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문의
김영진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백 일간 여섯 분 돌아가셨다
스스로 목숨 끊었다
아흔 살 넘은 노인 잠든 손자 두고 자신 지탱하던 보행기 밟고 뛰어내렸다
아픈 손자도 할아버지께서 사라진 어둠 속으로 아슬아슬한 삶 맡겼다
밥 먹을 때라도 패지 말라며 울부짖던 장애인, 아버지가 음주 폭력으로 경찰에게 잡혀가자 집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파트 복도 울음소리 멈췄다
가계 빛 쪼들리던 아주머니는 희망보다 절망이 익숙하고 죽음은 삶보다 두렵지 않았다
여섯 분 돌아가신 뒤 자리가 빈 영구임대아파트 들어갈 수 있느냐 문의 이어졌다
당장 들어가시기는 힘들고 신청자 많아 일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 드렸다
수국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냐
물어도
꽃은 바람 따라 고개만 가로 젓는다
줄기 끝마다 수십 개씩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말이 없다
보라에서 분홍으로
빛깔 달리해 피는 꽃
어린 꽃 등교 위해
아파트 화단 앞에서 출근시간 미룬다
책상 앞에 엎드려
눈물 흘리던 꽃에게
이유 묻지 않았다
― 김영진 시집,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문의』 (시인동네/2021)
김영진
전남 화순 출생. 2017년 계간 『시와 사람』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공무원노동문학상 수상.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