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요일 저녁에 대학동문체육대회 동기 전야제가 있다.
여성 집행부의 노심초사가 큰데 난 서울 수학여행 후 해남으로의 귀교가 늦어
불참을 통보한다. 토요일에 배구선수로 오라는데 종필이 아들 결혼식도 있고
집수리 과정도 봐야할 듯하여 역시 불참하기로 한다.
저녁 모임이 끝났는지 곽상천과 정병모가 술 마시러 오라는 전화를 하는데
난 잠들어 받지 못한다.
토요일 아침에도 갈등이 된다. 마륜에 다녀오는 것이 좋을텐데
바보도 지인이 초청한 무등산행에 참가한다 하여, 나도 다 포기하고 일찍 나서 무등으로 향한다.
동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결혼식 초청장을 받고 축의도 안한 선후배 보기도 민망해하며 불참하는 내가 참 소심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1번을 타고 법원 앞에서 내려 1187번을 기다린다.
8시 20분을 지나 원효사 주차장에 도착해 옛길로 들어간다.
관리사무소 앞에서 외지에서 온 산행부부에게 무등산을 아는 체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주검동 바위 앞에서 겉옷을 벗고 수건을 동여맨다.
치마바위를 지나 오르막에서는 단풍이 든 나무들이 보이는데 사진찍지 않고 지나친다.
목교를 건너 무너진 계곡 사이엔 공사 중으로 포크레인이 올라와 있다.
10시가 다 되어 서석대 전망대에 닿는다.
파란 하늘 아래 병풍바위를 다 담지 못하고 서석대로 오른다.
정상석을 멀리서 보고 입석대 쪽 길을 잡아가다 바람을 피해 시내 쪽으로 앉는다.
나이 80은 넘어 보이는 어른이 옆에 앉으시기에 사과 한쪽을 권하니 사양하신다.
자기 배낭에도 간식이 있다하시는데 또 권해도 받지 않으시다, 나이 많으면
씹기도 어렵고 맛도 모르겠다고 변명처럼 말씀하신다.
나도 언젠가는 다리에 힘도 떨어지고 눈도 흐려지고 음식을 씹지 못하게 될 것이다.
칭다오 맥주는 양이 많다. 맥주를 들이키며 멀리 남쪽의 산하를 즐긴다.
멀리서 온 산악회인지 한무리가 호쾌한 소리를 나며 올라온다.
입석대에도 전망대에 올라가 바위를 보고 다른 사람을 찍어주고 내려온다.
장불재 아랫쪽도 돌을 깔아 길을 수리하였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지나치게 친절한 듯하다.
용추삼거리를 지나며 단풍나무를 보고 사람많은 중머리재를 지난다.
배가 고프다. 12시가 지나면서 신림교회 앞을 지나 상가에 닿으니 12시 20분이다.
중머리재 식당으로 가 혼자서 식탁을 차지하기 미안해 대지식당으로 들어간다.
무등산 상가 축제를 1시부터 한다고 무대 위에서는 마이크를 시험하고
진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잇다.
대지식당은 보리밥 부페집이었는데 외국말을 서툴게 하는 종업원이 맞이해 준다.
8천원짜리 보리밥을 주문하고 망설이다가 소주 한병을 시킨다.
밥을 먹고 다리를 건너기 전에 조그마한 등산복 가게에 들러 바지를 산다.
가을 바지를 보러 갔는데 가을바지는 못 사고 겨울 골프복 바지 두개를 만 9천원씩 주고 산다.
바람막이 점퍼도 신상품인데 싸다고 권해 또 사고 만다.
술냄새를 풍기며 풍암저수지에서 내려 살레와로 들어가 회원가입하고 7만 5천원을 주고 바지를 산다.
씻고 잠자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버스를 타러 간다.
돈을 찾아 6번을 탔는데 빙빙 돌지도 않은데 한시간이 넘게 걸려 4시가 다 되어서야
까사디 루체 결혼식장에 도착한다.
결혼식 후 두암동의 김영석이 집에 모여 그가 담궈 놓은 막걸리와 종필이가 주문해 놓은 안주에
술을 마신다. 전작이 있어서인지 막걸리에도 가득 취했는데 영대가 카카오 택시를 불러줘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의 거창 양각산행을 걱정하는 바보의 꾸중을 듣고 얼른 잠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