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카, 퀸카들의 모임'
이란 방을 만들고 사람들이 오자 하나 하나 보면서 남자나 못생긴 여자가 들어오면 두말 할 것 없이 강퇴를 시켜 버렸다.
그러던 중 시간은 이미 2시를 넘어섰고 PC 방 안에는 나를 포함해 세명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건수를 올리지 못했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채팅에 몰입했지만 시간이 시간인 지라 방에 들어오는 이도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krad' 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옴과 동시에 나는 말을 걸었다.
"어서오세요. 이곳에서 캠(카메라)을 열지 안으시면 5초 안에 1강퇴를 시킵니다.
다섯을 세겠습니다."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그녀의 캠켜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검은 화면만이 감돌 뿐이었다.
'뭐야 이거 왜 캠을 가렸지? 그럴 거면 아예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할 것이지.'
하지만 그날 별로 건수를 올리지 못했던 나는 그녀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아마 호기심 때문 이었으리라.
"저기요 여자분, 왜 캠을 가렸죠? 그것은 캠을 닫은것이나 다름 없는데요-_-?"
몇초를 기다려 봤으나 묵묵 부답이었다.
'젠장 장난하나? 강퇴나 시켜야지'
곧 나의 마우스 커서는 '강퇴'버튼으로 향해졌고 검지 손가락은 클릭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갔다.
그 순간,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그녀의 응답이 왔다.
"저기, 죄송해요. 하도 스토커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했네요.
알잖아요. 화상체팅 하는 사람들 중 이상한 사람들 많은거."
하기사, 그 말은 사실이었다.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라 말을 막 한다거나 심지어는 욕설까지 퍼붓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쁘장 한 여자가 들어오면 귓속말로 도배를 해버리거나 하는 인간도 있었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하니 이 여자도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 일 것만 같은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쳐갔다.
그녀는 사람의 됨됨이를 먼저 보고 그 사람이다 싶으면 얼굴을 내 놓는, 시건방진 태도의 여자인 듯 했다.
그래도 얼굴이 예쁘면 괜찮다는 생각에 계속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Krad 님은 어디 살죠?""
아, 청담동에 살아요. 님은요?"
"신사동에 살죠. 그리 멀지 않네요?"
"그렇네요?"
그렇게 간단한 대화로 시작해서 우리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신혜원 이었고 나처럼 힙합 매니아 에다가 유학생 이었다.
게다가 같은 강남구에 살고 나이 또한 같았다.
그녀도 내가 자주 가던 나이트 클럽에 다니고는 했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화상 채팅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러던 중 슬슬 나는 그녀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했다.
얼굴이야 어떻든 간에 마음만은 잘 통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의 대화에 전념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상대도 안하고 하던 대화에만 열중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예 비공개방 으로 만들어 버리기 까지 했다.
"야 혜원아."(이미 친해진 사이라 말도 놔버렸다)"
왜?""
이제 캠좀 열어라. 답답해 죽겠다. T.T"
"음~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맘에 안 든다고 강퇴시키기 없기."
"하하 그러지 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리 마음이 좋아도 얼굴이 못생겼으면 모든 일이 허사였다.
나는 그녀가 나의 생각대로 생겼기를 바라며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의 캠을 가리고 있던 검은 것이 없어지기만을 바랬다.
그러던 중 서서희 그 검은 것이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오오 할렐루야!
살아있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만약 그녀를 강퇴 시켰으면 평생을 후회할 뻔 했다.
그녀는 나의 생각보다 더욱 미인이었다.
나는 원래가 인물이 출중한 나머지 나의 외모에 걸맞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자들 만을 상대해 왔는데 혜원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봤던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천사가 하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 너 정말 이쁘다."
"감사! ^^"
"야 네가 캠 열지 않고 있었던 이유를 알겠다."
"그래 나는 진실된 사람을 좋아해. 나의 외모보다 나의 마음을 좋아해 주는 그런 사람 말이야.
처음에 석한이(내 이름이다) 널 처음 봤을때는 그냥 양아치 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말이 잘 통하게 될 줄은 몰랐어."
"TT 감격의 눈물이 다 나온다."
그리고 나서 나느 혜원과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집안사정, 형제관계, 심지어는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말이다.
그녀는 한때 남자에게 잖인하게 버림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자기가 부담을 느낄 만큼 잘 생겼었고 그래서 얼굴값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가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목격하고 비탄에 잠긴 나머지 외국으로 떠나버렸고 그 이후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기로 노력했다고 했다.
즉, 그녀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을 반대로 했다고 했다.
"그거 아주 나쁜 놈이네!"
"그래T.T 하지만 과거지사지 뭐."
"참 그런데 너 지금 어디서 채팅 하는거냐?"
하긴 검은 것이 없어지면서 그녀의 얼굴은 보였지만 뒷 배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뒤쪽에 검은 커튼이라도 단 것처럼 혜원이 외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정도로 검었다.
"아! 나 지금 집 근처에 있는 게임방이야. 석한이 너도 게임방이지?"
"그래. 근데 왜 그 겜방은 그렇게 어둡냐? 배경이 전혀 안보이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녀의 뒤쪽은 그렇게 어두운데 그녀만은 또렷이 보인다는 것 이었다.
아마 뒤쪽의 벽이 검은 색으로 칠해졌으리라.
"아 이 PC 방이 좀 그래.참 석한아 너는 지금 여자 친구 없다고 그랬지?"
"응 물론 없지."
"^^후훗^^"
나는 기쁨에 젖은 나머지 소리까지 지를 뻔 했다.
내가 지금까지 수 많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성격이 좋은 여자는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운명적인 만남 이라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이쁜 여자들은 대부분이 성격이 파탄이거나 콧대가 높기 마련인데 혜원은 그렇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고 그녀 또한 그런 듯 했다.
결국........"야, 네 핸드폰 번호가 뭐냐?"
나는 그녀의 연락처를 물었다.
이제 다 된 밥이나 마찬가지였다.
"왜? 전화하게?"
"그야 물론이지!"
"011-XXX-XXXX 이야"
"그래 지금 당장 전화하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핸드폰을 꺼내가지고 번호를 눌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마음 까지 설레였다.
얼마 있지 않아서 그녀는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또한 나의 생각대로 아름다웠다.
마치 옥 구슬이 굴러가는 소리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에 묻혀 잘 듣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기분나쁜 소리들이 간간히 들려왔다.
아마 누가 괴상한 게임을 옆에서 하고 있는 듯 했다.
'뭐 저런 끔찍한 소리가 나는 게임들이 다 있지?'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결국 우리는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두 PC 방의 거리가 그리멀지 않으니 중간 지점인 압구정에서 보자고 그녀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전화통화를 끝내자 마자 자리를 떴다.
우리는 압구정에 있는 칵테일 바에서 2시(새벽)에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전화를 끊기 전에 '꼭 시간 맞춰서 나와야 해' 라는 말을 수 차례에 걸쳐서 이야기 했다.
내가 나오지 않을 까봐 불안했었나 보다.
나는 기쁜마음에 PC 방을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압구정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띠리리리리' 나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느 당연히그녀겠지 하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뜻밖에도 엄마였다.
엄마는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석한아, 너 어디니? 지금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아.
빨리 집에와서 나랑 같이 병원에 모셔다 드리자꾸나."
빌어먹을.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왜 이제와서 편찮으신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해 갔다.
아무래도 오늘 그녀를 만나지 못하면 평생을 그럴 것 만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으시다는 소리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 나는 깊은 번뇌속에 빠져들었다.'
결국 나는 택시 기사한테 방향을 틀자고 이야기를 해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쉬워도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녀에게 일단 사과를 하고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기위해 전화를 했다.
그런데........'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국번이거나 .........' 이상했다.
분명히 이 번호였는데........ 나는 몇번이고 다시기도를 해 봤다.
하지만 꼐속해서 똑같은 소리만 날 뿐이었다.
무의식 중에 전화번호를 잘못 입력했나보다.
게다가 그녀는 내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내가 지금 칵테일 바로 가지 않으면 그녀를 영영 만날 길이 없었다.'
이...이런.. 오늘 완전히 재수에 옮붙었군'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가니 어머니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나에게 말을 했다.
"어이구 미안해서 어쩌니 석한아.
아버지가 알고보니 저녁에 드신 것이 체하셔서 그랬다는 구나."
나는 마음 속으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지금 시간은 1시40분 이었다.
만약 최대한 빨리 간다면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집 밖으로 뛰어나와 택시를 탔다.
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압구정 까지 가 달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응 나야 혜원이."
"어 너 지금 어디야?"
"나 벌써 와 있는데 너는 어디야?"
"아 미안 일이 생겨서....... 지금 가는 길이야.
거의 다 왔어."
"절대로 늦어서는 안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와야해!"
"그..그래 지금 거의다 왔으니까 거기서 보자."
전화를 끊고 나는 더욱 더 다급해진 목소리로 운전 기사에게재촉을 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나의 핸드폰 번호를 알았을까?
아마 내가 아까 무의식 중에 넘겼나 보다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압구정동에서 내리자 마자 나는 그 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제 그녀를 만날수 있었다.
저 모퉁이를 돌면 그 바가 있고 그녀가 그 안에 있을 것이다.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소방 대원들과 경찰들이 사방에 있었다.
무슨 화재를 진압하는 듯 했는데 화재가 난 곳은 다름아닌 그녀를 만나기로한 그곳이었다.
소방관들에게 물어보니 2시 정각에 그곳에서 가스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원 사망했다고.......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시계를 봤다.
2시 20분 이었다.
그녀가 그곳에서 나와 집에 갔기만을 바랬다.
만약 그녀가 저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아마 그녀도 지금쯤........
에써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만약 내가 제 시간에 맞춰서 나왔다면 나도 아마........'
그렇다.
내가 만약 시간을 맞춰서 나갔다면 저 안에서 통구이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다.
다음날 뉴스를 봤는데 사망자 명단에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오지 않자 그냥 가 버렸나 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때 같았으면 지금쯤 PC 방에 가서 화상채팅을 해야 정상 이겠지만 어제 일도 있고 해서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혜원이야. 너......어제 왜...... 나오지 않았어?"
그녀라는 말에 너무 반가웠던 나는 어제의 사정을 간략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해해 주는 듯 했고 오늘 다시 만나자고 했다.
"어디서?"
"응, 내가 너네 집으로 저녁 8시 까지 갈게. 괜찮겠어?"
그 순간 약간 당화이 되었다. 하긴 부모님들이 오늘 아침에 시골로 내려가셨기 때문에 집이 비어있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꺼림직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녀를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처음 보는 사람을 집 안에까지 끌어들이다니.........
하지만 싫지는 않았기에 그녀에게 그러라고 하고 나의 집주소와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8시가 가까워 왔다.
아까전만 해도 설레였던 나였지만 지금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8시에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 해서 흘러갔다.
------------------------------------------------
"뉴스 속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제 밤 8시에 방배동에 있는 아파트 X동 X호 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서 집안에 있던 박석한 씨가 숨졌습니다..........."
첫댓글 ㅠㅠ 집착이 심한 여자네요....
와 무서워! 재밌게 잘 봤어요!
음....먼원한이 저리기퍼서..
저번에 이은 채팅이야기.. 재밌네뇨
..... 여자가 불의 여신인거 같은 느낌이 -_-!!!
어머-_ -;미친여자;
여자가 귀신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