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 집과 여러 가지 인연으로 가끔 왕래하시는 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집에서는 스님을 노전스님이라고 불렀고 저 역시 이름이 노전스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선친의 인연 때문인지 훗날 그 절로 입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노전스님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법명이 대하스님걸 안 것은 입산하고도 몇 년 쯤 지난 뒤었지만 그때도,
그리고 스님이 입적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옛 이야기가 나오면 법명은 까맣게 잊은 채 여전히 노전스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약 40년 가까이 노전을 맡아서 부처님 전에 기도와 염불마만 하다 보니 직함이 아예 개인의 이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아마 절에 자주 다니는 신도님들도 이런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부전(副殿), 지전(知殿), 노전(爐殿) 스님은 이름이 아니라 직함입니다.
법당에서 부처님께 향촉(향과 촛불)을 올리며 마지, 불공, 염불 등 의식을 맡아 하는 스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노전은 향로전의 준말로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향촉과 공양을 올리며 염불과 의식을 맡아보는 스님의 숙소(香閣)을 가리키던 말인데
점차 변하여 스님의 직함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노전채, 노전스님이라고 하여 향각의 이름과 직함으로 같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전은 주로 선원(선방)에서 쓰는 말로 맡은 일은 역시 노전과 같습니다.
지전(知殿)을 동음이자인 지전(持殿)이라고도 씁니다.
부전은 한자로 부전(副殿)인데 간혹 부존(副尊, 扶尊), 부전(扶殿, 扶典)으로도 쓰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잘못입니다 .
부전스님의 역할도 노전. 지전과 같습니다.
부전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부전(副殿)이라는 말을 새로 만들어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노전이나 지전스님이 혼자서 불공, 기도, 법당 관리 등 모든 일을 하다 보니 일손이 모자라서 노전. 지전스님을 보좌한다는 뜻에서
부(副)자를 넣어 부전으로 부르게 된 것은 아닌지.
큰 절에는 대웅전을 맡고 있는 노전스님 밑에 지전이나 부전을 두어
관음전 등 작은 전각을 맡게 하거나 노전스님의 일을 돕게 하였습니다.
윤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