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어이 얼어 자리
한우
어이 얼어 자리 무삼 일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어구풀이
-어이 :어찌, 어째서
-얼어 자리 : 얼어서 자랴
-무삼 일 : 무슨 일로
-원앙침(鴛鴦枕) : 원앙새를 수놓은 벼개, 원앙새는 암수가 서로 떨어지지
않아 예로부터 금실이 좋은 부부를 일컬음.
-비취금(翡翠衾) : 비취를 수놓은 이불(비취는 물가에 사는 새로서 청황색의 아름다운
깃털로 덮여 있음)
♣해설
-초장 : 어찌하여 얼어 자겠습니까? 무슨 일로 얼어 자겠습니까?
-중장 : 원앙새 수놓은 베개와 비취색 이불을 어디다 버려 두고서 이 밤을
얼어 자려 하십니까?
-종장 : 오늘은 낭군님께서 찬비를 흠뻑 맞고 오셨으니, 덥게 몸을 녹여 가며
잘까 합니다.
♣감상
이 시조는 임제가 부른 ‘한우가(寒雨歌)에 대한 화답시(和答詩)이다.
임제의 ’한우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찬비‘는 한우(寒雨)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종장의 ’찬비를 맞았다‘는 것은 기녀인 ’한우‘를 만났다는 것으로 해
석할 수 있다. 즉 찬비를 맞고 한우를 만났으니 따스하게 맞이하겠다고 하는
인정미가 넘쳐 흐르는 노래이다. 임제도 임제려니와 한우도 능히 그 상대가 되는
여인이다. 둘다 비꼬튼 것 같은 표현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가락을
이루었고, ’베개‘·’이불‘·’잔다‘는 어휘가 뒤섞여 나와도 속(俗)되지 않으며 살뜰
한 인정미(人情味)가 함축성 있게 표현된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소개
한우(寒雨) : 선조 때의 평양(平壤) 명기(名妓)로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부른
’한우가(寒雨歌)‘에 화답(和答)한 시조 1수가 「청구영언」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