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엮어 조합하거나 복제한 신조어와 밈. 그러나 그 뜻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태에 맞게 다시 언어를 익혀야 하는 상황. 두려운 건 매일 쏟아지는 신조어와 밈을 숙지하지 않으면 오늘의 역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회자된 ‘중꺾마’도 마찬가지.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최초로 말한 화자의 당시 상황, 분위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말이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 베트남어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배우고 익혀야 ‘중꺾마’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요.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입니다.
말과 글이 사회적 혈관이라면 육신의 조화는 생존 그 자체입니다. 문해력에 문제가 생기면 공동체에서 낙오, 외톨이가 됩니다. 그러나 소화,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지요. 한방에서 기와 혈, 에너지 순환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양의 바나나로 불리는 ‘으름(사진)’을 살펴볼까요. ‘목통(木通)’으로 불리는 이 약재는 순환과 소통을 설명하는데 제격입니다. 동의보감은 “정월과 2월에 줄기를 잘라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쓰는데 12경락을 통하게 한다”고 했고, 본초강목은 “맺힌 것을 풀어서 편안하게 하고 이수(利水)작용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모두 원활한 흐름, ‘통(通)’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순환의 기본은 ‘통(通)’입니다. 막히면 뚫고, 멈추면 흐르게 해야 합니다. 으름은 우리 몸의 각 부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올레인, 니놀레인, 팔미틴 성분은 혈관 노폐물 배출을 도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합니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종양세포 성장을 억제합니다, 무엇보다 이뇨 효과가 뛰어나 비뇨기 관련 질환에 이롭습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5월부터 피는 꽃은 향기가 오래 지속돼 차 재료로 가치가 높습니다. 잎과 줄기 뿌리, 열매 모두 약재로 씁니다.
소통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됩니다. 부모와 자식, 선생과 제자, 직장 선후배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소통에 애를 먹습니다. 말과 글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거나 끼리끼리의 언어로 장벽을 쌓은 결과입니다. 옛 선현들은 으름 씨앗을 예지자(預知子)로 칭했습니다. ‘씨앗을 먹으면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하여 ‘예지자’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는데 새로운 언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미래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 AI와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에서 어떤 언어가 등장할지….
강병로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