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에 담긴 모정
동산 위로 해가 뜨려는가.
산 끝자락에 닿은 하늘가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새벽 아침이다.
그제도 어제도 긴 포행을 했다.
가랑잎처럼 버석거리는
내 영혼을 추스르기 위해서였다.
육신도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소리가 내 안에서 들린다.
여유롭게 들어주지 못하는 처지를
잘 알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고,
몸뚱이가 묵묵히 저항하고 있다
어떤 날은 죽어가는 일보다
옆에서 죽어가는 이를 지켜보는
일이 더 힘겹고 어렵구나 싶다.
그들 곁에서 죽음의 고통을
온전히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웬일인지 요즘 정토마을에선
났다 하면 줄초상이다.
얼마 전엔 자식에게 부모는
어떤 의미일까 되묻게 하는
어느 어머니의 죽음이 있었다
아들 둘, 딸 셋이 모두
제각각인 어머니의 화두는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려서
어렵게 사는 큰아들' 이었다
''자식들은 내 인생의 전부였어요."
어미는 투병 중에도
자식 걱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혹여 남들이 당신 자식들을
험담할까, 새끼 다섯을
첩첩이 싸고 또 감싸 안았다.
눈물 반, 웃음 반을 담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위대해 보였다.
자식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어찌 그녀의
열 길 깊은 속을 알겠는가.
그 은혜를
감히 헤아려볼 수나 있을까
이 세상 티끌 하나도 공짜는
없건만 우리는 자신이 은혜 입은
것에 너무나 무감각하다.
그저 제 새끼하고 살아가는
일에만 급급한 요즘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서글프다
이승을 떠나는 사람들이 안고 가는
아픔의 깊이를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죽음 앞에 서서 피와 살로 맺은
인연을 기다리는 절절한
그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죽을 때까지
끝끝내 찾아오지 않는 두 아들....
우리가 인과응보를 안다면 세상이
지금과 참 많이 달라질 텐데.
돌고 도는 윤회의 바퀴 속에서
부모가 자식이 되고
자식이 부모 됨을 안다면
이기심과
욕망이 훨씬 수그러들 텐데.
우리에게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용서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리라
죽어가던 엄마는 못사는 큰자식을
많이 기다렸지만 끝내 보지 못하여
눈도 못 감은 채 이승을 떠났다
그녀의 육신이 마지막으로 머물
렀던 자리에 큰아들을 기다리던
어미의 마음이 놓여 있다.
임종 전 누군가가
쥐어준 만 원짜리 몇 장.
딸이 "엄마 돈 없어?" 물으면
''그래" 하고 대답하던
엄마는 베개 맡에 만 원짜리
몇 장을 묻어놓고 가셨다.
어머니의 마지막 사랑...
큰오빠만 챙긴다고 미워
했던 송구한 마음에서였을까,
막내딸이 구슬피 운다
오지 않는 큰아들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의
싸늘한 육신을 품어 안으니.
세상 모든 외로움이 밀려온다
죽음 앞에서도 용서
못할 일이 있단 말인가.
쇠줄보다 질긴 인연
이라도 죽음으로 갈라지면
천만년이
지나도 만나지 못할 텐데.
마지막 종착역은
왜 이리도 늘 질퍽할까.
사람의 한평생이
어찌 이리도 서러운지.
참으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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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에 담긴 모정---능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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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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