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설화/崔致遠傳 또는 쌍녀분(雙女墳)설화 雙女墳記<太平通載 卷68>
임명덕본, 한국한문소설전집, 권7,p.261. 국역은 김현양 외, <수이전 일문> (박이정, 1996) 을 참고하여 약간 부분 윤색하였다. 본문의 청색 글씨는 주석 부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 인귀교환설화는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의 모티프가 되었다.
최치원 [崔致遠] 857(문성왕 19)∼? . 신라 하대의 학자,·문장가.
[국역]최치원(崔致遠) 설화 /쌍녀분(雙女墳) 설화 최치원설화/해괴망측한 사랑 이야기
아래에서는 원문과 국역을 함께 정리해 본다.
崔致遠 字孤雲 최치원은 자가 고운이다.
年十二 西學於唐. 나이 열 두 살(서기 868년)에 서쪽으로 당나라에 유학을 갔다.
乾符甲午 學士裴瓚掌試 一擧登魁科 調授溧水縣尉. 건부 갑오년(서기 874년)에 학사 배찬이 관장하던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하여 율수현의 현위에 임명되었다.
괴과:갑과에 장원으로 급제한 사람.
嘗遊縣南界招賢館 일찍이 현의 남쪽 경계에 있는 초현관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館前岡有古塚 號雙女墳 초현관 앞 언덕에 오래된 무덤이 있어 쌍녀분이라 불렀다.
古今名賢遊覽之所. 고금의 명현들이 유람하던 곳이었다.
致遠題詩石門曰, 치원이 (그 무덤의) 석문에 시를 써서 붙였다.
誰家二女此遺墳 수가이녀차유분 어느 집 두 여인이 이 무덤을 남겼을까, 寂寂泉扃幾怨春 적적천경기원춘 쓸쓸한 구천에서 얼마나 봄을 원망하겠는가. 形影空留溪畔月 형영공류계반월 모습은 부질없이 시냇가의 달빛아래 머무는데, 姓名難問塚頭塵 성명난문총두진 먼지 덮인 무덤 앞에 이름조차 묻기가 어렵구나. 芳情儻許通幽夢 방정당허통유몽 꽃다운 정이 혹시라도 아련히 꿈에라도 이어진다면, 永夜何妨慰旅人 영야하방위려인 기나긴 밤 나그네 위로함이 무슨 허물이 되겠는가. 孤館若逢雲雨會 고관약봉운우회 외로운 이 초현관에서 운우의 정을 이룰 수 있다면, 與君繼賦洛川神 여군계부락천신 그대들과 함께 조식에 이어 낙천신을 노래 부르리라.
※ 洛川神: 魏나라 曺植이 甄后(견후)를 사모했는데 견후가 洛水에 투신했다. 견후가 꿈에 나타나 조식에게 베개를 주었다. 이에 조식은 洛神賦를 지었다.
題罷到館. (최치원은) 글 쓰기를 마치고 관으로 돌아왔다.
是時月白風淸 杖藜徐步. 이 때 달은 밝고 바람이 시원하여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거닐었다.
忽覩一女 姿容綽約 갑자기 한 여인을 보았는데, 그 자태와 용모가 아름다웠다.
手操紅帒 就前曰, 손에는 붉은 주머니를 쥐고 곧장 앞으로 나와 말했다.
“八娘子 九娘子 傳語秀才. “팔낭자와 구낭자는 수재에게 말을 전하라 하였습니다.
朝來特勞玉趾 兼賜瓊章 各有酬答 謹令奉呈.” 아침에 귀한 발걸음을 하시어 훌륭한 글을 주셨기에 각각 화답한 글이 있어 삼가 저로 하여금 바치도록 하였습니다.”
公回顧驚煌 再問何姓娘子. 공이 뒤를 돌아보며 놀라고 당황해서 다시 무슨 성씨의 낭자인가 물었다.
女曰, “朝間披榛拂石題詩處 卽二娘所居也.” 여인이 말했다. “아침나절에 덤불을 헤치고 돌을 쓸어 시를 써 놓은 곳이 곧 두 낭자가 거처하는 곳입니다.”
公乃悟 見第一帒 是八娘子奉酬秀才. 공이 곧 깨닫고 첫 번째 주머니를 열어보니, 이는 팔낭자가 수재에게 화답한 글이었다.
其詞曰, 그 시에 적었다.
幽魂離恨寄孤墳 유혼이한기고분 그윽한 영혼과 이별의 한이 외로운 무덤에 묻혀 있어도, 桃臉柳眉猶帶春 도검유미유대춘 복숭아 빛 뺨과 버들 잎 눈썹은 아직도 봄날 같습니다. 鶴駕難尋三島路 학가난심삼도로 학을 타고 신선 사는 곳으로 가는 길은 찾기가 어려웠고, 鳳釵空墮九泉塵 봉차공타구천진 봉황이 그려진 비녀는 공연히 구천에 먼지로 떨어졌다네. 當時在世長羞客 당시재세장수객 당시 세상에 있었을 때는 언제나 낮선 사람보고 부끄러워했지만, 今日含嬌未識人 금일함교미식인 오늘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품게 되었답니다. 深愧詩詞知妾意 심괴시사지첩의 시로 하신 말씀이 부끄럽게도 제 마음 알아주시니, 一回延首一傷神 일회연수일상신 한 번씩 머리를 돌려 고개를 늘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답니다.
次見第二帒 是九娘子 其詞曰, 다음으로 두 번째 주머니를 열어보니, 이는 구낭자의 것이었다. 그 시에 적었다.
往來誰顧路傍墳 왕래수고로방분 오가며 누가 길가의 무덤을 돌아보겠는가, 鸞鏡鴛衾盡惹塵 난경원금진야진 난새의 거울과 원앙의 이불 모두 먼지만 쌓여 있다네. 一死一生天上命 일사일생천상명 한번 죽고 한번 사는 일이 모두 하늘이 정한 운명인데, 花開花落世間春 화개화락세간춘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은 이 세상 봄의 일이라네. 每希秦女能抛俗 매희진녀능포속 늘 진나라 여인 농옥처럼 속세를 버리기를 희망하였는데, 不學任姬愛媚人 불학임희애미인 임희처럼 사람 사랑하는 것을 배우지를 못했다오. 欲薦襄王雲雨夢 욕천양왕운우몽 모셔서 양왕처럼 운우의 꿈을 드리고자 하는데, 千思萬憶損精神 천사만억손정신 천가지 생각 만가지 추억이 마음만 상하게 합니다.
*농옥:진나라 목공의 딸 弄玉은 피리를 잘부는 소사라는 사내의 아내가 되었는데 어느 날 둘이는 하늘로 날아갔다. <열선전> *임희: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부덕이 높아 유교의 이상적 인물. *송옥의 <고당부>
又書於後幅曰, 다시 그 뒤쪽에도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莫怪藏名姓 막괴장명성 이름과 성을 감춘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마소서. 孤魂畏俗人 고혼외속인 외로운 넋이 속인을 두려워해서 입니다. 欲將心事說 욕장심사설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털어놓고자 하오니, 能許暫相親 능허잠상친 잠시라도 서로 친해질 수 있기를 허락해 주오.
公旣見芳詞 頗有喜色 乃問其女名字 曰, “翠襟.” 공이 아름다운 글을 다 보고 나서, 자못 기쁜 얼굴빛으로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취금이라고 하옵니다.”
公悅而挑之 翠襟怒曰, 공이 기뻐하며 그녀를 유혹하려 하자, 취금이 성을 내어 말했다.
“秀才合與回書 空欲累人.” “ 수재께서는 답장을 써서 주실 일이지, 부질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려 하십니까?”
致遠乃作詩 付翠襟曰, 치원이 곧 시를 지었다. 취금에게 부친 시는 다음과 같다.
偶把狂詞題古墳 우파광사제고분 우연히 미친 듯한 노래로 옛 무덤을 읊은 것이, 豈期仙女問風塵 기기선녀문풍진 어찌 선녀들이 풍진 세상에 찌든 사람의 일을 물으리라 기약했겠소. 翠襟猶帶瓊花艶 취금유대경화염 취금이 옥과 꽃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니, 紅袖應含玉樹春 홍수응함옥수춘 두 주인께서는 봄날의 아름다운 나무 빛을 머금고 있으리라. 偏隱姓名欺俗客 편은성명기속객 이름을 숨기고 속세의 나그네에게 시를 써서 보내는, 巧栽文字惱詩人 교재문자뇌시인 교묘한 문자를 보니 시인이 번뇌에 쌓이는구나. 斷腸唯願陪歡笑 단장유원배환소 애끊는 마음은 오직 웃고 즐기는 일 함께 하고자 하니, 祝禱千靈與萬神 축도천령여만신 모든 신령들에게 축원 올리고 기도 드립니다.
繼書末幅云, 이어서 끝 폭에다 시를 덧붙였다.
靑鳥無端報事由 청조무단보사유 청조가 뜻밖에도 사연을 알려주어, 暫時相憶淚雙流 잠시상억루쌍류 잠시동안 서로의 생각에 두 줄기 눈물 흘렸답니다. 今宵若不逢仙質 금소약불봉선질 오늘밤에 만약 선녀들의 모습을 만나지 못한다면, 判郤殘生入地求 판극잔생입지구 반드시 남은 생을 지하에 가서라도 찾아 볼 것입니다.
*청조: 세 발 달린 새. 使者 또는 서간의 듯으로 사용함.
翠襟得詩還 迅如颷逝. 취금이 시를 받아 돌아가는데, 바람처럼 사라졌다.
致遠獨立哀吟 치원은 홀로 서서 슬피 읊조리고 있었다.
久無來耗 乃詠短歌. 오랫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아 짧은 노래를 지어 읊조렸다.
向畢 香氣忽來 良久二女齊至 읊기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향기가 엄습해오더니, 한참 뒤에 두 여인이 함께 나란히 나타났다.
正是一雙明玉 兩朶瑞蓮. 정말로 한 쌍의 밝은 옥이요, 두 줄기 서기 어린 연꽃과 같았다.
致遠驚喜如夢 拜云, 치원은 꿈인 듯 놀라 기뻐 절하며 말했다.
“致遠海島微生 風塵末吏 “치원은 바다건너 반도에서 태어난 미미한 사람이며, 보잘것없는 말단 관리인데,
豈其仙宮猥顧凡流 어찌 외람 되게 선녀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돌아볼 것이라고 기대나 했겠습니까?
輒有戱言 便垂芳躅?” 문득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아름다운 발걸음을 하셨군요.”
二女微笑無言. 두 여인은 말없이 미소지었다.
致遠作詩曰, 치원이 시를 지었다.
芳宵幸得暫相親 방소행득잠상친 아름다운 밤에 다행히 잠시라도 서로 친해졌는데, 何事無言對暮春 하사무언대모춘 무슨 일로 말없이 저무는 봄만 보며 마주하고 있는가. 將謂得知秦室婦 장위득지진실부 장차 진나라의 지조 있고 아름다운 여인인 줄 알았는데, 不知元是息夫人 부지원시식부인 원래가 식부인인줄은 알지 못했네.
*맥상상 [陌上桑] 나부행(羅敷行)이라고도 한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왕인(王仁)의 처 진나부(秦羅敷)가 지었다고 전한다. ‘맥상’은 원래 노상(路上)이라는 말인데, 뛰어난 미모를 지닌 나부가 뽕을 따러 나가면 지나가던 남자들이 정신을 잃고 바라보았다. 때마침 조왕(趙王)이 지나가다가 대상(臺上)에서 나부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유혹을 하였으나 그녀는 이를 거절하고 자기에게는 훌륭한 남편이 있다 하여 남편을 자랑하는 줄거리의 노래를 불렀다. 뽕 따는 여인의 건전한 마음씨를 나타낸 건강하고 명랑한 노래이다. 많은 유사작이 있다. 使君自有婦 나으리에겐 아내가 있고 羅敷自有夫 나부에게도 남편이 있소.
*王維 - 息夫人[식부인] 莫以今時寵 막이금시총 오늘날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하여, 能忘舊日恩 능망구일은 지난날의 그 은덕을 잊을 수는 없어라. 看花滿眼淚 간화만안루 꽃을 보고도 두 눈 가득 눈물 흘리며, 不共楚王言 불공초왕언 초왕과는 말 한 마디 아니하였다네.
*息夫人;춘추시대의 한 작은 나라였던 식국(息國)의 군주부인, 당시 초나라 문왕이 식나라를 멸망시키고 식부인을 강제로 빼앗아 차지 하였으다. 아이를 두 명이나 낳았으나 초나라에 와 줄곧 문왕과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연유는 `한 사람의 여인으로서 두 지아비를 섬기니, 죽지는 못할지언정 어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라고 하여 지조와 절개를 지켰다는 고사.
於是 紫裙者恚曰, 이에 자주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始欲笑言 便蒙輕蔑 “처음에는 웃으면서 말하려 하였는데, 곧 경멸을 당했습니다.
息嬀曾從二壻 賤妾未事一夫.” 息嬀(식규)는 일찍 두 남자를 섬겼지만, 저희는 아직 한 남자도 섬기지 않았습니다.”
公言, “夫人不言 言必有中.” 二女皆笑. 공이 말하기를, “대체로 사람이 말을 못할지언정, 말을 하면 반드시 법도에 맞아야 한다.”라고 하니, 두 여인이 모두 웃었다.
致遠乃問曰, “娘子居在何方 族序是唯?” 치원이 곧 물었다. “낭자의 거처하는 곳은 어디이며, 집안은 어떻게 되는지요?”
紫裙者隕淚曰, 자주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兒與小妹 溧水縣 楚城鄕 張氏二女也. “저와 언니는 율수현 초성향 장씨의 두 딸입니다.
先父不爲縣吏 獨占鄕豪 富似銅山 侈同金谷.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현의 관리는 아니 하시고 세력을 독점한 지방 호족으로 부유하기로는 銅山(동산)과 같았고, 사치함은 金谷(금곡)과 같았습니다.
銅山(동산) 『장경』에는, <서촉(西蜀)에 있는 동산(銅山)이 붕괴되니, 한나라 동쪽의 미앙궁에 있던 종이 저절로 울렸다. 밤나무에 봄기운이 오르니, 창고 속에 넣어둔 밤에서 싹이 돋는다.(是以銅山西崩 靈鐘東應. 木華於春 粟芽於室〉라고 하였다. 종이 저절로 울리자, 황제가 동방삭(東方朔)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동방삭은,'이 종은 동산에서 캐낸 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동질의 기가 서로 감응을 일으켜서 저절로 울린 것입니다.'라고 대답했고, 황제는 '미천한 물질도 서로 감응을 일으키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조상과 후손 사이에 얼마나 많은 감응을 일으킬 것인가!'라고 말하고, 또 봄이 되면 앙상하던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고, 창고에 저장했던 곡식도 봄이 되면 발아한다. 이것은 봄날의 따뜻한 기운에 감응을 일으키는 결과로 보아 조상과 후손이 서로 뼈의 기로써 감응받음을 인정하였다.
금곡원(金谷園) -석숭 [石崇 ] 석숭(石崇)은 매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였는데, <진서(晉書)>와 <세설신어(世說新語)> 등에는 황제의 인척인 왕개(王愷)와 부를 다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뤄양[洛陽] 서쪽에 금곡원(金谷園)을 지었는데, 집안을 매우 호화롭게 꾸며 뒷간도 화려한 옷을 입은 십여명의 시녀들이 화장품과 향수를 들고 접대하게 하여 손님들은 침실인 줄 알고 놀라 돌아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금곡원(金谷園)에 관리와 문인들을 초대하여 주연(酒宴)을 자주 열며 풍류를 즐겼는데, 주연(酒宴)에서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벌로 세 말의 술을 마시게 하였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금곡주수(金谷酒數)'라는 말은 '술자리에서 받는 벌주'를 가리키게 되었다. 석숭에게는 녹주(綠珠)라는 애첩(愛妾)이 있었는데, 피리를 잘 불 뿐 아니라 악부(樂府)도 잘 지었다. 그는 녹주를 총애하여 '원기루(苑綺樓)' 또는 '녹주루(綠珠樓)'라고 하는 백장(百丈) 높이의 누각을 지었다.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 ?~301)의 측근이었던 손수(孫秀)가 녹주의 미색을 탐하였으나 석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300년(永康 원년) 조왕 사마륜이 가후(賈后)의 세력을 제거하고 전권을 장악하자, 석숭은 황문랑(黃門郞) 반악(潘岳)과 함께 회남왕(淮南王) 사마윤(司馬允, 272~300), 제왕(齊王) 사마경(司馬冏, ?~302) 등과 연합해 사마륜(司馬倫)을 제거하려 했다. 손수(孫秀)가 이를 알고 대군을 이끌고 금곡원(金谷園)을 포위하자, 녹주는 누각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였고, 석숭은 반악(潘岳) 등과 함께 사로잡혀 참수(斬首)되었다. 석숭은 관직을 이용해 향료 무역 등을 독점하여 큰 부자가 되었는데, 백여명의 처첩(妻妾)을 거느렸으며, 집안의 하인도 8백여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은 물론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부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중국에서 석숭은 복(福), 녹(祿), 수(壽)의 삼선(三仙)의 가운데 녹(祿)을 상징하는 인물로 숭앙되었다.
及姊年十八 妹年十六 父母論嫁 언니 나이 열 여덟, 저의 나이 열 여섯이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는 혼사를 논의하셨습니다.
何奴則定婚鹽商 小妹則許嫁茗估. 저는 소금장수와 혼인을 하기로 정하고, 언니는 茶(차)장수와 혼인을 하기로 허락을 하였습니다.
姊妹每說移天 未滿于心 鬱結難伸 遽至夭亡. 저희 둘은 매번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마음에 차지 않아 답답하게 맺힌 것이 풀리지 않다가 갑자기 요절하게 되었습니다.
所冀仁賢 勿萌猜嬚.” 바라건대 어질고 현명한 분께서는 혐의를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致遠曰, “玉音昭然 豈有猜慮?” 치원이 말했다. “그대의 말이 뚜렷한데 어찌 의심을 하겠는가.”
乃問二女, “寄墳巳久 去館非遙 汝有英雄相遇 何以示現美談?” 그리고 두 여인에게 물었다. “무덤에 있은 지가 오래고 초현관에서 멀지 않으니, 혹 영웅과 만났다면 어떻게 아름다움을 말하였는지요?”
紅袖者曰, “往來者皆是鄙夫. 今幸遇秀才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말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저속한 자들이었는데, 오늘 다행히도 수재를 만나 뵈오니,
氣秀鼇山 可與話玄玄之理.” 그 기상이 金鼇山(금오산)같이 빼어나시어 함께 오묘한 진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致遠將進酒 謂二女曰, “不知 俗中之味 可獻物外之人乎?” 치원이 술을 권하며 두 여인에게 말하였다. “세속의 맛을 세상 밖의 사람에게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紫裙者曰, “不飡不飮 無飢無渴 자주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말하기를, “먹지 않고 마시지 않아도 배고픔과 목마름이 없지만,
然幸接瓖姿 得逢瓊液 豈敢辭違?” 다행히 훌륭한 분을 만나 좋은 술을 얻었으니, 어찌 감히 사양하여 어기겠습니까?”
於是, 飮酒各賦詩 皆是淸絶不世之句. 이에 술을 마시고 시를 읊으니, 모두 더 없이 맑아 세속의 시 구절이 아니었다.
是時明月如晝 淸風似秋. 이 때는 달이 낮과 같이 밝았으며 바람은 시원하여 가을 같았다.
其姊改令曰, “便將月爲題 以風爲韻.” 그 언니가 노래를 바꾸자고 하며, “달을 제목으로 하고 ‘바람 風(풍)’ 字를 韻(운)으로 합시다.” 하니,
於是, 致遠作起聯曰, 이에 치원이 첫 번 째 聯(련)을 읊었다.
金波滿目泛長空 금파만목범장공 금빛 물결은 눈에 가득 먼 하늘에 떠 있으니 千里愁心處處同 천리수심처처동 근심스런 마음은 천리 곳곳에 한결 같구나.
八娘曰, 팔낭자가 이었다.
輪影動無迷舊路 륜영동무미구로 달 그림자 움직여도 옛 길에 헤매지 않고, 桂花開不待春風 계화개불대춘풍 계수나무 꽃은 봄바람을 기다리지 않고도 피어난다.
九娘曰, 구낭자가 이었다.
圓輝漸皎三更外 원휘점교삼경외 달빛은 점점 삼경 무렵에 밝아 오니, 離思偏傷一望中 이사편상일망중 이별 생각으로 한번 바라봄에 자못 마음이 아프구나.
致遠曰, 치원이 뒤를 이었다.
練色舒詩分錦帳 연색서시분금장 비단 빛 달빛이 퍼질 때 비단 휘장에 골고루 비치며, 珪模暎處透珠櫳 규모영처투주롱 아름다운 나무(그림자) 비치는 것이 창문까지 스며드는구나.
八娘曰, 팔낭자가 이었다.
人間遠別腸堪斷 인간원별장감단 인간세상에서의 먼 이별이 애간장 끊는 듯하고, 泉下孤眠恨莫窮 천하고면한막궁 무덤에서 홀로 자는 잠의 한은 끝이 없어라.
九娘曰, 구낭자가 끝을 맺었다.
每羨嫦娥多計校 매선항아다계교 늘 항아의 꾀 많음을 부러워하고, 能抛香閣到仙宮 능포향각도선궁 규방을 버리고 달나라로 간 것을 부러워한다네.
*상아 [嫦娥 ] 항아(姮娥)·상희(嫦羲)라고도 한다.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제준(帝俊)의 아내인 상희가 달덩이 같은 알 12개를 낳고 대황(大荒)의 일월산(日月山) 골짜기에서 목욕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제준은 곧 태양신을 말한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사약을 구해온 예(羿)에게서, 항아가 그 불사약을 훔쳐 달로 달아나 섬여(두꺼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항아가 예의 아내가 되어 있다. 《초사(楚辭)》 등에는 두꺼비가 아니고 토끼가 되었다고 쓰고 있다. 이 상아 설화는 서왕모가 신선화(神仙化)하면서 발전하여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가 약(떡방아)을 찧는다는 등, 여러 모양으로 변천하였다. 이것은 다시 발전하여 많은 신선사상을 낳게 되었고, 그 사상이 도교(道敎)에 받아들여져 굳혀지기에 이르러, 중국미술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公嘆訝尤甚 乃曰, 공은 더욱 감탄하여 위로하면서 말했다.
“此時無笙歌秦於前 能事未能畢矣.” “이런 때에 앞에서생황을 연주하면서 노래가 없다면, 이 좋은 일도 마쳤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於是 紅袖乃顧婢翠襟而謂致遠曰, 이에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여종 취금을 돌아보면서 치원에게 말했다.
“絲不如竹 竹不如肉 此婢善歌.” “현악기는 관악기보다는 못하며, 관악기는 육성보다 못한데, 이 아이는 노래를 잘합니다.”
乃命訴哀情詞. 곧 마음에 하소연하는 정다운 노래를 부르라고 하였다.
翠襟歛袵一歌 淸雅絶世 취금이 옷깃을 여미고 한번 노래를 부르니 그 소리의 맑고 우아함이 세상에 다시 없었다.
於是 三人半酣 致遠乃挑二女曰, 세 사람이 반쯤 취하였을 때, 치원이 두 여인을 유혹하며 말했다.
“嘗聞盧充逐獵 忽遇良姻 阮肇尋仙 得逢嘉配 “일찍이 들으니 노충은 사냥을 갔다가 뜻밖에 좋은 인연을 만났으며, 완조는 신선을 찾아 나섰다가 아름다운 배필을 만났다 하는데,
*노충 http://kr.blog.yahoo.com/ez.magnetar/286 범양 사람. 최소부의 무덤 가에서 사냥하다가 최소부의 딸을 만나 아들을 얻음.
*완조 후한대 사람. 영평년간에 유신과 더불어 약을 캐러 가서 두 여인을 만나 하룻밤 자고 돌아오니 집에는 7대 후손이 살고 있었다.
芳情若許 姻好可成.” 아리따운 마음씨로 허락을 한다면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二女皆諾曰, 두 여인은 모두 승낙하였다.
“虞帝爲君 雙雙在御 周良作將 兩兩相隨 “우임금이 임금이 되었을 때 두 여인이 곁에서 모셨으며, 주유가 장군이 되었을 때 두 여인이 따랐으니,
彼昔猶然 今胡不爾?” 저들은 옛날에도 그러했는데 지금이라고 어찌 못하리요?”
致遠喜出望外 乃相與排三淨枕 展一新衿 치원은 뜻밖에 기뻐 뛰면서, 곧 세 개의 깨끗한 베개를 나란히 놓고 새 이불 한 채를 펴고
三人同衿 繾綣之情 不可具談 세 사람이 함께 누우니, 곡진하고 정다운 정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致遠戲二女曰, 치원이 두 여인을 희롱하였다.
“不向閨中作黃公之子婿 翻來塚則夾陳氏之女奴 “규방에서 황공의 사위가 되지는 못하고, 도리어 무덤 가에서 진씨의 여종을 안게 되었으니,
未測何緣得逢此會?”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만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황공의 두 딸은 절색이었으나 아비가 겸사로 못났다고 말해왔는데 위나라의 한 홀아비가 평판을 무시하고 장가들었다. *선화부인:陳나라 선제의 딸로 용모가 몹시 아름다워 수문제의 궁빈이 되어 선화부인의 호칭을 받았다. 문제가 죽자 태자 광에게 욕을 당하고 29세에 죽었다.
女兄作詩曰, 언니가 시를 지었다.
聞語知君不是賢 문어지군불시현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대는 어진 사람이 아님을 알았으니, 應緣慣與女奴眠 응연관여여노면 마땅히 여자 종과 잠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弟應聲續尾曰, 동생이 뒷구를 이었다.
無端嫁得風狂漢 무단가득풍광한 괜시리 바람둥이에게 시집을 갔다가, 强被輕言辱地仙 강피경언욕지선 경솔한 말로써 지상의 신선을 억지로 욕보이는구나.
公答爲詩曰, 공이 답하여 시를 지었다.
五百年來始遇賢 오백년래시우현 오백 년 만에 비로소 어진 이를 만나서, 且歎今夜得雙眠 차탄금야득쌍면 또한 오늘밤에 함께 한 잠자리가 즐거웠다오. 芳心莫怪親狂客 방심막괴친광객 꽃다운 마음씨로 바람둥이와 잠자리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 마오. 曾向春風占謫仙 증향춘풍점적선 일찍이 봄바람 만나서 귀양온 신선이 된 것이라오.
*적선:당나라 이태백.
小頃 月落鷄鳴. 잠시 뒤, 달이 지고 닭이 울었다.
二女皆驚 謂公曰, 두 여인이 함께 놀라며, 공에게 말했다.
“樂極悲來 離長會促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이별은 길고 만남은 짧습니다.
是人世貴賤同傷 이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귀하거나 천하거나 모두 마음 아파하는 것입니다.
況乃存沒異途 升沈殊路 每慚白晝 虛擲芳時 하물며 생사의 길이 다르고 이승과 저승의 길이 달라 늘 밝은 대낮을 부끄러워하여 헛되이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었습니다.
只應拜一夜之歡 從此作千年之恨 다만 하룻밤의 즐김을 누린 것이 이제는 천년의 한이 됩니다.
始喜同衾之有幸 遽磋破鏡之無期.” 처음에는 함께 잠자리에 든 것을 기뻐하였지만, 갑자기 기약 없는 이별을 슬퍼하게 되었습니다.”
二女各贈詩曰, 두 여인이 각각 시를 지어 주었다.
星斗初回更漏闌 성두초회경루란 북두칠성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물시계의 물도 다 떨어졌는데, 欲言離緖淚闌干 욕언이서루란간 이별의 말을 전하고자 하니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從玆便結千年恨 종자편결천년한 이제부터 천년의 한이 맺힐 것이니, 無計重尋五夜歎 무계중심오야탄 이슥한 밤의 즐거움 다시 찾을 일이 없습니다.
又曰, 다른 시는 다음과 같다.
斜月照窓紅臉冷 사월조창홍검냉 기운 달빛 창에 비치니 불그레하던 뺨도 차가워지고, 曉風颷袖翠眉攢 효풍표수취미찬 새벽바람 소매를 날리니 푸른 눈썹이 찡그려집니다. 辭君步步偏腸斷 사군보보편장단 그대를 이별하면 내딛는 걸음걸음 애간장 끊어지고, 雨散雲歸入夢難 우산운귀입몽난 비는 흩어지고 구름은 돌아가니 잠들기도 어렵습니다.
致遠見詩 不覺垂淚. 二女謂致遠曰, 치원이 시를 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니, 두 여인이 치원에게 말했다.
“倘或他時 重經此處 修掃荒塚.” “만약 혹시라도 다른 날에 이 곳을 다시 지나게 되면 우거진 무덤을 닦고 쓸어 주십시오.”
言訖卽滅. 말을 마치자마자 곧 사라졌다.
明旦, 致遠歸塚邊 彷徨嘯咏 感嘆尤甚. 이튿날 아침, 치원은 무덤가에 가서 왔다 갔다 하며 시를 읊조리면서 매우 감탄해마지 않았다.
作長歌自慰曰, 긴 노래를 지어 스스로를 위로했다.
草暗鹿昏雙女墳 초암록혼쌍녀분 풀이 우거지고 먼지가 쌓인 두 여인의 무덤에, 古來名迹竟誰聞 고래명적경수문 예로부터 이름난 자취를 누가 들었을까? 唯傷廣野千秋月 유상광야천추월 다만 텅 빈 들판 오랜 세월의 달빛에 마음 아픈데 空鎖巫山兩片雲 공쇄무산양편운 부질없이 무산에는 구름 두어 조각이 가리었네. 自恨雄才爲遠吏 자한웅재위원리 큰 재주 지닌 내가 먼 지방의 관리되어 한이더니, 偶來孤舘尋幽遼 우래고관심유료 우연히 외로운 초현관에 왔다가 깊숙한 곳에 있는 쌍녀분 찾았네. 戲將詞句向門題 희장사구향문제 장난삼아 시를 써서 석문에 써 놓았더니, 感得仙姿侵夜至 감득선자침야지 감동한 선녀들이 밤을 틈타 왔었네. 紅錦袖, 紫羅裙 홍금수, 자라군 붉은 비단 소매와 자주색 치마를 입은 두 여인이, 坐來蘭麝逼人薰 좌래란사핍인훈 앉아 있으니, 난초와 사향의 향기가 사람 가까이 풍겨오는구나. 翠眉丹頰皆超俗 취미단협개초속 푸른 눈썹, 붉은 뺨은 모두 속세를 벗어났고, 飮態詩情又出群 음태시정우출군 술 마시는 모습과 시를 읊는 모습은 신선 가운데서도 빼어났다네. 對殘花, 傾美酒 대잔화, 경미주 지는 꽃을 마주 대하여 좋은 술을 기울이고, 雙雙妙舞呈纖手 쌍쌍묘무정섬수 두 여인의 절묘한 춤으로 가녀린 아름다운 손을 내보이네. 狂心已亂不知羞 광심이란불지수 미친 듯한 마음은 이미 혼란스러워 부끄러움 알지 못하고, 芳意試看相許否 방의시간상허부 꽃다운 정을 허락할지 말지 시험하여 보았네. 美人顔色久低迷 미인안색구저미 미인들의 얼굴빛은 오랫동안 땅속에서 헤매다가, 半含笑態半含啼 반함소태반함제 반쯤은 웃음을 머금고 반쯤은 울음을 머금고, 面熱自然心似火 면열자연심사화 얼굴이 익어 자연스럽게 그 마음은 불과 같고, 臉紅寧假醉如泥 검홍영가취여니 뺨은 붉어 취한 듯 붉은 진흙 같구나. 歌艶詞, 打懽合 가염사, 타환합 아름다운 가사로 노래하고 즐거움이 합치되니, 芳宵良會應前定 방소양회응전정 아름다운 밤, 좋은 만남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네. 纔聞謝女啓淸談 재문사녀계청담 잠시 謝女(사녀)가 맑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서, 又見班姬抽雅詠 우견반희추아영 또한 班姬(반희)가 우아한 시를 읊조리고 펼치는 것을 보았다네. 情深意密始求親 정심의밀시구친 정은 깊어지고 뜻은 가까워져서 비로소 친하기를 바랐으니, 正是艶陽桃李辰 정시염양도리진 정녕 이때는 늦봄의 복숭아와 자두 꽃 필 때이다. 明月倍添衾枕恩 명월배첨금침은 밝은 달빛은 은총이 깃든 이불과 베개에 배로 더하고, 香風偏惹綺羅身 향풍편야기라신 향기로운 바람은 자못 비단 옷 입은 사람에게 불어오네. 綺羅身, 衾枕恩 기라신, 금침은 비단 옷 입은 사람의 이불과 베개에 스며든 은혜는 幽懽未已離愁至 유환미이리수지 그윽한 즐거움이 끝나기도 전에 이별의 슬픔에 이르렀네. 數聲餘歌斷孤魂 수성여가단고혼 몇 갈래의 소리, 남아있는 노래가 외로운 혼령의 애간장을 끊고, 一點殘燈照雙淚 일점잔등조쌍루 한 점 희미한 등불은 두 줄기 눈물을 비추는구나. 曉天鸞鶴各西東 효천난학각서동 새벽 하늘의 난새와 학은 각각 동서로 날아가고, 獨坐思量疑夢中 독좌사량의몽중 홀로 앉아 생각하니 아마도 꿈속인 듯 하여라. 沉思疑夢又非夢 침사의몽우비몽 고요히 생각하니 꿈인 듯 하나 꿈은 아니고, 愁對朝雲歸碧空 수대조운귀벽공 수심 속에 푸른 하늘 날아가는 아침구름 쳐다보네. 馬長嘶, 望行路 마장시, 망행로 말은 길게 울면서 갈 길을 바라보고 있는데, 狂生猶再尋遺墓 광생유재심유묘 얼빠진 이 사람은 오히려 다시 남겨진 무덤을 찾아가고. 不逢羅襪步芳塵 불봉라말보방진 비단 버선에 꽃 먼지 밟고 오는 것을 만나지 못하고, 但見花枝泣朝露 단견화지읍조로 다만 꽃나무 가지에 맺혀있는 아침 이슬보고 운다네. 腸欲斷, 首頻回 장욕단, 수빈회 애간장은 끊어질 듯하여 머리 자주 돌려보나, 泉戶寂寥誰爲開 천호적요수위개 쓸쓸한 무덤을 누가 열어 젖혀 줄 것인가? 頓轡望時無限淚 돈비망시무한루 말고삐를 부여잡고 바라보면 끝없이 흐르는 눈물. 垂鞭吟處有餘哀 수편음처유여애 말채찍을 드리우고 읊조리는 시에는 슬픔만 남아 있구나. 暮春風, 暮春日 모춘풍, 모춘일 늦은 봄바람이여, 늦은 봄의 햇살이여, 柳花撩亂迎風疾 유화료란영풍질 버들강아지 바람에 어지럽게 흩날려 흩어지네. 常將旅思怨韶光 상장여사원소광 항상 봄빛을 원망하는 나그네 생각인데, 況是離情念芳質 황시리정염방질 하물며 이별의 정으로 아름다운 선녀를 생각함에 있어 서랴. 人間事, 愁殺人 인간사, 수살인 인간 세상에서 느끼는 근심은 몹시도 사람을 근심스럽게 하니, 始聞達路又迷津 시문달로우미진 비로소 나루터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구나. 草沒銅臺千古恨 초몰동대천고한 풀은 동대에 우거져 천고의 한이 되고, 花開金谷一朝春 화개금곡일조춘 꽃이 金谷園(금곡원)에서 피는 일도 하루 아침의 짧은 봄이라네. 阮肇劉晨是凡物 완조유신시범물 완조와 유신도 평범한 사람이요, 秦皇漢帝非仙骨 진황한제비선골 진시황과 한 무제도 신선의 골격은 아니라네. 當時嘉會杳難追 당시가회묘난추 당시의 아름다운 만남은 아득하여 따라할 수 없고, 後代遺名徒可悲 후대유명도가비 후대에 이름만 남기니 다만 슬프기만 하구나. 悠然來, 忽然去 유연래, 홀연거 아득히 왔다가 갑자기 가버리니, 是知風雨無常主 시지풍우무상주 비 내리고 바람 부는 일이 일정한 주인이 없음을 알았노라. 我來此地逢雙女 아래차지봉쌍녀 내가 여기에 와서 두 여인을 만난 것은, 遙似襄王夢雲雨 요사양왕몽운우 아마도 양왕이 무산 선녀를 꿈꾼 것과 같다네. 大丈夫! 大丈夫! 대장부! 대장부! 대장부여! 대장부여! 壯氣須除兒女恨 장기수제아녀한 씩씩한 기상으로 아녀자의 한을 풀어 주기는 했지만, 莫將心事戀妖狐 막장심사연요호 마음의 일로 요사스러운 여우를 그리워하지는 말지어다.
後致遠擢第東還 路上歌詩云, 뒷날 치원이 과거에 급제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길에서 시로 노래했다.
浮世榮華夢中夢 부세영화몽중몽 들뜬 세상의 영화는 꿈속의 꿈일지니, 白雲深處好安身 백운심처호안신 흰 구름 깊은 곳에서 내 한 몸 편안하게 하리라.
乃退而長往 곧 물러나서 속세를 떠나 은둔하였다.
尋僧於山林江海 結小齊 尋石臺 산과 숲, 강과 바다로 스님을 찾아가서 작은 집을 짓고, 석대를 찾고,
耽玩文書 嘯咏風月 逍遙偃仰於其間. 서적을 탐독하고, 풍월을 읊으며, 그 사이에서 소요하고 기거하였다.
南山 淸凉寺 合浦縣 月影臺 智異山雙溪寺 石南寺 黑泉石臺 남산 청량사, 합포현 월영대, 지리산 쌍계사, 석남사, 흑천석대에
鍾牧丹 至今猶存 皆其遊歷也. 모란을 심은 것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으니, 모두 그가 노닐고 거쳐간 곳이다.
最後隱於伽耶山海印寺 與兄大德賢俊․南岳師定玄 探賾經論 마지막에는 가야산 해인사에 은거하여 그의 형인 현준과 남악 ․ 정현 등의 스님들과 경론을 자세하게 탐구하였으며,
遊心沖漠 以終老焉. 마음은 깊고 넓은 곳을 노닐다가 늙어 생을 마쳤다. 출처: 고전문학/설화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