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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남 촛불 원문보기 글쓴이: 착한아이
파업 8일째인 11월 22일, 농성 노동자들은 <조선일보>에 대한 분통을 터뜨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대법원에서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음에도 “하도급업체”라는 명칭을 쓰며 기사를 썼다.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면 ‘법과 원칙’을 들이밀더니 대법원 판결은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사측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평균 4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배부른 파업’을 한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이제는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노동귀족’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평균 연봉 4천만 원을 받는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흥분하면서 반박했다.
“내가 올해 14년 차인데 연ㆍ월차 하나도 안 쓰고 일하면 연봉 3천6백만 원이 나올 것이다. 죽어라 잔업ㆍ특근하고 한 달에 3~4번 철야를 하면 겨우 4천만 원 나올 것이다.
“금요일 야간 근무를 해서 토요일 아침 8시에 마친 후 다시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서 일요일 아침 8시까지 일하는 것이 철야다. 그것을 한 달에 3~4번 해야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그렇게 일해 보라고 해라.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점거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서자 사측은 업체 소장들을 시켜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000-1111-2222’라는 이상한 번호로 “파업 손실액 1천억으로 사상 최대. 농성참가자 개인별 손해배상 2억 원 청구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파업 3일째는 문자로 해고를 협박하더니 이제 “업무 복귀 시 정상 참작”한다는 문자를 보내며 농성을 흐트러뜨리려고 한다.
또 사측은 오늘 오전 식수를 제외하고는 물을 끊었다. 화장실을 한번 사용하려면 1시간씩 기다려야 했는데 이제는 더 열악한 상황이 됐다. 노동자들은 예상했다면서도 “정말 치사하고 더러운 놈들”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 밥이라도 넣게 해주세요. 모른 척하지 말아주세요" 현대차 사측은 음식물 반입조차 막고있다 ⓒ사진제공 울산노동뉴스
현대차 점거 파업에 대해 경제 5단체는 오늘 “극단적인 불법행위”라 비난하고 “물리력에 밀려 고육지책으로 정당치 못한 요구나 행위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대검찰청도 “불법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법과 원칙’대로 하자면, 정규직화하라는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정몽구부터 당장 구속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현대차 울산공장의 7개 현장조직 의장들이 농성장에 지지 방문을 왔다.
가장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현장조직인 금속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손덕현 의장은 “이 투쟁은 불법에 맞서는 정당한 투쟁입니다. 정규직ㆍ지역사회ㆍ시민사회단체ㆍ진보정당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승리로 이끌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하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현장조직 의장들은 비정규직지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각 공장 대의원회와 현대차지부가 중식 집회, 수요일 집중 집회, 특근 거부 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처음으로 농성장을 지지방문한 현장조직 의장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현장조직 의장단은 비정규직 조합원들 앞에서 약속한 대로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시급히 원ㆍ하청 연대 파업을 건설해야 한다.
전주와 아산공장 비정규직지회 지회장들도 농성장을 방문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왼쪽부터 이상수 울산 지회장, 송성훈 아산 지회장, 강성희 전주 지회장 ⓒ사진제공 참세상
아산공장 송성훈 지회장은 “동지들이 있었기에 아산ㆍ전주가 투쟁할 수 있었고 곧 기아차 화성으로 번져갈 예정이다. 여기 동지들의 눈빛이 살아 있듯이 아산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아무리 짓밟아도 우리는 정규직 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주공장 강성희 지회장도 “우리의 투쟁은 단지 비정규직 3지회만의 투쟁이 아니다. 라인을 끊는 것과 함께 정규직, 시민사회단체와 연대를 통해 정몽구와 이명박을 압박해야 한다. 전주에서 연대 투쟁의 모범을 만들겠다”고 했다.
농성 조합원들은 온라인으로도 광범한 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조합원들이 트위터를 배웠는데, 한 조합원은 “이불대신 비닐 봉다리를 덮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고 글을 남긴지 2시간 만에 1백40명이 팔로잉을 했다.
“힘내세요.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멀리 인천에서 응원합니다”, “꼭 승리할 겁니다. 멀리서 지지와 연대를 보냅니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에서도 투쟁은 계속됐다.
전주 비정규직지회는 오늘 주간 6시간, 야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지난 주말 특근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임금 손실을 초래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려 했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인 전주공장위원회는 “회사 측의 판단은 정규직 조합원들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더 큰 연대로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 지지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전주 비정규직지회는 오늘 주간 6시간, 야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제공 울산노동뉴스
이런 정규직의 적극적 연대 덕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주 버스부 공장을 점거한 채 생산을 멈출 수 있었다.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잔업 거부, 부분 파업 등의 방식으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지금 이 시간 울산에서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ㆍ엄호하기 위한 연대 파업 안건이 발의됐고,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개탄스럽게도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이 사실상 파업에 반대하며 김을 빼는 발언을 했고, 연대 파업을 호소하는 대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레프트21>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소식을 보도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대회가 11월 22일 울산 오토밸리 복지관에서 열렸다.
대의원대회 장소로 가는 복도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40여 명이 금속노조 대의원들에게 연대 투쟁을 호소했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김밥 한 줄만 먹고, 단수도 견디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연대해주세요.”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해 달라”고 호소하며 절을 하고 있었고, 그 앞에서 가족대책위의 눈물겨운 절절한 연대 호소도 이어졌다.
△가족대책위의 눈물겨운 절절한 연대 호소도 이어졌다. ⓒ사진 유병규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을 호소하려고 서울에서 내려간 ‘다함께’ 회원들도 <레프트21> 호외를 뿌리면서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자고 호소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와 KEC 지회 노동자들 역시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와 파업을 호소하는 리플릿을 나눠줬다.
대의원대회가 성사되자 현장 발의된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투쟁 승리를 위해 15만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결의하자”는 안건이 첫 번째로 다뤄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구사대 및 경찰력 진압 시 즉각 전면 총파업 돌입, 11월 25일부터 잔업 거부 투쟁 전개, 12월 1일 금속노조 1차 총파업을 전개하고 울산에서 결의대회 개최 등이었다.
안건이 상정되자 곧바로 대의원 두 명이 현장 발의 안을 보완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얼마 전 단호한 투쟁으로 승리를 거머쥔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소속 대의원은 “황인화 조합원 분신 이후 상황이 더 급박해 졌다”며 24일부터 잔업 거부, 25~26일 주야 4시간 부분파업, 27~28일 확대간부 파업 뒤 울산 집결, 12월 1일 총파업 등으로 파업 일정을 더 당겨야 한다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어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다들 선동만 하지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수위를 높이는 것은 아름다운 연대도 해칠 수 있다. 파업ㆍ잔업 거부ㆍ특근 거부 등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수위를 높이게 되면 사흘에서 닷새 만에 박살날 수 있다”며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ㆍ연대 파업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곧바로 현대차 1공장 박성락 대의원과 쌍용차 소속 대의원 등의 파업 찬성 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쌍용차 문기주 대의원은 “쌍용차 파업 당시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금속노조도 민주노총도 당신들을 버렸다’는 사측의 현수막과 선무방송이었다”며 파업 결의와 실천을 호소했다. 여기저기서 연대 파업에 찬성 발언을 하겠다고 나서는 대의원들이 손을 들었다.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의 발언과 달리 투쟁 수위를 높이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박수와 환호가 높았다. 원안보다 투쟁 수위를 높인 수정안에 대해서도 대의원 다수가 찬성하고 있었다.
반면, 이경훈 지부장 외에 연대 파업에 반대하는 발언자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이 몇 번이나 나와서 반복적으로 발언해야 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1시간 동안 정회를 선포했고, 그 사이에 현장 발의된 원안과 수정안 2개를 발의한 대의원이 협의해 하나의 단일안을 제시했다.
단일안의 내용은 경찰력이나 구사대 투입 시 즉각 전면 파업, 11월 23일 금속노조 전 지부ㆍ지회ㆍ분회별 중식투쟁 전개, 11월 24일 금속노조 확대간부 파업 및 울산공장 앞 결의대회, 11월 26일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행동의 날’로 정해 잔업 거부 및 전국 동시다발 집회, 향후 잔업 거부를 확대하되 세부 방안은 중앙쟁대위에 위임, 11월 27일 민주노총과 협의해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및 간부들은 48시간 철야농성, 11월 30일까지 현대차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12월 초 연대 파업(구체적 시기와 방침은 12월 1일 중앙쟁대위에서 논의) 등이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단일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자, 또다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이 김을 빼기 시작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오늘은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을 결의한 것으로 하고, 각 사업장별로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의사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체 조합원 총회를 하지 않을 경우, 사흘에서 닷새 안에 투쟁이 박살날 수 있다”며 협박했다. 다행히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규약 상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2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 대의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세 지회 투쟁 지원 건’에 대한 표결을 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유병규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의 거듭된 반대 발언과 김 빼기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4백1명 가운데 75.3퍼센트인 3백2명이 찬성해 결국 단일안이 통과됐다.
금속노조 대의원 압도 다수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연대 투쟁과 연대 파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초인같은 의지로 농성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연대 투쟁과 연대 파업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는 소식이 1공장 농성장에 전해지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수많은 대의원들이 지적했듯이, 오늘의 연대 파업 결정이 실제 위력을 발휘하려면 각 작업장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현대차지부가 결정 사항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주류 언론이 ‘정규직 이기주의’니 ‘귀족노조’니 하는 비난이 가당치도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결의한다면, 끝까지 함께 책임지는 자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반드시 이 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현대차지부의 정규직 활동가들은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 결정이 반드시 실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편, 애초 12월 1일로 특정했던 연대 파업 날짜가 ‘12월 초’로 모호하게 바뀌고, 파업 날짜와 방식이 중앙쟁대위로 위임됐다. 하루빨리 연대 파업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사측이 불성실한 교섭으로 시간을 끌고 김을 뺄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그럼에도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체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투쟁임을 분명히 하고,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지지ㆍ연대하며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이제 전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연대 투쟁ㆍ연대 파업이 실질적으로 벌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찬 공장 바닥에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화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