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8다24046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및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 변호사가 소송위임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대상소송이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확정되거나 이에 준하는 상태가 된 때)
참조조문
민법 제166조, 제390조, 상법 제64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다57119 판결(공2005상, 268),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5070 판결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이제혁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법무법인 푸른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두환)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5. 9. 선고 2017나20658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소송대리를 위임받은 법무법인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이 사건 원인소송이 각하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라 한다)의 소멸시효기간이 상법 제64조에서 정한 5년이라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채권의 회수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고, 이 사건 선행소송 및 원인소송은 모두 원고가 주식회사 태조건설(이하 ‘태조건설’이라 한다)에 대한 채권을 회수하기에 앞서 태조건설과 소외인 사이의 사해행위를 취소함으로써 태조건설의 책임재산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한 행위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원인소송을 제기한 것은 주식회사인 원고의 영업인 채권의 회수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이고, 나아가 이 사건 원인소송의 수행을 위하여 피고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이 사건 위임계약 체결행위 역시 원고의 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로서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사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원고의 소송대리인이었던 피고가 이 사건 선행소송 도중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공동주택에 관한 제반 서류를 수령하게 된 2008. 1. 22. 무렵 원고로서는 피고를 통해 태조건설의 사해행위와 사해의사를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9. 1. 22.경 이 사건 원인소송의 제척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임사무는 이행불능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09. 1. 22.부터 진행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원인소송의 제1심법원이 제척기간 경과를 이유로 각하판결을 선고한 2010. 4. 8.경에는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피고의 위임사무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때부터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그런데 이 사건 소가 2009. 1. 22. 또는 2010. 4. 8.부터 5년이 경과한 2017. 2. 6.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채무불이행 시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다57119 판결 참조). 다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이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5070 판결 참조).
변호사가 소송위임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 위임의 대상이 된 소송이 의뢰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정될 때까지는 손해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고 손해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범위 등을 확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상소송이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확정되거나 이에 준하는 상태가 된 때에 비로소 의뢰인에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원인소송의 제1심은 물론, 항소심 및 상고심 재판에 관한 소송수행을 위임받아 이 사건 원인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을 수행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09. 1. 22. 이 사건 원인소송의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거나 2010. 4. 8. 이 사건 원인소송에 대한 제1심법원의 각하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시점은 피고가 원고의 위임에 따라 소송을 수행한 이 사건 원인소송이 피고의 과실로 원고의 패소로 확정된 때라고 봄이 타당하고, 그때부터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이 사건 원인소송이 확정되기 전인 2009. 1. 22. 또는 2010. 4. 8.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주심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소송경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0.19. 2017가합507194
서울고등법원 2018.5.9. 2017나2065877
대법원 2018.11.9. 2018다240462
서울고등법원 2019.6.12. 2018나2063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