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09 --- 준비 못지않게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그토록 오래도록 자주 드나들어 반들거리던 길도 한동안 무관심하여 뜸하다 보니 어느새 낙엽이 덮이고, 칡넝쿨이나 잡풀이 뒤덮고, 비바람에 허물어져 길이 있었는지조차 희미해져 사라져 간다. 그러면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거나 곧잘 헷갈린다. 길은 자주 다녀야 관리가 되고 그런대로 잘 보존이 되며 낯설지 않아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그래야 길로서 기능을 다할 수 있지 싶다. 새로운 길을 다시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남아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길을 나 몰라라 외면하다시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필요하지 않아 버리거나 외면하는 것까지는 두말할 필요 없다.
한동안 요긴하게 사용하던 트렁크 가방도 그렇다. 아주 오래도록 사용을 하지 않고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서서히 습기가 차고 녹이 슬은 지퍼가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 않는다. 가방을 열어보고 싶어도 지퍼가 작동하지 않으면 별수가 없어 아쉬워도 사용을 할 수 없다. 사실상 망가져 쓸모없는 폐물이 되어 미련 없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 겉이 멀쩡해 보이면서 오직 지퍼만의 문제로 지퍼를 바꾸거나 고쳐야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하다. 비록 자주 쓰는 물건은 아닐지라도 이따금 여행에 필요한 물건이다. 새로 구매하려면 값이 만만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가 된다.
언젠가는 필요해서 보관하는 물건이라면 수시로 보살펴야 꼭 필요할 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냥 믿거라 하거나, 그런 물건이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무관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꺼내보면서 실망하게 되어 안타까운 것이다. 손때가 붇고 잘 길들어서 마음 놓고 사용하던 물건이 한순간에 망가진 것을 확인하며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신경 썼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때로는 사소한 듯싶어도 엉망이 되는 일이 일상에서 자주 생기면서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다.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을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