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어딘가에서 쇠자를 닦고 있을 그녀에게 이 글을 바친다.
1. 첫만남 아닌 첫만남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던 그해 겨울.
그러다 갑자기 엽기적으로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되던 그 어느날.
그녀를 알게 된 건 그 날이었다.
겨울 기분이 나는 건 좋은데,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춥던 날씨 덕분에,
내가 알바를 하던 겜방 화장실은 당연 꽁꽁 얼어 붙을 수 밖에.
그래서 물이 나오지 않는 화장실 문 앞에, 아래층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종이를 붙여놓았다.
그렇게 표지문을 붙여놓고 화장실을 나오는데,
어떤 여자가 내 곁을 스쳐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 어라? 거침없이 들어가네? 에잇, 종이에 쓴 글을 보면 그냥 나오겠지.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여자는 바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1분…. 손을 씻나??
2분…. 전활 하나??
3분… 4분… 그녀는 정확히 7분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저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그 여자.
뭐, 설마 별 볼일(?)을 했을라구…
근데, 갑자기 같이 알바하는 동생이 뛰어오더니,
--형, 도대체 지금 누가 화장실 갔어?
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짜잔~~ 아니, 콰과광~~ 아니, 우헉~ 헉스~ 우쒸~
갖은 감탄사가 튀어나올 수 없는 그 처절한 광경.
누가 똥색을 모를까봐, 그렇게 변기 가득히 선명한 똥색을 남기고 간 사람은
화장실 문앞에 붙여놓은 종이 쪼가리가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난 그 여자 자리로 달려갔다.
씩씩대고 달려온 나를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올려봤다
-- 아니, 화장실 앞에 있는 글 못 봤어요? 화장실 꼴 좀 보라구여!!!
그러자, 그 여자의 황당한 대답.
-- 전, 화장실 안 갔는데여?
헉스!!
-- 내가 봤어요. 방금 나오는 거!! 왜 시치미를 떼냐구여!!
-- 전 아니에요. 전 여기 계속 있었어요.
그리고는 그 여자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이었다.
그 천연덕스러운 여자의 대꾸에 오히려 내가 할 말이 없어져서,
그냥 속으로만 숫자(욕)를 세며, 생수통에서 받아온 물로 화장실을 닦았다.
-- 세상에 뭐 저런 여자가 있냐? 진짜 웃긴다.
동생 알바가 화를 냈지만, 그냥 나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며
그냥 그 여자를 무시하기로 했다.
덕분에 그날, 주인 아저씨한테, 생수통 물이 갑자기 왜 많이 없어졌냐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우쒸, 다 그 뻔뻔한 여자 때문이야…. 젠장….
평생 너를 저주하리라, 이 나쁜 여자야!!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