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수다

[티무르]

어제 남산달리기 뒤풀이에서 여섯 명의 사내들이 올 가을 회심의 일전을 벌이기로 약속하다.

요약하면, 중앙마라톤에서, 페어 3개 팀이, 팀별 합산 방식으로. 3등 벌금 20만원, 2등 벌금 10만원. 남산 아래 장충동의 족발집.

여기까지가 합의된 내용인데 추가로, 2등이 1등에게 “고수님, 하수가 한잔 올리겠습니다요” 하며 두 손으로 술을 따르고, 다시 3등이 같은 말을 하며 1등과 2등에게 술을 따르는 벌칙을 넣으면 좋겠다.

출전 선수 면면을 보자. (기록순)

아느팀 (아킬 왈, “아느냐, 중랑의 옛 전설을”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1) 느름물

 - 개인기록 2:53:43

 - 섭쓰리들이 인정하는 고수. 실전에서 한번도 시계를 차고 뛴 적이 없다는 말로 주위를 경악시킴. 2:49를 목표로 연습하다 어느 날 홀연히 무대에서 사라짐. 요즘은 술 먹자고 친구들을 불러내서 2차, 3차까지 끌고 다니며 뻗게 만드는 것으로 취미를 바꿈.

2) 아킬

 - 개인기록 2:54:58

 - 살아있는 훈련교범. 100km를 8시간 20분 남짓에 뛰고 나서 몇 분 차이로 5분주를 못해 아쉬웠다고 하수들의 야코를 죽임. 해사한 용모와는 달리, 목표를 세우고 훈련을 시작하는 순간 그 외 모든 것을 절제하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

마카팀 (가칭)

1) 마이너

 - 개인기록 2:58:31

 - 무척 엉성한 폼으로 거의 10년간 변함없는 기록을 내는,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여자를 무척 좋아하나 주관적으로는 불행하게도, 객관적으로는 당연하게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음.

2) 카오스

 - 개인기록 2:58:45

 - 유효기간이 지난 섭쓰리 기록을 아직도 적절히 써먹으며 여전히 잘난 척을 하고 있음. 언제까지 가는지 두고 보는 중. 그래도 개과천선을 했는지 요즘은 경력 짧은 친구들의 페이스페이커를 해줌으로써 그간의 악행을 조금씩 만회하고 있음.

전달팀 (가칭. 그리스 신화의 12신 가운데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생각이 나서)

1) 꼭달이

 - 개인기록 3:04:16

 - 미사리 울트라에서 1등을 하여 국가대표 울트라선수로 지명되었던 믿기 어려운 전적이 있음. 달리기를 정말로 사랑하면서도 담배를 끊을 생각이 전혀 없는 석두이기도 함. 제 딴엔 담배를 피우면서 섭쓰리를 달성하는 신화를 만들겠다고 호언을 하지만, 글쎄올시다.

2) 전사

 - 개인기록 3:09:47

 - 군살이 전혀 없는 근육질, 터미네이터같은 사내. 성지순례울트라 2연패에 대회최고기록 보유자. 그 업계에서 알아주는 강자. 뛰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뿅 감.

기록으로만 보면 승부는 뻔한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처한 개개인의 상황을 보면 승부를 전혀 알 수 없다.

느름물 : 부상으로 오래 동안 달리기를 접었으며 회복이 된 후에도 상당히 등한시. 풀을 뛴 지 삼 년 반이 넘음. 최근에, 그러니까 두 손으로 거시기를 쥐고 반성하고 나서 제대로 뛰어보려고 하나 스피드는 왕년의 80% 정도에서 도저히 올라가지 않는다고. 오죽하면 지난 고양대회 때 하프를 무려 1시간 42분에 뛰고도 희희낙락하는 추태를 보였음.

아킬 : 지난 가을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음. 목발 짚고 통원치료를 하면서도 퍼마시더니 연일 술독에 빠져 지내는 중. 이눔과 술 약속을 잡으려면 번호표 뽑고 열흘 대기해야 함. 얼굴과 배에 허옇게 살이 올라 아주 보기 좋음.

마이너, 카오스 팀은 기록이 세 팀의 중간이고 꾸준히 연습을 하니 논외로 하고.

꼭달이 : 몇 달째 독수공방이라 퇴근해봐야 할 일도 없고 허벅다리를 바늘로 찌르며 밤을 보내느니 불타는 욕정도 식힐 겸 달리기로 몸을 혹사하는 듯. 얼마 전 코스가 꽤 어렵다는 유성울트라대회에서 어렵지 않게 10시간 대 기록으로 4위를 차지. 땀 흘린 만큼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마라톤이니 올 가을에 결실이 있을지도.

전사 : 역시 맹연습 중. 본인은 극구 부인하나 주변의 말로는 올 가을 섭쓰리를 노리고 있다고. 이 대결을 제안했을 때 그 즉시 “콜”을 외치는 게 꼴찌는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듯.

주변에서 보는 예상 기록 역시,

아느 : 한 사람은 3시간, 또 한 사람은 3:10 정도,

마카 : 한 사람은 싱글 초반, 또 한 사람은 싱글 후반,

전달 : 한 사람은 싱글 초반, 또 한 사람은 싱글 후반.

팀 평균 3시간5분-7분 사이에서 순위가 결정될, 그야말로 박빙의 혼전일 것이라는 것이 중론.

오호라. 과연 중랑의 옛 고수들이 부상과 낙담의 질곡에서 부활하여 고수는 이런 것이라고 포효하며 ‘임재범급' 감동을 줄 것인가,

엄친아와 까도남, 강남의 잘 생긴 두 남자들이 달리기도 잘한다는 질시를 받을 것인가,

거친 파발마 같은 울트라 사내들이 산과 들에서 뿜어냈던 야생의 에너지를 풀코스에서도 발휘, 이변을 일으킬 것인가.

기대하시라.

마라톤 10년차 이상의 친구들의 우정과 팀웍, 혼신의 역주 후 뜨거운 포옹과 갈채가 있을 11월을.

이 아래 부분은, 그러니까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라고 보면 됨.

총감독 : 티물

티물 보조 : 오팔견

심판 : 백송

판돈 관리 : 강아지

[마생]

개방 오픈 이래 최고의 무림 고수간 대결..
흥행도 성공하고 건강도 챙기고
꿩먹고 알먹고 기대되는 게임이네..

[꼭달이]

끝내준다!!! 오랫만에 보는 폭포수 마냥 거침없는 티물의 글솜씨와 기획,
가슴이 아주 시~원하다. 아-느-마-카, 니들 이제 곡소리 났다, 1타 4피야~

[新作路]

어디다 걸까 과거 기록으로만 보면 아.느팀인데 지금은 다 들개처럼 보이니.....전.달에 걸어야 유리 할것 같은데 ...몇날 고심해봐야겠어
그리고 티물아 이거 하나 추가하면 어쪄 신작로 이번중앙에서 다섯시간내에 완주할까(흥행이 안될까)

[카오스]

아느팀이야 고수라 무슨 말을 할수 있겠나먄,
전달팀, 유홍준인가는 모르겠지만 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다.
그대들은 함부로 call하는 愚를 범한 것이야.ㅋ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인 박제가가 이런 시를 남겼다.
섭3 언저리 한 번 달린 것으로 달리기가 별거 아닌 양 대범하게 달겨드는 것을 보고..

毋將一走字 (무장일주자) "달림이라"는 말 한 마디로
泛稱滿眼走 (범칭만안주) 눈에 뵈는 모든 달림이를 칭하지 말자.
走鬚有上下 (주수유상하) 달림이에도 고수와 하수가 엄연히 있으니
細心一看過 (세심일간과) (관중들은) 꼼꼼히 한번 살펴 볼 일이로다.

[아담스(이승호)]

오 고수들의 경연이구먼 멋진 경연이 될거같군 근데 중랑 고수들이 한동안 뜸했더만 많은 일들이 있었굼만 그래 근데 참 오팔견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나? 부감독인가??

[촛불]

금년 오수달 흥행에 이어 두번쩨로 대박 흥행일쎄....근데 ....전부 포기하거나 기권하거나 실격이 되면 벌금은 국고로 .....즉 중앙으로 납부해야 된다...ㅋ

[김기원(월러러)]

관심있게 봐야쥐~^^

[논개]

나도 관심있게 볼까? 관람객이 많아야 대박 흥행^&^

[풀잎]

우리 수양달 !!! 기 팍 넣어줄께 팍팍팍!!!

[앙따]

그야말로 3팀이 핸디 적용없이 맞짱 붙어도 될꺼 같은 흥행 쑈이다 . 전문가도 예상 하기 힘든 박빙이네...
아느팀 : 썩어도 준치라 관록을 무시할수 없는데 부상병동이라 글쎄...
마카팀 : 지금부터 몸 만들기 제대로 하면 3시간 싱글 근처는 가겠고 ...
전달팀 : 이팀이 변수가 많네 .사실 울트라하고 마라톤하곤 틀리걸랑 ...

[느름물]

서울막걸리 몇병자빠뜨린 댓가가 이런결과로 돌아오네..머리 줘 뜾어봐도 뾰족한수도없고 그렇다고 꼭달이 방방뜨는 모양새 보자니 속만 부글부글끓네.
속시원한 방법이 떠오르질않으니 조신하게 한잔하면서 생각해봐야지...전농동 근처 누구없냐?

[앙따]

가을이에게 전화해 .갸가 전농동 살껄 ..

[country]

여름이 왔다. 점점 뜨거워지겠지 날씨도 그리고 개방의 이벤트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도.... 모처럼 수많은 화제를 쏟아낼 이벤트가 펼쳐지고 몇년이 흐른뒤엔 개방의 또다른 전설이 될거야.... 우리 모두가 60쯤 되었을때 2011년 여름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많이 웃고 즐거워 하겠지.... 출전 하는 선수들도 행복 하겠지만 옆에서 지켜 보는 우리도 무척 즐거울 거야....

[동반자]

경마장을 만들면 세금 많이 내야하나?
말들은 뛰고 구경하면서 힘차게 응원하게..ㅎㅎ

[독립군]

여긴 경마장이 아니고 아마 견마장이 아닐까 싶네~~~ㅋ~~~ㅋ

[동반자]

그려~~!! 1번견 어쩌구,2번견 어쩌구..ㅎㅎ

[五八犬]

대단한 조편성이다.
"아느팀" : 아킬이 관건이다. 까딱하면 "너는 괴수다"
"마카팀" : 카오스가 문제다. 어찌하면 "누가 고수냐"
"전달팀" : 막걸리가 문제다. 잘못되면 "느덜 하수다"
....
... 어찌됐든 "나는 조수다"

[들꽃향기]

정말 재미 있는 게임이다.. 술을 따르는 모습을 꼭 참석해서 보리다.
티물님 그날 참석자리표 1장 꼭 부탁합니다. 지난번 명지산에서 티물님께 잘 보일껄,,,
수양달 마카팀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야하는데 ( 잘나신 카오스가 무릎을 꿀코 두손으로 술을 따르는 모습을 보고싶은 악마의 심술이 샘솟는지 모르것네..)

[강아지]

ㅋㅋㅋ

[강아지]

"아 느 팀" , "마 카 팀" 은 아 옛날이여 ~♪ ♬ ♪ "전 달 팀" 이 유리 할것 같아 ~ 매일 달리는 꼭달이, 꾸준히 달리기 생활화 한 전사 . ㅎㅎ 볼 만하겠어... 자존심 싸움, 티물 참으로 글도 재미있고,우리는 구경이나 하고 떡 고물이나 얻어 먹읍시다,

[여전한인생]

ㅎㅎ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회심의 일전이구먼...올 가을 멋진 전설을 기대하며...일단 전달팀에 힘을 실어 보낸다...ㅋㅋ

[티무르]

전달팀에 기대를 많이 하네. 흐흐, 불쌍한 느름물. 이기면 본전, 지면 개쪽. 두달쯤 후에 남산에서 중간점검 한번 해볼까. 아킬, 마이너, 전사는 출사표 한 마디 안 하냐?

[아킬]

일상에서 벗어나려 던진 한마디가 부메랑이 되어 내몸을 옥죄일 줄이야 .
자유로운 영혼이 깃든 몸뚱아리 어떻게 전사표로 체질 개선하며 매일 달리는
꼭달이 이들을 롤모델로 따라 할수 있을런지 할수만 있다면 무릎 굻고 술따르는 쪽은 남의 이야기겠지
시작은 해야겠는데 오늘만 오늘만 하네 느릎물아 네가 10분 벌어주면 아니 되겠니

[느름물]

11분 벌어줄께ㅋㅋㅋ

[아킬]

나 시작 했다. 어제 트밀 5k 근력 오늘 아침 7k 근력 상하 6개 오후 남산 아직 낯설지만
서서히 하면 금새 올라 오껬지. 10분 벌어 준거 따른데 안쓰고 고상하게 술잔 받는데 같이 쓰자

[들개]

암튼 볼만하겠네. 아무래도 참신한(?) 전달팀이 승산이 있을 것 같지? ㅎㅎ

[리치]

자신의 최고 기록을 회복하려는 사람과 지금까지의 기록을 넘어서야 하는 사람과는 난이도에서 좀 차이가 있을걸. 암튼 나는 굿이나 보고...

[지심]

재들 뒷끔치라도 보고 뛰었으면.........

[이린]

아느팀은 송창식 윤형주 같다, 조영남이 훼방만 안 놓으면 될것 같아. 마카팀은 너무 친숙한 스타 보는것 같아. 김지미 최무룡이랄까, 느닷없이 사랑하니까 헤어진 다는 말만 안 하면 되겠고, 전달팀은 아주 성실한 노총각노처녀가 만난것 같아, 뒤늦게 만났으니 마른장작 열정으로 태워보면 될것 같아, 연습에서 다 태우지 말고, 제밌겠다, 남산 응원가야겠네~

[티무르]

에이, 핑계는. 나 보러 오는 거면서.

[티무르]

평균을 내려다 보니, 우와, 절묘한 숫자가 나오네. 위의 선수 여섯 명의 기록을 3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느름물 : -6'17"
아킬 : -5'02"
마이너 : -1'29"
카오스 : -1'15"
마이너스 합 : -14'03"
꼭달이 : +4'16"
전사 : +9'47"
플러스 합 : +14'03"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여섯 넘 평균이 딱 3시간 0초. ...할 말 없다. 늬들 박 터지게 싸우게 된 거, 다 운명이여.

[전사]

술이 왠수구나 남산뒷풀이에서 겁없이 고수님들 심기를 건드려 뭐라할수없이 지송할뿐이니 고수님들 심기불펀해하지말고 걍 대충살살 밟아 주시구려 그나저나 곡선생 1타4피에 폭탄은 면해야될텐데 큰일이다.

[꼭달이]

ㅎㅎ~ 왜 그랬어?

[제비]

멋진 레이스 구경하면서 뒤따라가다 오버걸린 선수 궁뎅이 함 치고싶다....

[BLUE]

수양달 팀에 때맞춰 낙지(신안 뻘낙지)라도 추진해야겠네.

[마이너]

아직도 왜 엮였는지 스스로가 궁금.. 들마카 이후 절대 경주마로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꼭달이 말고는 만만한 얘들은 없고.. 암튼 꼴찌는 면하도록 노력은 해봐야지.

[꼭달이]

그 날 `으응~ 구래~' 했지? 지난 동아에서 싱거웠는데, 이제 중마에서는 진검 승부하게 됐으니 나로서는 영광이야. 잠실 운동장 입구에서
마이너 잡는 통쾌함을 다시 한번~

[도롱때]

용호상박 결전에 기대가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