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속노조 前국장, 이달에도 北과 교신 의심”
SNS에 “오늘 내일 환전, 中공장 계약”
공작금 교신 의심… 당사자는 부인
18일 오전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송은석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직 간부 A 씨가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 떨리지만 오늘, 내일 외환 환전…중국 공장과 오늘 계약”이란 글을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안당국은 이 글이 A 씨가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거액의 공작금을 받기로 한 일종의 ‘비밀 교신’ 방식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A 씨의 자택과 차량까지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노총 금속노조 조직국장을 지낸 A 씨(현 제주 평화쉼터 대표)는 18일 당국의 압수수색 전인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로 오늘… 살 떨리는 결단…실행”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주체 정세…각계각층 현안 문제 + 현 정부에 대한 투쟁 지속 비수기 주문량 줄지 않고 있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당국은 A 씨가 북한 공작원이나 국내 간첩단 총책 등에 전달한 ‘암구호’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 씨가 조만간 중국으로 출국해 공작원을 만나거나 거액의 공작금을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의미로 쓴 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종의 ‘사이버 드보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 드보크는 공작원 등과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을 공유해 교신하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간첩 피의자가 군사기지를 촬영한 뒤 공개 사이트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알린 일이 있었다”고도 했다.
다만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깃발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중국 공장으로부터 깃대를 수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출장”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A 씨가 제주 지역 지하조직을 총괄하는 지역 총책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당국이 제주 지역 반정부단체인 ‘ㅎㄱㅎ’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선 직후 A 씨는 ‘ㅎㄱㅎ’의 한 조직원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