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 진선미..." 로 시작하는 미스코리아 노래는
몇 십년을 변함없이 이맘때면 들려온다.
같이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다가 딸이 물었다.
"엄마는 왜 저기 안 나가?"
"응, 저기는 언니들만 나가는 데야. 아짐마들은 못 나가."
"아, 그렇구나. 엄마도 나가면 좋았을 걸."
아짐마라는 사실이 이렇게 다행스러웠던 적은 없다.
어린 딸한테, "엄마는 키도 작구, 얼굴도 몬 생기구,
뭣보다 돈도 없구, 저런 데 나가면 예선 탈락이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야 이유가 참으로 교육적이며
단정하지 아니한가.-.-
암튼 미스코리아, 전야제부터 본 대회까지 다 보았다.
자, 그럼 씹어보자.
전야제에선 그래도 본 대회보다는 느슨하게
장기자랑도 하고 퀴즈퀸도 뽑고 참가자 전원과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 그래, 매년 하던 그대로다.--;;
미스코리아를 1957년부터 했다더만. 내 기억속에서
가장 오래된 미스코리아 대회는 김성희가 진으로 뽑
혔던 1977년도인 것 같다. 그 후 지금까지 보아온
(물론 중간에 안 본 해도 많지만), 미스코리아 대회
나온 미인들의 천편일률적인 장래 희망,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외교관이 되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훌륭한 교수가 되고 싶어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올해도 역시 여전했다. 그런 틀에 박힌 대답들.
내 여태 적잖이 살아오면서 미스코리아 출신 외교관
한번도 못 봤다, 미스코리아 출신이 사회 그늘진 곳
에서 봉사활동 하며 산다는 소리 한번도 못들었다
(어쩌다 행사 때만 떼거지로 몰려가 생색만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인들은 수십 년을 앵무새처럼
같은 멘트만 조잘거리고 앉았다. 얼굴도 이쁜 것이
맘씨도 이쁘군, 하는 소릴 듣고 싶은 건가?
그렇게 말한다고 끄덕거리며 들을 시대는 옛날에
지냈다고 보지 않니, 얘들아.
올해 역시 그런 앵무새들은 잡다하게 많았고, 이런 말
하긴 정말 뭣하지만, 교수니 외교관이니 하고 싶다고
자막에 나오는 그녀들의 학교는 듣도보도 못한
지방 대학.--;;
아, 그러나 이렇게 내숭과만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미스코리아가 되려는 이유 있잖은가.
연.옌.
그래, 까놓고 나 연옌 되구 싶다, 어쩔래~. 하는
애들이 차라리 낫다. 물론 안 되면 더 낫다.-_-
한 미인에게 이런 인터뷰를 하더만.
"존경하는 인물을 고 정주영 회장님이라 했는데요,
이유가 머죠?"
미인 왈,
"네, 제 전공이 경영학이거든요? 제가 경영학도로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보니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 일궈놓은
업적이 가장 훌륭하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고 정주영
회장님을 존경합니다."
오우, 경영학도~.
참으로 우아하지 않은가. 경영학도인 미스코리아.
그러나 자막에 나온 그녀의 프로필,
모 지방대 (역시 이름은 첨 들음) 경영학과 1학년.
생각해보라.
3월에 입학한다. 오리엔테이션이며 수강신청이며
신입생 환영회며...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공부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한달 훌러덩 지나간다.
기껏해야 교양과목만 겉핥기 할 뿐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4월이면 미스코리아 지방 예선 하지 않냐?
그러면 그 대회 준비하느라 학교는 제대로 다녔겠냐?
5월에는 서울에서 합숙했잖아.
학교 한번이라도 갔겠냐?
대학 들어가 경영학 책 한번 펴보기라도 했겠냐?
그러면서 경영학도란 말 하면, 듣는 경영학도들
하겠지~, 난 물론 경영학도랑 거리가 멀어서
섭해. 단지, 경영학 강의라곤 한 시간도 제대로
지 않았을 미인이 '경영학도'를 강조하며 머리 있는
하는 게 짜증날 뿐이야.-.-;;
또 어느 미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
"골프를 잘 하신다면서요?"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하면 될 걸, 그 미인은 그 질문이
고깝게 들리던지 하는 소리가,
"네, 제가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긴 했지만,
운동을 했다고 해서 여기 나오신 다른 분들보다
지적 미가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계속 거기에 대해 궁시렁궁시렁)."
그게 오히려 더 무식해보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저런 소리 많이 들어서,
어린 가슴에 한이 맺혔을까, 생각하니 안스럽기도
했다. 토닥토닥, 그니까 평소에 머리 좀 채우징~.
또 한 미인에게 이런 질문,
"태권도가 특기라고 하셨군요.
한번 보여줄 수 있겠어요?"
그녀는 도복을 입고 (이 부분은 녹화장면),
태권도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끝나자, 엠시들이
"야, 놀랍습니다. 대단한 실력이시군요." 라고 감탄.
정말 놀랍고 대단한 실력이었다.
태극 1장을 그렇게 잘 하다니.-.-;;;
그래도 궁민학생도 다 하는 태극 1장만 보여주긴
좀 민망했는지 이단옆차기도 둬 번 하고 들어갔다.--;;
본 대회는 참으로 짜증나기 그지 없었는데,
주된 이유가 객관적으로 이쁜 것들이나
안 이쁜 것들이나 하나같이 지가 젤 이쁘다고
강조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켜 '미모'라고 하다니.
아나운서가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미인들이라고
하더만, 한국의 미라는 게 그렇게 발라당 까진
미인가? 왜 겸손의 미라는 건 눈을 씻구도
찾아볼 수 없는가? 이거야 말로
'누가누가 더 말기인가' 하고 공주병 환자
뽑는 테스트 같으니.-_-;;;
자기 피알 시대라는 낡은 슬로건에 맞춰
그녀들은 앵무새처럼 자기의 미를 오바해서
피알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가 이쁜지 안 이쁜지를
판단하는 사람들은 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좀 인지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대회에 나온 미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민간인들 말구.-.-;;
역시 이번 본 대회에서 가장 개그스러웠던 것은,
납득이 가지않는 '진'보다도, 멘트할 차례인데
머리 손질하다 후다닥 나오는 게 화면에 잡힌
김혜리보다도, 심사위원들이 아니었나 싶다.
변호사, 국회의원이 왜 미인을 심사하지?
왜 심사위원에 탤런트가 두 명이나 있지?
무엇보다, 히트...
보았는가, 들었는가. 미스코리아 심사위원 설운도.
-_-;;
음, 머, 난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를 반대한다거나,
찬성한다거나 하는 그런 줏대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테레비에서 해주면 보구, 안 해주면 말구,
또 저렇게 뽑힌 것들이 아침 방송에 우루루 몰려나와
이쁜 척 하는 것 심심하면 보구, 안 심심하면 어퍼져
자구, 어느 날 말도 못하는 것들이 사회를 본다구
깝죽대도 다 지 복이지 하며 너그러이 시청자가 되어줄
것이다.
이쁜 것들은 뭘 해도 용서가 된다는데, 못생긴 것이
괜히 이쁜 것들 씹었다가 본전도 못 건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 (이쯤에서 슬며시 발을 빼야지)
첫댓글 드르륵~
드르륵~
그래도 난 다 읽것쏘-0-
지방대 나오면 교수, 외교관 하면 안되는건가? 울 나라 대부분이 지방대인데. 나는 꿈도 꾸면 안되겠군
'누가누가 더 말기인가'
드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