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단오
단오의 시작은 강릉역부터 였다.
기차에서 내린 코끼리, 서커스의 광대, 원숭이, 그리고 악극단의 음악.
강릉역 앞에 살았던 나는, 남대천까지 아이들과 따라갔다.
역 앞에 매어 놓았던 염소와 함께였다.
공설 운동장 앞의 은빛으로 빛났던 모래사장은 금새 서커스 천막이 차지했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전국에서 장삿꾼들이 몰려왔다.
물방게가 돌아다니다가 들어가는 지점에서 제일 좋은 장난감이 버티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물방게는 엉뚱한 곳으로 들어갔다. 아이들 이야기로는 주인이 물방게를 교육 시킨다고 했다.
나는 기원했다. 내년부터는 머리 나쁜 물방게가 오기를.
그때 단오가 열렸던 남대천 다리는 일본놈들이 건설한 까만 목재였다.
단오가 되면 전국에서 쓰리꾼들이 몰려왔다.
시골 할머니들은 속 바지를 입고 돈은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보관을 했다.
우리 집은 옥계를 비롯하여 북평 삼척에서 온 친척 할머니들로 가득 찼다.
할머니들은 굿당에서 밤을 새다가 돈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들의 용돈을 따로 챙겨주었다.
단오는 전국 제일의 축제였다. 강릉 시내가 떠들썩하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남대천은 창포물로 머리 감는 여자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여자들 앞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다.
성남동까지 천막이 들어섰다.
지역 경제는 관심도 없었다.
단오날에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강릉 단오를 가본지 까마득하다.
문득, 묵호에서도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척 할머니들은 멀리서도 단오에 왔었는데 말이다.
30대 때는 단오를 방문한 일본인들을 위해 통역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