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맨드라미 외 1편
이원형
닭은 죽어
꽃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맨드라미는 닭의 후생
새벽의 모가지를 비트는 아버지
눈치 빠른 어머니는 양은솥에 불을 지핀다
닭의 돌연사를 말한 셈이다
닭은 벼슬도 버리고 뼈만 남겼다
포식자의 손을 떠난 뼈다귀는 휙휙
공중제비를 돌았다
살을 버린 뼈들은 담벼락 아래로 꾸역꾸역
훗날을 도모한다
그러니까 담은 닭의 후일담
그 여름
당신들이 벌인 짓을 꿰고 있다는 듯
목청껏 닭벼슬 곧추 세우는 닭의 후생
입 다물고 서 있는 담을 방패막이 삼아
목청껏 붉은 비명을 토해내는
닭의 환생
일가는 새벽의 고요를 얻었고
닭은 몸 바쳐 저 닮은 꽃을 남겼다
무색해집니다
탈색은 색의 해탈입니까
이름이 있으나 이름을 버린
무명씨처럼
색이 색을 버리면 무색해집니까
회색분자 빨갱이
이런 험상궃은 말은
색깔을 고집해서 생긴 색깔론입니다
변색은 색의 변절입니까
탈색과 변색 사이에 낀 반색은
색의 중도층입니까
무채색이란 말조차 무색하여
색을 버리기로 합니다
탈탈 털어 먼지 안 나는 색은 없습니다
색을 압수수색 합니다
탈탈 털리고나면
유일하게 남는 탈색입니다
----박용숙 외,애지문학회 사화집, {멸치,고래를 꿈꾸다}에서
이원형
2021 《애지》 등단 시집 《이별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