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임 오지 않고
파도소리 물새소리에 눈물 흘렸네
************************************
어머님의 그리움을 그린 시입니다.
어머님은 일출봉에 해 뜨는 날마다 빨래를 했고, 월출봉에 달 뜨는 날마다 물레질을 해서 우리 자식들의 옷을 입혀 키워주셨
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일출봉에 해 뜨는 날마다, 월출봉에 달 뜨는 날마다 가보아도 빨래소리도 물레질 소리
도 들리지 않아 눈물을 흘립니다. 어머님은 봉덕사에 다니셔서 우리 자식들의 건강과 행운을 항상 부처님에게 빌어주었습
니다. 그 기원을 올리는 날엔 항상 저 바다에 바람이 일어 파도소리가 울렁이고, 물새소리가 요란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이
가신 후에는 파도소리가 울렁이고 물새소리가 요란한 날 봉덕사 절간의 종소리는 예전과 다름 없이 둥둥 우려도 어머님은
오시지 않습니다. 가신 어머니은 오시지 않고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시지 않으니, 눈물만이 흘러 내 뺨을 적십니다.
자연이나 세상사는 변함이 없지만, 인생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 것. 그 어머님를 다시 볼 수 없음을 눈물을
슬피슬피 울고 있습니다.
김민부 시인
1941년 3월14일 부산 수정동에서 부친 김상필과 모친 신정순 씨 사이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산 성남초등학교를
거쳐 고교 2학년 때인 1956년 8월 첫 시집 『항아리』를 내었다. 본명은 "병석"(炳錫)인데 일제시대 호적 잘못으로 중학시절
부터 "민부(敏夫)"라고 불렀다. 스스로 "아이노꼬"(혼혈아)라고 할 정도로 깊숙한 눈에 저음의 목소리, 이국적인 마스크를 한
이 소년은 실은 코흘리개로 누런 코를 닦지 않고 윗입술로 받치고 다녔다고 그의 옛친구 조용우(전 국민일보 회장)씨가 회고
한 적이 있다.
그는 영남의 명문 부산고교 2년 재학시절에 동아일보 신춘문예(1957년)에 시조「석류」로 입선, 3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
예(1958년)에 시조「균열」로 2년 연속 당선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천재다. 그는 고교시절 부산시내에서 한다하는
문학지망생들을 모아 <죽순> 동인(뒤에 <난> 동인으로 개명)을 만들어 그 대장노릇을 하고 다녔다. 그보다 2년 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인이 된 박태문(경남상고), 장승재(경남고), 권영근(부산상고), 오영자(경남여고), 박송죽(남성여고)
, 황규정(부산고), 박응석, 임수생 등이 그들이다. 그는 고교시절 부산·경남은 물론 전국의 문예콩쿨을 휩쓸어 이 땅에 불란
서의 천재시인 랭보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고교생이 일반 무대에서 신춘문예로 당선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
던 일이다.
김민부의 서정시로서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잘 표현해 놓고 있다. 일출봉, 월출봉 등은 실재의 산인지 모르나 그
이름 붙임이 특이하고, 물결소리, 물레소리 등이 어머님의 일생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눈물
이 그 그리움을 잘 응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