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사화집 {멸치, 고래를 꿈꾸다}에서
마음과 영혼 사이 외 1편
정동재
뿌리가 가지와 잎에 젖줄이 되어주더니 열매가 열렸다
열매와 잎새가 송충이를 키우고 새를 키웠다
닭과 토끼와 들개 무리와 사슴과 멧돼지가 호랑이를 길러냈다
호랑이 멧돼지 사슴 들개 닭과 송충이
열매와 잎새와 뿌리와 흙과 밤낮
한 컷 한 컷 이어붙이자 대자연의 마음을 연출할 수 있었다
대자연이라 불리기도 하고 비로나자불이라 불리기도 하고 야훼라 불리기도 하는 마음
오늘의 시론은 마음
따라 하세요
오늘 내 마음은 호수 아닙니다
내 마음은 우주요
우주는 내 마음입니다
그러하므로
언젠가 다가올 여러분의 미래는 이미 각자의 희망이며 빛이며 완성된 영혼입니다
오늘만큼은
마음을 우주만큼
저 대자연처럼 마음 씀 써보기입니다
기사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세요
퇴근길에
눈도 오시는데 군고구마 장사 보이면 한 봉지 품에 품어보세요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영혼은
호호 불며 군고구마 먹는 얼굴 웃으며 보게 될 것입니다
영혼의 범주
상대성이론 시공간 함수 지표에 과거와 미래가 추가됐다
영혼의 범주다
한 발짝 발을 디뎌보면
복숭아를 따서 당신에게 건네면
따도 따도
복숭아나무가 그 자리에 복숭아를 매단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자고 일어나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깊은 동공의 눈빛인 사람들
천상을 오르고 내리는 일이 자유롭고
운주사 와불처럼 허공에 누워 발장단을 맞추며 콧노래가 가능하다
폭설 후 폭우 곧바로 서리가 내리는 일도 가능하다
기우제 드리는 인디언들에게 비를 내려줄 수도 있겠다
효심 깊은 그대 꿈자리 찾아가 산삼 한 뿌리 길 안내도 가능하다
연말, 자선냄비를 굶기지 않는 영혼 맑은 사람들이 꼭꼭 숨어 있다
사람의 전생은 새벽이슬 먹고사는 사슴이 분명하다
2024 애지 사화집 원고
정 동재
qufdlthsus@naver.com
시집: 하늘을 만들다. 살리는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