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이가 보내준 사진들.
이번 여행에서 우리 둘은 서로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숙소만 같이 쓰고 어딜 가건 뭘 하건 각자.
저녁에 들어와서 뭘 했는지 이야기 하면서
저녁은 같이 먹기로 했지요.
어제 저녁 둘이 짬뽕집에서 짬뽕 먹고 와서 잠깐 이야기 나누면서
"혼자 제주살이 꿈꾸었는데 혼자 오는 게 꼭 좋지는 않을 것 같았어 다솜이 하고 같이 와서 좋다" 했더니
다솜이도, 같이 와서 좋답니다^^
옆구리 찔러 절받기라도 할 수 없지만 말이죠, ㅎ
저도 혼자 잘 보내는 사람이고
다솜이는 혼자살이가 로망이었지요.
처음에 다솜이 혼자 오고싶어한 여행이었는데
걱정하는 사람 덕에 제가 덕을 본 거지요^^
그런데 제 마음엔 같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말은 안 해도^^
뭐고뭐고 정한 게 아니라 그냥 뭐라도 말이지요
첫날 둘이 같이 장보는 게 그렇지 즐겁지 않겠어요^^
같이 흑돼지 오겹살 구워먹으며 맥주 한 잔 건배하는데 기뻤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그냥 그 시간만으로도요
오기 전에 둘이 같이 하기로 한 일은 딱 하나였습니다.
한라산 등반. 조난 당하면 안 되니 같이 가야한다고^^
그런데 오자마자 지금까지 같이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제 오후에 묻더군요, 토요일에 뭐 하냐고, 같이 할 일이 있다고.
저야 뭘 묻겠습니까. 당연 오케이죠.
그래서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뭔지는 토요일에 다녀와서 남기겠습니다^^
잠자기 전, 다솜이 방문 노크하고 말했지요.
"고마워. 아빠는 뭐든 다솜이 하고 같이 할 수만 있으면 좋아."
토요일 말고도 같이 가기로 한 일도 벌써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도 다녀와서 남기겠습니다^^
어젠 약국에 반창고와 인공눈물 사러도 함께 갔지요
과식해서 배 꺼줄려고 간 것이긴 합니다만^^
저는 혼자 잘 놉니다
저 혼자 놀기에도 바쁜 사람입니다, 사실, ㅎ
그래도 다솜이가 뭐든 같이 하자고 하면 뭐든 다 할 겁니다
먼저 이거하자 저거하자 않을 겁니다,
그냥 저 하루하루 뭐 할지는 알려줄 겁니다.
그 일 가운데 어떤 일, 다솜이가 더 많이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솜이의 하루와 저의 하루가
제주도를 경험하는 둘의 차이를,
어제 이 사진 받으며 다솜에게 말했던 대로
20대 후반의 딸과 50대 중반의 아빠가
같게 다르게 만나는 제주,
서로 그 다르고 같은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서로의 마음도 그렇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것만으로도 다솜이 덕에 온 제주 한달살기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사실 사진을 올릴 때
이 글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다솜이 사진, 이라고만 올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왔습니다, 술술...
저는 시간은 그럭저럭 많지만--꼭 그렇지도 않군요--
다른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솜이 아니었으면 못 왔을 이번 여행입니다.
저때문에 사실 정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더 감사합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여러 말 덧붙이고 싶습니다만
꾹 다물고 이 글은 <친구공개>만 하겠습니다.
친구분들이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으며^^
은지가 29살 되면 은지와도 함께 하고 싶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둘은 페북을 하지 않아서 이 글을 읽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오늘 다솜이는 쉰다고 했습니다.
저는 오후에 절물자연휴량림 갔다가 4.3공원 다시 가려는 계획이었습니다만
집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그냥 있거나 하려고 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남았고 아직 26일이나 남았으니까요.
+29장
https://www.facebook.com/kookhyun.yeo.9/ 나머지 사진들과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