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년 1 월 27 일 금요일 맑음
안녕하세요 ~
그동안 이장 업무로 바쁘신 아부지 보좌도 하고 이런저런 농사일들로 경황이 없어
오랫만에 인사드리는 풀천지 둘째 재홍이입니다.
( 실은 게으름의 소치로 인하여 카페에 너무나 소홀했던점 죄송하구요 ^^: )
오늘은 설 명절을 맞이하여 풀천지 카페에 글을 하나씩 올려보자는 아부지의 제안에
어떤 글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얼마전 가장 인상깊었고, 많은것을 느끼고 배웠던
' 약사여래불 운반및 안치 작업 ' 에 대하여 글을 적어 봅니다.
부산의 사리암 주지로 계시던 달마도로 유명한 법용 종근스님이란 분께서
주지스님을 그만두시고 고향이신 춘양에서 여생을 보내며 여러가지 큰 뜻을 품고 돌아오시며
풀천지 산밭이 위치한 가막골에 자리를 잡는 중이신데요,
밭에서 가장 경치좋고 너른 곳에 터를 닦아 약사여래불을 안치하기 위해
길도 닦고 터도 고르는 작업을 하였는데
경사지고 물기가 많아 질퍽거리는 땅이라 여러가지 난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큰문제는, 풍광좋은 곳을 찾다보니 높은 언덕에 터를 닦게 되었는데
과연 그곳에 좌대 10톤 약사여래불 13 톤에 이르는 무거운 돌부처를 모시고
화물차가 올라올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 무거운 부처님을 들어 옮기고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할지,
행여나 문제가 생겼을때의 대처방안을 어찌해야 할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신 아부지가 각계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조언을 듣고,
부처님을 조각하신 동강석재 사장님, 포크레인 기사님, 크레인 기사님등
실제로 일을 하실분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그리고 가장 안전한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언덕이 너무 높으니 언덕을 전반적으로 낮추어 진입이 원활하게 하고,
땅이 질퍽거려 부처님을 실은 화물차가 빠지기 쉽상이니
가장 추운날 가장 추운 아침에 작업을 시작하여야 하였고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하기위하여
공텐 포크레인, 공투 포크레인, 50 톤 맹꽁이 크레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가막골이 생긴 이래로 가장 어마어마한 장비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급격히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힘입어
이른 아침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두컴컴한 여명을 헤치고 부산에서 출발해 이른아침 도착한 화물차가
다행히도 포크레인 기사님들의 부지런한 선전에 힘입어
언땅을 박차고 언덕까지 치고 올라올수 있었습니다.

아 ! 다행이다.
이제 크레인으로 들어옮기기만 하면 되는구나 !
모든 사람들이 안도감에 젖었지요.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50톤 맹꽁이 크레인은 어마어마 하거든요.
바퀴 크기만 해도 사람 키만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장님들, 기사님들, 아부지, 스님 식솔분들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금방 되겠구나 싶어 고사를 지낼 상도 마련하였지요.

드디어 작업을 하기 위해 크레인 기사님이 몸을 풀기 시작하셨고
다들 흐뭇한 마음으로 구경하고 있던 찰나

웬걸요, 화물차앞에 다가서던 거대한 크레인이 갑자기 수렁에 빠져버린듯
지반이 푹 꺼져버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당황한 기사님은 엑셀레이터만 밟아대고,
모든분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소리지르기 시작합니다.
" 아니~ 악세레타만 밟으면 자꾸 더 파고 깊게 들어가기만 한다니까~
공텐으로 와이어 걸어서 땡겨내라고! "
자존심도 상하고 열도 받으신 크레인 기사님은
" 내가 알아서 해요 ! 그리 해서 될일이 아니에요 ! "
물론 자기 장비에 대해서 크레인 기사님이 가장 잘 아시겠지만,
이자리에 모이신 모든분들이 평생 이런 일들을 헤쳐오신분들이라
다들 전문가이십니다.
크레인 기사님이 말을 듣지 않으시니
공텐 기사님께 끌어 주라고 말씀드려도
"그게요, 저양반이 끌자고 해야지 제가 끌어줄수가 있어요 허허 "
하실뿐 강요는 하지 못하는거지요.
책임은 크레인 기사님이 져야 하니까요.

지반이 내려앉은 원인은, 이상하리만치 많은 물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갯벌처럼 물기 많은 흙이 지면 밑에 숨어있다가
무거운 크레인이 지나가며 움푹 내려앉아 버린거지요.
일단은 바퀴옆을 포크레인으로 파서 탈출을 도모해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미 푹푹 들어가기 시작한 땅은 쉽사리 크레인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크레인을 고정하는 붐을 펼쳐 눌러도 움푹 들어가버릴뿐 상황이 나아지질 않구요.

결국 오랜 시간 실랑이 끝에 많은 분들의 조언대로
공텐에 튼튼한 줄을 걸어 땡겨 내기로 합니다.

나란히 세워놓으면 공투 포크레인을 장난감처럼 만들어 버리는 공텐의 위력은 확실히 놀랍더군요.
차량 무게만 2~30 톤에 이른다는 50톤 맹꽁이 크레인을 땡겨내는데 성공합니다.
공텐 기사님도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지켜 보던 모든 분들이 박수치며 기뻐합니다.
가장 마음고생하셨을 크레인 기사님도 인상은 쓰시지만 십년 감수하신 표정이구요.
크레인이 땅에 처박히는 과정에서 옆부분 프레임이 들려 올라가 붐대가 돌아가지 못하게 되버린걸,
공투 기사님의 세밀한 기술로 펴드리니 그제서야 한시름 놓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다시 작업이 시작됩니다.
지금 작업의 관건은, 한번 올라와서 멈춰버린 불상을 실은 화물차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편야 크레인이 빠졌던 자리에서 반드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늪처럼 갯벌처럼 빠져버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입니다.
많은 경험을 가진분들 답게
' 질컥거리는 흙을 깊숙이 퍼내고,
물길을 잡아 유공관이나 돌,자갈등을 묻어 물을 빼내고
건실한 흙을 채워야 한다 ' 는 결론에 도달하십니다.

깊숙히 파내고 유공관을 묻는것까진 가능하지만,
건실한 자갈섞인 흙을 채우는게 가장 중요한 상황.
문제는 화물차로 인해 진출입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그런 흙을 공수할 방법이 없다는건데요.
묘하게도 사진에서 보시듯 왼쪽에는 갯벌같은 진흙으로 가득찬 방면,
바로 옆쪽엔 돌들이 부서져 자갈과 흙처럼 된 건실한 토양이 형성되어있네요.
이런게 소위말하는 부처님의 가호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작업이 급박하게 돌아가여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진흙땅을 파면 팔수록 물양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산 중턱이나 다름없는 곳에 어찌 이런 물양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뻥좀 보태서 백년가뭄에도 마르지않는 풀천지 개울에 비견할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유공관을 묻는것도 그냥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낙엽송이나 소나무같은 나무들을 3줄 이상 깔고
그위에 유공관을 연결한후, 부직포로 덮어주고
다시 좌우에 나무를 얹어 고정시켜주어야
유공관이 찌그러지지 않고 구멍이 막히지 않아 물이 원활히 빠진다네요.




상황에 따라 요리조리 자기 손처럼 포크레인을 다루시는
공투 기사님의 활약으로 배수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과연 이렇게 하면 작업이 가능할까?
가능하겠지?
걱정반 믿음반으로 기반 작업을 지켜봅니다.

돌도 아니고 흙도 아닌 박한 토양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줄은 몰랐습니다.
딱 세발짝 옆에는 늪같은 진창흙이 가득할줄이야...
자연은 필요 이상으로 경이로울때가 있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다행히도 물길이 완벽하게 잡히고 흙이 안정되어 크레인이 자리잡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공사를 시작할 당시만해도,
' 이렇게 크고 거대한 장비들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단 하나라도 없었다면 절대로 작업이 불가능할 상황이었더라구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오시는 풍채좋은 스님은
이날 급한 볼일이 있어 못오신 법용 종근스님의 사제이신 종화 스님 이신데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 스님이 되셨다는 종화 스님은
젊은 나이에도 식견이 남다르시고 누구보다 유쾌한 심성을 지니신 분이라
풀천지 가족들이 좋아하는 분입니다.

난점이 많았던 공사의 총감독을 맡아
모든 작업을 음으로 양으로 지휘하시며 성공시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아부지가 다음 작업을 또 골똘히 생각하고 계시네요.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크레인이 제 몫을 하기 시작합니다.
10 톤 짜리 좌대 입니다.


일단 임시로 내려놓고, 목적한 위치에 놓기 위해 한번더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약사여래불 불상도 내려놓습니다.

최종적으로 불상을 모실 자리를 잘 닦아놓고

좌대를 설치합니다.

주먹을 들어보이는건 멈추라는 지시입니다.

크레인 기사님의 세밀한 기술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수평을 잡기위해 가공하며 나온 파석으로 균형을 잡아가며


좌대를 안정적으로 설치합니다.

가운데엔 석함을 만들어 놓아,
부처님의 몸을 상징하는 물품들과 경서를 넣어 봉한다 하네요.


드디어 약사여래불 부처님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날 불상 안치의 실질적인 임무를 총괄하신 동강석재 사장님이신데요,

이렇게 큰 석불상은 처음이라 하시면서도
오랜 세월 쌓아온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튼튼하게 공사를 이끌어 나가십니다.


하도 추워 손이 얼어서 바지 지퍼를 얼기 힘든 지경이었던 이날,
새벽부터 긴 시간동안 고생한 보람이 결실을 맺기 시작합니다.

지렛대와 크레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미세한 조정까지 마친후

드디어 불상 안치작업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종화스님이 힘들고 어려웠던 작업이 무사히 끝남에 감사하며 가볍게 기도를 올리시네요.

풀천지 가족은 종교를 믿지 않지만,
이날 힘들고 어려운 작업 끝에 부처님을 모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참 약사여래불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무언가 거룩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ㅎㅎ



아직 점안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봉인을 하여두어야 한다네요.

주섬주섬 가사를 걸치시고
목탁과 종 등을 준비하시어

긴 염불로 부처님을 모시는 작업을 마무리하시네요.
후반부에 가니 "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만을 반복하여 외치는 염불도 있다는것도 알게되었습니다.ㅎㅎ

석현리 마을사람들부터 춘양 사람들, 나아가서 봉화의 모든 주민들에게도
복을 불러다주고 부처님의 가피를 나누어줄 약사 여래불을 모셔주신
법용 종근 스님에게도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모든 이들이 건강과 복록의 자비를 베풀어주는
약사여래불의 천년의 향기를 함께 누리게 되길 바래봅니다.
이날 약사여래불 안치작업을 마치고
오랜시간동안 몸 고생 마음고생 해온 가족들과 포크레인 기사 형님과
기분좋게 술한잔하며 즐거움을 나누었습니다.
종교를 믿지 않음에도 깊은 탄성을 자아내는 불상의 아름다운 장엄함을보며
새삼 종교의 역할과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자기 자신안의 부처를 찾는 불교의 특성이 그렇기도 하지만
사람의 지극한 마음이 곧 종교이고
지극한 마음에서 말미암아 자연스레 흐르는 생각이
곧 수행이고 깨달음의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사는 일상이 항상 좋을 수는 없고
신에게 향하는 길을 추구하는 종교 단체들 역시 부패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와 내자식만은 남보다 편하고 잘살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어느때보다 어지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어쩌면,
어두운 세상에 한줄기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들이 모여
올바른 농사와 올바른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풀천지를 지탱해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를 믿고 믿지 않고를 떠나서
사람의 도리와 미래를 향한 올바른 생각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이 아닐까요 ㅎㅎ
오늘 저녁 메뉴는 제가 만드는 해물 토마토소스 파스타인데요~
육수가 끓고 있네요.^^
올 한해도 한층 성장해 풀천지를 이끌어 나가야할 제 마음을 다잡아
풀천지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좋은 농사와 좋은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첫댓글 수고많으셨네요..
원하는 일들에 좋은 결실이 기대되네요..
힘내세요..열심히 노력해오셨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순서가 기다리고 있을것입니다..맞이할 준비도 잘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어려운일이 있을때마다 입버릇처럼
모든 인연은 운명처럼 정해져 있다고 말하면서도
걱정을 안고 사는 현실은 어쩔수 없네요.
하루하루의 작은 결과들이 쌓여 좋은 일이 다가오겠지요.
마음따뜻한 힘찬 격려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부처님을 모셨군요.
나무관세음보살.....
종교를 믿지 않는 풀천지 가족에게도
매우 뜻깊은 일이 되었답니다.
자꾸만 보고싶어서 틈나는대로 가서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만 여러번 외치고 내려오면
그냥 마음이 흐뭇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