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쓴 판타지 동화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요한 인물도 초등학생들이고 사건의 장소도 주로 학교에서 일어난다. 사건의 소재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정했다. 아마도 초등학생들과 주로 생활하는 선생님들이기에 아이들의 고민,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이야기 소재로 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서로 간의 갈등도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경우가 많다. 특히 여자 아이들 사이의 묘한 심리 갈등은 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 담임 선생님일 경우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여자 아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처음부터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세 번째 등장하는 이야기인 '기억이 사라지는 맛'에서 다섯 명의 여자 아이들이 패가 갈려져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등장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소심한 여자 아이일 경우 누구에게도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거리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친구들에게 혹시나 팽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저자가 이러한 교실 속 갈등 상황을 잘 포착해서 이야기 소재로 잡은 것 같다.
환타지 소설이기에 읽어가는 내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혹시 도깨비 식당 주인이 음식 맛을 낼 때 마지막으로 황금비녀를 쓰다듬는 이유가 무엇일지, 왜 음식 값 대신에 머리카락 한 올씩 수집하는지 등등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간에도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이 눈에서 책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저자는 보물찾기 하듯이 책 끝부분에 무언가를 숨겨 놓는다.
먹방 유튜브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다양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지 아뭏튼 먹는 프로그램을 넋을 잃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저자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여 신기한 맛을 내는 도깨비 식당을 가져 왔지 않을까 싶다. 음식 맛도 기상천외한 맛을 가지고 왔다. 원하는 것을 복제하는 맛, 꼬리가 생기는 맛, 기억이 사라지는 맛,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맛... 시리즈로 구성된 책이라고 하니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라도 어린 독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저자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