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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이 남긴 숙제
지난 3월, 40년간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 찾아온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SVB 파산 후 미국에서 일련의 은행 파산이 일어났고 그 파장이 유럽 대형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도 미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으나 각국 금융당국이 재빨리 손쓴 덕에 금융권 전체 위기로는 번지지 않았다. 두 달여 시간이 흐른 지금 SVB 파산이 남긴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라는 숙제를 고민해 볼 때다. 『나라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한 여러 금융위기와 이번 사태를 비교·분석해 국내외 여파를 가늠해 보며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봤다.
미, 금융권 전체 위기는 아니라는 안도감… SVB 사태 상흔은 여전
같은 위기가 반복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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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아도 행복한 우리 ⑤ 인구의 재정의
인구감소세가 국가적 난제가 된 지금, 지역의 ‘양적’ 인구를 늘리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구의 관점을 ‘거주’가 아닌 ‘생활’에 맞춘 새로운 인구 개념이 등장했다. 바로 ‘생활인구’. 그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여러 모습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으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인구를 뜻한다. 연중기획 다섯 번째 주제는 ‘인구의 재정의’다. 새로운 인구 패러다임 ‘생활인구’를 자세히 알아보고, 워케이션으로 그리고 다문화 융합 정책으로 지역의 다양한 주체를 아우르며 활력을 높여가는 시선을 따라가 봤다.
정주인구 확보 경쟁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먹고 즐기고 일하는 인구
‘근무’에 초점 둔 ‘민간 생태계’로 디지털 노마드 공략
특별인터뷰
“R&D 투자, 국가적·사회적 문제 해결하고 사회 전반의 성장활력 높이는 길”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1994 원광대 전기공학과 교수 1996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1998 미국 MIT 마이크로시스템 기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 2002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교수 2009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2016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 2018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2022. 5.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장관으로 취임하신 지 1년이 돼갑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기업, 대학교, 연구소 등 정책현장을 살펴보고 현장의 소리를 담아 과학기술과 디지털 분야의 근간이 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러한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대표정책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과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와 관련해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우리가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누리호 성공이 확인된 순간 장관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앞으로도 과학기술 강국 도약, 디지털 모범국가 실현이라는 미션을 달성해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관님은 어릴 적 꿈도 과학자셨나요?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초등학교 동창의 말에 따르면, 자연 과목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더운 날 주전자에 차가운 물을 넣고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현상을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제가 유일하게 답했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자란 영향인지 어릴 때부터 자연 현상이나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당시 신기술인 반도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는 반도체, 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가장 재미있는 공학자입니다. 장관님은 반도체 석학으로 유명하신데요, 장관님께서 개발한 벌크핀펫이라는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기술인 벌크핀펫(트랜지스터의 일종)을 발명하고 개발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핵심구조가 상어의 등지느러미를 닮아 이름에 핀(Fin)을 넣었어요. 펫(FET)은 전계효과[전류통로(채널)에 생기는 전기장의 작용] 트랜지스터를 의미합니다. 특수 기판에 비해 값싼 벌크 실리콘 기판에 만들기 때문에 벌크핀펫이라 합니다. 벌크핀펫은 고속 스위칭 특성을 유지하면서 트랜지스터의 축소화에 유리해 고성능, 고집적이 가능한 기술로, 비메모리 업계의 표준기술입니다. 과거에는 평면구조(2차원)의 모스펫(MOSFET)을 사용했는데, 크기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각종 성능 저하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발명한 벌크핀펫은 2차원 소자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22nm부터 3nm 또는 5nm 기술 세대까지 업계의 표준 소자기술로 양산에 적용됐습니다. 벌크핀펫은 최첨단 CPU, GPU, NPU, AP 등 각종 프로세서를 양산할 때 적용되는데, 특히 AI 칩의 계산 능력을 크게 개선해 AI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에 이어 지금 3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2차 발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5월 24일 발사를 앞둔 3차 발사는 12차 발사와 달리 실용위성이 탑재된다는 점에서 첫 실전 발사입니다. 또한 처음으로 민간기업(체계종합기업)이 발사체 운용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우주개발을 전담할 우주항공청 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누리호와 다누리가 성공했지만 우리 기술력은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60~70% 수준입니다. 글로벌 우주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주항공청 설립이 꼭 필요합니다.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0%가 우주항공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우주항공청 개청을 목표로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법이 통과되면 전문성과 혁신으로 무장한 강력한 우주전담기관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3월 국내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민간 발사체 시험발사에 성공했는데요, 민간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초기시장 창출, 스타트업 육성, 기반 확충, 제도 정비 등 4가지 방향으로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먼저,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앞으로 예정된 위성개발과 발사서비스를 점차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겠습니다. 둘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우주펀드(2023년 50억 원)를 확대하고, 창업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우주산업클러스터 사업과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산업의 기반을 확충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우주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및 법령을 기업 친화적으로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달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국가전략기술과 특별법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첨단 과학기술이 경제와 외교, 안보까지 좌우하는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정부는 국가 생존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 12개(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AI, 차세대 통신, 첨단 로봇제조, 양자)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했습니다. 이번 3월에 제정된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전략기술을 안정적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부처에 산재한 연구개발(RD) 전략을 하나로 모아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습니다. 향후 5년간 약 25조 원을 투자해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입니다.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대 분야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3대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뒤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3대 주력기술 초격차 RD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번 전략에는 3대 주력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와 함께 선정한 100개 핵심기술에 대한 정책이 담겨 있습니다.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향후 5년간 정부와 민간이 총 160조5천억 원(정부 4조5천억 원, 민간 156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인력양성 등 측면 지원도 꼼꼼히 챙길 것입니다. 창조적 혁신 측면에서 연구소 RD 기반 딥테크 창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준비 중인 혁신창업 활성화 방향은 무엇인가요?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딥테크 유니콘 기업 창출을 위해 지난 1월 스케일업 RD 투자전략을 발표했고, 5년간 국가전략기술 등 딥테크 분야에 약 15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담은 (가칭)과학기술 스케일업창업 촉진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초성과부터 사업화창업까지 단일과제로 단절 없이 지원하고 동시에 기업 수요와 우수 기초성과를 매칭해 주는 사업[차세대 유망 시드 기술실용화 패스트트랙사업(2023년 신규, 48억3천만 원)]을 확대하는 한편 연구자에게 도전적 초기자금을 지원하거나 시작품시제품 제작을 활성화하는 등 딥테크 기반 창업 붐을 조성하겠습니다. 챗GPT 열풍이 대단합니다. 우리 AI 기술 수준은 어떤가요? 초거대AI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을 하는 AI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파고보다 수백 배 이상 똑똑합니다. 특히 챗GPT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후 다음에 위치할 단어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일례로 나는 OOO에 교회를 간다는 문장이 있으면 확률에 의해 일요일을 선택합니다. AI 기술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100) 대비 기술 격차를 꾸준히 좁혀가 2021년 기준으로 89.1(1.3년 격차)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AI 논문특허 경쟁력도 높은 수준입니다. 초거대AI 분야로 좁혀 보면, 자체적인 초거대AI 플랫폼을 보유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전 세계 4개국뿐입니다. 앞서 언급하신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방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초거대AI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초거대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비영어권 시장부터 공략하기 위해 동남아, 중동 등 언어 데이터 200종과 한국어 데이터 130종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한 법률, 의료, 예술, 학술 분야의 전문가를 보조하는 AI를 만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합니다. 올해 약 3,900억 원 투입을 시작으로 점차 예산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국민 누구나 초거대AI를 손쉽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AI 활용윤리 교육도 강화합니다. 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자면 먼저, 초거대AI 개발에 필요한 양질의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추가보강하고 중소기업대학 등을 대상으로 대용량 컴퓨팅 자원의 확대를 지원합니다. 둘째, AI 기초연구와 함께 현재 초거대AI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공공 영역에서 초거대AI 응용서비스를 개발할 것입니다. 셋째, 초거대AI 개발활용에 전문화된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추가 양성하고, 챗GPT 활용교육, 윤리교육 등 전 국민 초거대AI 리터러시를 높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초거대AI 규제개선 방향 도출 및 신뢰성성능 평가, 사회적 우려위험 요인 대응 등 AI 확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챗GPT 등 활용 과정에서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초거대AI를 바람직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초거대AI를 이용한 해킹과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응책도 착실히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초거대AI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관리하는지 살펴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함께 초거대AI 시대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보호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초거대AI를 개발활용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도 필요할 텐데요. 초고속저전력 AI반도체를 적용하면 컴퓨팅 인프라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실증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가입니다. 6G, 위성통신 같은 차세대 네트워크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네트워크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과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지난 2월 K-Network 2030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먼저, 민관 협력에 기반한 6G오픈랜위성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경쟁에 임할 것입니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6,253억 원을 투입하는 6G RD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글로벌 통신사, 제조사, 표준전문가, 장관급 정부 관계자 등을 초청한 Pre-6G 비전 페스트(fest)를 개최해 글로벌 6G 이슈를 주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중심의 네트워크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 장비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정부 RD 30조 원 돌파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2023년 정부 RD 예산은 지난해 대비 4.3% 증가한 31조1천억 원으로,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에 정부의 RD 투자가 기술확보를 넘어 국가적사회적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양자 등 경제산업안보와 직결된 국가전략기술에 중점 투자하는 한편,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탄소중립 실현, 산업공공 분야 디지털전환 촉진 및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도 과학기술과 디지털로 사회 전반에 성장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께 미래 희망과 비전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지은 『나라경제』 편집주간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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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이외 작물로 생산 전환 유도해 쌀값 안정 달성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올해 3월 벼 재배면적을 적정 수준인 69만ha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쌀 생산량이 수요량에 비해 너무 많다고 판단해 지자체, 쌀 농가, 농협 등과 협력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공급 법칙과 달리 쌀의 경우에는 농업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농업인 소득, 식량자급률로 대표되는 식량안보 등 다양한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쌀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원인은 쌀 소비량에 비해 쌀 생산량이 더디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이다. 전체 식량작물 소비량 중 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2000년의 쌀 소비량 93.6kg과 비교하면 20여 년 사이 쌀 소비량은 39.2%나 감소했다. 그동안 국민소득이 증가해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량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쌀국수, 쌀빵, 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 산업이 커지며 가공용 쌀 소비가 늘긴 했지만 전체 쌀 소비량은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2000년 560만6천 톤에서 2021년 388만2천 톤으로 30.7% 줄어 쌀 소비 감소율 39.2%를 밑돌았다. 생산기반 조성, 재배기술 향상, 우량품종 개발 등에 따라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이 2000년 451kg/10a(100a는 1ha)에서 2021년 530kg/10a으로 17.5% 증가한 점도 쌀 생산량 증가의 요인이다. 쌀 수급 안정을 달성하려는 이유는 쌀값 및 농업인 소득 안정과 관련성이 크다. 2021년 기준 농업 총생산액 59조2,171억 원 중 쌀 총생산액은 9조5,263억 원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한다. 농축산물 단일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또한 쌀 재배농가 수는 53만2천 호로 전국 총농가 수의 절반 이상이 쌀을 재배하고 있다. 결국 쌀값이 안정돼야 농업인 소득이 안정되고, 이는 농업농촌 경제의 유지 및 안정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량자급률 측면에서도 쌀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 45.8%로 OECD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식량자급률이 낮아질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의한 식량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92.8%로 가공용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밥쌀용 쌀은 자급하고 있다. 반면 쌀을 제외한 작물의 자급률은 낮다. 보리가 38.2%, 콩이 30.4%이고, 밀은 0.8% 수준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식량작물의 생산량을 늘려야 하지만 쌀은 쌀값 안정을 위해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과잉생산된 쌀은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유휴 논을 콩 또는 밀, 옥수수 등 우리나라에 부족한 사료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올해 새롭게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도의 핵심 취지며, 쌀 적정생산의 주요 수단이 된다. 전략작물직불제로 쌀 과잉공급 완화 쌀 대신 콩 또는 가루쌀 재배 시 ha당 100만 원 지급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2021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7만5천 톤(10.7%) 증가하면서 지난해 산지 쌀값이 연초 5만889원/20kg에서 9월 말 4만393원/20kg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정부가 45만 톤이라는 대대적인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추진해 쌀값이 10월 초 4만6,994원/20kg까지 회복되는 등 쌀시장에 큰 변동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을 완화하고 적정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도를 도입하고 논 타작물 생산기반을 강화하는 등 쌀 적정생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쌀 생산 감소 방안은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방안과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이 있다. 우선 벼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농식품부는 올해 적정 벼 재배면적을 69만ha로 전망하고, 2022년 벼 재배면적인 72만7천ha 대비 3만7천ha를 줄인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도를 활용해 1만6천ha를 감소하고,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논 타작물 지원 사업을 운영해 1만ha를 줄인다. 농지 전용 등 기타 1만1천ha를 합하면 3만7천ha가 된다. 전략작물직불제도는 식량자급률 제고 및 쌀 수급 안정을 목적으로 중요한 작물에 대해 직접지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쌀과의 소득 차를 고려해 논에 벼 대신 콩 또는 가루쌀을 재배하는 농가에 ha당 100만 원을 지급하고, 하계 조사료(풀 사료)는 430만 원을 지급하는 한편 동계에 밀, 보리, 조사료 등을 재배하는 경우에는 50만 원을 지급한다. 중요 작물인 콩 또는 가루쌀을 밀이나 조사료와 이모작할 경우에는 인센티브 100만 원을 추가 지급한다. 올해 총예산액은 1,121억 원이다. 가루쌀은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새로 개발한 품종으로 일반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아도 밀처럼 가루로 잘 빻아지는 특성이 있어 수입밀을 대체하고 가공용 쌀 시장을 확대해 쌀 수급 안정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7개 시도와 29개 시군 지자체에서도 245억 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논에 벼 이외의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지원한다. 농가의 소득 감소분을 지원하고, 작목 전환에 대한 위험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ha당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지원하는데, 지원 대상 품목은 지역별 재배 여건, 주요 소득작물, 생산기반 여건에 따라 지자체별로 상이하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쌀 농가와 함께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와 농가가 협약을 맺고 전략작물직불 대상 품목 이외 작물로 전환하거나 휴경할 때는 ha당 공공비축미 150~300포대를 추가 배정한다. 감축협약에 참여하는 농업법인이나 지역 농협이 시설장비 지원, 고품질쌀유통활성화 사업 등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우선 선정기회 및 가점을 부여하는 등 우대한다. 벼 외 타작물 생산기반 구축하고 다수확 품종에 대한 공공비축 매입 제한 쌀농사를 짓던 농가가 의지만 갖고 다른 작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벼에서 다른 작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별도의 농기계가 필요하고, 농산물의 판매처도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콩, 가루쌀, 하계 조사료 등 벼 외 타작물의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관련 시설장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1년 83개소였던 콩 전문생산단지는 올해 170개소까지 확대하고, 가루쌀 생산단지는 올해 38개소를 신규 선정했다. 또한 정부 공공비축을 강화하고, 식품기업과 농가 간 계약재배에 대한 융자 지원을 통해 농가 판로 확대 지원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을 줄임과 동시에 고품질 쌀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다수확 품종을 밥맛이 좋고 재배 안정성이 높은 고품질 품종으로 전환한다는 기본 방향을 수립했다. 공공비축 매입을 했던 다수확 품종 중에서 2024년부터는 4개 품종을 제한하고, 2025년부터는 10개 품종에 대한 정부 보급종 공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향후 쌀 신품종은 밥맛 중심의 고품질 품종과 가루쌀과 같이 가공제품 생산에 유리한 품종을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사후에 남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시장격리보다는 사전에 벼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과 수요를 맞추는 방안이 재정절감 효과도 있고 시장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 지원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논 타작물의 대규모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쌀을 적정하게 생산하도록 해 가격을 안정화하면서 식량자급률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
의료기기·화장품 등의 경쟁 우위 유지하고 새로운 세계시장 창출할 것 바이오헬스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 방안실현 가능한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인력난 호소하는 제조업, 물류·운송업 등의 구인애로 완화에 역량 집중 빈 일자리 해소 방안더보기세계는 지금
이제는 기후공약 넘어 기후행동 강화할 때
최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전인 1850~ 1900년보다 이미 1.1℃ 상승했으며,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 상승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각국이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한다 하더라도, 전 지구적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약 목표 달성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에서 장기적 기후공약(ambition)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정책과 수단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나갈지, 즉 구체적 기후행동(action)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OECD는 2015년부터 OECD 회원국 및 G20 국가의 탄소가격을 분석해 3년 주기로 「탄소가격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103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탄소감축포럼(IFCMA; Inclusive Forum on Carbon Mitigation Approaches)을 발족해 전 지구적 기후행동을 지원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 본다. 지난해 OECD는 회원국을 포함한 71개국의 탄소감축 정책을 반영해 실제로 각국에서 온실가스 1톤을 배출하고자 할 때 얼마만큼의 가격이 매겨지는지 분석했다. 다만 연구효율성을 감안해 관련 정책 중 명시적 가격제도(유류세,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대상으로만 조사했다. OECD, 71개국 유효탄소가격 산정 올해 2월에 탄소감축포럼도 발족 국가 간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OECD는 모든 대상 국가의 유류세, 탄소세 및 배출권 가격의 합인 유효탄소가격(ECR; Effective Carbon Rate)을 산정했다. 유류세, 탄소세는 연료 사용량(L,?kg)에 과세되므로 탄소함량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tCO₂)으로 치환해 적용했다. 모든 금액은 공식환율과 인플레이션율 등을 감안해 2021년도 실질 유로화로 환산했다. 아울러 명목상 세율을 비교하는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각국의 조세공제, 세율할인 및 환급 등 우대규정도 반영했다. 조사 결과, 탄소가격은 분야별, 연료별, 국가별로 불규칙한 차이를 나타냈다. 분야별로는 유류세의 영향으로 도로 분야의 탄소가격이 89유로/tCO₂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 산업(6유로/tCO₂), 전력(7유로/tCO₂) 등은 대체로 낮은 수준이나, 최근 전력 분야에서 큰 폭의 탄소가격 상승이 관찰됐다. 연료별로는 모든 화석 연료에서 탄소가격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석탄(6유로/tCO₂)보다 도로 운송에 주로 사용되는 경유(72유로/tCO₂)와 휘발유(88유로/tCO₂)에서 높은 탄소가격이 책정됐다. 71개국 평균적으로 탄소가격은 2018년 1.78유로/tCO₂에서 2021년 4.29유로/tCO₂로 상승했으며, 특히 EU 등 몇몇 국가에서 2018~2021년 배출권 거래가격의 큰 상승이 관찰됐다. EU의 배출권 거래가격은 2018년 17유로/tCO₂에서 2021년 53유로/tCO₂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캐나다와 중국은 2021년에 신설돼 거래가격이 각각 30유로/tCO₂, 5유로/tCO₂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도로, 연료별로는 경유휘발유, 국가별로는 EU 등 탄소가격 높게 나타나 탄소가격 상승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으나 일부 철강시멘트 분야 배출권 무료 할당은 탄소중립 정책목표에 배치돼 이러한 탄소가격 설정에 대한 분석은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탄소배출에 대한 가격설정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2012년, 2015년, 2018년 유효탄소가격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산업 분야의 경우 유효탄소가격이 10유로 증가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7%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산업, 전력 및 기타(농어업, 토지이용 등) 분야의 탄소가격이 도로 운송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었다( 셋째, 최근 에너지 위기로 인한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필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가격 왜곡, 미래투자 감소, 고소득층에 대한 역진적 혜택 등의 역효과가 있으므로 식별화된(targeted) 소득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넷째, 몇몇 국가에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의 분야에 배출권이 무료로 할당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탄소집약적인 기술에 이점을 제공해 탄소중립 정책목표와 조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2019년 「기후법」을 제정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9%로 야심 차게 설정했고, 2030년 125유로/tCO₂까지 인상하는 탄소가격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비해 수출경쟁력이 저하할까 우려해 에너지 집약사용자에 광범위한 특혜를 부여했다. 특히 화학 부문의 경우 화석연료 중 천연가스에만 에너지세가 포함됐고 이 역시 최소세율로 적용됐다. 또한 초기 일정 사용량까지만 탄소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 경매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했으며, 그 이상 사용량에 한해서는 무상 할당했는데 그 비율이 약 96%에 이른다. G7 기후클럽 창설 등 다각적 노력 중인 글로벌 국가들, 우리나라도 다부처의 긴밀한 공조 통해 대응 필요 한편 OECD는 유효탄소가격뿐만 아니라 유효에너지가격, 규제보조금기술표준과 같은 비가격 기반 정책 등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국가별 통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월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103개국, 9개 국제기구, 6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탄소감축포럼(IFCMA)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OECD는 포럼을 통해 생산된 자료가 국가별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이행을 위한 복합적 정책대안 마련과 컨설팅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G7 기후클럽 창설 등 최근 점차 본격화하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및 탄소가격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탄소감축포럼은 OECD 회원국뿐 아니라 참여 관심국가로 대상을 확대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관련 국제기구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OECD는 회원국의 우려를 감안해 포럼이 국제 규범이나 무역장벽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초기 단계부터 탄소감축포럼에 적극 참여해 우리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내실 있게 반영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주OECD대표부는 외교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포럼의 논의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누락지체된 부분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주거, 수송 등 분야별로 OECD가 수행할 예정인 증거기반(evidence-based) 연구는 우리의 정책현황을 진단하고 개선점을 확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이면 한 사람의 지혜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향한 OECD와 지구사회의 노력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송용권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WTO 개혁 논의, 이번에는 WTO 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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