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조약돌 소녀
권도운
하얗게 쌓인 눈 위로 걸어오는
검정 고무신이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뽀드득― 뽀드득―
소년이 지날 때마다
돌다리엔 선명하게 발자국이 찍힌다.
징검다리 중간, 소녀가 앉았던 그 자리에 소년이 앉는다.
소년이 손모아장갑에서 손을 빼면
소녀의 얼굴같이 하얀,
소녀가 가지고 놀던 그 조약돌이 함께 나온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개울에
손을 담그고 물을 가득 담아 올려
떨어뜨리며 소녀가 하던 그대로 따라 해 본다.
소년의 손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사르륵……
징검다리에 쌓인 하얀 눈이 녹아내린다.
소년은 이제 그만 소녀를 내려놓듯
그 자리에 조약돌을 가만히 내려놓으면
하얗게 눈꽃이 핀 나무 아래,
그 쌓인 돌탑 위에 하얀 두루미
한 마리가 마치 소녀인 듯 살포시 날아든다.
그것을 본 소년이 놀라서 일어선다.
그 바람에, 조약돌이 발에 밀려 개울로 떨어진다.
소년이 이끌리듯 걸음을 옮기면
두루미 날아오른다.
그제야 소년은 언뜻 날갯짓하는 소녀를 본 듯
갈밭을 지나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날갯짓하는
두루미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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