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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재선 사실상 포기
◦ 대국민 담화 발표
-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대통령이 2023년 10월에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나의 결심(my decision)’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했다. 약 7분 30초 짜리 이 동영상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여당 연합 동지가 자신의 다음 출마를 만류하고 있으며 주위의 권유와 아르헨티나 국민의 지지율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다만,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단 한번도 차기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지난 2022년 말, 자신은 2023년 12월에 있을 차기 대통령 임명식에서 다음 당선인에게 대통령 임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재선 도전을 이미 단념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 문제는 경제
- 아르헨티나는 4년 중임제의 대통령 제도를 택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 취임하여 2023년 12월 첫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선거는 2023년 10월 22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해당 선거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하원 전체 의석 257석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30석의 주인과 총 72명의 상원 재적 의원의 3분의 1인 2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했고, 전례 없는 보건 위기와 경기 침체, 그리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가까운 고인플레이션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에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Cristina Fernández de Kirchner)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야당 연합이 선거 전략을 구상하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 100%를 넘는 인플레이션에 빈곤층 급증
◦ 생활필수품도 구하기 어려운 아르헨티나 국민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그동안 정체되었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한 반면, 팬데믹 기간에 크게 감소했던 물류 인력과 관련 설비 가동률은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일어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대부분 국가가 역대급 인플레이션 현상을 목도했다.
- 아르헨티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022년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95%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 체력이 약한 나라를 더욱 가혹하게 공격했고, 만성적인 경제 불안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문제는, 2023년 들어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나라도 여럿 나타나기 시작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연 환산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더 상승해 100%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화폐 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대다수가 월급 노동자인 아르헨티나 국민 중에서 수입으로 식료품도 충분히 구매하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는 경우도 빠르게 늘어났다.
◦ 아동의 50%가 빈곤층...화폐 가치의 끝모를 추락
- 최근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y Censos República Argentina) 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아동의 절반 이상이 빈곤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도 역시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지목되었다.
- 인플레이션이 통화 가치를 계속 파괴하자, 국경 지대에서는 아르헨티나 통화가 아닌 타국 통화로 거래하거나 재산을 보유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많은 월급 노동자가 월급일에 화폐를 모두 물품으로 바꾸기 위해 마트로 달려가며, 일부 노동자는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암호화폐로 급료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커다란 경제적 혼란과 빈곤 속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수준까지 떨어져 실질적인 레임덕 상태에 놓였다.
☐ 인플레이션이 디폴트 위기를 심화
◦ 공식 외환 시장 환율을 믿지 않는 아르헨티나 국민
- 불안한 아르헨티나의 화폐 가치는 자산을 가치 저장 능력과 신뢰도가 높은 미국 달러로 보유하려는 수요로 연결되었다. 이에, 아르헨티나 외환 시장 내에서 달러를 찾으려는 손이 많아졌고, 달러를 사기 위해 아르헨티나페소를 팔려는 주문이 늘어나면서 아르헨티나 화폐 가치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강력한 외환 규제 대책을 연이어 시행하는 한편,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식’ 환율을 고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환율과 실제 환율 간의 괴리가 너무 컸고, 이에 많은 달러가 정부의 공식 환율 시장이 아닌 비공식 외환 시장, 즉 소위 ‘블루 달러(Blue Dollar)’ 마켓으로 흘러 들어갔다.
◦ 외환 부족에 국가 신용도 위기도 커져
- 공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가 부족하다는 것은 곧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anco Central de la República Argentina)의 보유 달러 부족을 의미한다. 비공식 외환 시장이 아무리 크더라도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외 결제 능력 신뢰도는 공식적인 외환 보유고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 아르헨티나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외환 위기와 국가 디폴트를 경험했다. 외환 보유고 부족은 아르헨티나의 만성적인 문제이자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100%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의 금융 체력 약화와 더욱 심각한 외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책임으로 대통령이 임기 중 차기 대선 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심각한 경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경제 수장 교체와 수많은 대책에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도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 전망이 계속 하향되고 있는 점을 감안 하면, 아르헨티나 심각한 디폴트 위험은 당분간 해소되지 못한 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P News, Food or medicine? Inflation squeezing retirees in Argentina, 2023.04.15.
Reuters, 'Zero capacity to save': Argentines buckle as inflation tops 104%, 2023.04.15.
Merco Press, Argentina: Inflation in March reaches 7.7%, 2023.04.15.
Anadolu Agency, Argentina's inflation jumps to new record of 104.3% in March, 2023.04.14.
Buenos Aires Times, 'Blue dollar’ rises to new high amid financial turbulence, 2023.03.13.
Merco Press, Argentina: “Blue” Dollar hits new ceiling of AR$ 408, 2023.04.18.
Bloomberg, Argentina Central Bank Lifts Rate to 81% as Inflation Jumps, 2023.04.21.
Reuters, Argentina central bank hikes interest rate to 81% after inflation overshoot, 2023.04.21.
Buenos Aires Herald, Central Bank raises interest rates, restricts official dollar access, 2023.04.20.
AP News, Argentina’s President Fernández won’t seek reelection, 2023.04.21.
Reuters, Argentina's economy teeters on the edge of deeper crisis as market anxiety grows, 2023.04.21.
[관련 정보]
1. 아르헨티나 대통령, 재선 출마 포기...경제 위기 책임론 부각 (2023. 4. 25)
2.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기준 금리 인상...외환 관리 규제 강화도 (2023. 4. 24)
3. 아르헨티나, 비공식 외환 시장 환율 역대 최고치 경신 (2023. 4. 20)
4. 아르헨티나, 월간 인플레이션 전망치 초과...최근 12개월 누적 104% 넘어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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