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조장희 수원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소장
서울공대지 2019 Spring No. 112
조장희 수원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소장
대담 | 이종호 전기. 정보 공학부 교수(B)
Q
조장희 소장님, 반갑습니다. 서울 공대지 독자 분들께 간단히 현재 소장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뇌과학 분야의 연구자로서 연구실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연구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수원대학교 뇌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 분야 특히 커넥톰(Connectome)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PET, CT, MRI연구를 주로 했었습니다. 요즘에는 뇌의 커넥톰 분석에 최근 떠오르는 Deep Learning을 접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Deep Learning과 관련된 연구가 아직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흥미가 갑니다.
Q
공대잡지 독자 분들께서 커넥톰이란 개념을 생소해 할 수 있는데 커넥톰이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주세요.
a 우리의 뇌 속에는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70%정도 있는데 커넥톰이란 뇌 속에 있는 신경 세포들의 연결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뇌 지도로서, 뇌 회로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커넥톰은 게놈 이후 최대 과학 혁명이라고도 합니다. 커넥톰 연구를 통해 1000억 개 신경 세포의 연결구조와 활동원리를 파악해서 인간의 기억, 의식, 성격의 숨겨진 비밀을 밝힐 수 있고 신경성 질병인 치매,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석사를 마치시고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으로 유학을 가셨는데 유학을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 장학생으로 갈 줄 알았는데 성적이 생각보다 낮아서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 때 친구가 원자력 장학생 시험이 있는데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듣고 원서를 내러 갔어요. 갔더니 이미 시험을 보는 중이어서 마음을 접고 나오려고 하는데 시험감독관이 15분 지나긴 했지만 한번 시험을 보고 가라고 해서 운 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되었죠. 그래서 스웨덴 웁살라 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에 가서 연구를 1년 정도 하니까 계속 해외에서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에도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Q
미국에서 오랜 연구활동 후에 10여 년 전에 가천대에 뇌과학
연구소를 설립하시면서 귀국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때 뇌과학
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나요?
a 가천대에 오기 전에 UC Irvine에서 뇌영상을 이용하여 뇌활동에 대해서 연구에 집중하였습니다. 특히 침의 뇌활동에 관한 연구는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연구였습니다. 그래서 PET, MRI등 최신 뇌영상 기술들을 개발하고 거기에 기반을 한 연구에 한 번 승부를 보자 해서 연구를 하던 중 가천대 이길여 이사장께서 연구비로 600억을 주신다고 해서 첨단 PET, MRI 기술을 통한 뇌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죠.
Q
연구를 해오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이었나요?
a 1979년에 카이스트에 교수로 초빙되어 갔는데 그 당시 내가 미국에서 PET, CT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CT는 정밀기계공학이 발전하지 못해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카이스트로부터 초기 연구비로 10만달러를 받아서 달랑 MRI Magnet을 하나 사는데 다 써버렸죠. 당시에 교수들이 다들 무슨 장비에 그렇게 큰 돈을 쓰냐고 묻곤 했어요.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시간이 지나서 87년에 첫 연구성과가 나왔는데 MRI에서 다른 과학 분야의 선진국들도 못한 첨단과학에서 성과를 내었죠. 동아일보 1면에도 실렸고요. 그래서 정부 과학관련부처에서 60만달러를 줄 테니 연구를 진행하라고 했죠. 처음 만드는 데에는 수 년 가까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훨씬 단기간에 세계최초로 2.0T MRI시스템을 만들었죠. 그래서 88년에 MRI가 서울대학교 병원에 들어갔죠. 이 기계로 논문도 100편 넘게 냈죠. MRI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선구자 역할을 한 것이죠.
Q
대학생 시절의 생각나는 은사님이나 동료, 선후배가 있으신지요?
a 대학생 2학년 때까지는 공부를 안하고 등산을 주로 했었어요. 친구들 노트도 베껴 쓰고 그랬는데 3학년 때 군대를 갔다 왔는데 친구들이 다 졸업해서 없었어요. 그래서 등산도 안가고 숙제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3학년 때 다 A가 나왔어요. 그랬더니 친구들이 숙제 보여달라고 하고 그랬죠. 그래서 숙제 보여주는 맛에 공부하다 보니 공부도 할 만하구나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죠. 그리고 전자공학의 선구자였던 오현위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교수님 수업의 숙제정리 실험조교도 하고 그러다 보니 공부가 많이 늘었죠. 오현위 교수님 밑에서 연구하고 스웨덴으로 유학을 가게 된 거죠. 오현위 교수님뿐만 아니라 박성배 교수님, 이정한 교수님도 생각나네요.
Q
융·복합연구가 요즘 들어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핵심 연구인데 연구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a 특별히 창의적인 사람들은 없고 연구라는 자체가 융합이고 창의적인 것 같아요. 자신이 알고 있는 분야가 아닌 분야들을 새로 익히고 연구하면서 창의성을 가지게 되고 융합·복합연구가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연구체계가 잡히지 않은 것 같아요. 한 가지 분야를 연구할 때 다른 분야에는 벽을 두고 연구해요. 미국에서는 전자공학 대학원을 가더라도 수학과, 물리학과 등 다양한 학문의 학생들이 모여요. 그 결과 융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거죠. 한국은 대학의 운영 체계가 창의적 연구, 융·복합연구의 발전을 막는 것 같아요. 연구중심대학교는 연구가 핵심인 곳이어야 해요. 강의하고 가르치는 곳이 아니에요. 1972년 제가 UCLA에서 부교수를 할 때 교수가 매우 많았는데 그 중에 중국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중국은 풍부한 인력과 거대한 자본으로 100개의 연구중점대학을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연구중점대학을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해요. 즉 연구중점대학 그리고 교육중점대학으로 나누어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앞 질문에 이어) 서울공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점이 있다면?
a 현재 유럽에서 유명한 스위스의 ETH는 처음에 스위스대학에 못 끼어서 독립적인 기관으로 존재했었죠. 이공계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죠. 서울공대도 경성제국대학에 들어가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ETH가 이공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에요. 그렇게 될 수 있는 바탕에는 공과대학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서울공대가 서울대학교와 연고는 같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공계에서는 빅 사이언스를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빅 사이언스를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리고 공대 내에서 TF를 조직해서 우리나라 이공계연구의 선구자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리더쉽이 있고 국제화된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적어도 교수의 반 이상은 좋은 외국인 교수를 초빙해서 국제화를 해야 해요. 국제화를 안 하면 빅 사이언스 연구발전이 힘들거든요. 마지막으로 학문간의 벽을 허물어야 해요. 화학하는 학생이 양자역학도 배우고 전기공학도 배우고 해서 융합연구를 해야 해요. 담 쌓지 않고, 전문적이고, 국제화된 서울공대가 되었으면 해요.
Q
과학계에서 꼭 진행했으면 하는 빅 사이언스가 있다면?
a 빅 사이언스 연구에 있어서 우선 경쟁력 있는 토픽이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만 유니크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을 해야죠. 그런 토픽은 전 질문에서처럼 전문적인 공대가 되어 연구를 해야만 나와요. 중국에서 반경이 현재 CERN보다 큰 가속기를 만든다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중국에서만 유니크하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꼭 집어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담 쌓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주제가 있어야 하는 거죠.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경쟁력을 가져야 해요.
Q
마지막으로, 소장님께서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저는 연구를 하는 동문들에게 바보같이 살라고 하고 싶네요. 꼭 목표가 노벨상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나쁜 논문을 수백 개 쓰는 것보단 좋은 논문, 높은 수준의 논문 한 개를 쓰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아요. 나쁜 논문 쓰는 데 시간낭비 하지 않고 좋은 연구를 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 거죠. 바보같이 계속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볼 거에요.
Q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a 공대가 한 대학의 핵심이 되었으면 좋겠고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연구를 시작한지 반세기가 이미 지났고 시간이 흘러도 항상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동문들은 훌륭하고 좋은 동문들이었던 것 같네요. 항상 자랑스럽고 공과대학을 빛내주어서 감사합니다.
조장희
수원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소장
195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입학.
1962년부터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서 응용물리학 박사 취득.
스톡홀름 대학, UCLA, 콜롬비아 대학, KAIST, UCI, 가천대학교에서 교수를 하였고,
MRI, PET, CT와 같은 방사선학,
뇌영상을 통한 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 특히 세계에서 최초로
PET을 개발하였다.
국내 및 해외에서도 많은 수상실적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 – Institute of Medicine)의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