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悲愁)
원제 : Belove Infidel
1959년 미국영화
감독 : 헨리 킹
원작 : 쉴라 그레이엄
음악 : 프란즈 왁스만
출연: 그레고리 펙, 데보라 커, 에디 알버트
필립 오버, 허버트 루들리, 존 서튼
카린 부스, 돈 앤더슨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20세기 미국문학의 대표 작가이며 '위대한 개츠비'를 쓴
인물입니다. '모차르트' '빈센트 반 고흐' 처럼 살아생전에 행복하지 못했던 비운의
인물이고, 사후에 더 유명해진 위인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 '밤은 부드러워'(영화제목은 밤은 돌아오지 않는다) 를 통해서
특유의 염세주의적이고 비관적인 가치관을 표현했던 그는 작품속의 비련의 주인공들
못지않게 그의 삶 자체도 매우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이었습니다. 일급 작가였으나
생전에는 그의 작품이 많이 팔리지 않았고, 젊은 시절 1차 대전 시기를 보내면서
헤밍웨이 등과 어울리며 스스로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라고 자처했고,
사랑했던 여인 젤다와의 극적인 결혼, 그러나 젤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병원비와
딸의 학비를 대기 위해서 소설대신 헐리웃 영화사에서 일하며 각본을 쓰기도 하고,
헐리웃에서 빛을 못 보고 좌절하다가 결국 심혈을 기울여 집필하던 자전적 소설
'라스트 타이쿤'을 완성하지 못하고 급사한 비운의 인물입니다.
그런 스콧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3년여 동안의 삶에서 그가 의지하고 사랑했던 여인
쉴라 그레이엄과의 말년의 삶을 다룬 영화가 바로 '비수'입니다. '비수'는 '애수'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범람했던 '한자어 두 글자 제목'의 영화 중 한 편이었는데
40-60년대 영화들이 원제와 무관한 한자어 2글자 제목으로 개봉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애수' '여수' '여호' '황혼' '비정' '애정' '여정' '모정' '모수' '비수' '이수' '여로' '우수'
'고독' 등이 그런 영화들입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일대기는 영화로 만들 경우 위대한 작가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꽤 드라마적 요소가 있을텐데, 의외로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는 좀체로 나오지
않았고, '비수'는 그나마 그의 말년의 삶의 몇년간의 기간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국에서 건너온 쉴라 그레이엄(데보라 커)은 가난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의지할곳 없는 여성이지만 미국으로 와서 신분을 세탁하고 마치 엘리트 여성처럼
위장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악명높은 칼럼니스트로 일하던 그녀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모처럼
피츠제럴드에게 진정한 사랑을 받게 된 쉴라, 그리고 정신병원에 들어간 아내의
치료비와 딸의 학비를 벌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의 피츠제럴드, 아마도 힘든 상황의
두 사람에게 부족함을 서로 채워주면서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쉴라는 피츠제럴드로 인하여 사랑과 고통, 기쁨과 슴픔, 행복과 아픔을 모두 맛보게
됩니다. 더없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이기도 했지만 좌절해서 술을 마시면
너무 괴로운 존재가 되기도 하고... 헐리웃에서 해고당하여 좌절한 피츠제럴드를
위하여 쉴라는 바닷가 근처에 집을 구하고 그에게 다시 소설을 쓰라고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러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하고 술독에 빠진 피츠제럴드의 모습을
견디다 못한 쉴라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만약 피츠제럴드의 재능이 일찌감치 발견되어 그가 작가로 잘 나갔다면 그의 삶도
달라지고 쉴라와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고, 좀 더 오래 살았을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늘 '비운의 천재'를 만들어왔고,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모차르트나 살아 생전 그림을 제값에 팔지 못하고 가난과 좌절을 겪다가 요절한
빈센트 반 고흐나, 자신의 책과 영화가 빛을 보는 것을 못 본채 44세의 나이로
요절한 스콧 피츠제럴드, 그들의 작품들인 음악과 그림과 소설은 사후에 엄청난
빛을 보았고, 음악계, 미술계, 문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있고, 미국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권장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피츠제럴드 사후에 알란 랏드, 로버트 레드포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헐리웃을 대표하는 미남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
'비수'는 1959년 헨리 킹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고, 톱스타인 그레고리 펙과
데보라 커가 각각 스콧 피츠제럴드와 쉴라 그레이엄을 연기하였는데, 나름 좋은
캐스팅과 호연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최상의 캐스팅은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제니퍼
존스가 더 어울렸다고 보여집니다. 말년에 초췌하게 죽어간 피츠체럴드역으로
그레고리 펙은 너무 잘나 보이고 고급스럽고, 데보라 커도 너무 지적입니다. 꽃미남
배우였지만 50년대 후반에 초췌해져간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실제 피츠제럴드와
싱크로율이 잘 맞아 보이고('비수'와 같은 해 발표된 '지난 여름 갑자기'에서의 그의
모습을 연상해 보세요), 제니퍼 존스는 밑바닥에서 노력해서 치고 올라간 헌신적
여성의 이미지에 좀 더 어울립니다. 아마도 엘리아 카잔이 감독했다면 그런 캐스팅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엘리아 카잔은 피츠제럴드의 미완성 유작인 '라스트 타이쿤'을
피츠제럴드 사후 무려 36년이나 지난 1976년 로버트 드 니로를 주연으로 하여 영화화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엘리아 카잔의 유작이 되었지요.
헨리 킹 감독은 그레고리 펙과 여러 영화에서 함께 했는데 그가 가장 선호하는 배우가
바로 그레고리 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권총왕' '정오의 출격'
'킬리만자로의 눈' '브라바도스' 등 그레고리 펙과 함께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서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노련한 명감독과 일급 배우의 캐스팅에서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우울하고 좌절스런 삶에서 수작 영화가 나오기는 좀 한계가 있었던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임종을 지킨 그의 말년의 연인 쉴라 그레이엄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화되었고, 쉴라와 피츠제럴드가 한때 행복했던
시절 바닷가를 걷던 회상을 하며 쓸쓸하게 바닷가를 거니는 마지막 장면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헨리 킹 감독의 '모정'에서 큰 나무가 있는 언덕을 쓸쓸히 걸으며
사랑했던 연인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눈물짓는 제니퍼 존스의 장면이
배경만 바닷가로 바꾸어서 재현되는 느낌입니다. '모정'에서처럼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을 다룬 영화 '비수'를 연출한 헨리 킹 감독은 3년뒤에 다시
피츠제럴드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밤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연출했는데 그 영화
에서는 제니퍼 존스가 출연합니다. 그때 남자 주인공은 그레고리 펙 대신에 제이슨
로바츠가 등장합니다. 그 원작은 '비수'에서 여러번 언급이 되었습니다. 헨리 킹
감독이 영화로 만들 계획때문에 의도적으로 자주 언급을 시킨 것인지.
'비수'는 영화적인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운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년의 삶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개봉된 이후 TV 방영이 된 적은 있지만 출시는 안된 희귀작입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쉴라 그레이엄의 안타까운 사랑과 비운의 말년의 모습이
잘 느껴진 영화입니다. 그레고리 펙, 데보라 커 라는 일급 스타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기꺼이 반가운 고전이기도 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쉴라 그레이엄의 이 자전적 이야기는 1975년 '헐리웃의 스콧 피츠제럴드'
라는 제목으로 TV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ps2 : 그레고리 펙을 보면 정말 상체노출 컴플렉스가 있는 배우 같습니다. 당연히
상체노출이 필요한 장면에서도 꼭꼭 상의를 껴입고 있지요. 몇 번의 바닷가
장면에서 데보라 커 혼자 수영하고 있지요. 하물며 그레고리 펙은 재킷까지
입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영화에서 상체노출을 하는 찰톤 헤스톤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백주의 결투'에서만 아주 잠깐 상체노출을
했습니다. 시대극인 '바윗과 바세바'에서도 어찌나 꼭꼭 껴입고 있던지.
ps3 :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 크게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비수'에서 헐리웃
관계자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자네 작품은 영화에 안 어울려'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영화에선 그의 작품이 별로 빚을 못 보았습니다. 단편을 완전히
각색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가장 히트작이랄 수 있지요.
ps4 : 우리나라에서는 60년, 69년 두 번이나 개봉되었을 정도로 제법 히트한
영화입니다.
[출처] 비수(悲愁 Beloved Infidel 59년)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년의 삶|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