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10 --- 허수아비가 참새를 쫓지 못한다
보도블럭이 일 년만 지나면 뒤틀리며 울퉁불퉁하다. 몇 년 내에 걷어내고 다시 깔아야 한다. 나무가 자라면서 뿌리도 클 수밖에 없다. 땅속에 뿌리를 뻗으면서 굵어지고 크다 보니 판판하게 골라진 보도블럭이 들썩거린다. 봄이 오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물이 올라 새싹이 나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 가로수 가지치기로 부산하다. 전기톱에 가차 없이 잘린다. 망나니가 기습적으로 가지를 잘라 짜리몽땅 몸통만 남는다. 전깃줄에 걸려도 아니 되고 밑으로 뻗어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수없는 상처에 마디만 늘어 볼썽사납다. 그래도 한여름이면 능청스럽게 잎을 피우고 상처를 가리면서 그늘을 만들어 낸다. 삼일을 굶고 삼일간을 씻지 않았어도 배를 채우며 몸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지만, 내면의 마음에 담은 흑심은 비록 한 번이라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설사하고 속을 다 토해내도 마음은 쉽게 닦이지 않는다. 외관과는 달리 마음 씀씀이가 더러움은 또랑또랑한 눈으로도 가늠할 수 없다. 고마운 마음은 오래가지 않고 잊는다. 그러나 고약스러운 마음은 큰 상처가 되어 뼈 깎는 심정으로 씻어내려 해도 오래도록 남는다. 나무는 겨우내 시린 가슴 공해에 찌들어 봄을 기다렸는데 물거품 되었다. 몸통만 남아 엉뚱한 곳에서 근질근질 새싹 나오기를 기다린다. 경쟁도 주도권도 없어진 허수아비 가로수다. 한동안 가을들녘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 고개를 숙일 무렵이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던 허수아비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막 여물어 가는 벼 이삭을 쪼아 먹는 참새를 쫓기 위한 것이었다. 농심의 마음을 파먹는 아주 고약하고 얄밉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참새도 요즘은 논밭을 기웃거리지 않고 허수아비를 세워본들 새들이 너무 약아빠져 무섭다고 달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허수아비를 쉼터로 삼고 걸터앉아 재잘재잘 조롱하는 것 같아 더 심통이 난다. 이제 허수아비가 참새를 당해낼 수 없을 만큼 지능이 발달해서 이래저래 허수아비 무용론으로 슬그머니 사라졌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