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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제188편
불러내는 동남풍(東南風)
공명의 처방전을 받아 본 주유가 입을 열어 말한다.
"선생, 솔직히 말해 내 속병은 그 때문이오.
지금 장강 위에는 동남풍은 없고 서북풍 만 있소.
아군이 화공으로 공격한다면, 불길이 오히려 아군 전함을 덮칠 것이오.
모든 예측은 다 했지만 풍향을 간과하고 말았소..."
주유는 이렇게 말한 뒤에 잠시 공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선생이 내 병을 알았으니 치료할 방법도 아실 게 아니오?"
하고 공명에게 약을 내어 놓으라는 (되놈 특유의 억지) 주문을 한다.
(훗날, 습근평이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 설치를 반대하는 것 처럼...)
공명이 대답한다.
"제가 일찍이 이인(異人)을 만나 기문둔갑천서(奇門遁甲天書)를 배운 덕택에 호풍환우(呼風喚雨) 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허니, 법술(法術)을 사용한다면 능히 비바람을 부를 수가 있겠습니다."
"어? 사실이오?"
주유는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공명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실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놀라며 따라 일어나는 노숙을 향해,
"자경, 사람을 시켜 남병산(南屛山) 아래에 칠성단(七星壇)을 쌓도록 하시오.
높이는 구 척(尺), 길이는 삼 장(丈), 병사 백이십 명에게 오색 깃발을 들게 하고 주변을 경계하게 하면 내가 법술을 이용하여 대도독께 사흘간 동남풍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소." 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주유가 공명을 향하여 달려나온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으며,
"사흘까지도 필요없고 동풍을 단 하루만 빌려올 수 있다면 이길 수 있소!
그러나 시간이 없소. 조조가 쳐들어 오기 전에 그를 제압하려면 말이오."
하고 다급하게 말하였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이 십일월 보름이니 십일월 스무날 갑자(甲子)
시에 일으켜 스무 이튼날 병인(丙寅)
시에 그치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주유가 그 말을 듣고, 공명의 손을 놓고 뒤로 한 발자욱 물러서더니 손을 맞잡고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선생! 선생은 정말 내 생명의 은인이시오!"
노숙은 공명의 요구대로 그날부터 정병 오백 명으로 남병산 아래에 제단을 쌓게 하였다.
칠성단은 높이가 구 척(尺)이나 되는 삼층단 인데다가 방위(方位)가 이십사 장(丈)이나 되는 호화로운 제단이었다.
주위에는 청,홍,적, 백,흑의 오색 기를 방위에 따라 줄줄이 늘어 꼿고 장창 보검을 군데군데 세워놓았다.
제사를 지낼 준비가 끝나자 공명은 목욕재계 하고 도의(道衣)를 입고 노숙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제사를 지낼 터인데 잡인이 근접하면 안 되니 자경을 비롯해 공근 등은 절대 제사를 지내는 곳에 접근하지 마시오.
그리고 만약 제사를 지내도 효험이 없더라도 너무 나무라지는 마시오."
공명은 노숙을 돌려보내고 제단을 지키고 있는 군사더러 엄숙히 말한다.
"너희들은 제사를 지내는 동안 다음의 몇 가지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는 자는 참형에 처할 것이니 그리알아라." 하고 엄명을 내렸다.
첫째, 함부로 방위를 떠나지 말 것.
둘째, 입을 봉하고 말하지 말 것.
셋째, 어떤 괴이한 일이 있어도 소리치며 놀라지 말 것.
말이 끝나자 공명은 도의를 입은 채 제단을 맨발로 올라 향로에 향을 피우고 제문을 암송한다.
이렇게 하기를 그 날만 세번, 그 때마
다 공명이 하늘을 우러러 축원을 올렸고, 쉬는 사이에는 군사들에게 밥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날이 저물고 밤이 깊도록 아무런 영험이 나타나지 않았고 산 위에서는 계속하여 서북풍이 깃발과 향로의 연기를 반대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제를 사흘째 지내는 날 아침, 십일월 이십일 갑자시를 몇 시각 남겨놓은 주유는 공명이 빌려준다는 동남풍을 믿고 장수들을 한데 모아 군령을 내린다.
"정보 장군!"
"예 !"
" 장군은 조조군으로 위장해 강북 오림(烏林)으로 가서 조조군의 군량고(軍糧庫)에 불을 지르시오."
"예 !"
"감녕 장군 !"
"네 !"
"삼천 군사를 이끌고 황주(黃州)로 달려가 합비에서 달려올 조조의 지원군을 공격하여 불을 질러라."
"예 !"
"태사자는 들어라 !"
"옛 !"
"역시 오림으로 가되, 정보 장군을 지원하여 동쪽으로 나오는 조조의 지원군을 차단하라."
"예 !"
"능통은 들으라!"
"예 !"
"너는 삼천 군사를 거느리고 이릉
(彛陵)의 경계를 지키고 있다가 오림에서 불이 일어나거든 함성을 울리며 퇴각하는 적의 뒤를 공격하라.
"옛 !"
"동습 장군 !"
"넷 !"
"장군은 삼천 군사로 한양(漢陽)을 취한 뒤에 조조를 공격하라.
"옛 !"
"반장 !"
"네 !"
"너는 한천(漢川)을 점령하고 적의 백기 부대를 공격하라."
"옛 !"
"이상은 육로군의 작전이다.
육로군은 조조의 서북 퇴로를 차단하라.
수로군은 제 육(六) 전단으로 나누어,
제 일 전단은 한당(韓當),
제 이 전단은 주태(周泰),
제 삼 전단은 장흠(葬欽),
제 사 전단은 진무(陳武),
제 오 전단은 정봉(丁奉),
제 육 전단은 감택,
이상은 각각 전함 삼백 척을 가지고 출발하되 선두에는 각각 화선(火船)
을 이십 척씩을 앞세우라.
이상, 모두 천팔 백척의 전함으로 출발하되 십일월 스무날이 되어 동남풍이 불기 시작하면, 반 시진내에 돛을 올리고 황개 장군의 뒤를 따라 조조군을 총 공격한다.
나는 남병산 서봉 정상에 지휘소를 차리고 총 공격을 명할 것이고, 신호탄을 쏠 것이니 각 전단에서는 이를 보고 작전에 임하기 바란다."
"옛 !"
주유의 명령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명령을 하달받은 장수들은 주유의 호명에 따라 주유의 명을 접수하였으며, 명이 끝나면 각기 복명 소리를 우렁차게 외쳤다.
그로 인해 장중은 필승의 의지로 기세가 등등하였다.
명을 하달한 주유가 말한다.
"각 장군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조조군을 일거에 물리치고 강동을 굳게 지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각자, 맡은 임무로 출발하라!"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일제히 주유에게 읍하며 복명하고 흩어져 임지로 떠나갔다.
한편, 남성단 제단에서는 공명이 사흘째 동남풍을 부르는 제를 계속하고 있었다.
공명이 한 손에는 화로선 부채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본다. 그리고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손짓을 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시각, 남성산 지휘대의 주유는 장군 여몽을 불러 올렸다. 여몽이 주유에게 입을 연다.
"도독, 벌써 사흘이 다 되 가는데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이 스무 날 입니다. 두 시진만 지나면 예정된 공격시간입니다. "
"들어라, 갑자시가 되었는데도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면 군사를 이끌고 칠성단으로 가서 군법에 따라 공명을 참하라."
주유가 냉철한 어조로 여몽에게 명한다.
그러자 여몽이,
"알겠습니다. 헌데, 칠성단으로 달려갔을 때, 동남풍이 불면 그 때는 어찌합니까?"
"그래도 죽여라, 동남풍이 불면 제갈양은 쓸모가 없다.
그런 가공할 능력이 있는 자를 살려두면 장차 우리 강동에 큰 화가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
여몽은 대답을 하고 칠성단으로 출발한다.
한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 때, 칠성단에서는 공명의 막바지 노력이 거행되고 있었다.
공명이 양 팔을 벌려 휘저으며 화로선을 좌우로 내저으니, 별안간 세워놓은 깃발과 향로의 불이 방향을 서서히 반대로 틀기시작 하였다.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북풍이 완연히 동남풍으로 바뀌는 풍향을 스스로 느끼면서 그 자리에서 한 바퀴 사방을 돌아 보았다.
그런 뒤에 칠성단을 내려오며 병사들에게 말한다.
"이대로 잘 지키고 있거라."
공명이 빠른 걸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산 아래에는 휘장을 친 마차가 한 대가 서 있었다. 공명이 그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마차에 휘장이 조금 걷히면서 주유의 처(妻) 소교가 공명을 알아 보고,
"선생, 어서 타세요!" 하고 다급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공명은 소교의 마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잠시후, 여몽이 이끄는 철기군이 달리는 마차를 추격하여 세웠다.
"안에 누구냐!"
여몽의 호령이 등등하였다.
순간, 공명은 긴장하였다.
삼국지(三國志)제189편
적벽대전(赤壁大戰)
공명을 쫒던 여몽이 돌아와 주유에게 보고한다.
"도독, 제갈양이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습니다. 제가 연적까지 추격해 갔으나 이미 쾌선을 타고 떠났습니다.
공명은 이미 조운(趙雲)을 미리 대기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탐문해 보니 그 배는 사흘 전부터 그곳에 정박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주유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 언제나 공명이 한 발 앞서가는군! 그러니 살려두면 안심이 안돼 ..."
그 말을 듣고 노숙이 말한다.
"떠난 사람을 어찌하겠소. 이제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으니 공명의 공도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으나, 그래도 지금은 조조를 멸한 뒤에 다시 생각해 보십시다."
노숙의 말에 주유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한편, 공명이 도착하였다는 보고를 받은 유비는 강가로 달려나와 공명을 반갑게 맞으며, "그동안 선생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하고 눈물조차 흘렸다.
공명도 손을 마주잡고 반겨하며,
"주공께서는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부탁드렸던 병사와 전함들은요?"
공명은 반가움에 앞서 앞으로 전개하여야 할 계획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보였다.
"수륙 양군을 모두 갖춰 놓고 선생이 돌아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명은 유비와 함께 장중으로 들어와 장수들에게 군령을 내린다.
"조운 장군, 병사 삼천을 이끌고 오림(烏林)으로 달려가 갈대밭에 매복하고 있으시오.
사경(四更)무렵
이면 조조가 그 길로 달려올 것이오. 조조군이 나타나면 그들이 절반쯤 지나기를 기다려 갈대 밭에 불을 놓고 공격하시오.
전멸시키지는 못 하더라도 절반은 칠 수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장 장군 !"
"병사 오천을 이끌고 호로곡(葫蘆谷)
에 매복해 있으시오.
조조는 조운 장군과 교전한 후, 남쪽으로 가지 못 하고 북쪽으로 도주할 것이니 조조를 잡지는 못 하더라도 그 공이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오."
"헤헤헤헤! 알겠소!"
장비는 오랜만의 출정이 반가워서 기뻐하며 군령을 받든다.
"미방, 미축, 유봉은 쾌선 백 척을 이끌고 나가 강 가를 따라 돌며 조조의 패잔병들을 사로잡고 병기(兵器)를 거두시오. 아마도 만선으로 돌아올 수가 있을 거요."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합장 배례를 하고 임지로 떠나간다.
공명이 유기 앞으로 다가가며,
"공자 !" 하고 부르자 유기는,
"말씀하십시오. 저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무창은 우리에게 중요한 곳입니다. 공자는 군사를 이끌고 무창성(武昌城)으로 가십시오.
조조의 패잔병들
이 몰려오면 북과 징소리로 겁을 주고 공격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무창성을 떠나 조조군을 멀리 추격하진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유기도 선듯 대답하고 임지로 떠나간다.
공명이 임무를 맡기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 관우만이 남았다.
그러나 공명은 잠깐 관우를 한번 쳐다 보았을 뿐, 시선을 유비에게 돌리며 말한다.
"주공, 주공께서는 저와 함께 번구
(樊口)로 가셔서 오늘 밤 주유가 지휘하는 강상(江上)의 대회전(大會戰)을 살펴보기로 하십시다."
"좋소이다."
유비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대답하였다.
이로서 공명의 모든 군령 하달이
끝났다.
그때 까지도 아무런 군령을 받지 못한 관우가 수염을 한번 내리 쓸며 공명을 부른다.
그리고 섭섭함이 배어나는 어조로,
"선생, 나를 잊으셨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은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아! 관 장군? ... 장군은 아무데도 가지 말고 그냥 쉬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관우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이 몸은 적지않은 세월을 전쟁터에
서 보내면서 남보다 앞서 움직였소.
그런데 어찌 오늘 같은 큰 싸움에 나를 쓰지않는거요?"
그러자 공명이 난처한 듯이,
"아, 관 장군, 실은..중요한 임무를 맡기려고 하였는데, 장군이 미덥지 못한 점이 있어 보내지 않은 것이오. "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관우가 다시 묻는다.
"어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말씀해 주시오."
그 말을 듣고 공명이 즉시 대답한다.
"조조는 패한 뒤에 화용도를 지나게 될 것이오.
그러나 장군을 그리로 보내면 전일 조조에게 받았던 은혜로 마음이 약해져서 그를 풀어 줄 것 같아 못 보내는 것이오."
"내가 그럴 리가 있겠소?"
"조조가 전일 장군께 은혜를 베푼 바가 있으니 장군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오. "
"선생! 염려마시오. 안량과 문추를 죽여 이미 은혜를 갚았으니, 이제 다시 조조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를 풀어 줄 이유가 없소이다."
"만약 풀어 준다면 어찌 하겠소?"
공명의 말은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관우는 평소의 어조대로 대답한다.
"군법에 따르겠소."
"좋소이다. 그러다면 직접 군령장을 쓰고 가시오."
"좋소! 내가 조조를 풀어준다면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소.
허나, 조조가 화용도로 오지 않는다
면, 그건 어찌하겠소?"
이번에는 관우가 공명을 압박했다.
그러자 공명은,
"하하하하 !...좋은 질문이오. 이렇게 합시다. 나도 군령장을 쓰겠소.
만약 조조가 화용도를 지나지 않으면 나도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소."
"좋소! 내 반드시 조조를 잡아 공을 세울 터이니 두고보시오."
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면서,
"관평(關平)과 주창(周倉)은 나를 따르라!" 하고 명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함께 복명한다.
"옛 !"
마지막으로 군령을 접수한 관우가 군령장을 써 놓고, 관평과 주창을 데리고 임지로 떠나가자, 장중에는 유비와 공명 두 사람만이 남았다.
유비가 공명을 보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운장이 군령장을 두고 떠나기는 했지만 워낙 의리가 강하기 때문에 정작 조조를 만나면 반드시 놓아 보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오."
"주공, 저도 그런 점을 짐작하면서 일부러 보냈습니다."
"조조를 놓아 보낼 줄을 아시면서 일부러 보냈다니 무슨 말씀이시오?"
"제가 어젯밤 건상(乾象)을 보았더니 조조의 명이 아직도 끊이질 않았기에 일부러 관장군을 시켜 예전에 은혜를 갚게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관 장군이 조조로 부터 받은 은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겠습니까?"
유비는 그 말을 듣고 새삼 탄복한다.
"선생의 신산(神算)은 그저 탄복만 있을 뿐입니다."
공명은 손건(孫乾)과 간웅(簡雄)에게 본진을 지키게 하고, 유비와 함께 번구로 가서 주유의 용병을 관전하기
로 하였다.
이즈음, 강동의 수군은 출동 준비를 마치고 모두 강동의 수군 포구에 모였다.
노 장군 황개가 병사들을 독려한다.
"이번 전투에 강동의 안위가 달려있다!
모두 목숨 걸고 싸움에 임하고 장수들은 부하들 보다 앞장서서 조조군을 공격하라!"
그때, 주유가 다가와 예를 표하며 묻는다. "황 장군, 준비가 다 됐소?"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황개가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주유는, "좋소! 적장의 목을 베어 가는 길을 배웅하리다!" 하고 말을 한 뒤에,
"끌고와라 !"
하고 명하니, 두 사람의 병사들이 각기 포승줄에 묶인 채중과 채화를 주유의 앞으로 끌고왔다.
채중과 채화의 위장 귀순은 이미 황개와 감택에게 탄로가 나버린 상태였다.
또한, 황개가 조조에게 보낸 위장 귀순의 서신도 이미 떠난 상태였기에 이들의 쓸모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쓸모와 못 쓸모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주유는 쓸데없이 공명을 죽이려는 시도를 번번히 시도 했다가 실패하였으나, 채중과 채화의 못 쓸모는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살려달라>는 채중과 채화의 애절한 소리를 뒤로하고, "집행하라 !"
주유는 매몰찬 명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형주 수군에 이어 조조의 수군을 쥐락펴락 하던 채씨 형제는 모두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출발 !"
황개가 출발을 명하였고 이를 다른 병사가 이어받았다.
"모두 승선하라! 출발이다!"
황개의 스무 척의 배는 강동 수군의 본진에 앞서 선두에 나섰다. 그리하여 조조의 수군 본진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밤이 깊어 어둠 속에 자욱한 물안개에 묻힌 삼강구에 포진한 조조의 수군 진형이 희미하게 보였다.
"청룡기를 꼿은 배, 스무 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날은 강동 수군의 노장 황개가 군량을 비롯하여 연결되어있는 함선에 화광이~~
※ 삼국지(三國志)제190편 ※
조조의 큰 웃음 뒤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
조조는 장요와 함께 겨우 백여 기를 거느리고 불길 속을 간신히 빠져
나왔지만 사방이 불바다여서 어디로 피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불길이 일지 않는 곳으로 피하는데 모개와 문빙이 겨우 십여기를 거느리고 뒤쫒아 온다. "여기가 어디냐 ? 어디로 가야할꼬 ?"
장요가 대답한다.
"여기는 오림부근 입니다. 적의 추격이 심하니 빨리 피신하셔야 합니다."
그 소리가 채 끝나가도 전에,
"조조야 어디로 가느냐 ? 게 섯거라 !"
하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적장 여몽이 십여 기를 거느리고 달려온다.
"승상 ! 뒤는 제가 막아낼 테니
어서 피하십시오 !"
조조는 달려드는 적을 장요에게 맡기고 밤길을 십여 리쯤 정신없이 달려가니,
이번에는,
"동오의 능통이 여기 있다. 조조는 체념하고 항복하라 !"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
조조는 기겁하며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거기에도 일단의 복명이 들고 일어나 조조가 또다시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려는데,
"승상, 승상 !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서황입니다.
승상께서 이리로 오시리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오오, 서황인가 !"
조조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지금 장요가 저 뒤에서 고전을 하고 있을 테니 빨라가서 도와 주고 오라 !"
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서황이 급히 달려가 여몽과 능통의 군사들을 물리치고, 장요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왔다.
그런 뒤, 조조는 장요와 서황의 호위를 받으며 어둠 속에서 동북방 방향으로 달아나는데 십 리도 채 못가서 또다시 적을 만났다.
"나는 동오의 감녕이다. 조조는 대장부답게 나의 칼을 받아라 !"
하고, 외치기가 무섭게 마연을 한칼에 베어 버리고 조조에게 덤벼든다.
장의가 번개같이 달려나가며 싸움을 가로맡았지만, 그 역시 감녕의 날쌘 칼에 피를 뿌리며 쓰러질 뿐이었다.
그 광경을 본 조조는 간담이 서늘해 져서 적을 서황에게 맡기고 서쪽으로 말을 급히 달렸다.
밤은 어느덧 오경이었다. 한참을 달려오고 보니,뒤쫒는 적들도 없고, 사방은 어둠 속에 적막할 뿐으로 오직 도망치는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의 지친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앞서가던 군기(軍旗)를 든 병사가 조조의 눈앞에서 땅바닥에 고꾸라지
는 것이 보였다.
조조를 따르는 병사들은 패주에 패주를 거듭하는 극심한 피로로 인해, 어느 누구도 군기를 든 병사가 자빠진 것을 도와주지 않았다.
고작해야,
"일어나, 일어나 !" 하고, 말만 할 뿐, 도망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조가 땅바닥에 엎어진 병사 앞에 말을 우뚝 멈추고 쓰러져 몸을 일으키지 못 하는 병사에게,
"너, 지금 깃발을 버린 것이냐 ? "
하고, 외치듯이 물었다.
그러자 군기를 들었던 병사가 두 손을 맞잡고,
"더는 들고 갈 힘이 없었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조조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너는 군 생활을 몇 년 한 것이냐,
엉 ?"
그 바람에 도망만 치던 병사들의 발걸음이 순간, 멈추며 모두가 조조에게 눈이 쏠렸다.
"아룁니다. 대략 십년 됬습니다."
"십년 씩이나 됐는데, 목이 달아날 때 까지 군기를 손에서 놓치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나 ?"
"압니다. 용서하십시오."
군기병은 곧 목이 잘릴 것 같아 벌벌 떨며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쓰러진 군기병 보다는 함께 도망치는 병사들을 향해 말한다.
"승패는 병가의 상사다 ! 싸움에 패한 것은 상관없지만, 사기마저 꺾여서는 안 된다 !"
평소같았으면 조조의 성격상,
군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병사는 참(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적의 공격을 피하여 도망을 치는 입장인데다가, 자신을 근접하여 호위하는 병사의 죄를 평소처럼 물을 수 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
그렇다고 군기를 버린 것을 모른 체 넘어갈 수도 없으니, 조조는 이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봉합해야 하는지
잘 아는 처세의 달인이었다.
그리하여 일순, 주변을 한바퀴 돌아
보며, 병사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여기가 어디냐 ?"
"승상 ! 여기는 오림의 서쪽이고, 의도(宜都) 북방입니다."
정욱이 아뢴다.
조조는 그 말을 듣자 비로소 여유를 갖고 산천을 돌아보았다.
산은 높고 숲은 우거졌는데, 길은 좁고 험하다. 조조는 잠시 산천경계를 돌아보다가 별안간 크게 웃는다.
"으헤헤헤헤헤헤 !...."
"어찌 그러십니까 ?"
정욱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주유와 제갈양의 어리석음을 비웃은 것이다."
"어찌하여 ?..."
"보아라 ! 이곳은 산세가 험하기 때문에 사지(死地)에 해당하는 곳이다. 만약 이곳에 병사들을 매복 시켰다면, 우린 끝장났을 것이야!
놈들이 적벽에서 운이 좋아 승리한 것이지 실상은 별다른 재주와 작전이 없었어 ! 한 마디로 가소로운 놈들이지 !"
조조는 좌우로 서황을 비롯해 장요와 정욱을 번갈아 돌아보며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 순간, 어둠을 뚫고, 앞 쪽에서 일단의 군마가 달려오는 소리가 진동하였다.
"조자룡이 책사의 명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 조조는 목을 내 놓아라 !"
"승상 ! 피하십시오 !"
정욱이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빨리 피해라 !"
조조를 따른던 병사들이 제각기 흩어지며 도망쳤다.
조조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대쪽으로 말을 내달렸다.
패주, 패주 !... 조조는 여기서도 많은 군사를 잃고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한참을 정신없이 도망치던 조조와 그의 장수들은 조자룡이 더이상 쫒지 아니하자, 한숨 돌리며 잠시 말에서 내려 쉬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조조를 비롯한 정욱, 장요, 서황이 둘러앉아 한밤의 한기(寒氣)를 쫒고 있었다.
패주에 패주를 거듭하는 동안 장수들의 사기도 침체되어 어느 누구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없이 그저 타는 모닥불 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일단의 병사들이 전열을 이탈해 도망치는 것이 눈에 띄였다.
정욱이 급히 장요를 부르며,
"장 장군, 어서 막으세요 !"
하고, 말하자, 조조가 입을 연다.
"가게 놔둬라."
이미 칼을 뽑아든 장요가 말한다.
"그럼, 누가있어 승상을 호위하겠습니까 ?"
조조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겁을 집어먹은 병사는 어차피 무용지물이지, 제 정신이 아닌데 누굴 호위하겠나?"
장요와 서황이 조조의 말을 듣고, 도망치는 병사들을 쫒으려던 칼을 땅바닥에 꼿으며 한탄한다.
"에잇 !..."
그러고서도 몇몇 군사들이 더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눈을 감은 채로 한참을 말없이 있던 조조가,
"다 떠났느냐 ?..." 하고, 물었다.
"승상, 스물 일곱 명이 남았습니다."
정욱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한다.
조조가 번쩍 눈을 뜨며 말한다.
"하늘이 도왔구나. 스물 일곱 명이나 남겨 주다니...내가 예전에 동탁 암살에 실패하고, 말 한 필에 의지하여 도망칠 때에는 정말 낭패였지, 허나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백만대군을 양성했네,
그런데 오늘은 스물 일곱 명이나 되는 충성스런 장수와 병사들이 내 곁에 남아있다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도다.
하늘이 날 버리지 않았으니, 나도 결코 하늘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
조조의 독백(獨白)과도 같은 소리를 들은 정욱, 장요, 서황은 고개만을 끄덕이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잠잠한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승상, 이제 그만 일어나시지요."
정욱이 밤을 도와 몸을 피해야 함을 일깨우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조조는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느닷없이 큰 웃음을 웃어젓힌다.
"흐흐흐흣 ! 아, 하하하하 !..."
"아까... 웃으시고 난 뒤에 조자룡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 그런데... 어찌, 또 웃으십니까 ?..."
정욱은 조조의 큰 웃음 뒤에 곤경에 처한 바가 있었던 지라, 조조의 웃음이 불안하기만 하였다.
"우헤헤헤헤 !..."
한바탕 웃음을 웃고난 조조가 자신감어린 어조로 정욱과, 서황, 장요를 돌아보며 말한다.
"주유와 제갈량의 지략도 별 볼 일이 없다. 여기 지형을 보아라, 호리병 같이 생기지 않았느냐.
내가 군사를 부렸다면, 이곳에 반드시 복병을 배치해 뒀을 것이야. 그러니 그들이 철기병 오백명만 여기에 있었다면 우리는 꼼짝다 죽은목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