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 형님이 먼저 전화해 흰대미산에 신청하였다고 하신다.
7시에 옛도교육청 앞을 출발해 8시에 지리산휴게소에서 라면과 우동으로 아침을 사 준다.
9시 20분에 거창 에워싸인 산 사이를 올라 심방 마을에 내려준다.
고요한 가을 아침 조용한 마을에 빨간 관광버스가 들어와 부산을 떤다.
노란 잎을 물들인 규목 몇 그루가 마을 앞을 지키고 있고, 건너 푸른 산록 아래로 가을걷이하는
농부들의 일손이 바쁘다. 우린 스틱을 펴고 몇은 혼자 몸을 풀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9시 20분 마을 정수장 옆으로 흰대미산 이정표를 보고 오른다.
마을 뒷길은 금방 산으로 이어지는데 어느 순간 선두가 돌아오며 길이 없다고 한다.
모두 둘러보아도 길은 보이지 않아 낙엽지기 시작하는 가을 산을 무작정 오른다.
각자가 편한대로 흙에 미끌어지며 나무를 헤치고넘으며 20분 가량 헤맸을까, 능선에 길이 나타난다.
산은 노란 단풍이 많다. 숨을 고르고 조금 더 오르니 백석산 한자에 흰덤이산이라고 쓰인 작은 정상석이 나타난다.
여수님이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산이름을 보여주는데 내가 아는 산은 없다.
보해산은 와 보고 싶었지만 못 왔다. 남쪽으로 하얀 안개구름 위로 솟은 봉우리는 천왕봉 같다.
오른쪽 긴 산줄기들 첩첩 너울이 보이는데 맨 뒷쪽에 있는 능선은 덕유 능선 같다.
몇은 사진을 찍고 난 뒤에서 느리작거리다가 도리포가 막걸리 한잔하자해
지난 밤 영석이가 챙겨 준 막걸리 한병을 꺼낸다.
뚜껑을 열다가 두 잔 정도는 거품으로 바닥에 날린다.
술은 여전히 시큼하다. 여수님이 아직 발효가 덜 되었다고 한다.
길 가의 노랗고 빨간 단풍을 만나 사진을 찍으며 한시간쯤 걸었을까 뾰족한 봉우리인
양각산인 모양이다. 뒤에 오는 바람님과 제우스님을 기다리느라
동양 회장은 '백만원짜리 스틱'을 짚고 기다리곤 한다.
소나무 밭 사이 둘러앉을만한 공간이 점심 먹을 자리다.
11시 20분 쯤인데 점심을 먹자고 한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오늘 산행 3시 반쯤에 끝나니
지금 먹어도 좋겠다.
레이서 대장이 김치찌개를 끓이고 동양 회장은 계란 후라이를 만든다.
인태 형님의 반찬이 걸어 맛있게 먹는다. 소주는 많지 않아 내 병을 다 비운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파란 등산복을 비슷하게 입고 바람과 제우스가 올라오며
벌써 점심을 먹었느냐고 한다. 둘은 바위 아래 자릴 잡고 점심을 먹는데 난 일어나며
바람에게서 소주 한잔을 얻어 마신다.
양각산 정상석을 보고 사방으로 열린 능선을 걷는다.
정상부의 활엽수들은 거의 낙엽이 져 북쪽으로의 조망도 열리고 앞 능선 뒤로
바위를 얹은 우뚝한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가야산이라고 한다.
난 인태 형님의 뒤를 따라가며 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한다.
시코봉을 지나고 수도산 봉우리를 오르며 뒤 봉우리에 서서 일행을 건너다 본다.
한 시 20분을 지나 사방이 열리는 수도산 봉우리에 닿는다.
난 포즈를 취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단으로 찍는다.
건너편 삼각점 봉우리에 한 사나이가 서 있다.
봉우리엔 오르지 않고 한참 내려가는데 앞서가던 이들이 돌아온다.
단지봉 쪽으로 길을 잡으라고 다시 올라오는데 은근히 힘들다.
하긴 천천히 걸었어도 산행 시작 네 시간이 지났다.
봉우리에 서서 내려가는 일행의 뒷모습을 사진 찍는다. 쇄락이 내려가며 체력을 걱정한다.
일행이 건너의 능선을 지나가는 사이 난 한참을 서서 논다.
건너편 수도산 봉우리에 철호 총무님이 혼자 도착해 사진을 찍다가
내가 소리를 지르자 두 팔을 벌린다.
천천히 가며 총무님을 기다린다. 금방 다가 온 총무는 배낭을 풀고 물을 마신다.
나 혼자 심방마을 3.9km 이정표를 보고 내려간다.
등산로는 희미하고 자주 나무 사이로 숨는다.
물소리 나는 계곡에 이르자 사광을 받아 빛나는 빨간 단풍나무 아래서
인태 형님이 신발을 벗고 탁족을 하고 있다.
나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처음엔 괜찮더니 인태형님의 10초도 견디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차가운 바늘이 콕콕 찌르는 것처럼 발이 아파 나오고 만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하얀 물이 흐르는 여름철 한산한 유유ㅝㄴ지 같은 길을 따라 걷는다.
산에서도 보이던 버스가 보이지 않아 구비진 길을 걷는다.
다 익어가는 사과가 가지를 잡아당기며 올망졸망 달려 잇다.
노란 감국도 보고 노란 돼지감자꽃도 보며 마을을 지난다.
한구비를 돌자 건너 은행나무 아래 빨간 보훈관광 버스가 보인다.
B코스로 내려 온 도리포가 손을 흔드르며 맞아준다.
인태 형님과 몇 잔의 술을 마시고 자리를 정리한다.
한번 와 본적이 있는 가조온천 넓은 목욕탕에서 여유있게 씻고 나온다.
차를 달려 담양 어딘가에서 닭구이와 옻닭백숙으로 저녁을 먹으며 또 술을 마신다.
쇄락이 친절하게 태워 줘 집으로 오는 큰 길가에 내려 집에 와
그렇게 마시고 내일 어찌 출근하겠느냐고 걱정하는 바보의 말을 뒤로 하고 잠잔다.
이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취한다. 하긴 그 전날도 많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