주에게 소개했지만, 사실 엄밀히 따져서 BCD는 전혀 새로운 장치였다. 인간의 뇌파를 전자파로 바꾸어주는 장치였으니 말이다.
“때문에 BCD의 정확한 개념은 ‘리모컨’이라기 보다는 ‘사람과 기계를 연결해 주는 장치’란다.”
수미라가 그 부분을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해 주었다.
사실 이시대는 더이상 ‘리모컨(Remot or remotcontrol)’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대체할 대명사로써 쓰는 단어였다. 이 시대에는 더이상 어떠한 형태의 리모컨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모든 기능을 대신하는 BCD가 있을 뿐이었다.
“21세기의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가 이미 리모컨의 성능을 흡수하면서부터 리모컨은 BCD나 로보컴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사라지기 시작했어.” 수미라가 부가적인 설명을 더했다.
“그런데, 로보컴들이 그렇게나 발달하고 똑똑하다면 왜 굳이 인간이 로봇들을 일일히 조종해 주어야 하죠? 주방로봇 로즈나, 다른 드론들처럼 알아서 움직이면 안되나요? 로봇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할텐데 말이에요.”
론이 질문했다.
“물론, 로봇컴들도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일 수는 있지. 기술력은 이미 오래 전에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앞질렀으니까.
하지만 발달한 기술은 결국에 A.I가 가진 한계와 만나게 된거야.”
“네? A.I의 한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