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본만 물가상승으로 경제호황될거라고 떠드는 진짜 이유 / 6/28(금) / 현대 비즈니스
◇ 임금이 오르지 않은 이유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
이제 이것이야말로 일본 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비장의 카드라는 분위기가 노사정이라는 입장을 넘어 일본 전체를 뒤덮고 있는 느낌이다. 하긴 이제야 임금이 오르기 시작한 이때를 포착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라는 구호를 내놓으면 세상에 받아들이기 쉬울 게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 디플레이션 탈피 때도 그랬지만 반론을 불허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입을 모아 주창하는 구호에는 위태로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이 구호가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 시기가 얼마나 길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1990년 전후에 버블 붕괴를 수반해 일본 경제는 장기 정체에 돌입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기업들은 자산 압축과 비용 절감에 힘을 쏟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버블 붕괴 초기에는 고용과 임금은 성역시됐으나 90년대 후반 부실을 배경으로 금융시스템 불안이 확산되자 한꺼번에 인력 조정과 임금 삭감이 이뤄지게 됐다.
이후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청년 노동력의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력 부족이 확산되면서 고용 환경은 단단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물가 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 연동으로 임금 인상률이 결정되는 것이 임금 동결을 가능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그제서야 최근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는 회사에서는 1년 늦게 임금이 올라온다. 일본에서도 드디어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큰 변화다.
◇ 왜 물가도 같이...?
형태상으로는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을 가져온 셈이다.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디플레이션 탈피로 바뀌는 구호가 돼 왔다. 물가도 오르고 임금도 올라온 이 시점을 포착해 한 번만 더 누르면 선순환이 달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그러나 소박한 의문이 생긴다.
임금이 오르는 것은 물론 환영이지만 왜 물가가 함께 올라야 하는가.
더구나 물가가 먼저 오른 이상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물가가 오른 덕분에 임금이 올랐다, 선순환이라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물가가 먼저 오르니 임금 인상은 뒷전이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실질 소득의 감소를 막는 것이 고작이다. 물가상승률을 넘어 임금을 올려 실질임금을 늘리려 하면 물가상승을 넘어선 부분은 가격에 전가돼 결국 실질소득을 줄이고 만다. 하지만 물가를 이기기 위한 임금 인상을 하면 임금과 물가의 스파이럴적 상승을 불러와 실질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사실, 중앙은행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도일 것이다.
해외 중앙은행들은 임금과 물가가 스파이럴하게 상승하는 악순환을 우려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라는 것이 슬로건이 되었을까.
◇ 인플레이션을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사정
확실히 오랫동안 임금이 낮게 억제되어 온 일본에서는, 다소 물가를 웃도는 임금인상이 계속 되어도 구미와 같은 물가의 급등을 초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임금이 올랐으면 됐지 물가가 올라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왜, 일본에서는 임금 상승에 물가 상승을 얽히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디플레이션 탈피가 중요하다고 했던 사람에게 있어서, 물가 상승이 일본 경제에 있어서 좋은 일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 아닐까.
디플레이션이 경제침체의 원흉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경제발전의 처방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디플레가 시작된 90년대 후반부터 디플레 탈피는 국민적인 슬로건이 되어, 일본은행은 거의 일관적으로 금융완화를 계속하게 되었다.
디플레이션 탈피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물가가 2% 오를 때 임금이 당연히 오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가가 상승해도 그에 비해 임금이 오르지 않아 실질소득 감소가 우려되게 됐다. 디플레이션 탈피, 즉 물가가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게 됐다.
디플레 탈피는 90년대 후반부터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슬로건이다. 정부도 일본은행도 이제 와서 이것이 잘못이었다고 해서 취하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동반하는 것이 중요하고, 더 나아가 임금이 오르면 그것이 가격에 전가돼 물가도 오르고, 더 나아가 임금이 오른다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확실히, 춘투 등의 임금 인상 교섭에서는, 물가 상승율에 맞추어 임금이 오른다. 물가 상승 덕분에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으니 역시 디플레이션 탈피가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즉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라는 구호를 펼침으로써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편 기사 물가가 오르지 않아도 정부와 일본은행이 숨긴 일본 경제의 알면 안 되는 진실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