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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두 얼굴
주간 금요일 (일본 시사 잡지)
1. 정경유착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자민당에 먼저 제안
도요타의 첫번째 숨겨진 얼굴은 ‘만년여당’ 자민당과의 유착이다. 지난해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참의원에서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실시했다. 그 선거전이 한창일 무렵이다. 도요타의 하청업체들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도요타로부터 ‘자민당 지원령’이 떨어졌다. 하청업체들은 도요타의 비용절감 요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지만 이런 요청은 처음이었다.
놀라기는 도요타가 자리잡고 있는 아이치현의 자민당 지부연합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도요타 경영진은 자민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적이 없었다. 도요타 노조의 민주당 지원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아이치현은 제1야당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릴 만큼 자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요타가 거꾸로 자민당 쪽에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냐며 물어왔다. 도요타가 자민당 지원 방침을 밝힌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면 더더욱 입을 다물기 어렵다.
자민당 정당 연설회의 인원 동원은 기본이었다. 연설회에는 도요타 관련회사의 사원이 직접 접수를 맡았다. 참석자의 명함을 받거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업체마다 할당된 동원인원을 제대로 채웠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요타 그룹 사원의 부인과 딸 등 여성들의 자민당 응원 집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도요타의 한 간부는 “우리는 정부·자민당과의 관계 속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도요타의 사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유권자의 선거운동 지원에는 제한이 없다. 때문에 건설사 등 자민당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기업들이 자민당 후보를 돕기 위해 직원들을 파견하는 사례가 흔하다.
헌법 개정에도 적극적인 오쿠다 회장
선거(9월11일) 직전인 9월6일 고이즈미가 아이치현에서 유세를 했다. 평일 낮인데도 유세장인 도요타스타디움에는 6천명이 빼곡이 들어찼고, 양복 차림의 도요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고이즈미를 영접한 사람은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도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 부회장이었다. 정치 쪽으론 얼씬도 하지 않던 조 부회장까지 나선 데 대해 고이즈미도 놀라는 눈치였다. 이날 저녁엔 시민문화회관에서 자민당 궐기대회가 열렸다. 와타나베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관련 기업 사장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역시 전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연단에 올라 자민당 지원을 다짐했다. 아이치 지역 다른 기업들의 태도도 현격하게 달라졌다. 이 지역 업계는 소선거구마다 자민당 지원 업무를 맡을 간사회사와 담당창구를 정했다. 지금까지 총무과장이나 비서실장이 고작이던 담당창구는 사장과 임원급으로 몇계단 격상됐다.
‘도요타 선거’의 효과는 뚜렷했다. 2003년 15개 선거구 가운데 5석을 얻는 데 그쳤던 자민당은 이번에 9석으로, 의석을 두배 가까이 늘렸다. 아이치현 자민당 간부는 몇십년 동안 선거를 경험했지만 도요타가 이렇게 도운 것은 처음이며, 경제계의 지원 또한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민주당 쪽에선 “기업이 한덩어리가 돼 여당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라며 도요타를 비난했다.
자민당 총력지원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니혼게이단렌 회장이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온 도요타의 창업주 일가와 달리 그는 정치색이 매우 짙다. 직설적 성격의 오쿠다는 필리핀 주재 시절 당시 마르코스 정권과 깊숙한 관계를 맺어 도요타 쇼이치로 사장(현 명예회장)의 신임을 얻고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와의 유착을 원동력으로 출세한 대표적 인사다. 게이단렌이 독자적인 헌법개정 개요를 내놓도록 할 만큼 정치개입 의욕이 넘쳐난다. 그는 중의원 해산 2주전 고이즈미를 만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고이즈미는 해산 당일 오쿠다 등 게이단렌 간부들을 만나 다시금 지원을 확약받았다. 2002년 게이단렌 회장에 오른 오쿠다는 “정치헌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지난 93년 담합사건이 들통나 중단된 게이단렌의 정치헌금 알선을 2004년에 재개한 바 있다.
정치헌금, 자민당엔 6440만엔, 민주당엔 0엔
이 해 업계의 정치헌금은 자민당 22억2천만엔에 이른 반면, 민주당은 6천만엔에 그쳤다. 자민당에 돈을 몰아주기 위한 정치헌금 재개였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도 도요타의 정치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3년 6440만엔으로 2위인 혼다(3100만엔)의 두 배를 넘는다. 민주당엔 한푼도 주지 않았다. 업계단체인 자동차공업회를 통한 자민당 헌금도 8040만엔에 이른다. 물론 이런 전방위 지원에 공짜가 있을 리 없다. 정치권에 대한 입김을 강화해 도요타와 재계에 유리한 정책을 대가로 얻어내는 게 ‘당연한 거래’다. 고이즈미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 위원인 오쿠다가 고이즈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특정도로재원의 일반재원화 중단을 요구한 게 가장 직접적인 사례다.
도로정비에만 한정한 재원을 그 외에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산을 절약하는 이 조처는 빚더미에 앉은 국가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시급한 것이다. 현재 일본의 도로 예산은 면적이 26배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일반재원화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보류됐다. 도요타의 ‘정책매수’가 성공한 것이다.
2. 효율지상주의의 그늘
2004년 5월12일 연료겸용차(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등을 생산하는 도요타자동차 쓰쓰미공장. 33살 기계수리 담당 직원이 범퍼를 만드는 사출성형기(프레스기) 안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기계가 움직이는 바람에 압사했다. 사출성형기는 원하는 모양의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금속틀이다. 이날 아침 당번이던 이 직원은 금속틀에 이상이 있으니 고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현장 담당 직원도 이 기계에서 만들어진 범퍼에 자국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장 담당이 먼저 도착해 작업지침에 따라, 기계작동을 중단시키는 안전플러그를 뽑고, 스위치를 넣지 말라고 적힌 자신의 명찰을 걸어놓은 뒤 점검에 들어가 금방 그 원인을 알아냈다. 작업 로봇의 팔에서 펠트 천이 벗겨지면서 금속부분이 노출돼 자국을 낸 것이다. 이 직원이 새 천을 가지러 자재창고로 간 사이, 수리 담당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자신의 명찰을 걸어두고 성형기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온 현장 담당은 그 명찰을 보지 못한 채 천을 갈고는 기동 스위치를 넣었다. 수리 담당의 비명이 울리자 곧바로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전동식인 ‘세계 제일의 혁신 성형기’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빨랐다. 이전의 유압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기동력을 갖고 있었다.
직원의 부주의에 의한 비참한 사고다. 사고 뒤 도요타는 안전교육을 더 철저히 했다. 그러나 이 비극의 이면에는 효율제일주의의 부작용이 자리잡고 있다. 현장에선 사람이 들어가면 기계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안전매트(철판)를 설치하지 않고 사람이 확인하도록 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안전매트가 있으면, 제품의 일부가 안에 떨어져 있어도 기계가 멈추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물질 제거 등의 작업도 필요하다. 이것들은 작업속도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때문에 사람의 확인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을 꾀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안전대책은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도요타는 작업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더욱 완전무결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숨진 수리 담당의 부친이 성형기 재가동의 조건으로 안전장치 도입을 요구하자, 도요타는 광전관(물체를 감지하는 광센서)을 달았다. 그렇지만 사고를 낸 그 성형기 외의 나머지 기계는 달라진 게 없었다.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최소한의 안전대책만 내놓고는 노동강화로 대처한 것이다.
조립라인을 옥죄는 공포의 노래 ‘장미꽃이 피었습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이들 직원의 머릿속에 조금이라도 빨리 조립라인을 가동시켜야 한다는 초조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쓰쓰미공장에는 라인이 멈추면 공장 안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장미꽃이 피었다”는 곡이 소란스레 흘러나온다.
어디서 이상이 생겼는지 금방 주위에서 알게 된다. 문제의 소재를 시각화한 도요타 생산방식의 하나다. “음악이 울리면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죄악감이 엄습해온다. 1초라도 빨리 라인을 재개해야겠다고 서두르게 된다.” 현장 직원의 말이다.
하루 작업이 끝나면 그 날의 생산대수가 발표되는 동시에, 중단된 공정과 지체 시간도 보고된다. 생산대수 감소의 책임이 어느 공정에 있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게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도요타식은 끝없는 ‘가이젠’(개선)을 통해 합리화와 효율성을 극한까지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도요타 조립라인의 노동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과밀노동과 장시간노동은 때로는 인간성을 파괴한다. 과로사와 자살, 범죄를 불러오기도 한다.
2002년 2월9일 같은 쓰쓰미공장 차체부 30살 직원이 잔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숨졌다. 그가 입버릇처럼 한 말은 “자동차 전조등을 켜고 집에 가고 싶다”였다. 도요타 공장의 근무체계는 2교대로, 주근이 6시25분~15시15분, 야근이 16시10분~1시로 돼 있다. 야근이 끝나도 새벽 2시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잔업이 일상화돼 있다. 잔업으로 날이 밝아야 귀가하다보니 어두울 때 집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말한 것이다. 동료 직원들은 그를 추모하며 노래를 지었다. “야근 정시는 밤 1시/ 귀가는 아침 6시반/ 라이트를 켜고 돌아가고 싶었어.” 이 직원이 공장에서 쓰러진 시각은 새벽 4시20분께였다. 그의 부인이 조사해본 결과, 사망 전 한달 동안 그의 잔업 시간은, 후생성이 정한 과로사 라인인 100시간을 훨씬 넘는 144시간이었다.
지난해 1~11월 사이에 다카오카공장에서는 4명의 직원이 숨졌고, 쓰쓰미공장에선 7~8월 3명이 숨졌다. 명확한 사인이 명기되지 않아 업무 관련 사망이거나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자동차에 배기가스가 들어오게 한 상태로 숨져 있었다고 한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신질환자나 자살자의 수는 공표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2일에는 연쇄방화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주로 자동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30건 이상 불을 질렀다. 그는 26살의 도요타 직원이었다. 도요타 노무관리·노사관계 연구의 1인자로 꼽히는 사루타 마사키 주쿄대 경영학부 교수는 “도요타의 비인간적 노무관리는 노동자의 건강 뿐아니라 인간성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관련기업 직원은 날마다 장시간, 초과밀, 불규칙 노동을 해도 불만을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일은 거의 없다. 승진·승급·전배·기업내교육 등의 당근과 채찍을 앞세운 인사관리로 인해 ‘동질성, 높은 비용의식, 상급자에 대한 복종과 하청업체에 대한 고압적 태도’라는 특징을 가진 도요타맨이 육성된다. 이런 지적을 하면 도요타에선 ‘선생 말대로 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반론이 돌아온다.”
“숨쉴틈을 달라” 소박한 요구 내걸고 새 노조 결성
지난 1월22일 도요타자동차 그룹에는 회사 쪽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노조 ‘전도요타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이날 참가한 조합원은 6명, 지원자를 포함해 십여명이 전부였다. 새 노조 결성 움직임이 사전에 노출되면 원천봉쇄될 가능성이 높아 극비리에 준비를 진행했다. 결성대회에선 기존 노조가 노사협력에만 치중해 장시간 과밀노동과 무급 잔업을 방치하는 등 기능부전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속출했다. 이들은 “일하는 사람의 생활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진정한 노동조합을 지향한다며 △잔업 없이는 가족 부양이 어려운 임금체계의 개선 △무급 잔업을 없애기 위한 출퇴근 시간 체크 △젊은 정규직 채용 확대의 ‘소박한’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도요타는 지난 50년 이상 정리해고없이 종신고용 체제를 유지해 인간중심 경영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와 직원 의식 교육의 최선봉에 서 있다. 그렇다고 이런 게 ‘인간적 경영’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작업효율 극대화를 위해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에 묶인 노동자가 조금도 일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때론 잠시나마 빈둥거릴 틈도 허용하는게 사람 냄새가 나는 작업장이 아닐까?
3.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에 낀 거품
'도요타는 양의 탈을 쓴 늑대인가?’
지난해 10월24일 미국의 자동차 업계 관련지와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된 충격적인 의견광고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자동차 사장의 옆에 같은 복장으로 머리에 양의 가죽을 댄 늑대의 모습을 실은 것이다. 이 광고를 낸 곳은 맑은 물과 공기를 위해 싸워온 캘리포니아의 비영리 환경단체 블루워터. 이 광고는 미국에서 환경문제를 이유로 일본 자동차 업체를 공격한 유일한 것이다. 환경친화 이미지가 가장 높은 도요타가 왜 환경단체의 타깃이 됐을까? 이 단체는 도요타의 연료겸용차(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가 깨끗하고 효율적인 차의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도요타의 환경친화 이미지에 ‘거품’이 많이 끼어 실체와 간극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도요타는 깨끗한 미래를 위해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면서 조용히 세 걸음을 뒷걸음질쳤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연비가 ℓ당 7.7㎞인 차가 ‘환경차’(?)
먼저 지난해 하반기 새로 출시된 도요타의 연료겸용차 2종이 일반 가솔린 엔진 차량에 비해 환경 효율성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연료겸용과 일반 차량 사이의 연비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연료겸용 하이랜더는 지난해 자동차 전문가의 1주일에 걸친 시험주행에서 갤런(3.78ℓ)당 20.6마일(1마일 1.6㎞)을 달리는 데 그쳤다. 미국 환경보호청 평가치인 33마일(시내)/28마일(고속도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오히려 가솔린 엔진 하이랜더의 평가치 19마일(시내)/25마일(고속도로)에 가깝다. 렉서스RX 400h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승해본 연료겸용차 렉서스GS 450h는 연비가 ℓ당 7.7㎞밖에 되지 않았다. 연비가 이 정도인 차를 ‘환경차’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게다가 도요타 차량들의 전체 연비 수준이 업계 최고이긴 하지만, 1990년대보다는 나빠졌다. 환경보호청 자료를 보면, 2005년 도요타 차량들의 연비 평균치는 갤런당 27.5마일로, 1985년의 갤런당 30마일보다 줄었다. 연료를 많이 잡아먹는 스포츠실용차(SUV) 등의 생산 비중이 커진 게 원인이다.
미국의 경쟁업체들은 “도요타가 환경친화라면서 연비가 나쁜 트럭 등의 판매에 힘을 쏟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를 가장 열받게 만든 것은 도요타가 캘리포니아주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를 저지하는 대열에 동참한 점이다. 환경보호의 선두주자인 캘리포니아주는 2009년부터 신차에 대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의무화했다. 2016년부터는 최대 34% 감축하도록 했다. 미국 자동차 판매의 10%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가 규제강화에 나서면서 11개 주가 뒤를 따랐다. 제너럴모터스(지엠)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환경규제는 정부의 임무이며, 주의 규제는 무효”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도요타도 보조를 맞췄다. 도요타는 규제 저지를 요구하는 업계 소송단에도 들어갔다. 블루워터는 도요타의 이런 반환경 행태를 비난하면서 “도요타의 로비와 소송은 그동안 조심스레 쌓아온 환경친화 이미지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료겸용차로 환경친화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불이익이 되는 환경규제 강화에는 반대한다. 환경친화는 회사 선전과 판촉 수단으로 활용될 뿐이다.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줄 세우는 ‘이미지왕국’
다른 측면에서도 연료겸용차의 환경친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친화성을 엄격히 따지려면, 차량의 제조부터 사용, 폐차까지의 자동차 라이프사이클을 모두 고려한 평가(LCA)가 필요하다. 전기모터와 전지를 추가하는 연료겸용차는 차체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경량화를 위해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게다가 모터·전지 등을 더 만들어야 하므로 제조단계에선 일반 차량에 비해 환경부하가 더 크다. 결국 장기간 사용해야 환경보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도요타는 연료겸용차가 일반 차량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2% 줄일 수 있다고 선전한다. 이는 ‘사용연한 10년, 주행거리 15만㎞’라는 조건부다. 미즈호정보종합연구소 환경전략솔루션실의 전문가는 “가령 3년 동안 1만㎞밖에 달리지 않고 폐차했다고 한다면 결과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도요타 스스로도 3만3000㎞ 이상은 달려야 보통차보다 환경부하가 적다고 말한다.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 때면 프리우스를 타고 와서 붉은 양탄자를 밟는 유명 배우들이 눈에 띈다. 전세계로 중계되는 이런 풍경은 도요타의 환경친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결정적 구실을 한다. 2004년 사상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 여배우는 프리우스를 타고 시상식장에 나타나,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내가 운전은 하지 못하지만 이 차를 타고온 것으로 지구환경 보호의 의지를 나타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시상식을 소개하는 기사에 “양식 있는 스타는 옷차림 뿐아니라 차 선택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구절까지 등장할 정도다. 물론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처럼 프리우스를 4대나 구입한 열렬한 지지자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거의 대다수 스타는 잠깐 빌려 탄다. 도요타와 환경단체 ‘글로벌 그린 유에스에이’가 합작한 ‘레드 카펫, 그린 스타(환경친화 배우)’라는 이름의 캠페인이 연출한 것이다. 2003년부터 해마다 이 환경단체가 도요타로부터 프리우스를 무상으로 빌려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제공해왔다. 도요타는 직접적으로 광고할 필요도 없다. 할리우드 스타가 타는 프리우스의 환경친화 이미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한층 공고해진다.
도요타 왕국 구축의 또다른 공신 ‘언론’
‘이미지 왕국’ 도요타 구축의 또다른 ‘공신’은 언론이다. 주요 일간지는 물론 잡지 등에서도 도요타를 비판하는 기사가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 도요타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도 언론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92년 도요타 직원의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짤막하게 취급된 이 기사는 직원의 이름과 회사명이 익명처리됐다. 이 사건 재판에서 증언에 나선 사루타 마사키 주쿄대 교수는 “재판과정이나 매스컴에서 피고가 도요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다뤄진 사실을 나로선 결코 잊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뒤 쓰쿠바시에서 발생한 한 의사의 일가족 살인사건은 실명처리됐고,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명백한 이중기준이다. 일본 언론들은 외국 언론처럼 엄격한 시승을 통한 자동차의 성능, 연비 검증 등도 하지 않는다. 반면, 언론의 수많은 도요타 특집은 곧 세계 1위로 등극할 도요타로부터 뭘 따라 배울 것인지를 전하느라 바쁘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최대 광고업체) 덴쓰도 광고주에 불리한 기사를 틀어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광고비 1위인 도요타는 예외다”라고 말한다. 도요타의 2004년 광고비는 817억엔이었다. 오후 6시 이후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도요타 광고가 붙는 게 30개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신문 전면광고는 아사히 6회, 요미우리 5회, 마이니치·닛케이·산케이 3회였다. 신문당 1차례씩만 전면광고를 내보낸 닛산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4. 수익 1조엔의 허실
도요타는 지난해부터 대표적 고급차 렉서스를 일본 국내 시장에도 투입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선 외제차에 밀려 고전 중이며, 4개 차종 1만여대 리콜의 수모도 겪었다.
렉서스ES는 캠리와, 렉서스IS는 마크X와 차체 구조가 같다.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내장 등 꾸밈새만 다르다. 경쟁업체인 베엠베(BMW)가 ‘렉서스ES라니 단지 캠리다’라고 비아냥거리는 광고 공세를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요타 전문가는 “렉서스IS는 마크X보다 100만엔 이상 비싸다”며 “고객들은 호화 내장과 장비에 그 돈을 지불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화로운 내장뿐이 아니다. 렉서스 판매점을 짓는 데 7억엔 이상이 들었다. 전 렉서스 점포 건축비 총액은 2천억엔에 이른다. 거기에 점포당 연간 운영비가 3억6천만엔이 든다. 도요타계 판매점의 평균(건축비 3억여엔, 운영비 2억엔)의 2배 정도다. 렉서스를 사는 고객은 이런 고액의 판매비용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가 품질이 아닌 장식과 이미지, 광고 등을 앞세워 비싼 값에 렉서스를 팔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0년간 발간돼온 34권짜리 시리즈 <잘못투성이 자동차 선택>의 최종판을 지난 1월 펴낸 자동차 평론가 도쿠다이지 아리쓰네는 “도요타만큼 다른 사람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회사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자동차의 가능성을 선진적인 기술로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비평했다.
도요타 정작 일본 시장서는 외제차에 밀려 고전
렉서스ES는 캠리와 차체·엔진 같아…“렉서스는 단지 캠리다”
도요타가 지난해 1조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반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지엠은 1조 가까운 적자를 냈다. 지엠의 경영실패만이 원인일까?
지엠을 비롯한 미국의 빅3는 과거 불황으로 판매대수가 떨어지면 공장의 문을 닫고, 종업원들을 일시해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노동계약에 따라 일의 유무에 관계없이 급여의 거의 전부를 지급하지 않으면 안된다. 운신의 폭이 좁은 회사로선 부담이 크지만,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이 보장된다. 빅3는 퇴직자를 포함한 노동자 연금과 건강보험 등에 막대한 자금을 대야 한다. 그 부담이 차 1대에 1200달러 꼴이다.
반면, 지난 1998년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에도 아랑곳않고 종신고용제를 고수해 고용안정의 대명사로 불리는 도요타는 급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활용해 생산규모를 쉽게 조정할 수 있다. 기간제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의 30%를 넘는다. 비정규직을 늘리면 연금, 보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도요타의 강점은 비정규직을 활용한 생산조정과 기업부담 억제에 있다. 그런 부담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떠넘긴 것이다.
도요타 종신고용제 뒷면엔 “비정규직이 전체직원의 30%”
도요타시 호미단지에는 3500여명의 일본계 중남미인들이 살고 있다. 대다수가 도요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견회사에서 대규모로 집을 빌려, 독신 남성 4~5명이 함께 쓰는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참을성 있게 열심히 일하지만 비정규직 신분은 벗어나지 못한다.
급여는 시간당 1300엔 정도이며,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도 흔하다. 의료보험증 돌려쓰기도 자주 눈에 띈다. 파견회사에서 같은 나이의 중남미인 노동자들끼리는 한명만 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증을 함께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요타는 ‘세계 최저보다 10% 더 비용을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도요타 쥐어짜기의 부담은 하청업체로 고스란히 넘어가, 의료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의 초장기 저임 노동을 낳고 있다. 일본계 중남미인 자녀들의 부적응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계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들이 복지 차원에서 이들의 자녀교육 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 애쓰는 게 당연하지만, 도요타는 외면하고 있다. 일본계 외국인 자녀를 돕는 한 비영리단체는 “도요타에 기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며 “법인세를 내고 있고, 공장이 전국에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 단체에 기부할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대는 데는 ‘인색한’ 게 도요타다.
도요타 쥐어짜기의 부담은 고스란히 “하청업체로”…의료보험도 제외
한 소설가가 작품을 통해 하청업체와 ‘공생하는’ 것으로 유명한 도요타의 한 단면을 비판한 적이 있다. 도요타는 필요할 때 필요한 부품만 조달하는 ‘간판방식’(JIT : just in time)으로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자랑한다. 매우 합리적 시스템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 뒤치다꺼리를 하는 하청업체의 처지가 되보면 사정은 정반대다. 창고도 재고도 없이 생산을 하니, 그 날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정해진 시각, 장소에 어김없이 갖고 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생산에 차질을 빚어 큰 일이고, 마음 편히일찍 도착하더라도 15분 전까진 수위가 공장 문을 열어주지 않아 부품을 내려놓을 수도 없다. 도요타 공장 문 앞에 부품업체 차량들이 늘 줄을 늘어서 주변 도로가 대혼잡을 빚는 이유다. 하청업체들로선 무섭기 그지 없는, 상식에 벗어난 합리화다. 그러나 하청업체에선 누구도 이의를 달 수가 없다.
지난해 9월 도요타시 의회에선 실소가 터져나왔다. 도요타가 개발해 아이치 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차세대 도시교통시스템인 IMTS에 대해 도요타 출신의 시의원이 질의를 했을 때였다. 그가 IMTS 차량이 언제쯤 노선버스로 투입될 것인지를 묻자, 시 도시정비부장은 배기가스 규제와 안전 기준 등의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 박람회에서 사용한 차량을 그대로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뜻밖의 답변에 질의한 시의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람회장 사이의 이동수단으로 등장한 이 차량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로 차간 거리가 자동적으로 유지돼 교통정체에 따른 배기가스 발생이 억제되고 압축천연가스(CNG)를 사용하는 환경친화 차량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돼왔다. 그런데 배기가스 규제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니 어처구니없기 그지 없는 얘기였다. 한 도요타 전문가는 “도요타가 차세대 차량 개발을 추진하면서 박람회를 틈타 공적 자금을 개발비로 당겨 쓰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적 자금 타내 개발비로 쓰고 제품 실용화엔 나몰라라
“(박람회) 덕택에 도로가 정말 좋아졌다. 골프장도 훨씬 빨리 갈 수 있게 됐다.” ‘도요타 박람회’라고 불려온 아이치 박람회의 준비를 총괄 지휘한 일본 국제박람회협회 회장 도요다 쇼이치로 도요타자동차 명예회장이 박람회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공적 자금을 ‘제물’로 삼고도 죄의식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도요타의 체질을 잘 보여준 사례다. 아이치 박람회의 최대 수혜자는 도요타다. 박람회 관련 도로 정비에 모두 7500억엔이 투입됐다. 박람회장 부근에 도요타 본사와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인프라 정비는 도요타 주변 ‘길닦기’로 직결됐다. ‘모든 길은 도요타로 통한다’는 말이 현실화했다.
지난 2월11일 도요타자동차의 본거지 도요타 시내에선 도요타 직원과 시민단체 회원 등 약 1600명이 모여 “도요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정규직을 채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는 도쿄대기오염공해재판 원고단 100여명도 참가했다. 이들은 대기오염 때문에 천식이 심해 질식사한 사람과 막대한 의료비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오염의 주범인 디젤차를 생산하는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공장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고 피해자 구제자금을 내놓은 철강·전력·석유 등의 기업들과 자동차 업체들의 대응은 대조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도요타는 1심판결 직후 원고단과의 직접 담판에서 “행정 쪽에서 제도를 만들면 구제자금을 내겠다”며 사실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고, 도요타는 팔짱만 끼고 있다. 도요타의 천문학적 수익에는 원래 소비자와 하청업체에 돌아가야할 몫과 마땅히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적잖이 포함돼 있다.
5. 도요타 따라하다 ‘피’ 본다
도요타식 생산방식 도입한 농기계회사 ‘얀마’, 재고 없앴다가 ‘낭패’
이미 30년 전에 도요타 생산방식을 도입한 농기계 등 생산업체인 얀마. 도요타자동차의 전 부사장으로부터 직접 지도까지 받은 이 회사는 도요타의 수제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생산성과 수익 향상 효과는 좀체로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개선 활동도 시들해지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동차 생산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도요타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게 문제였다. 얀마의 주력 상품은 농기계다. 계절에 따라 출하량의 변동이 크다. 수요가 몰릴 때에는 재고가 없으면 팔아먹을 기회를 놓쳐버린다. JIT 방식을 충실하게 이행할수록 사업효율은 떨어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관련 업체를 포함해 12개 공장에 새로운 생산성 향상 방법을 도입했다. 성수기에는 당연히 재고 수준을 높이도록 했다. 2008년 봄까지 불량률과 납기를 반으로 줄여, 제조비용을 10% 감축하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이 회사 야마오카 사장은 “단순히 도요타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얀마 방식을 찾아내지 못하면 강인한 기업체질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30년만에 도요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 출발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맞춤형인 ‘도요타식 가이젠’ 타 업종 적용했다가 실패 잇따라
2003년 도요타식을 근간으로 한 제조원가 절감지원 소프트웨어 ‘e카르테’가 발매됐다. 도요타 모토마치 공장의 노하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평판이 나돌아 발매 전에 열린 설명 세미나에는 300개 업체가 참가했다. 그러나 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한 업체는 2곳뿐이다. e카르테는 몇년간 상품모델이 바뀌지 않는 자동차공업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부품의 가격이나 생산라인의 사람수 등 방대한 양의 정보도 입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줄이어 새 모델이 나오는 상품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운용 자체에 품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도입을 포기했다. 후나이전기가 디지털텔레비전 위탁생산을 하는 중국 광둥성 공장의 생산라인에는 10대 여성사원들이 줄지어 있다. 2003년 말부터 가동된 이 공장에 도입된 것은 도요타식에 독자색을 가미한 ‘후나이 생산시스템’이다.
중국에선 공장 종업원이 2~3년 단위로 바뀌는 사례가 많아, 개선의 노하우가 전승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후나이는 부품조립이라는 단순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라인의 사람수를 줄여 작업효율을 한계치까지 높이고, 작업진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면 라인을 멈춰 문제해결 뒤 재가동했다. 이 방식으로 액정텔레비전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 전의 3분의 1인 19초로 줄였다.
브리지스톤, 도요타식 숙련공 육성에서 자동화로 생산방식 전환
대표적 타이어 생산업체 브리지스톤은 지난해 전자동 생산시스템인 ‘버드’를 본격 가동했다. 사람의 손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질높은 타이어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헝가리와 멕시코 등 해외 공장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판형의 고무를 하나씩 감아붙여야 하는 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가운데 가장 수작업의 비율이 높고, 품질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브리지스톤은 도요타를 본받아 숙련공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으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00년 미국 자회사에서 생산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다. 이어 최대 고객인 도요타자동차가 타이어의 자체 생산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도요타와 같은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때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타이어 생산의 전자동화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버드다.
브리지스톤은 전세계에 약 50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세계의 고객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하지만, 종업원이나 기술지도자를 육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갈수록 늘어난다. 현 시스템은 글로벌 시대, 속도의 시대에 최적이라고 브리지스톤은 자부한다. 숙련 기술을 갖춘 인재 육성을 우선시하는 제조업의 모범인 도요타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도요타는 최근 영국 공장 안에 숙련공의 기술을 전수하는 연수시설을 열었다. ‘물건만들기는 곧 사람만들기’라는 도요타의 정신에 충실한 조처다. 인재 육성이 고품질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도요타는 판매와 해외 생산거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숙련 인력 부족에 따른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닛산, 도요타신 인재육성 대신 ‘부품사와 업무 분담’
인재 육성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치 못해 도요타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닛산자동차의 도치기 공장에선 부품회사인 칼소닉칸세이가 작업의 근간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모터와 에어컨, 대시보드(계기판) 등을 일체화한 ‘운전석 모듈’이다. 약 300개나 되는 세세한 부품을 조립해 만든 것이다. 닛산은 이렇게 사전에 조립된 모듈을 차체에 달기만 하면 된다. 연료전지 등 미래기술 개발에서 도요타나 혼다에 뒤처져 있는 닛산으로선 반격을 위한 독자적 전략이 절실하다. 부품회사와의 업무분담 재조정이 바로 그것이다. 조립현장은 부품회사에 맡기고 자신들은 새 차의 기획과 설계에 집중한다.
지금은 부품 조립 공정의 90%를 부품회사가 맡고 있다. 닛산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은 새로운 시대의 자동차를 구상하는 힘과 그것을 실현하는 기술력이 결정한다”며 분업 재조정의 이점을 강조했다.
숙련공이 없어도 개선은 가능하다’는 게 미쓰비시전기의 주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나고야제작소의 모터 제조라인에 ‘e팩토리’라는 생산방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것을 철저히 없앤다는 목표는 같지만,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있다. 각 설비를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가동상황과 품질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은다.
생산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해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책을 내놓는다. 이 시스템 도입 뒤 설비가동률은 2배 가까이 높아진 반면, 불량률은 절반으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점을 찾아내는 능력은 숙련공에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요타는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요타식을 창안해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들 또한 문제해결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만 도요타 흉내내기의 덫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간만에 재밌게 잘봤습니다.(감사합니다..전 이런종류의 컨스피러시 띠오리 매우 좋아라합니다.) 전에 티뷔에서 유토피아경영한다는 미라이공업 야마다사장이 선풍기로 종이쪽지날리면서(방송 보신분은 아실겁니다. 멀리날아가는 순서대로 승진시킨답니다.) 도요타를 아주 즈질이야~하면서 마구 까던데.. 그이유에 대한 해답인듯도 합니다. ㅎㅎ 수소및 하이브리드카의 허구에 대한 내용은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는가?'(마틴쉰 감독)란 영화에 제법 깊이있게 다뤄지고 있던데.. 혹시 못보셨다면 한번쯤 봐두시는 것도 괞챦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