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살았던 동네에도 마을 공동우물이 있었다. 집집마다 상수도가 연결된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언니들과 손을 잡고 우물에 가서 물을 오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 어렸던 나는 두레박을 떨어뜨리면 한참 뒤에야 들려오는 ‘첨벙’ 소리가 무서워서 한 번도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올리지 못했었다. 시 속 장면처럼 여름비에 황톳빛 우물물이 넘치고, 우물을 청소하기 위해 어린 내가 우물을 내려가는 상상을 하면 너무 아찔해진다. 그 아득하 깊이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 일을 해낸 시인의 어머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길어 올린 말간 첫 물 한 대접을 우물 옆에 놓고 촛불과 함께 밝혀두는 장면에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한수를 떠놓고 자식과 가족을 위해 기도드리는 우리네 어머니들이 정성이 포개지기도 한다.
작년 여름, 집중 호우로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열흘 정도 물이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세탁기를 돌리기 어려우니 직접 손빨래를 해야 했고, 생수로 밥을 해 먹었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하게 흘러나오던 물이 끊긴 열흘 동안 겪은 어려움은 말할 수 없었다. 더운 여름, 냉장고가 없던 시절 수박과 김치통을 담가두었던 우물은 단순히 물을 얻는 장소를 넘어, 삶을 지탱해주는 생명줄 같은 곳이었으리라.
옛날의 우물물은 다 퍼내어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시절 함께 고생하고 서로를 보살폈던 기억은 언제라도 소환되어 이야기 되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외가식구들이 모일 때마다 길어올리져는 우물 이야기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도 이처럼 추억을 소환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다정하게 불러내는 마르지 않는 우물들이 존재할 것이다.
첫댓글 영원히 늙지 않는 우물입니다.^^
동시를 쓰는 과정으로 읽어봅니다^^ 흙탕물을 퍼내고 퍼내야 맑은 물이 나오듯이,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