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에 다녀왔습니다.
가을 바람이 선선이 불던 날에 바이칼 호수를 천천히 걸었다.
가을 소리는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단다. 올가을 나의 귀는
바이칼 호수의 나그네 귀이기를 바래본다. 호수로 한 걸음씩
걸어 내려간다.하늘로 한 걸음씩 걸어 올라간다. 호수는 하늘
과 맞닿아 하늘호수가되고 하늘은 호수로 내려와 호수하늘이
된다.백조는 호수 위를 날다 구름에앉고 영혼은 구름 위에 떠
서 천국에 앉고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이 천지창조 두번째 날
이니 강물이 처음 흐르던 날이 천지창조 여섯째 날이니하늘호
수 앞에 서서 아득한 신의 눈길을 호수하늘 앞에 앉아 포근한
신의 음성을 파란 하늘엔 흰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뭉게구름
은 파란 바이칼 호수로 내려 앉아 하늘에서 흐르듯 호수 위에
서 흐른다.한없는 하늘을 전부 끌어안은 바이칼 호수는 하늘
호수가 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변한다.가을바람에 작은 파도가
맑은 소리를 내며 속삭이듯 호수가로 밀려온다.하늘호수 깊은
곳의 묵직한 소리도 파도를 타고 함께 천천히 세상 밖으로 흘
러나온다.나는 호수가로 한 발 다가가 귀를 기우린다. 새벽 닭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던 9월 29일, 가을날에 집대문 밖을
나섰다. 사진기 메고 바이칼 호수의 가을을 담으러 떠나며 “바
이칼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던 중에 “백조 처녀“라는 설화
를 읽고 우리나라 한민족의 시원(始原)을 생각해본다.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주와 브리야트 주에 걸쳐 초승달
모양의 바다 같은 호수로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세계에
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호수다. 총길이 647Km, 최대 폭
80Km, 수심이 약 1700m. 상징적인 의미는 접어두고 숫자로
만 보아도 바이칼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한민족 시원의 상
징”,“시베리아의 파란 눈”,“세계최대의 내륙담수호”등등으
로 불린다. 수정처럼 투명한 물속에는 담수물개 “네르파”, 청
어류의 “오물”, 속이 다 보이는 투명한 물고기 골로미양카
등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1500여종의 다양하고
고유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여행 중 기차에서 파는 건조된 오
물을 술안주로 먹었는데 어찌나 짠지 오물오물 씹었고 알혼
섬에서 운전기사가 끓여준 오물국에 비린 맛이심해 오물오물
삼켰다. 바이칼 호수의 기온은 11월부터 얼기시작해 1월부터
는 호수 얼음위로 화물 트럭이 다닌다. 바이칼의 봄과 가을은
달력으로만 있고 실제는 여름에서 곧 겨울로 간다. 이번 10월
의 사진여행도 가을이지만 겨울옷으로 준비했다.다만,털모자
를 빠트려 새벽엔 머리가 시원했다. 요즈음 주말이면서민들의
별장 “다차” 문화도 성숙되어있다.다차란 통나무로지은 집과
텃밭이 딸린 주말 농장이다. 그 곳에서 장작불로 돌을 달군 뒤
자작나무 가지로 돌 위에 물을 뿌려 나오는 증기로 땀을 빼는
“반야“로 불리는 러시아식 사우나를 즐기며 보드카와 소시지
그리고 철갑상어등을 꼬치구이로 구워먹는”샤실릭”을 차린다.
다차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흐루시초프가 집권 초기에 인
민주의와 평등을 강조하면서 직장인들에게 백팔십 평 정도의
땅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웠고 샘도 났다.바이칼 호수의 밤하늘은 별들의 천국이다.
그들은 여행객에게 북두칠성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바이칼 호
수에 띄운다. 나는 술잔에 북두칠성을 담아 마시며 바이칼 호
수에 반짝이는 북극성을 찾아본다.그들도 우리처럼 북두칠성
을 국자로 보는 전설이 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바이칼 호수
일대를 우리 민족문화의 발상지로서 주목한 바 있다.한민족의
정신적 고향 바이칼 호수...오늘날의 한국인은 멀리 만주와 시
베리아, 연해주 등지에 살고있는 퉁구스족으로 구성되는 몽골
로이드 황인종들이 구석기시대에 바이칼 호수를 떠나 동남쪽
따뜻한 한반도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라를 메고 온
종일 호숫가를 거닐다 브르한 산 계곡에 앉아 잠시 발 담그고
바이칼 호수를 내려다본다. 호수 푸른 빛에 눈 시려워 잠시 눈
감으니 깜빡 턱 괴고 풋잠에 빠졌다.아련한 산 빛깔 구름 되어
흐르고 사무치게 맑은호수 가슴에 넘실대는데 하늘에 하얀 자
작나무 천국에 오른다. 멀리 석양 한 줌 비추고 작은 집 한 채
외로운 길에 서성이는 내 모습이여. 꿈속 나무꾼 되어 선녀를
만나고 하늘을날랐고 푸른 늑대되어 브르한 산에서 칭기스 칸
을 만났고 지바고와 라라가 만나던 집과 최석의 무덤을 보았는
데 계곡 으스스한 바람에 만 리 바이칼 호수 날던 꿈이 깨니
몸은 그대로 바이칼 호수 앞에 있네. 여행 마지막 날 이르쿠츠
크 공항으로 향하는데 눈이 내린다.멀리 눈덮인 자작나무 사이
로 “Somewhere my love” 노래가 흐르고 닥터 지바고와 라
라가 걸어오며 나에게 손을 흔든다 “즈드 라스트 브쩨......”
나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만나 반갑습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