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매화 옛 등걸에
매화
매화(梅花)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柯枝)에 피엄 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어구풀이
-매화(梅花) : 매화꽃, 겨울눈이 다 녹기 전에 피는, 봄철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꽃. 자기의 이름과 꽃이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 사용.
-옛 등걸 : 해묵은 등걸. 등걸은 줄거리가 자라났었던 초목의 밑둥. 여기서는 자기의
늙어진 몸과 고목나무를 이르는 중의법.
-춘절(春節) : 봄철
-춘설(春雪) : 봄철에 내리는 눈
-난분분(亂紛紛)하니 : 어지럽게 흩날리니
-필동말동 : 필지말지. 피게 될지 어떨지
♣해설
-초장 : 매화나무 해 묵은 늙어진 몸의 고목이 된 봄철이 돌아오니
-중장 :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꽃이 피게 될 것 같기도 하지마는
-종장 : 뜻 아니한 봄철의 눈이 하도 어지럽게 펄펄 흩날리니 꽃이 필지
말지 하는구나.
♣감상
이 시조는 늙음에 대한 한탄과 젊음을 그리워함을 노래한 것이다.
작가는 「해동가요(海東歌謠)」에 명기구인(名妓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기록
되어 있다. 초장의 ‘매화 옛 등걸’은 노기(老妓)로서 자기 자신을 말하는
것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젊음을 가리킨 것이며, 종장의 ‘춘설이 난분분하니’는
젊고 예쁜 기생이 많음을 뜻하는 것으로, 옛정의 사람이 찾아 올 법도 하지만
젊고 예쁜 기생들이 많으니 자신이 없다고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작가소개
매화(梅花:생몰 연대 미상) : 이조 때 평양에 살던 기생이라 하며, 그가 지은
시조가 「청구영안(靑丘永言)」에 8수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