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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오오오오오!!! 홀리 쉿~!! 오마이~~~!! 저길 보세요~!! 불곰의 죠나단과 초록용의 나달리입니다~!!! ”
빈센트가 오도방정을 떨면서 말했다.
“과연 저 둘은 숨지도 않네요~~ 마치, 어디 한번 잡아볼테면 잡아 보라는 건가요. 역시 저 자신감은이란 실력에서 나오는 거겠죠?”
케리가 스무스하게 빈센트의 장단을 받아주었다. 케리의 역할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장단을 맞춰 주며 보이지 않는 선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빈센트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중립적인 케릭터였기에, 비록 자신의 강한 색이나 주장은 없었지만, 보다 폭넓은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케리는 이를테면 구경 장소의 바람잡이 역할자였다. 그들은 대게 결코 눈에 띄지 않는 외모를 가졌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난 구석이 없고. 여러사람의 색깔과 얼굴을 합쳐놓은 듯 익숙하며 어디선가 본 듯한 만듯한 외모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특별히 튀지도 않는 바람잡이 역할은 쇼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이다. 대게, 바람잡이들의 장단이나 ‘동의’는 생각보다 파워풀한 선동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서 가벼운 이미지의 빈센트가 “여러분 이건~ 꼭 사야 됩니다~!!”라고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딱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 때, 누가봐도 차분하고, 중립적이며, 보통 사람의 이미지의 사람이 옆에서 ‘동의’를 해주는 것이다.
“오, 정말인가요? 흠… 이 것.. 사실, 꽤 나쁘지 않군요...그럼 저도 하나 사야겠는데요?”라며 보이지 않는 선동을 하는 케릭터. 그것이 케리였다.
“뭐, 초록용이라기 보다는 사실 거대한 초록뱀에 가깝지만이요.”
레리가 진행에 찬물을 확 끼언졌다.
“아,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레리가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마는군요.. 하하하, 나달리의 펜텀들은 괜히 여기에 도발당하시지 마시기 바라구용~.
대체 저 둘이 게임 시작부터 한판 붙으려고 저러는 걸까~~~요?!!! 자, 함께 지켜 보시죠~!!”
화면은 죠나단과 나달리를 비추며 자연스럽게 스트디오의 카메라의 방송 에어불이 꺼졌다.
“이봐, 너 미쳤어?! 그따위 소릴 하면 어쩌자는거야 방송에서~?!”
화면이 돌아가고 방송이 꺼지자 빈센트가 레리에게 큰소리를 쳤다.
“아, 역시나... 이래서 신입은 사고를 칠까봐 조마조마하다니까요~”
낄 때, 안 낄 때 안가리고 장단을 맞추는 것은 케리는 천성이었다.
“아, 제가 왜… 뭘 잘못한건지…”
레리가 무슨 일인지 몰라서 물었다.
“몰라서 물어?! 세상에 나달리 저년이 초록뱀가지고 용이라고 우기는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그걸 굳이 방송에서 끄집어 내냐고. 안그래도 나달리가 그거가지고 신경 예민해서, 그년 죽돌이들이 난리도 아닌데 왜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느냔 말이야.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빈센트는 의외로 프로정신 투철한 완벽주의자였다.
“아… 그게 아니라….”
“어… 저기 빈센트, 지금 게시판에 난리가 났어요.”
케리가 말했다.
“그래 당연히 난리 났겠지, 나달리 팬텀들이 가만히 있겠냐고.”
“그게 아니라, 레리씨가 나달리의 로보컴 제작자가 과거에 남긴 인터뷰를 찾아내서 유니넷에 올린게 지금 난리에요. 다들 나달리의 말을 안믿는 분위기에요.”
“뭐?!”
빈센트가 케리를 돌아보았다.
“오래전에 나달리의 로보컴 제작자가 그것이 뱀이라고 말 한 인터뷰가 있었어요. 증명 된 거에요.”
레리가 말했다.
갑자기 빈센트 표정이 닭쫓던 개의 표정이 되었다.
“... … 나달리 이거 완전 미친년이네~?”
빈센트가 말했다.
그녀의 로보컴이 용이건 뱀이건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 만은, 이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이들에게 있어서 용과 뱀은 엄연히 다른 동물이었고, 그것을 혼동해서 말한다는 것은 거짓과 다름이 없었다. 로보컴의 주인 본인이 그동안 논란의 입장을 드래곤이라고 해 왔던 만큼 그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던 것이었다.
차롸롸롸롹, 촤롸롸롹,
레리에게 또 다시 많은 토큰들이 쏟아졌다.
신장이 2.4미터나 대는 거대한 불곰을 뒤로한 죠나단과, 대형 초록색 뱀과 함께 서있는 나달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동전을 동시에 던져 맞교환하였다.
“아~!!! 얼라이(Allie;동맹)가 나왔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빈센트가 오버 액션을 하면서 말했다.
“글쎄 아무래도 서로 예선전을 돌파해야 겠하니 강한 사람끼리 손을 잡는게 똑똑한 판단이겠지요.” 케리가 장단을 맞추었다.
“아, 그것도 있겠지만, 역시 어제 저녁에 두 사람이 같은 호텔에 있었고, 복도에서 귀뜸으로 대화하는 것이 목격되었어요. 저 두 사람이 얼라이를 맺는건… 어떤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보통은 동맹을 맺지 않으니까요.”
레리가 말했다.
빈센트는 다시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레리를 보았다. 아직 언론에도 공개 되지 않은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레리가 확인된 바 없는 정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정보화 사회를 넘어 오면서 인류는 거짓 정보에 대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고 쉽게 화를 내는 생물체들이 되었다. 과거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농담이나 거짓 정보도 이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사항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빈센트는 방송의 초보인 레리가 확인도 안된 소리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레리는 자연스럽게 관련 동영상을 화면에 띄워서 보여 주었다.
빈센트와 케리는 정말이냐고 영상을 빠르게 돌려보았다.
“아~~~! 발빠른 정보, 레리 스타베인~!! 여러분 박수 한번 주세요~!!”
빈센트의 박수라는 말은 토큰을 의미했다. 어차피 빈센트는 레리의 토큰 수익에서 쑈 호스트라는 명목으로 30%을 가져간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토큰들이 들어왔다. 토큰보다 좋은 수익은 관전자들이 사준 레리의 보이지 않는 신용이였다.
“아, 두사람이 사귄다면… 로맨스구요. 그런데, 만약에 사귄다면 왜 굳이 한 팀으로 참가하지 않았을까요?”
케리가 물었다.
“아~~~~,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케리~!! 그렇군요. 두사람이 애초에 한 팀이라고 한다면 왜 따로 팀을 시작한 거냐는 거죠. 나중에 팀을 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전력의 분산일 뿐이에요. 예선전에서야 동맹을 맺는다고는 하지만 본게임에서는 알리가 없어요.”
빈센트가 말했다.
“글쎄, 저도 저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레리도 정확히 당사자들의 속내까지는 알 수 없었다.
죠나단과 나달리는 보통 참가자들이 잘 맺지 않는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의 메달을 노리는 겁없는 한 팀이 있었다.
“흥 그래봤자, 단 두 마리라구. 그리고 둘 다 덩치가 큰 육탄전 로봇들. 힘은 세도 우리처럼 벌레로봇을 사용하는 유저들과는 상극이 좋지 않으니까. 해볼만 하다구.
어차피 잡아야 할 거물이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도 문제 될건 없겠지?”
팀 무시시의 팀원인 켄이 말했다. 팀 무시시는 검은색 닌자복으로 온몸을 감싼 도쿄의 제일학원의 학생들도 구성된 팀이었다.
갑자기 극장 건물안으로부터 수백마리의 여치로봇들과 꿀벌 로봇들이 동시에 뿜어져 나와서 죠나단과 나달리를 둘러쌌다.
주인과 로봇이 함께 있는 이상, 상대방의 로봇을 부셔야만 메달을 얻게된다.
“아, 벌레 로봇들이군요~!! 동쪽의 극장 건물에서~!!! 벌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와~!!!누군가요, 겁도 없이 죠나단 & 나달리 커플에게 달겨든 이 버러지(kinda...some crap)들은.”
빈센트가 상대 로봇들을 은근히 무시하면서 말했다.
“아~~, 버러지가(some crap)가 뭐에요. 크크크. 엄연히 이름이 있는 로봇들인데. 아이고~, 예의를 좀 갖춰주세요. 빈센트~ 아효 못말려..하하하.”
웃을 것 다 웃어놓고서 예의를 운운해주는 케리였다.
“아, 저들은 팀 무시시의 켄과 그의 여치로봇인 ‘기리기리쓰’, 그리고 같은 팀의 하루코와 그녀의 꿀벌 로봇인 ‘하나’라는 로봇들이에요.“
베리가 말했다.
“아! 레리는 저들을 알고 있나요?”
“네, 저들은 도쿄의 제일학원의 학생 랭크 4위팀인 팀 무시시에요.”
“아, 제일학원이라면, 아이언 리그 학원~! 그 제일학원의 랭크 4위의 팀이라~. 오호~ 생각보다 재밌겠는데요~”
빈센트가 신이 난듯 말했다.
“아, 그렇죠. 육탄전 로봇들은 보통 크기가 작은 벌래 로봇들을 상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죠. 아이들도 똑똑하군요.”
케리가 말했다.
“네, 저도 벌레 로보컴 유저인데요. 하지만, 저라면 저 불곰 벤허와 초록뱀 에메랄드에게 절대로 저의 벌레 로봇들을 보내지 않을 거에요.”
레리가 말했다.
“그건 왜 그렇죠?”
케리가 물었다.
184마리의 여치로봇들과, 212마리의 꿀벌 로봇들이 동시에 죠나단의 불곰 로봇에게 달려 들었다. 여치로봇은 쇠도 자를 수 있는 단단한 턱을 가졌고, 꿀벌 로봇들은 스턴 기능이 있는 전기충격 바늘공격이 있었다.
“아아~!! 보세요. 죠나단의 불곰인 벤허의 입에선 벌써 2200도씨의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고 있어요. 상대가 단순히 덩치만 큰 육탄전 로봇이라고만 판단하고 벌래 로봇들을 저들에게 보냈다간 오히려 낭패에요. 상대가 프로페셔널급이라는 점을 아이들은 간과하고 있어요!”
죠나단의 불곰로봇은 덩치만 큰 불곰이 아니라 실제로 열기를 사용하는 불의 곰이었다. 그 불곰의 이름은 벤허. 벤허의 입에선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입주변에 아지렁이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런 벤허의 이빨은 강철도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여치의 턱 따위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았다.
벌래들이 달려들자, 먼저 초록색의 뱀로봇인 에메랄드가 자신을 꼬리를 세워 들어서 흔들었다. 에메랄드가 마치 방울뱀의 꼬리처럼 생긴 자신의 꼬리를 흔들자 벌레 로봇들이 땅으로 힘없이 투두둑 떨어졌다.
“저건, 에메랄드의 석화라는기술이에요. 실제로 대상을 돌처럼 만드는 건 아니고, 전파로 대상 로봇을 한번에 전원을 차단, 재부팅 시켜버리는 거에요. 그럼 시스템을 재부팅 하는 동안은 상대 로봇은 움직이질 못하죠.
에메랄드의 석화공격이라면 저런 전력이 약한 벌레 로봇들은 한방에 나가떨어지니까요.”
“아~ 강재 재부팅이라 그런게 가능한거에요?”
케리가 물어보았다.
“예, 물론 저런 작은 로봇들이나 방어력이 낮은 로봇들만이요. 스스로 시스템의 방어체계가 잘 갖춰져 있거나 예비 전력이 버티고 있는 대형 로봇들이라면 문제 없죠.”
레리가 설명했다.
“아, 그렇군요. 좋은 해설 감사합니다. 레리.”
레리의 말처럼 벌래로봇들은 순간 재부팅이 되면서 땅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불의 곰 벤허는 벌레로봇들이 다시 부팅 할 틈을 주지 않고 자신의 입을 벌려 강력학 화염을 발사해 벌레로봇들을 태워버렸다. 손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진 벌레들은 불곰 밴허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 앞의 볓짚과 다름이 없었다.
벌레 로봇들은 극소형 베터리와, 에너지 효율성의 문제로 무게가 가벼워야 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가벼운 소재들은 대체로 불에 약하기 마련이었다. 불곰 벤허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고 덤볐던 벌레 로봇들은 그렇게 힘없이 타들어갔다.
-팀 무시시의 켄, 하루꼬. 전력의 90%이상 상실, 아웃.-
게임 탈락자가 안내 문구와 함께 나왔다. 로봇의 전력을 90%을 상실하면 자동 탈락으로 간주된다.
“아아, 경기시작 3분 7초만에 두명의 탈락자가 나왔습니다~!! 벤허의 죠나단은 이렇게 쉽게 메달 두개를 그냥 챙겼군요~!!”
빈센트가 말했다.
“아니죠, 개별팀이니 각각 하나씩 챙기는 거죠. 동맹은 모든 획득 메달을 나눠야하니까요. 그리고 이게 바로 게이머들이 동맹을 잘 맺지 않으려고하는 가장 큰 이유 이죠.”
“어, 레리. 잘 모르시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그 이유를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케리가 말했다.
“예, 동맹은 초반에 덩치를 키우는 좋은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만큼의 단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배당에 있어요.
지금처럼 드물게 1인 솔로인 팀들이야 배당이 쉬워지지만, 대부분이 5명이 정원인 상황에서, 10명이 정원이 되는 두개의 팀의 동맹이라고 가정을 합시다. 여기에서 매달하나를 획득해도, 10등분을 해야하죠. 그럴경우 10개의 매달을 획득해야 한 사람당 하나의 매달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설사 두 팀이서 9개의 매달을 획득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매달도 없는 것과 같은 거에요. 9/10매달은 매달 하나로 인정 되지 않으니까요.
10명이서 시작을 하면, 중간에 팀원을 잃어도 배분은 1/10. 처음에 덩치를 불려서 받은 이점은 고스란히 단점으로 남게 되죠. 이때문에 서로 동맹을 안하려는 거구요.”
“아~~그렇군요. 규칙이 꽤나 산술적인데요~~”
“네, 최대한 공평해야 하니까요. 너도나도 동맹해버리면 팀전에 대한 공평성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구요. 어차피 팀전인데 덩치를 키우는 것 뿐인 동맹은 그만큼의 단점들이 따르는 거죠. 매우 합리적이고 공평한 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아~! 그렇군요.”
“상대의 능력을 너무 얕잡아본 팀 무시시는 한번에 메달 두개를 잃었군요. 저기 팀 무시시의 나머지 3명은 이제서야 상대의 강함을 알아차린 듯 도망가려 하는군요,”
케리가 차분한 톤으로 말했다.
“이미 늦었어요!! 이미 에메랄드가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의 길목에서 버티고 있어요. 그들은 지금 독안의 쥐라구요. 에메랄드의 혀과 눈은 적외선탐지 기능이 있기때문이지요.”
레리가 말했다.
“그나저나, 메두사의 석화이니, 방울뱀의 꼬리이니, 적외선 탐지이니.. 죄다 뱀다운 것들 뿐인데, 잘도 그동안 용이라고 우기고 다녔군요..하하”
케리가 일부 시청자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서 해 주었다.
“상대의 전력을 모르고 달려 들면 곤란해요. 오히려 자신의 위치가 노출만 될 뿐이니까요. 팀 무시시는 학생들이니 만큼 아직 실전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
레리가 말했다.
“아~, 그렇죠. 이번 대회에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 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죠? 특별히 주목해야할 학생들이 있다구요 레리씨?”
빈센트가 레리에게 물었다.
“예, 우선 제가 졸업한 학원인 예일학원의 팀 울트라 페트론입니다.”
“아~~~! 울트라페트론은 그 메튜 슈나이터가 창단한 팀이 아닌가요?!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케리가 말했다.
“예, 맞아요. 하지만, 지금 맴버들도 엄청난 잠재능력을 가진 팀이에요.”
“아, 그럼 저희는 이제 팀 울트라 페트론 쪽을 살펴 볼까요?! 이쪽은 어차피 벤허와 에메랄드가 별 무리 없이 처리 할 것 같으니까요~!!”
“네, 그러죠. 여기 그들을 잡고 있는 카메라채널입니다.”
레리가 아래의 자신의 일곱개의 화면중 하나를 끌어서 중앙에 놓으니 그 화면이 크게 확대 되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 많은 학원에서 학생팀들이 출전한 배경에는 각 학원장들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는데요..”
레리가 빈센트에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
“네, 어떻게 해서든 각 학원장들이 자신의 학원생들을 이 대회에서 겨루기로 했다는 거에요.”
“아~, 그래서… 이번대회에 보통은 잘 출전하지 않는 학생팀들이 많이 보이는 거군요. 그럼 몇개의 학원들의 원장들이 그 자존심 대결에 참여한 건가요?”
“제가 알기로는 도쿄의 제일, 서울의 퇴계(Toe-Gye), 뉴욕의 콜럼비아, LA의 씨저, 론돈의 옥스포드, 그리고 뉴 헤이븐의 예일이에요.”
“아, 모두 UN의 소속이군요.”
케리가 말했다.
“예, 그리고 더 재미난 건 각 학원장들은 자신의 학원의 랭크 1~3위의 팀은 내보내지 않은거에요.”
“그건 왜죠?”
“일종의 자존심이죠. 우리는 1~3등 안 보내도 이정도 실력이다~. 하는…”
“아~~ 그래서, 다들 최고의 팀이 아닌 그 아래의 팀을 보낸거다? 와 이거 우리 트리플 액스를 너무 얕잡아 보는것 아닐까요~?”
빈센트가 말했다.
“네. 뭐 그런것도 있겠지만, 또 괜히 최고의 팀을 내보냈다가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노릇고 하니 4등 정도의 팀을 보내는거겠죠..”
“아~~하, 그렇군요. 나쁜 성적의 경우의 수도 생각하는 군요. 하하. 역시...
그럼 레리의 출신 학원인 이 예일의 팀 역시도 학원내에서 4~5등 정도 랭크 하겠군요?”
“아… 그게… 이 팀은 거의 학원의 바닥 랭크에요.”
“예? 바닥랭크? 왜 그런 팀을… “
“뿐만 아니라, 이 아이들은 인터미디엣 등급이라는 점과…”
“뭐라구요?!! 인터미디엣 등급?? 설마, 그럼 그 랭크라는게...”
“네... 바닥이라는 거에요. 인터미디엣 중에서도…”
“아…아… 아…. 어흠…. 흠….. 이거… 이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여러분… 예일 학원 원장이 정신이 나갔거나, 아님 우리 대회를 너무 얕잡아 보았거나 둘 중 하나인거 같은데요?
인터미디엣 등급이라니요~!!! 거기다가 그중에서 바닥인 팀~!!!! 이거 이거, 비공식대회로써의 저희들의 자존심마저 무너지는 군요~!!!”
빈센트가 말을 하며 엄지와 검지로 이마에 L자를 만들어내며 루저의 연기를 했다. 빈센트의 처절한 오버 연기에 토큰들이 쏟아졌다.
케리는 이번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거나 설레설레 저었다. 그저 통감할 뿐이었다.
“저… 아직 끝난게 아닌데…”
레리가 말했다.
“뭐 또 남았어?!(Do you have more to tell me?!!)”
빈센트가 놀라서 정색을 하며 물어보았고, 케리는 그저 실없이 웃고만 있었다.
“예, 평균 연령 14세, 4명이서 참가 했고, 그중에 한명은 자신의 로보컴과 도킹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요.”
레리의 말에 빈센트는 할 말을 잃었다.
빈센트는 순간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을 살릴만한 맨트가 떠오르질 안았다. 장난도 어느 정도껏 장난이어야 했는데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장난이 아니었다.
“뭐~~~?!!!!!! 어떻게 예일은 이런 선수들을 이런 비공식 대회에 내보낼 수가 있죠?!”
그 때, 재빨리 케리가 나서며 레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혼없는 감초 케리는 빈센트가 오버하지 못할 때 스스로 오버액션까지 취해주는 센스를 가졌다. 하지만 케리도 황당하긴 마찮가지였다.
“됐어, 지금이야~!”
앤이 말을 하자, 론이 두 손에 잡고 있던 망고를 공중을 향해 날려보냈다.
“뭐해 빨리 안내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을 수 없어 후서는 그저 그자리에 서 있었다. 메리의 말에 눈을 돌려보니 자신들의 앞에는 온몸에 최신 무기들을 착용한 채 전투총을 자신들에게 겨눈 두 명의 군인들이 있었다. 깜짝 놀란 후서는 반사적으로 두손을 번쩍 들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간단히 그들을 살필 뿐이었다.
이상하게 그곳은 위인 백악관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군인들이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서 말이다.
“여기가 바로, 현 시대의 세상의 중심이자 생명수가 있는 곳, 세상의 사람들이 속칭 보이지 않는 일루미나티라고들 하는 그 것. 넌 곧 그 일루미나티의 실체를 만나게 될거야.”
메리가 말했다.
‘일루미나티의 실체?’
후서는 이제는 뭐가 됐건 더이상 놀라울 것도 없을 것이라는 심정이었다.
후서는 메리 일행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세개의 피라미드가 서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어디선가 공사를 하는지 여기저기서 기계음들이 울려 펴졌다. 지하의 막힌 공간이어서 소리가 울렸기 때문에 멀리서 진행중인 공사소리도 잘 들렸던 것이었다.
세 개의 피라미드는 기자의 피라밋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높이가 약 36미터로 어림잡아 10층짜리 빌딩보다 높았으며 하얀 라임석으로 덮혀진 매끄러운 형상이었다. 후서는 백악관 땅속 깊은 곳에 그런 크기의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는 단 한번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후서는 아무런 말없이 메리와 함께 군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피라미드로 이동했다. 그들의 이동에는 소형 전동차가 이용되었다.
후서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군인들이 바로 옆에 있어서 말을 아꼈다. 죠나 메리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군인들은 세개의 피라미드 중 가운데 있는 피라미드 입구 앞에 그들을 내려주고 떠났다. 그 피라미드의 입구 앞에는 신장이 2미터가 넘는 두명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과거 인디언들의 전통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신발 만큼은 나이키 운동화였다.
메리를 본 그들은 고개만 끄덕여 보였고, 그 중 한명이 별 말없이 메리와 일행들을 피라미드 안으로 안내했다.
파라미드의 안에는 엉뚱하게도 에스컬레이터가 있었고, 문지기 인디언만 남기고 일행들은 그것을 타고 올라갔다. 죠는 인디언 남자에게 손경례를 하며 인사했다.
“여기가 어디에요?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에요?”
“일루미나티는 솔로몬의 12보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이것은 어떤 도구가 아니야.”
죠가 말했다.
“도구가… 아니라구요?”
“응, 곧 만나게 될꺼야. 일루미나티를.”
죠가 말했다.
그들이 올라간 곳에는, 두 명의 늘씬한 젊은 인디언 여성들이 서 있었고 그들이 곧 메리일행을 에스코트 하였다. 그 곳은 일직선의 검은 복도와 그 끝에 문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후서는 왠지 모를 오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곳의 벽면이 온통 검은색의 화강암이었기에 그랬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곧 복도 끝의 문 앞에 도착했다.
“부디 예의를 갖춰 주십시오.”
한 젊은 인디언 여성이 엄중히 말을 하며 복도 끝의 물을 열어주자 그 안에는 아담한 정원 하나가 있었다. 가운데 천정에서 강한 빛이 공급되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사람 키만한 작은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 주변으로는 오망성성과 육망성 뿐만 아니라 온갖 복잡한 글자와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갖가지 것들이 둘러 쳐져 있었다.
그 나무 앞에 머리가 새하얀 노파가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고, 또 다른 두 명의 인디언 여성들이 그 노파의 양옆에서 보필을 하고 있었다. 노파는 하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 천에는 중앙에 흑색점이 찍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만나러 가자구. 지구의 여신 가이아를”
메리가 말을 하며 먼저 정원의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