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호텔
원제 : Holiday Inn
1942년 미국영화
제작, 감독 : 마크 샌드리치
원안, 작사, 작곡 : 어빙 벌린
출연: 빙 크로스비, 프레드 아스테어, 마조리 레이놀즈
버지니아 데일, 월터 에이블, 루이스 비버스
어빙 베이컨, 제임스 벨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작
어빙 벌린 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날까요? 저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롤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작곡한 사람이라고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는 빙 크로스비가
떠오릅니다. 요즘은 크리스마스가 꽤 조용히 지나가지만 한 때 크리스마스가 되면
거리 곳곳에서 캐롤송이 울려퍼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 거리의 레코드 샵에서
늘 걸려있던 앨범이 빙 크로스비의 캐롤 음반이었습니다.
빙 크로스비의 상징이 된 노래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 노래는 영화속에서 불러졌는데
1954년 작품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영화가 있었지만 그보다 12년전에 만들어진
작품 '스윙 호텔'에서 이 노래가 앞서 불러졌습니다. 그 영화는 어빙 벌린이 작사, 작곡
뿐만 아니라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제공하여 어빙 벌린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입니다.
빙 크로스비(왼쪽)와 프레드 아스테어
초창기 뮤지컬의 두 거장이 출연한다.
좋은 콤비를 보여준 빙 크로스비(오른쪽)와 프레드 아스테어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배우 마조리 레이놀즈가
여주인공 린다로 출연한다. 시원스런 인상이 특징.
서로 객기를 부리며 첫 만남을 시작한 두 짐과 린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바쁘게 살던 짐 하디(빙 크로스비)는 은퇴하고 코네티컷의
농장으로 내려가 편안하게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함께 결혼하여 데리고 가려고
했던 동료 라일라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삶을 포기하지 못하고 짐 대신 탭 댄스에
능한 동료 테드(프레드 아스테어)와 큰 공연을 함께 하기로 합니다. 결국 짐은 혼자
농장에 가서 살게 되는데 농장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편안한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짐은 농장을 "홀리데이 인" 이라는 휴일에만 영업하는 숙박
시설로 바꾸고 휴일마다 멋진 공연을 하려고 계획합니다. 그곳에 오디션을 보러
오게 된 린다(마조리 레이놀즈)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다소 실망하지만 짐의
소박한 모습을 보고 공연에 참여하게 됩니다. 짐과 린다는 소박하게 공연을 하면서
나중에 돈을 모으면 결혼할 생각까지 갖게 됩니다.
바쁜 무대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소박하게 주말 공연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남녀의 이야기로 전개되던 영화는 그들의 삶에 테드가 다시 개입하게 되면서
바뀌게 됩니다. 테드는 라일라가 가짜 백만장자와 눈이 맞아 도망치게 되자 술에
취해서 홀리데이 인을 찾아오게 되는데 거기서 린다와 춤을 추고 린다의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테드가 린다에게 눈독들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짐은
여러번 방해를 놓지만, 헐리웃 영화사에서 홀리데이 인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기로
결정하지 결국 짐은 린다의 더 큰 행복을 위해서 테드와 함께 떠나게 합니다. 허탈함
속에서 홀리데이 인을 폐쇄하고 은둔하다시피 지내는 짐, 린다 역시 짐을 잊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의 막바지 촬영을 하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용기를 내어 찾아온 짐은
린다와 재결합하고 홀리데이 인의 공연을 재개합니다. 결국 테드와 다시 돌아온
라일라까지 합류하여 네 사람은 행복하게 공연을 합니다.
탭 댄스의 대가 프레드 아스테어의 댄스장면이
풍성하게 많이 나오는 영화
어빙 벌린의 대표곡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듀엣으로 부르는 장면
프레드 아스테어의 '취중 댄스' 장면
옛날 고전 뮤지컬 영화들이 많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도 꽤 동화같은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빙 벌린이 만든 노래들이 여러 곡 흘러나오면서 어빙 벌린판
뮤지컬 영화인 셈인데, 초창기 뮤지컬 영화의 두 전설이 등장합니다. 바로
빙 크로스비와 프레드 아스테어, 빙 크로스비는 가수로, 배우로, 골프 선수로
모두 성공한 삶을 살아간 전설적인 인물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에 5년연속
헐리웃 최고 흥행배우로 선정되기도 했고, 그의 음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오랜 기간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듀엣으로 부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노래를 아주 감미롭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테드 역으로 함께 공연한 프레드 아스테어는 탭 댄스의 선구적인 인물이면서
30-40년대 뮤지컬의 중흥을 이끈 초기 뮤지컬 영화의 전설적인 인물인데,
이렇게 빙 크로스비와 프레드 아스테어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오게
되면서 인기 장르가 된 뮤지컬 영화를 통해서 대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이 두 초기 뮤지컬의 두 전설이 함께 공연하고 어빙 벌린이라는 20세기 음악의
대가가 함께 참여한 수작 영화입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동화적인 낭만이
넘치고, 특히 프레드 아스테어의 현란한 춤 실력과 빙 크로스비의 감미로운
음성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링컨 기념일 공연장면
워싱턴 기념일 공연장면
독립기념일 행진장면
원제는 홀리데이 인 인데 우리나라에서는 40년대에 개봉하면서 '스윙 호텔'
이라고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아마도 숙박업소의 명칭으로 '호텔'이나 '여관'은
익숙했지만 '인'이라는 단어는 당시에 생소했기 때문에 바꾼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재미난 관람 포인트로는 미국에서 중요한 기념일들이 나열되고 있는
점입니다. 새해 첫날, 그리고 2월의 링컨 기념일과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워싱턴 기념일(미국에서는 2월이 우리나라 5월처럼 '데이'가 많은 달인 셈이네요.
2월 2일 성촉일도 있고), 4월의 부활절, 7월 4일 독립기념일, 11월의 추수감사절,
그리고 연말 대미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까지, 휴일에 공연을 하는 홀리데이 인
공연장면에서 각 기념일에 맞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링컨 데이를 기념하는 공연에서 짐이 모두 흑인분장을 하고 공연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 그 이유가 테드가 린다를 알라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때문이기도 합니다. 연주자와 공연자가 검게 칠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흥미롭고
워싱턴 데이에서는 18세기 유럽을 연상시키는 가발과 의상공연도 재미납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의 폭죽댄스
추수감사절의 상징 칠면조 요리 앞에서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짐
크리스마스 이브, 역시 헤어진 짐을 그리워하는 린다
흐믓한 해피 엔딩
이렇게 그날의 테마에 맞는 노래들이 선보이는 것을 통해서 어빙 벌린의 재능과
그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음악과 공연장면
만으로도 충분히 오락적이고 흥미로운 영화인데 빙 크로스비와 프레드 아스테어가
밀고 당기면서 우정과 질투를 함께 보여주는 내용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습니다.
역시 대가 두 명이 출연한 대표영화다운 재미와 완성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빙 크로스비는 헐리웃에서는 40년대에 굉장한 대스타였으나 그가 활약한 시기가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일제말기의 탄압, 해방, 6.25 등을 겪으면서 잠시 문화적
단절기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했습니다. 그렇지만 40년대
그가 출연한 몇 편의 국내 개봉작 중 한 편이 이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시작해서 새해를 맞이하며 끝나는, 1년의 주요 기념일을 한 바퀴 도는 구성이
흥미로웠던 영화입니다. 40년대 흑백 고전 뮤지컬의 수작이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여주인공 린다 역의 마조리 레이놀즈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영화 팬들에게도
꽤 생소한 배우일텐데 이 배우도 40년대가 주 활동시대이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두드러진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꽤 친근한
인상을 가진 여배우인데 빙 크로스비와 함께 듀엣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ps2 : 프레드 아스테어의 탭 댄스 장면이 많은데 특히 취중댄스와 폭죽댄스 장면이
재미납니다.
ps3 :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롤곡이자 어빙 벌린의 대표곡이자 영화음악이기도 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http://blog.naver.com/cine212722/221148466838
[출처] 스윙 호텔(Holiday Inn 42년) 어빙 벌린의 주옥같은 음악|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